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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1화 (121/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1화

13. 잘못 건드렸어(12)

마그마 길드가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닌 곳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블랙 게이트와 관련된 정보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털려 버렸으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홍윤재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요.”

“뭔 소리야? 우리가 뭘 했다고 나쁘지가 않아?”

“그러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계속 지켜만 보지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분명 중요한 자료들은 금고 안에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마그마 길드가 있는 한 절대 그 안에서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나왔잖아요. 그걸 가져가 놈은 왜 가져가겠어요?”

“그럼 네 말은 그놈들이 분명 그 안에 있는 자료를 어떻게든 써먹을 거란 말이지?”

“네. 그러다 보면 우리들이 원하는 자료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겁니다.”

“안 나오면?”

“안 나오면······. 뭐 정보 길드는 그냥 내버려 둬요? 그런 곳에 흘려서 그와 관련된 정보 비싸게 사겠다고 하면 팔 거 아닙니까.”

“쓰읍······.”

박재철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홍윤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알았어. 이 상황은 회장님께 보고하도록 할게.”

“네.”

마치 제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당당하게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가는 홍윤재였다. 그 모습을 보며 박재철이 헛웃음을 흘렸다.

“나참······.”

그러곤 휴대폰을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회장님. 잠깐 찾아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박재철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한대광의 회장실로 향했다.

선진, 대해, 황룡, 성일, 중후, 대륙, 현호, 명성, 평화(P&P), 신화 이들을 언론들은 10대 게이트 재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돈만 따졌을 때 대광그룹도 충분히 10대 재벌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자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대광그룹 회장실은 온갖 방어 아이템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대광 회장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암살자들이 대광그룹에 잠입했지만 회장실은커녕 회사 곳곳에 설치된 아이템들의 의해 모두 몰살당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대광그룹 회장실은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박재철도 한대광 회장을 만나기 위해 회장실에 들어갈 때는 철저히 몸수색을 받았다.

직원 두 명이 다가와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삑삑 소리가 들려왔다.

“아. 무기입니다.”

박재철이 말했다. 직원은 무기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앞으로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해요. 내가 급하게 오느라······.”

박재철이 무기를 내려놨다. 그렇게 직원들의 몸수색이 끝이 나고 회장실 입구로 갔다. 그 입구에는 전 세계에 10대밖에 없다는 탐지 장치가 있었다. 이 탐지 장치는 플레이어가 들어가는 순간 그에 관한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나타난다.

워낙에 고가의 장비라 딱 10대밖에 만들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는 이곳 한대광 회장실 입구에 놓인 것이 전부였다.

“통과하세요.”

박재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을 통과했다.

삐익!

아무 이상이 없다는 표시가 나타나고 회장실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박재철이 들어갔다. 한대광 회장이 뒷짐을 진 채 창가에 서 있었다.

“회장님 저 왔습니다.”

한대광 회장이 몸을 돌렸다.

“어, 그래. 재철이 왔냐.”

“네. 회장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오늘 만나는 날이 아니잖아.”

항상 한대광 회장은 나름 스케줄에 맞춰 생활해 왔다. 그래서 다크 스피어 길드장에게 보고받는 날이 따로 있다.

오늘은 그날이 아니었지만, 다크 스피어 길드장이 급히 만남을 청해서 한대광 회장이 승인한 것이다.

“그래. 오늘 뭐 급하게 얘기할 것이 있다고?”

“그것이 마그마 길드에 보냈던 부길드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마그마 길드? 거기 문제라도 생겼어.”

“네. 회장님. 누군가가 거길 턴 것 같습니다.”

“뭐? 마그마 길드를 털어? 어디서? 설마 10대 그룹 쪽에서 그런 거야?”

“사실 처음에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0대 그룹 쪽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길드장 말로는 두 명이라고 했습니다.”

“두 명?”

“네. 그 두 명이 신분을 위장해서 신원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한대광 회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다크 스피어를 키워 마그마 길드를 감시하게 한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블랙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애써 키운 다크 스피어 길드였다. 그런데 두 명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말이나 꺼내니 한대광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박재철은 한대광 회장의 얼굴이 드러난 노기를 보고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을 믿고 맡기셨는데 저희가 한발 늦었습니다.”

그러나 한대광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니지. 아니야. 너희들만으로 안 될 줄 알고 있었어.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그 말엔 그들을 살짝 무시하는 뉘앙스가 섞여 있었지만 박재철은 딱히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다크 스피어 길드는 길드들 사이에서도 배척받는 암살자 길드였다. 은신이 특기인 플레이어들 위주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다들 플레이어 등급은 높다. 애당초 다크 스피어 길드원들을 받을 때 B등급 이하는 받지도 않았다. 최소가 B등급이고 대부분이 A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말이 좋아 A등급이지 전투력은 그에 미치지 못해 A등급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다크 스피어 길드장인 박재철도 A등급에서도 최상위 AS등급에 속한다. S등급으로 진화할 수 있는 그런 상태이지만 막상 혼자서는 B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는 없다.

