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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6화 (126/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6화

14. 일을 합시다(4)

박진철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던 지휘장교와 각성 병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도 B등급을 진우 덕분에 겨우겨우 깨고 있다. 하지만 그 상위 게이트가 나온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 그렇죠. 군부대라 좀 그렇죠.”

박진철이 바로 수긍을 했다.

“솔직히 강원도 내에서 A등급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 길드가 몇 군데 없잖아요.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A등급 게이트일 경우 대부분 연합해서 하니까요. 클리어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대장님이 워낙에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부부대장님과 안미숙 마법사님 두 분만 있어도 A등급 공략이 그리 어려울 것은 없을 겁니다.”

박진철은 절대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진우는 S등급에 올라선 것 같고, 안미숙도 거의 S등급에 육박했다고 봐야 했다.

이 둘이 좀 더 경험을 하게 된다면 S등급을 넘어서면 A등급 정도는 두 명이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S등급에 가까운 사람이 2명에다가 탐지꾼인 나까지. 내가 제대로 분석만 해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일단 이 얘기는 먼 얘기라. 다시 홍인욱 중위가 상황을 정리했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어쨌든 지난번보다는 밀도 수치가 높기 때문에 부대 편성을 아마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부대장님은 어떻게 편성을 했으면 좋겠습니까?”

“으음……. 달리 편성할 거라도 있어?”

“……없습니다.”

“그럼 지난번과 같이 하도록 하지.”

진우가 대답을 하고 난 후 지휘 장교들을 바라봤다.

“세 사람 생각들은 어때?”

세 사람 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좋습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게이트 때에도 너무 손쉽게 깨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큰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았다. 밀도 수치가 20이 올라간 것에 대해 딱히 체감하지 못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김세령 소령은 걱정이 되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에 새로 각성 병사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병사들을 충원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괜히 손발 안 맞는 병사가 와 봤자 더 힘들어집니다.”

김세령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진우의 시선이 박진철에게 향했다.

“진철이 형.”

“네. 부부대장님.”

“형이 게이트에 잠깐 들어갔다 와요.”

“뭐? 지금? 이 시간에? 이야, 아무리 그래도 탐지꾼이라고 해도 근무 시간을 맞춰줘야지. 조금 있으면 오후 6시 퇴근 시간인데……. 나보고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오라고?”

“게이트에 낮과 밤이 어디 있습니까. 알 만한 사람이 진짜…….”

“어? 안 속네.”

“형! 진짜 좀…….”

“알았어. 다녀 올게.”

박진철이 슬그머니 움직이려다가 슬쩍 안미숙을 바라봤다. 안미숙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랐다.

“왜, 왜! 왜 날 보는데.”

“자기야 나 혼자 갔다와?”

“으이구 진짜……. 왜에? 똥 살 때도 같이 가자고 하지.”

“이히, 같이 가 줄 거야?”

박진철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안미숙은 그런 박진철의 귀여움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척했다.

“아, 진짜……. 빨리 가!”

안미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렇게 박진철과 안미숙이 나가고 회의실에 있던 각성 병사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두 사람 보면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그렇지? 그래도 저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은 또 없는 것 같아.”

“맞습니다. 완전 짱 잘 어울립니다.”

한편으로 그런 두 사람을 부러워했다. 김슬기 대위가 많이 부러운 듯 보였다.

“두 사람 진짜 좋아 보인다. 그렇지?”

그런데 안유정 중위는 달랐다.

“아무리 그래도 저는 저렇게 연애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닭살입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유지태 중위가 한마디 했다.

“왜. 보기만 좋은데. 나도 우리 자기랑 저렇게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안유정 중위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 중위님은 와이프 되실 분과 두 살 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아.”

“그럼 저보다 한 살 어린데……. 말하는 것을 보면 몇십 년은 만난 것 같습니다.”

“어? 어어……. 그것이…… 잠깐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데.”

“유 중위님. 혹시 미성년자랑 사귀었어요?”

“아니……. 말을 꼭 그렇게 하나. 그때는 나도 어렸어.”

“그래도 그렇죠. 미성년자를 여자 친구로 만드시는 거예요?”

“만난 것은 여자 친구가 어렸을 때 만나긴 했지. 같이 지낸 것은 성인이 된 다음에 지냈지. 둘 다 양가 허락받고 말이야. 오해는 하지 마!”

“와, 유 중위님 그렇게 안 봤는데. 따지고 보면 완전 도둑놈입니다.”

안유정 중위의 말에 옆에 있던 김슬기 대위도 피식 웃었다.

“유 중위.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데.”

안유정 중위가 웃으며 슬쩍 진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다 부부대장님 때문입니다.’

사실 유지태 중위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진우에게 소개팅을 시켜준 것 때문에 공격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진우는 계속해서 아까 박진철이 손으로 그렸던 가상의 칠각형만 생각했다.

‘칠각형……. 칠각형이면 저기가 무슨 산이었던 것 같은데.’

진우는 뚫어져라 빔프로젝터가 쏘고 있는 지도를 바라봤다.

‘정말 저기에 게이트가 생성되나?’

