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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0화 (120/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0화

13. 잘못 건드렸어(11)

“뜨, 뜨, 뜨거!”

진우가 난리를 피웠다. 그런 진우를 보는 이태경 회장이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안 끝났다. 이리 와라.”

진우는 바로 울상이 되며 붉게 변한 자신의 등을 이태경 회장에게 맡겼다.

두 사람은 사우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우유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얼굴로 뽀얀 것이 아주 좋아 보였다.

“역시 사우나를 하고 먹는 우유가 최고네.”

“네. 그러게요.”

“그보다 집에 가실 거죠?”

“아니다. 너 먼저 들어가라.”

“네?”

“업체 들러야 하는데 늦었다. 다시 들러야지.”

“아빠, 오늘 같은 날 쉬어요. 무슨 일이에요.”

“이놈아. 내가 아까 그랬지. 말로만 회장이라고······. 이렇듯 열심히 뛰어다녀야 해. 애비 걱정하지 말고 넌 먼저 집에 들어가라.”

때마침 검은색 세단이 도착했다. 이태경 회장이 그 차를 타고 먼저 떠나갔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진우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슬쩍 왼쪽 창이 계속 반짝거리고 있던 알람창을 켰다. 그러자 최대근과 김철수의 대화가 막 올라왔다.

-대장! 뭡니까.

-진짜 알림창 좀 보세요.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미안! 그래서 어떻게 됐어?”

김철수가 나서서 말했다.

-최명수 사장. 저희가 잘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덩달아 마그마 길드까지 처리했습니다.

“마그마 길드?”

최대근이 신나 하며 바로 말했다.

-네. 그 최명수인가 그 녀석이 마그마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거기까지 작살을 내버렸죠.

“오, 거기 장난 아닐 텐데······.”

-대장. 오히려 마그마 길드가 별거 아니던데요. 둘이서 그곳을 쓸어버렸어요.

“흔적 남기고 그러지는 않았지?”

-에이. 흔적 남길 것도 없었습니다. 애들이 너무 잔챙이였습니다.

“그래?”

-네. 그냥 저희 실력이 아마도 AS등급인 것 같습니다.

“오호라.”

-사실 예전에 B등급일 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뭐······.

-네네. 마그마 길드장 황영수도 별거 아니던데요.

최대근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진우의 눈이 반짝였다.

“황영수 길드장까지?”

-네.

-별거 아니었어요.

“확실히 너희들이 세지긴 세졌나 보네.”

-아! 대장.

김철수가 진우를 불렀다.

“말해.”

-저희가 최명수 가방을 확인했는데 거기에 신화그룹과 계약서가 있었습니다.

“신화그룹? 계약서 내용이 뭐지?”

김철수는 계약서 내용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진우의 눈빛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신화그룹이 보배그룹을 잡아먹으려고 했단 말이지.”

-네, 대장.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중간에 최명수 사장을 끼워 넣어 계약으로 묶어둘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아! 어쩐지 뭔가 있을 것 같더니······. 최명수는 어쨌어?”

-저희가 잘 마사지해 놨습니다.

-아마 다시는 그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지 못할걸요.

“잘했다.”

-아, 그리고 마그마 길드를 작살 낸 김에 그냥 갈 수 없어서 금고를 털었습니다.

“금고를 털어? 아니, 왜?”

진우가 의아해했다. 그러자 김철수가 설명을 시작했다.

-대장. 신화그룹이 엮여 있습니다. 만약 최명수 때문에 이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신화그룹에서 눈치를 채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목표를 마그마 길드로 잡고 금고를 털었습니다.

“아, 그래? 잘했네. 마그마 길드 금고에는 뭐가 있었어?”

-그게 워낙에 많아서 저희끼리 정리를 못 했습니다. 행보관님 오시면 같이 할 생각입니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많아?”

-이것저것 아이템들도 많고, 뭐 금도 있고······. 아예 금고 안에 있는 것을 다 쓸어 담았습니다.

