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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2화 (122/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2화

13. 잘못 건드렸어(13)

박재철의 말에 한대광 회장이 관심을 보였다. 그는 바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오호라. 그러니까, 블랙 게이트만 관련된 정보만 사자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저쪽에서도 분명 돈일 텐데.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저희에게 원하는 정보를 파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뭐, 나쁜 생각은 아니야. 그래서 자네 말은 블랙마켓을 이용하자는 말이지?”

“네, 회장님.”

“그래. 괜찮은 생각이군.”

한대광 회장이 고개를 주억거리곤 입을 열었다.

“얼마쯤이면 될 것 같아?”

“아마 그들에게 정보를 사려면 아마 S등급 몬스터만큼의 가격은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천억 정도 말인가?”

“네. 일단 시작은 그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도록 해.”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한대광 회장의 허가도 떨어졌겠다. 박재철은 바로 수배를 할 생각이었다.

“더 보고할 것 있나?”

“없습니다.”

“그럼 그만 나가봐. 마그마 길드는 계속 주시하고.”

“마그마 길드를 말입니까? 지금 거기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뒤에 누가 있는지. 혹은 누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란 말이야.”

“아, 네에. 알겠습니다.”

박재철이 인사와 함께 회장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한대광 회장이 소파에 등을 기대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마그마 길드······. 이 빌어먹을 놈들. 내 손으로 작살을 내고 싶었는데. 흐음······. 도대체 누가 나선 거지?”

한대광 회장은 일단 10대 게이트 그룹을 떠올렸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는 그룹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그마 길드 뒤에는 신화그룹이 있다. 선진그룹이 아니고서야 신화그룹과 맞설 그룹이 없다. 그 선진그룹은 워낙에 사이즈가 다른 그룹이다 보니 국내 그룹과는 다투질 않는다.

가뜩이나 정부 쪽에 많은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괜히 이런 일로 소란을 피울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그럼 10대 그룹은 아니라는 건데······.”

손가락으로 소파 손잡이를 두드리던 한대광 회장이 휴대폰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영원그룹 조영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한 회장 무슨 일이야.

“영찬아. 우리 숨김없이 까놓고 얘기하자.”

조영찬 회장과 한대광 회장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래서 이렇듯 말도 서슴없이 했다.

-뭐? 갑자기 뭔데?

“마그마 길드.”

-마그마 길드? 그 새끼들은 왜?

“뭐야. 너 몰라?”

-뭔 말이야.

“마그마 길드 오늘 작살 났잖아. 몰랐어?”

-누가? 도대체 어떤 놈들이?

“몰라!”

-마그마 길드는 네가 감시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모른다니 말이 돼?

“다크 스피어 애들이 감시를 했는데. 정체불명의 플레이어 두 명이 나타나서 애들을 작살을 냈대.”

-두 명? 가만. 마그마 길드를 작살을 낼 플레이어라면 S등급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한데······.”

-뭘 생각을 해. 그 정도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곳은 많지 않잖아. 한 곳밖에 더 있어?

조영찬 회장이 생각하는 곳은 선진그룹이었다. 선진그룹의 길드인 선진길드에는 S등급 플레이어를 무려 3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대광 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진그룹이 뭐 하러? 뭐 때문에 마그마 길드를 건드려?”

-혹시 모르지. 마그마 길드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선진그룹을 자극할 만한 것이 있는지도.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선진그룹의 방식이 아니야. 선진그룹이라면 이렇듯 어렵고 복잡하게 하지 않아.”

한대광 회장의 말은 선진그룹에 걸려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렇듯 무리한 일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음, 그렇긴 하다만······.

“그럼 어디지? 난 솔직히 네 쪽인 줄 알았다.”

-내가? 영진이 그렇게 되고 난 후로 영원길드는 유명무실해졌는데.

“그래도 나름 따로 키우고 있는 애들 없어? 있잖아.”

-그건 만에 하나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도움을 될까 싶어서 후원하는 길드들이고. 걔네들 실력으로는 마그마 길드와 게임이 안 돼. 설마 자네가 하고 발뺌하는 거 아니야?

“이 사람아. 자네는 내 성격 몰라? 내가 했다고 하면 당당히 했다고 하지. 안 했다고 그러겠니?”

-하긴 자네는 예전부터 관종이었지. 알리는 것 좋아하고 말이야.

“거참. 사돈 되었다고 말을 막 하네.”

한대광 회장이 피식 웃었다. 다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아무튼 그놈들이 가져간 것 중에 블랙 게이트에 관한 자료가 있어. 만약 그것이 블랙마켓에 나온다면 내가 돈 주고 사기로 했어. 일단 정보 길드에 의뢰는 할 생각이야.”

-그렇군. 나쁜 생각은 아니야. 그런데 문제는 그놈들이 그것을 팔까?

“뭐······. 한 천억쯤 걸어놓으면 연락이 오지 않겠어?”

-이야. 역시 한대광 자네는 참. 그깟 정보 하나에 돈 천억을 걸어버리다니.

“그깟 정보라니. 남들에게는 하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다르지.”

-그래. 그건 맞아. 그보다 제발 그 정보가 천억 원의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군.

“동감이야. 참! 요새 유진이는 뭐해? 그놈이랑은 잘 만난대?”

