힘을 숨긴 귀환자 117화
13. 잘못 건드렸어(8)
“그래?”
최대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최진욱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너 인마. 치사하게 기절한 척했어?”
최진욱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때 김철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냥 때릴 만큼 때려! 안 죽을 만큼만 패면 되는 거지.”
그 말에 최진욱의 몸이 더욱 떨렸다. 최대근이 조용히 말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날 속이려들어?”
그러면서 최진욱을 높이 들었다. 최진욱은 다 들켰다고 생각을 하고 힘겹게 실눈을 떴다.
“너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이제는 힘 빼고 때릴게. 대신에 너 중간에 쓰러지거나 해봐. 죽여 버린다.”
최대근의 살벌한 말도 최진욱이 평소에 애들 괴롭힐 때 쓰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최진욱의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최진욱은 최대근의 화가 풀릴 때까지 두들겨 맞았다. 처음에는 뺨만 때리다가 얼굴이 너무 부어서 때릴 수 없을 지경이 되자 그다음에는 몸을 때렸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똘마니들. 이미 한 차례 김철수에게 얻어터지고 난 후 다른 똘마니들이 나왔지만 최진욱의 모습을 보고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은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그들이 보기에 최대근의 행동이 너무나도 잔인했다.
‘저, 저 녀석 왜 저래? 도대체 얼마나 쌓였으면······.’
김철수도 최대근이 저렇게 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김철수는 딱히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최대근은 최대근의 삶이 있는 것이고, 김철수도 자신의 삶이 있는 것이었다.
최대근은 자신이 목표로 했던 100대를 때리고 난 후에야 최진욱을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쾅!
벽에 금이 갔고, 그 자리에 털썩 하고 무너지는 최진욱이었다. 이미 최진욱은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때 최대근을 향해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왔다.
팟!
“야, 조심해!”
김철수가 강하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최대근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확 잡았다. 그것은 발이었다.
발을 날렸던 녀석이 인상을 썼다.
“에잇!”
녀석이 공중으로 몸을 붕 띄워 다시 360도로 돌더니 허공에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물론 그것도 최대근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막았다.
텅!
“뭐야!”
그때 그 녀석이 쓰러져 있는 최진욱을 향해 소리쳤다.
“최진욱 괜찮아?”
그러나 최진욱에게서는 그 어떤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미 축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다 덤벼 새끼들아!”
혼자서 악을 쓰며 외쳤다. 최대근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는 누구냐?”
김철수가 다가왔다.
“이 녀석은 나에게 맡겨라.”
“응?”
“조무래기들만 상대했더니 몸도 풀리지 못했다.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하겠다고.”
“왜?”
최대근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이 새끼가 좀 빠른데. 나랑 해볼 만하겠어.”
“······알았다.”
최대근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물러났다. 그 자리를 김철수가 섰다.
“뭐, 뭐 하는 거야!”
녀석이 소리쳤다. 자신을 상대로 마치 떠넘기듯 말을 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너희들이 감히······.”
하지만 녀석은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김철수가 어느새 다가와 안현수의 목을 잡았다.
“컥!”
목이 잡힌 안현수는 켁켁 거리며 힘을 주지 못했다. 김철수가 씨익 웃었다.
“너는 나랑 놀자니까.”
안현수를 그대로 바닥에 냅다 꽂았다.
쾅!
“커억!”
단말마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안현수가 땅에 꽂혔다. 김철수가 손을 떼자마자 안현수가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숨이 막혀왔다.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안현수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숨을 내뱉었다.
“크앗! 켁, 켁!”
그러자 입을 통해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김철수 였다.
“너어, 이 새끼······.”
안현수가 눈을 부릅뜨며 김철수를 노려봤다. 솔직히 안현수는 최대근이 더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을 바닥에 내리꽂은 김철수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지금 막 김철수가 기운을 끌어올리자 안현수는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딸꾹!”
흔해 빠진 얼굴로 김철수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안현수는 감히 바로 덤벼들지 못했다.
“너, 너희들 누구야? 정체가 뭐냔 말이야!”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김철수기 입을 열었다.
“넌 말로 싸우냐. 그냥 덤벼!”
김철수가 가볍기 손을 움직였다. 안현수는 재빨리 손을 들어 김철수가 내찌르는 주먹을 막아냈다. 그런데 주먹이라기보다는 수도에 가까웠다. 마치 수도로 검을 사용하듯 베고 찌르고 또다시 베었다.
그것을 막는 안현수는 죽을 맛이었다. 빠르고 날카롭고 또한 매서웠다. 안현수는 그저 막는 것에 급급했다. 반면 김철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오오, 잘 막네. 이것도 한번 막아봐. 이야······. 잘했어.”
마치 지도하는 사범이 제자를 가르치는 그런 형식인 것 같았다.
“좋았어. 그럼 속도를 좀 더 올린다.”
팟! 파파파파파팟!
김철수의 손이 더욱 빨리 움직였다. 안현수는 더욱 빨라진 속도에 점점 한계에 도달했다.
“이이이익······.”
손을 막 움직이던 안현수는 막던 팔에 감각이 없었다.
‘감각이 없어? 공격하고 있는 거 맞아?’
슬쩍 김철수를 바라봤다. 그런데 언제 멈췄는지 김철수는 느긋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현수는 그냥 공격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마구마구 손을 휘두르며 막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쪽팔림이 밀려왔다.
‘하아, 시발······. 날 가지고 놀고 있어.’
안현수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김철수가 그를 보며 말했다.