“오호라. 아이템이라. 괜찮은 것도 있어?”

-네.

“아이템 중에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나에게 줘. 정리해서 살림에 보태게.”

-그럼 디 카페인에 가시는 겁니까?

김철수의 물음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거기가 낫겠지.”

-아, 그러면 대장. 디 카페인에 가시면 저희 보호장비 좀 구매해 주세요.

-네, 맞습니다. 보호장비가 필요합니다.

김철수와 최대근이 투덜거렸다. 진우가 바로 말했다.

“어차피 우리 계속 다운 게이트 돌 건데 거기서 아이템 떨어지잖아. 그거 먹을 건데 아이템 필요해?”

-그래도 여분으로 하나 사 주세요. 그래도 고생은 우리가 다 하는데······.

그러자 김철수가 바로 말이 올라왔다.

-고생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거지. 최대근. 넌 말을 해도 그렇게 하냐.

-내가 뭘? 맞는 말이잖아. 내가 뭐 연봉을 달라고 그래. 그냥 보호 장비 사 달라는 거지.

-나도 그건 찬성인데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아니지.

-아니야?

-그래!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됐어! 그만들 싸워. 내가 뭐라도 하나 챙겨다 줄 테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감사합니다. 헤헤헤.

최대근이 웃었다. 김철수는 그런 최대근이 한심했다.

-으구······. 감사합니다. 대장. 대장도 챙기는 것 없이 다 희생하고 그러시는데. 저희까지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내가 신경 못 썼다.”

진우는 사실 좀 미안했다. 세 사람을 흑룡인으로 만들고 또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얼마 전에 선까지 보며 바깥 생활을 즐기고 있지 않나.

진우가 그 생각으로 미안해하고 있을 때 김철수가 말했다.

-맞다. 대장!

“응?”

-그 아가씨 괜찮던데요.

“뭐? 무, 무슨 소리야?”

진우가 살짝 당황했다. 김철수의 음흉한 대화가 올라왔다.

-흐흐흐, 대장. 속일 걸 속여요. 대장이 보는 것을 우리가 다 공유할 수 있다니까요.

“야! 이거 큰일인데······.”

-네?

“나중에 말이야. 그 뭐시냐······. 여자 친구랑 만날 때 말이야. 그거 다 본다는 거 아니야.”

-어? 그러네. 그런데요, 대장이 그런 말씀을 하니 말 안 하려고 했는데요. 대장.

“왜?”

-거기 잘 찾아보면 차단 기능 있어요.

“차단 기능이 있어?”

-네. 잘 찾아보시면 있을 겁니다.

“잠깐만······.”

진우는 이리저리 설정을 찾았다. 거기에 송출차단이 보였다. 그것을 클릭했다.

“차단했다. 보여?”

-아뇨. 안 보입니다.

-안 보여요.

“확실한 거지?”

-네. 대장이 맘먹고 숨기고 싶으면 숨길 수 있어요. 그런데 게이트나 어디 돌아다닐 때는 차단하지 마세요. 무슨 일 생겼을 때 저희가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김철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진우도 그 점은 인정했다.

“그래. 알았다.”

-그럼 대장 휴가 잘 보내시고. 정리하는 대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알았다. 고생해라.”

그렇게 창을 닫았다.

다크 스피어 길드에 마그마 길드를 염탐하고 온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부길드장님.”

“그래. 길드장님은 안에 계셔?”

“네.”

다크 스피어 길드의 부길드장 홍윤재가 길드장 박재철이 있는 사무실에 들어갔다.

“어서 와라.”

“네.”

“아까 보고는 봤다. 정말 다 털렸어?”

“네.”

홍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재철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 짓인 것 같아?”

“그걸 모르겠습니다. 흔적이 없습니다.”

