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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8화 (128/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8화

14. 일을 합시다(6)

“김 대위.”

“네.”

“자네가 일단 통솔해서 애들 준비시켜놔.”

“알겠습니다.”

진우는 지시를 내려놓고 곧장 박진철에게 갔다. 김슬기 대위가 나서서 각성병사들을 준비시켰다.

“자자, 다들 모이도록 해.”

김슬기 대위는 진우에게 통솔(A) 스킬북을 받아 배웠다. 그래서 현재 스킬 통솔을 이용해 각성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통솔 스킬이 있어서 그런지 김슬기 대위에게서 자신감이 가득 느껴졌다.

진우는 박진철 앞에 섰다. 그는 여전히 담요를 두른 채 대기했다. 안미숙이 진우를 먼저 발견하고 말을 붙였다.

“왔어?”

“네. 그런데 형 왜 그래요?”

안미숙이 박진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박진철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진우를 봤다.

“왜 그래 형?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후우…….”

일단 박진철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말도 마라. 나 안에서 진짜 죽다가 살아났다.”

“네? 뭔데요? 안에 뭐가 있었어요?”

진우는 바로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박진철이 이 정도라면 병사들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미리 알고 대비를 한다면 그 타격이 좀 줄어들 것이다. 박진철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안미숙이 말했다.

“박쥐래. 박쥐!”

“에에? 박쥐요? 박쥐는 뭐……. 괜찮지 않나?”

진우의 말에 안미숙이 바로 말했다.

“진철이 날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잖아. 특히 조류는 말이야.”

“아, 맞다. 그렇지. 형 플레이어 되기 전에 하마터면 비둘기에게 당할 뻔했죠.”

그러자 바로 박진철이 반응했다.

“야! 말 똑바로 해, 비둘기에게 당하다니. 이 새끼가 나를 무슨 이상한 놈으로 만들어. 그 당시 비둘기가 하도 시끄럽게 구니까. 비둘기를 쫓아내려는 과정에서 약간 습격을 당한 거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어쨌든 그 일 때문에 박진철은 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아니 날아다니는 모든 새에게 말이다.

“그래서 조사 안 하고 바로 나왔어요?”

“뭔 소리야. 나 탐지꾼이야. 아무리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도 조사는 제대로 해야지.”

“오오……. 프로 탐지꾼!”

진우의 칭찬에 박진철의 어깨가 으쓱했다. 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나에게 말해줘요.”

“뭐?”

“형 지금 상태 안 좋잖아요. 괜히 이 모습으로 애들에게 보여봤자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내가 애들에게 브리핑할 테니까 말해줘요.”

박진철은 바로 억울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위험을, 아니, 트라우마를 가지고 힘겹게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걸 날름 받아먹겠다고 한다.

“와, 자기야! 얘 말하는 것 봐라. 완전 어이없네.”

안미숙도 바로 동조했다. 그녀는 진우를 차갑게 바라봤다.

“이진우. 우리 자기가 그 개고생을 했는데 왜 네가 생색내.”

“아니, 누나. 걱정이 돼서 그렇죠.”

“그럼 그냥 걱정만 해. 걱정만! 너 어이없다. 그렇지, 자기야.”

“내 말이!”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았어요. 그럼 형이 브리핑한다는 거죠?”

“그래!”

“그럼 좀 쉬다가 애들 있는 곳으로 와요.”

“알았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박진철이 병력이 모인 곳으로 왔다. 진우는 박진철을 보며 저렇게 해서 제대로 된 브리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박진철은 또 쇼맨십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브리핑을 시작했다.

“자! 주목.”

“주목!”

모두의 시선이 앞에 있는 박진철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박진철입니다. 여기서 또 만나니 반갑네요.”

일단 박진철은 브리핑 전에 긴장하고 있는 병사들의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분위기가 많이 경직되어 있네요. 우리 분위기도 좀 바꿔볼 겸 지난번 휴가 때 무슨 일을 했는지 얘기해 볼까요?”

“…….”

각성 병사들은 뜬금없는 질문에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어리둥절한 자세로 있다가 김슬기 대위는 바로 박진철에게 질문을 받았다.

“김 대위님. 김 대위님은 휴가 때 뭐하셨어요?”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슬기 대위가 당황했다. 박진철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저, 저는 그냥 집에만 있었는데요.”

“하하하, 보통 꼭 저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클럽에 가서 광란의 밤을 보내기도 하죠.”

“어? 아, 아닌데…….”

김슬기 대위는 당황하며 앉아 있는 병사들을 살폈다. 몇몇의 병사들이 피식피식 웃고 그랬다. 이번에는 안유정 중위에게 향했다.