“제법이네. 그 눈빛도 맘에 들고. 그 보다 너 검 좀 쓰는 것 같다.”
그러면서 김철수는 옆에 나뒹구는 막대기 하나를 발로 툭 차서 안현수에게 밀었다.
“잡아!”
안현수가 주춤하며 자신의 발아래로 온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그 사이 김철수도 손에 막대기를 쥐었다.
“이번에는 검술로 상대를 해주지.”
안현수가 막대기를 들어 중자세를 취했다. 김철수가 씨익 웃었다.
“자세 좋고! 그럼 간다!”
김철수는 막대기를 내린 채 빠르게 앞으로 덤벼들었다.
쇄애애액!
막대기가 휘둘리는 소리가 안현수의 귀에 들려왔다. 안현수는 본능적으로 막대기로 막았다.
딱!
손에 전해지는 충격에 안현수는 그만 막대기를 놓치고 말았다.
“잡아!”
“이씨······.”
자존심이 상했다. 그것도 무너질 정도로 말이다. 김철수는 막대기를 잡을 수 있게 기다려 줬다. 그렇게 몇 번이고 안현수는 막대기를 놓쳤고, 그럴 때마다 한마디를 했다.
“잡아!”
안현수의 손은 이미 피가 터져 엉망이었지만 다시 막대기를 잡았다. 그렇게 김철수가 다시 공격을 했고, 안현수는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최진욱처럼 온몸을 막대기로 난자당하기는 싫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제풀에 지쳐 막대기를 더 이상 들지 못했다. 손은 이미 망가졌고,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은 안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며 혼절을 해버렸다. 몸에 남은 모든 기운을 다 쏟아부어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쳇! 뭐야. 고작 이 정도 가지고 혼절이야? 도대체가······.”
김철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옆으로 최대근이 다가왔다.
“네가 너무 세서 그래!”
김철수는 듣는 둥 마는 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녀석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일단 이 녀석들부터 정리하자.”
“오케이!”
최대근하고 김철수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갔다. 김철수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녀석들의 급소만 노리며 공격했고, 최대근은 괴력으로 한 놈씩 작살을 내버렸다.
거의 똘마니 정리가 다 되어 갈 때쯤 밖의 소란을 듣고 건물에서 튀어나온 또 다른 녀석들이 있었다. 그중 선두에 있던 녀석이 소리쳤다.
“멈춰!”
김철수하고 최대근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마그마 길드장의 황영수과 그 뒤로 덩치 큰 사내 두 명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부길드장인 안혁수, 왼쪽에는 부길드장인 강천수였다.
그중에서 안혁수는 김철수에게 과외(?)를 받고 뻗어버린 안현수의 형이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동생이 쓰러진 것을 보지 못한 듯했다. 황영수가 소리쳤다.
“너희들 뭐야! 뭐 하는 짓이야.”
“거참! 더럽게 물어보고 있네. 딱 보면 몰라? 너희들 아작 내고 있잖아. 말만 하지 말고 덤벼!”
그제야 안혁수의 두 팔이 아작 나 무릎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도 없는 자신의 동생 안현수를 봤다.
“현수야!”
안혁수가 눈을 부릅떴다. 그러곤 김철수와 최대근을 노려봤다.
“내 동생 누가 저렇게 만들었어!”
김철수가 손을 들었다.
“난데.”
“너 이 새끼 죽여 버린다.”
안혁수가 으르렁거리며 다가갔다. 최대근의 시선은 강천수를 봤다.
“그럼 네가 내 상대냐? 자자, 들어와, 들어와!”
최대근이 씨익 웃으며 손을 들어 까닥거렸다.
안혁수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을 늘어뜨리자 나타난 것은 체인이었다.
질질질질.
체인이 바닥에 끌리며 김철수에게 다가갔다. 안혁수의 등급은 A3등급이었다. 그리고 게이트 공략을 많이 못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플레이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거의 AS등급 플레이어들과도 현실에서는 붙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안혁수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자기 생각대로 AS등급 플레이어까지 잡을 수 있다고 치면 S등급 플레이어가 아니고서는 다 상대 가능했다. 그런데 상대인 김철수는 S등급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S등급 플레이어 중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S등급만 아니라면 내가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체인을 그대로 김철수에게 휘둘렀다.
촤아아아. 촤악, 촤악!
체인을 휘둘러 김철수를 공격했다. 김철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체인을 피했다. 체인이 바닥을 치고 지나갈 때마다 불똥이 튀었고 바닥이 움푹 파였다.
“제법이군. 피하는 것 하나는 일품이군.”
안혁수가 체인을 손에 감으며 말했다. 김철수가 천천히 막대기를 들었다.
“피하는 것도 일품이지만 막대기 휘두르는 것도 일품이지. 넌 내 막대기를 받을 자격이 있어.”
김철수가 한마디 하고는 빠르게 쇄도했다. 그대로 안혁수의 머리를 향해 막대기를 내려쳤다. 안혁수가 재빨리 체인을 머리 위로 들어 막았다.
“윽!”
김철수가 휘두른 검의 힘에 안혁수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무릎까지 꿇지는 않았다.
“이, 이 새끼가······.”
“이걸 막네. 그럼 좀 더 올려도 되겠네.”
김철수기 씨익 웃으며 막대기를 휘두르는 속도를 올렸다. 처음에는 잘 막던 안혁수.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안현수와 마찬가지로 손이 꼬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김철수의 막대기가 안현수의 왼쪽 발목을 후려쳤다.
따악!
“크악!”
단발의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김철수가 막대기를 내렸다.
“너도 별것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