박재철의 클래스는 암살자다. 근접전으로 조용히 파고들어 단숨에 적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암살자들은 플레이어들 간의 전투에서나 힘을 발휘하지 몬스터들에게는 한계가 존재했다.

몬스터들에게는 기감이라는 것이 엄청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만약에 단 일격필살로 몬스터의 목숨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역으로 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로 초반에 암살자들이 게임 속 어쌔신들을 기억하며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떼죽음을 당했다.

게임에서는 치고 빠지는 전투가 가능했다. 또한 공격을 받으면 몬스터들이 살짝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말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의 몬스터는 그런 것이 없었다. 예를 들면 암살자가 달려들어 검을 휘두르면 감각적으로 막고 그 상태로 붙잡혀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 상태다 보니 대부분의 암살자들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미행, 감시, 정보습득, 또는 정보원 역할을 수행하는 산하기관으로 많이 투신하게 되었다.

한대광 회장도 원래는 다크 스피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원래 계획은 대광길드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너무 견제를 했다.

대광그룹 자체적으로 돈도 많다. 그런데 길드까지 만들어 게이트에 진입한다면 10그룹 그들의 입지가 흔들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아예 대놓고 견제를 했다.

설령 대광그룹에서 만들려는 길드에 들어가려는 플레이어들을 어떻게든 구워삶아서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였다.

그렇다 보니 대광그룹에서 만들려는 길드에 가려는 플레이어가 점점 없어졌다. 그렇다고 D등급, C등급을 데리고 길드를 만들 수는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한대광 회장은 어쩔 수 없이 플레이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암살자, 비전투 플레이어 위주로 길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다크 스피어의 시초였다.

어쨌든 다크 스피어는 감찰, 감시, 미행 이런 것들은 참 좋다. 그런 면에서 전투력은 엄청 떨어졌다. 그래서 마그마 길드가 털리고 있는 와중에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한대광 회장이 박재철을 보며 물었다.

“그래. 부길드장 윤재는 괜찮고?”

“멀쩡합니다. 멀리서 지켜만 봤다고 합니다.”

“하아, 그 녀석도 참······. 어지간히 몸을 사리는군.”

“그렇지 않아도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지, 아니야. 내가 그렇게 생겨 먹은 놈들만 모았는데. 그래서 그 두 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은 했나?”

한대광 회장의 물음에 박재철의 표정이 심각해 졌다.

“사실 부길드장이 쫓아가긴 했는데 놓쳤다고 합니다.”

“뭐? 놓쳐? 윤재가 말이야?”

“네. 일단 상대가 강하다 보니 거리를 좀 뒀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두 녀석의 움직임도 상당히 빨랐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빨랐다. 부길드장이 우리 길드 중에서 나름 빠른 편이 아니야.”

“네, 맞습니다. 저 말고 저희 길드에서 가장 빠른 녀석입니다.”

“그럼 부길드장이 보기에도 빠르다고 느꼈고, 게다가 놓쳤다. 그렇다면 클래스가 상당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네. 저도 그리 생각을 합니다. 사실 부길드장 말로는 거의 S급에 육박한 실력자로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숨겨진 S등급 헌터이거나 말입니다.”

물론 부길드장 홍윤제는 그러지 않았다. 얘기를 들은 한대광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고작 그 일을 보고하기 위해 아침부터 찾아온 것은 아닐 거 아니야.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한대광 회장을 말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몸에 있던 A등급 아이템들이 출렁거렸다. 이런 한대광 회장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각성을 위해 환장한 영감. 돈 쓸 데가 없으니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영감.

하지만 한대광 회장은 전혀 각성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이렇듯 온몸에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게이트 그룹을 견제하려는 데 이유가 있기도 했고, 또 가진 것이 돈뿐이라 S등급이 나왔다고 하면 그냥 사고 보는 것이다. 그 아이템이 다른 그룹에 가면 그들만 좋은 것을 보유하는 꼴이니 말이다.

가뜩이나 대광길드를 만드는 것에 방해를 하니 자신도 그들을 방해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져온 S등급 아이템들 상당수는 제 가공을 거쳐 다크 스피어 길드에 지원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다크 스피어 길드원들도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제 몸 하나 정도 지킬 정도의 아이템들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대광 회장의 외손자인 조영진의 구출을 위해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대광 회장은 앞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다리를 꼰 채 서 있는 박재철을 바라봤다.

“자네도 앉지.”

“네, 회장님.”

박재철도 소파에 앉았다. 한대광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우리 길드장의 얘기를 좀 들어볼까?”

“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정보 길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보 길드?”

“네.”

“사실 마그마 길드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 자료를 찾는다고 하면 저쪽에서 꽁꽁 숨겨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으음······.”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저희도 확실히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정·재계 쪽 사람들도 많이 엮여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반대로 저희가 원하는 정보만 사겠다고 하면 저쪽에서 팔 가능성이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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