조영찬 회장이 입을 열었다.

-나도 몰라. 유진이가 경고했잖아. 누구라도 나서는 순간 모두 다 엎어버린다고.

“어이구. 도대체 그 애는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어.”

그 말에 조영찬 회장이 바로 말했다.

-누굴 닮기는, 며느리를 닮아서 그렇지.

“어허. 이 사람······. 왜 또 죽은 우리 딸 가지고 그래. 그리고 성격 더러운 것은 네 아들놈도 마찬가지거든.”

-야, 말은 바로하자. 우리 아들처럼 온순하고 착하고 그런 애가 어디 있다고 그래. 살다 살다 그런 등신 같은 아들놈은 처음 봤다.

“하하하, 하긴 네 아들놈이 좀 등신 같긴 해. 지 아버지 닮아서 말이야.”

-어허. 한대광! 너 자꾸 이럴 거야.

“농담이다. 농담! 그런데 이진우란 놈 말이야. 그냥 유진이에게 맡겨도 될까?”

-안 맡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뒷조사라도 좀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손주라고는 유진이 한 명뿐인데 말이야.”

조영찬 회장과 한대광 회장은 둘이 친구 사이다. 둘이 잘되면 자식들을 서로 결혼시키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조영찬 회장이 아들을 낳고, 한대광 회장이 딸을 낳았다. 두 사람의 자식들은 결국 결혼을 했고 손자, 손녀가 태어났다.

그리고 이 두 손주들에게 자신들의 회사를 물려주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물려받을 조영진이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후에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 실종이 되어버렸다.

비록 조영진은 실종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영찬 회장과 한대광 회장은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은 조유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설령 만약에 조영진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조유진에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이었다. 지금은 영원그룹과 대광그룹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할 시기였다. 그래야 겨우 10대 게이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원그룹의 인지와 기반. 그리고 대광그룹의 자본력.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일단 두 그룹이 합쳐지는 것을 다른 그룹들이 견제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지분을 가지고 싸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유진이가 답을 주겠지.

“그래. 유진이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어.”

-조만간 밥 한 끼 하자고.

“알았네.”

한대광 회장이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한쪽에 내려놓고 곧바로 비서실장인 차영수를 불렀다.

지금은 대광 그룹에서 일하고 있지만 차영수는 한때 잘나가던 A등급 플레이어였다.

똑똑!

문이 열리며 덩치 좋은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차영수 비서실장이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어, 차 실장. 정보 길드 중에서 제일 괜찮은 곳이 어디야?”

“요새는 서로서로 연결하는 상황이라 어딜 이용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도 가능하다면 디카페인 쪽과 연락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디카페인?”

“네.”

“거기도 정보를 사고팔아?”

“블랙 마켓 중에서는 디카페인에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모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거래되는 정보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뭐 그렇겠지. 그럼 거기에 슬쩍 얘기를 흘려. 블랙 게이트에 관한 정보가 들어오면 당장 사겠다고.”

“블랙 게이트 말씀입니까?”

차영수 비서실장은 재차 물었다.

“그래! 정보료는 일단 천억 원이고. 우리가 원하는 정보일 경우에는 추가금을 준다고 해.”

“네, 회장님.”

차영수 비서실장이 곧바로 나가서 디카페인에 정보 의뢰를 넣었다. 그러자 잠시 후 곧바로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희 쪽에 있는 정보인지 먼저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십니까?

“블랙 게이트에 관한 정보를 원합니다.”

-현재 블랙 게이트와 관련된 정보가 총 72건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어떤 블랙 게이트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최근에 생성된 블랙 게이트는 관심 없습니다. 가능하면 그레이 게이트와 관련된 정보가 필요합니다.”

-잠시만요. 그레이 게이트 건이라면······.

담당자가 열심히 확인을 해봤지만 정보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레이 게이트와 관련된 건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레이 게이트 관련된 것은 희귀하다. 블랙 게이트에서 그레이 게이트로 바뀐 것이 거의 없고 정보 역시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블랙 게이트에서 그레이 게이트로 바뀐 경우는 딱 2개였다.

하나는 진우와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조영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두 게이트에 관련된 정보는 없는 것이었다. 전자는 당사자인 진우가 꼭 숨기고 있었고 후자는 조영진을 비롯해 공략대가 전부 실종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디카페인조차도 정보료를 받고 팔아넘길 만한 정보가 없었다.

“그럼 이와 관련되어 정보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저희 쪽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일단 우선권 1번으로 등록하겠습니다. 정보료로 얼마를 거실 생각입니까?

“우선 천억을 걸도록 하겠습니다.”

-네? 처, 천억요?

“네. 문제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대신에 그 정보는 천억에 합당한 가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구매 비용이 높은 것은 저희들이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연락을 드립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내용이 좀 더 확실하다 싶으면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할 용의도 있습니다.”

-아, 최대가 천억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등록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차영수 비서실장이 마무리를 지었다.

디카페인 정보 담당자는 정보 의뢰를 받자마자 주변에 바로 관련 정보를 흘렸다.

-그레이 게이트와 관련된 정보 필요함. 정보료 천억!

그렇게 모든 블랙마켓과 정보 길드로 이와 관련 정보고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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