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27화
14. 일을 합시다(5)
“다들 들었지. 너 말이야.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말 너 쫓아내 버린다.”
“아, 저에게만 그러십니까.”
“하아, 인정아. 너 말이야. 아니다, 너희들 말이야. 이번에 포상 들어온 거 다들 확인했지? 게이트 공략비 말이야.”
“네. 했습니다.”
“확인 다 했습니다.”
후임들이 저마다 대답했다.
“내가 딱 계산을 해봤는데 말이야. 우리 부부대장님이 특별히 가져간 것은 하나도 없더라. 장교님들도 마찬가지야.”
“진짜입니까?”
“내가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려봤지. 내가 그런 것은 또 철저하거든. 아무튼 우리에게 다 줬어. 그것이 무슨 의미겠어? 물질적인 것을 초월하신 분이야. 일일이 하나하나 다 챙겨 주시고 말이야. 어느 길드를 가 봐라. 너희들이 이렇듯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최민철 병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최민철 병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 봐라. 우리 부부대장님 얼마나 세! 게다가 데려온 헬퍼들도 엄청 세잖아. 다들 장난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게이트들을 클리어하면 다들 쭉쭉 성장할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너희들 말이야. 고마운 줄도 모르고 구시렁거리면 되겠어, 안 되겠어?”
“구시렁거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짜증이 나겠니, 안 나겠니. 황인정!”
황인정 상병이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너 저번 게이트에서 유 중위님이 너 한참을 꼬라봤어.”
황인정 상병이 다소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너 구시렁거리고 투덜거린다고. 그러다 인마, 만일 유 중위님이 부부대장님에게 황인정은 안 되겠습니다. 그러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안 됩니다. 전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인마. 잘하라고.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지금 잠깐 고생하고 실력이 쭉쭉 늘어나는데……. 다들 꿀 빠는 줄 알아. 나 군대 들어오기 전 게이트 들어갔던 얘기 해줬지? 다들 사람 취급을 안 해주더라. 플레이어는 등급이야. 등급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세상이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더 엿 같은 것이 뭔 줄 알아? 발에 채이는 C등급들에게 무시당할 때야. 그때는 진짜 토 나올라고 해. 막말로 내가 너희들보다 군대 먼저 들어오고 짬 좀 있다고 갈구면 짜증이 안 나겠냐?”
“…….”
다들 눈치를 보며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최민철 병장은 그것만으로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다 알아 인마. 짜증이 나지.”
“아닙니다. 최 병장님 정도는 나쁜 편은 아닙니다.”
“우씨. 좋다는 소리는 안 하네. 아무튼 길드에 들어가면 더 심해. 차라리 우리처럼 한솥밥 먹으면서 구르면 전우애라는 것이 생기잖아. 그 녀석들은 그런 것도 아니야. 지들 편안하게 게이트 돌아다니려고 위험한 것들은 전부 우리에게 맡겨.”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못 믿겠으면 바로 전역해서 아무 길드나 들어가 봐라. 그럼 뼈저리게 느끼게 될 테니까.”
“…….”
“아무튼 너희들 지금 꿀 빠는 줄 알고 고마운 줄 알라는 말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끼리 똘똘 뭉쳐야 해. 내가 이런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만약에 다른 부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았어. 그럼 자기들도 꿀 빨겠다고 덤벼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야?”
“그건 안 되지 말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호흡을 맞춰왔는데 말입니다.”
“내 말이! 우리는 진짜 부부대장님 군대에 계실 동안은 정말 충실한 개가 되어야 해.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아무리 그래도 개는 좀…….”
최민철 병장이 바로 고개를 홱 돌려 눈을 부라렸다.
“그래서 인정이 너는 싫다고?”
“아닙니다. 충직한 맹견이 될 생각입니다. 제가 또 개띠 아닙니까.”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그러고 있다가 3부대 내무실로 옆 부대인 황인철 병장과 고대준 병장이 들어왔다. 이 두 사람 다 C3등급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다 플레이어 횟수로 C3등급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사람은 은근히 최민철 병장을 무시해 왔다. C3등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런데 최민철 병장이 이번에 C3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다들 놀라고, 당혹스러운 상태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해?”
최민철 병장의 시선이 문 입구로 향했다. 황인철 병장과 고대준 병장을 봤다.
“어? 황 병장님과 고 병장님이 저희 부대는 무슨 일입니까?”
“야. 최 병장. 너 이번에 C3 되었다며.”
“하하하. 네. 이제 같은 C3입니다.”
최민철 병장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고대준 병장이 입을 열었다.
“이야. 최 병장 같은 C3가 되었다고 목이며 어깨며 잔뜩 힘주는 것 좀 봐.”
최민철 병장이 갑자기 인상을 썼다.
“방금 뭐라고 그러셨습니까?”
“뭐?”
“뭐라고 했냐 말입니다.”
“내가 뭐? 뭐라고 했는데. 너도 C3이니 같이 존대라도 해 줘?”
“아니, 그거 말고 말이죠. 아니 두 사람은 게이트 활동을 많이 해서 C3이 된 것이고. 나는 플레이어 지수가 높아서 된 것이고. 같은 C3라고 해도 서로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한마디로 나는 찐이고, 두 분은 가라 아닙니까?”
순간 자존심이 상한 두 사람 중 황인철 병장이 버럭 소리를 높였다.
“야! 우리도 곧 지수 50 찍거든?”