진우는 계속해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블랙게이트 사건이 있기 전까지 각성 부대에는 총 20개의 부대가 존재했다.

각 부대마다 정원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보통 각 부대마다 80명에서 100명 사이의 작전 병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블랙 게이트 사건 이후로 1,000명의 각성 병사들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부대 인원이 많이 바뀌었다. 블랙 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조기 전역을 신청하는 인원도 많았고 추가로 들어오는 병력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현재 강원도 11사단 각성 부대원들은 400여 명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1부대에서 20부대의 병력도 2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중에서 진우와 함께 게이트 공략을 한 최민철 병장과 각성 병사는 3부대 소속이었다.

다들 실력을 쌓고, 가족들을 위해 마지못해 군복무를 하고 있지만 3부대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았다. 최민철 병장이 들어오자 바로 후임병이 말했다.

“최 뱀! 씻고 오신 겁니까.”

“어, 그래.”

최민철 병장이 자신의 자리로 갔다.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옆의 후임병을 불렀다.

“영호야.”

“상병 김영호.”

“너 언제 병장 달아?”

“에이. 각성 병사인데 뭘 그런 걸 따집니까. 각성 병사는 등급이 최고지 말입니다.”

“그렇지. 우리 영호가 등급이 뭐더라?”

“왜 이럽니까? 저 C2 아닙니까.”

“그래? C2가 옆 부대 애들처럼 게이트를 많이 돌아서 단 C2는 아니지?”

“에이, 진짜!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저 게이트 지수로 당당하게 C2단 플레이어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봉수 상병도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후임까지 얼굴이 환해지며 말했다. 사실 두 번째 게이트 공략을 마치고 3부대는 플레이어 검사를 받았다. 플레이어 검사는 주기적으로 받는다.

보통은 유료였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협회로 가서 자신의 지수가 얼마인지 알아보기 위해 유료로 결제를 한 후 확인을 한다. 그 돈이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되었다. 솔직히 그 돈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것에 비해 군대는 전투력 측정을 분기별로 실시를 한다. 그래서 각성 병사들도 분기별로 한 번씩 측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게이트 등급 3회 클리어 시마다 게이트 지수 검사를 한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게이트 지수 검사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최민철 병장을 비롯한 3부대는 진우와 함께 연달아 두 개의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덕분에 3회 게이트 공략 기준에 따라 게이트 지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최민철 병장을 비롯해 3부대 모두 플레이어 지수가 올라간 것이다.

한마디로 최민철 병장은 C2 등급에서 C3로 올라갔다. 김영호 상병이나 박봉수 상병, 이진식 상병, 황인정 상병들은 C1에서 C2로 올라갔다.

심지어 고영일 일병 같은 경우는 D2에서 C1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물론 게이트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개인성향과 상관없이 게이트 활동의 경험 때문인지 몇 단계의 등급이 오르긴 한다.

C등급 플레이어는 21 이상의 플레이어 등급을 받긴 하지만 보통 C등급에서 낮은 등급, C0, C1, C2 ,C3 같은 경우는 보통 게이트 활동 횟수를 채워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같은 C등급이라고 해도 처음에 각성했을 때 C4등급과 그 위의 등급으로 각성자들과는 좀 달리한다. D등급 이하로 각성하는 사람들은 성장치가 달라서 보통 B등급 이상을 꿈꾸려면 C등급 중반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한마디로 기본 상식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들어오는 병사들은 D등급이나 C등급 초반자들이었다. 물론 최민철 병장도 D등급부터 시작을 한 사람이었다.

최근에 최민철 병장도 C3등급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C2등급이었다. 그냥 게이트 활동을 그만큼 했기에 갖고 있던 등급이었다. 게다가 플레이어 지수는 20을 살짝 넘긴 수준에 멈춰 있었다.

그런데 두 번의 게이트 활동으로 C3등급으로 올라섰다. 던전 활동을 50회까지 채우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더군다나 플레이어 지수를 50을 넘겨 버리고 이제는 당당히 C3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와. 이러다가 우리 다 같이 B등급 찍는 거 아니냐?”

“그러게 말입니다. 군대 제대하기 전까지 C3는커녕, C4등급도 못 찍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눈물 나올 것 같습니다.”

“야야. 이게 다 누구 덕분이냐.”

“다 부부대장님 덕분입니다.”

“그래! 그러니 우리 앞으로 잘해야 해. 알겠어?”

최민철 병장의 말에 후임들이 일제히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황인정.”

“상병 황인정.”

“너 새끼야! 너 몬스터 핵 정리할 때 구시렁거리지 말고 해.”

“아니, 그것이…….”

“인마. 너 비위 약한 것은 아는데. 막말로 고생 좀 했다가 B등급 바라볼 때쯤 제대할래? 아니면 지금 제대할래?”

“지금 제대하면 큰일 나지 말입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봤자 짐꾼밖에 못 합니다. 제가 밑바닥 하려고 군대 들어온 줄 아십니까. 저는 여기서 등급 올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인마! 잘하라고. 나도 지금 전역 미루어가며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는데 넌 인마 나보다 짬도 안 되는데 왜 이래.”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민철 병장이 후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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