“뭐? 아니 마그마 길드를 잘 감시하라고 보내놨더니 누가 한 줄을 몰라?”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홍윤재는 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박재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야! 홍윤재! 너 이 일 때문에 대광그룹에서 지원받은 돈이 얼마인데! 이 일 하나 똑바로 못해?”

“하아,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기 있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박재철이 물었다.

“그들을 특정 지을 수 있는 흔적은 없었지만 몇 명인지 확인은 했습니다.”

“몇 명?”

“네. 단 두 명이었습니다.”

“두 명? 정말이야?”

“네. 제가 처음부터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거의 끝나갈 때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박재철은 홍윤재의 보고를 들었다.

“그 두 명이 마그마 길드를 아주 작살을 내놓았습니다.”

박재철이 책상에 두 손을 올리며 깍지를 꼈다.

“실력은 어느 정도였지?”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두 명이서 마그마 길드를 작살을 내놨습니다. 상식적으로 마그마 길드를 두 명이 작살 낼 수 있는 곳입니까?”

박재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AS등급이라는 소리인데······.”

“그렇죠. 그래서 제가 나서지를 못했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정체가 들통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박재철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숨어 있었던 것이 자랑이라고?”

“길드장님. 저는 은신이 들키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는 전투요원도 아니고 비전투원 마법사인데 아무리 A급이라고 해도 어떻게 두 녀석을 감당하겠습니까. 길드장님 너무 하십니다.”

홍윤재의 앓은 소리에 박재철이 헛웃음을 흘렸다. 사실 홍윤재는 전투요원으로 크게 쓸모가 없긴 했다. 비전투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갈망이 있어서 대광그룹에서 그를 관리했다. 그렇게 마법서를 얻고 몬스터 핵들을 추출해 홍윤재를 A등급까지 올렸다.

은신 마법이다 보니 홍윤재는 맘만 먹으면 어느 곳이든 잠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홍윤재를 마그마 길드 감시요원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홍윤재가 처음에는 정말 성실하게 마그마 길드를 감시했다.

하지만 그 기한이 길어지고 점점 지루함이 밀려왔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것만 보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서 진짜 잠깐, 정말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그때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박재철이 물었다.

“그래서 금고 안에 있는 것들은?”

“싹 다 가져간 것 같습니다.”

“다?”

“네.”

“젠장, 어떤 놈들이지?”

박재철이 혼잣말을 하며 슬쩍 홍윤재를 노려봤다.

“그래서 미행은 해봤어?”

“에이. 제가 어떻게 미행을 합니까.”

“뭐야. 그럼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어?”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AS등급이라고요. 만약 들키면 죽는다니까요. 그것이 문제겠어요? 우리 길드는요?”

홍윤재가 당당하게 말했다. 박재철은 한숨이 나왔다.

“와, 홍윤재. 너 해도 너무한다. 우리 길드가 받은 것이 얼마인데······.”

“에헤이. 내가 어디 공짜로 일했습니까? 그래도 뒤처리는 깔끔하게 했습니다.”

“뒤처리? 어떻게?”

“플레이어 경찰에 신고해서 마그마 길드 놈들 싹 다 잡아가라고 했습니다.”

“하아, 그거 하나는 잘했네.”

마그마 길드는 대광그룹과 영원그룹에게 있어서 원수 같은 존재였다. 두 그룹이 그렇게나 없애려고 했는데 신화그룹의 비호를 받아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힘 대 힘으로 싸우면 피해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숨죽여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영원그룹은 조영진이 블랙 게이트에 갇히게 되면서 주력 플레이어들이 거의 잃은 상태였다. 대광그룹은 돈으로 플레이어들을 모으다 보니 조직력이 약했다. 그래서 마그마 길드 같은 강한 길드와 붙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충성도가 있는 플레이어만 따로 모아 다크 스피어라는 비밀 길드를 만든 것이다. 다크 스피어에 기회를 봐서 마그마 길드의 금고를 털라는 임무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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