“아니. 50을 찍고 말을 하십시오. 아직 찍지도 않았는데 같은 C3이니 뭐니 말을 하고 그럽니까. 듣는 사람 기분이 영 그러네……. 아니, 두 사람 30은 넘습니까?”
최민철 병장의 말에 두 사람이 헛기침을 흘리며 딴청을 피웠다. 이에 최민철 병장이 거의 쐐기를 박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 애들 대부분이 30을 넘겼습니다. 이러다가 우리랑 같이 가면 완전 개 발리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최민철 병장은 오랜만에 화끈하게 웃었다. 그동안 두 사람에게 은근히 무시당해왔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니 너무 통쾌했다.
황인철 병장이 바로 기분 나쁜 얼굴이 되었다.
“최 병장. 우리말은 조심하자.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먼저 들어왔는데…….”
“뭘 말입니까? 어차피 부대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언제 존중을 안 합니까? 존중하니 끝까지 말을 높여 주지 않습니까. 아니면 아저씨라고 불러줍니까?”
“와, 최 병장…….”
너무 당혹스러운지 황인철 병장 고대준 병장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너 괜찮은 놈인 줄 알았더니. 너 완전 양아치 쓰레기네.”
“누가 할 소리를 합니까.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쪽 부대로 가십시오.”
최민철 병장이 손을 휙휙 저었다. 두 사람은 인상을 팍 찡그리고는 몸을 홱 돌려 나가버렸다. 최민철 병장이 후임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너희들 봤지? 저 인간들 왜 왔을 것 같아? 우리 잘나가고 등급이 다 오르니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지 염탐하러 온 거잖아. 이러니 우리끼리 어떻게 해야겠어? 더욱 똘똘히 뭉쳐야겠지?”
“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황인정 정신 차리라고!”
“네. 알겠습니다.”
최민철 병장은 끝까지 황인정 상병을 꼭 집어 말했다. 솔직히 황인정 상병은 은근 고문관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정신 차리는 의미로 계속해서 말을 했던 것이다.
그때 3부대 문이 열리며 안유정 중위가 들어왔다.
“충성! 부대 휴식 중.”
“그래. 쉬어.”
“안 중위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안유정 중위가 3부대원들을 쭉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너희들 바로 준비 한 후 연병장에 집합해.”
“설마…….”
“그래. 게이트 떴다!”
보통 이 말이 나오면 다들 인상을 쓰면서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에 후임들과 최민철 병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얘들아. 경험치 먹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3부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엄청난 기운을 뿜어냈다. 그런 3부대를 보며 안유정 중위가 피식 웃었다. 저 기분을 자신도 충분히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병장에 모인 각성 부대원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각자 무기를 지급받고 체크하며 기다렸다.
“다들 이상 없나?”
“네. 이상 없습니다.”
유지태 중위 역시 언제나처럼 병력들을 체크하고 다녔다. 병력은 20명이었고. 그들을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진우가 연병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저번 게이트 때와는 좀 달라진 각성 부대원들이었다.
“어? 너희들 좀 달라진 것 같다.”
각성 부대원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또한 강한 정신력이 느껴졌다.
“역시 우리 부부대장님은 눈치가 빠르십니다.”
“저희 애들 다들 등급이 조금씩 올랐습니다.”
군대에서는 각성 병사들의 등급 확인을 위해 계급장에다가 표시를 한다. 쉽게 말하면 병사들 플레이어 등급을 확인하기 위해 계급장에 색깔을 표시했다.
E등급인 경우 계급장의 테두리 색깔이 녹색, D등급일 경우에는 파란색, C등급일 경우에는 노란색으로 표시가 된다.
기존에 20명의 각성 병사들 중 C등급이 5명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20명의 각성 병사들 중 15명이 계급장 테두리에 노란색을 하고 있었다.
진우가 깜짝 놀랐다.
“와, 이거 뭐야. 갑자기 전력이 급상승한 것 같은데.”
“저희만 믿으시지 말입니다.”
“네! 저희는 계속 성장할 겁니다.”
“더욱 몰아붙여 주십시오.”
각성 병사들의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자 진우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이제야 뭔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이다.
계급장 색깔이 다른 이유는 길드에서는 소수정예로 가기 때문에 플레이들끼리 어떤 것이 장기이고, 어떤 것을 잘하는지 스타일을 알고 간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더군다나 인원을 투입해 싸우다가도 갑자기 지휘가 넘어가 지휘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군대는 상명하복이다. 그래서 각성병사가 어떤 전력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계급장 테두리에 특별히 색을 넣은 것이다.
너무 대놓고 티를 내는 것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약간의 반발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계급장 테두리 색 정도로 차이를 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모인 각성 병사들 계급장 색깔이 바뀐 것이 다 같이 성장한 것이었다. 그런 것이 진우는 마음에 들었다.
“자, 준비들 다 되었지?”
“네.”
“그럼 출발하자! 다들 차에 탑승!”
“알겠습니다.”
진우도 차에 탑승하고 병력들도 차례대로 탑승했다. 게이트 트럭에 모두 탑승하자 곧바로 약속된 장소로 출발을 했다.
대략 40여 분을 달려 게이트가 생성된 곳에 도착을 했다. 진우가 차에서 내리고 생성된 게이트 주변에는 이미 게이트 헌병대가 나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그 입구에 헬퍼로 온 박진철과 안미숙이 있었다.
그런데 박진철의 안색이 약간 파리한 상태로 담요로 온몸을 칭칭 감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진우는 일단 김슬기 대위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