“안 중위님는 뭐 했어요?”

“저는 모처럼 집에서 쉬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었어요.”

“그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오히려 지난번보다 살이 더 빠진 것 같은데요.”

“어멋! 뭐예요!”

안유정 중위는 괜히 부끄러운지 붉게 물든 얼굴을 돌렸다.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유지태 중위에게 시선이 갔다.

“그럼 우리 유 중위님은…….”

“아, 저는…….”

“안 궁금합니다.”

박진철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지태 중위는 살짝 민망한 웃음을 보였다. 이렇듯 긴장감이 풀어지자 그제야 박진철이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자! 고담시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누구죠?”

“배트맨입니다.”

“그렇죠. 배트맨이죠. 그럼 배트맨을 상징하는 것은 뭐죠?”

“박쥐입니다.”

“네, 맞습니다. 박쥐입니다. 그럼 탐지꾼인 제가 다녀온 것이 어디다?”

“게이트요.”

“네, 정확합니다. 그럼 저 게이트 안에 뭐가 있다?”

“……박쥐?”

“딩동댕! 정답입니다.”

“와, 박쥐구나.”

“서, 설마 흡혈박쥐는 아니겠죠?”

“에이, 진짜 박쥐가 흡혈을 할까? 그건 뱀파이어잖아.”

“뱀파이어가 박쥐 아닙니까?”

“그, 그런가?”

각성 병사들이 서로를 얘기했다. 분위기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박진철이 박수를 쳤다.

짝짝!

“자자, 주목!”

박진철의 굵직한 말에 각성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네. 좋습니다. 저 게이트 안에는 박쥐가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럼 여기서 박쥐형 몬스터를 공략해 본 사람 거수!”

“…….”

이번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각성 병사들도 누가 손을 드는지 살폈지만 없었다. 박진철이 고개를 작게 몇 번 끄덕였다.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니 그런 것 같았어요. 다들 박쥐를 뱀파이어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박쥐는 조류지만 포유류에 속합니다. 뭐, 배트맨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뭐랄까? 호감형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아주 흉측한 놈입니다. 이놈들은 당연히 천정에 붙어서 생활하죠. 그래서 공격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가 플레이어 총을 어떻게 쐈습니까? 전부 다 정면을 향해 쐈죠? 이번에는 위로 올려서 상단을 향해 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총을 쏘는 데 무리가 있을 겁니다. 그렇죠?”

“…….”

박진철의 물음에 각성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 공략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날개로 온몸을 감싸고 있어서 방어력 역시 높아요. 어쩌면 플총이 안 먹힐지도 몰라요.”

“……그렇습니까? 공략이 많이 어렵습니까?”

“그, 그럼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합니까?”

각성 병사의 질문에 박진철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잘 들어요. 아무리 어려워도 공략은 있어요. 어떤 몬스터든 약점이 존재하고 그 약점을 토대로 공략을 하면 되는 겁니다. 일단 박쥐소굴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원거리 딜러들의 활약이 필요합니다. 물론 플총도 원거리 무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강력한 한 방이 될 그런 공격이 필요합니다. 그 공격을 통해 박쥐들이 천정에 붙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에게는 A등급 마법사님이 계시죠.”

박진철이 자연스럽게 안미숙을 소개했다.

“자, 박수! 박수!”

안미숙은 바로 민망해졌다.

“아, 진짜……. 그만해.”

그러거나 말거나 박진철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여기 계신 우리 A등급 마법사님께서 가벼운 마법으로 천장에 있는 박쥐들을 떨어뜨릴 겁니다. 그럼 바닥에 떨어진 박쥐들은 어떻게 됩니까? 많이 당황하겠죠? 이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쏘면 되죠? 위로 쏘아야 할까요? 아니면 바닥에 떨어진 박쥐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쏴야 할까요?”

“바닥에 떨어진 박쥐를 쏴야 합니다.”

“그렇죠. 바로 그것입니다. 이해가 되죠?”

“네. 그렇습니다.”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설명을 듣고 있는 진우는 박수를 치고 싶었다.

“와, 역시 진철이 형. 설명 하나는 기똥차게 한다니까.”

그리고 박쥐들의 공격 패턴과 단체 움직임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자, 여기까지 듣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 거수!”

“…….”

하지만 아무도 들지 않았다. 그만큼 박진철의 설명이 이해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공략에 들어가도록 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현재 각성부대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게이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모두들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유지태 중위가 앞으로 나섰다.

“자, 모두들 박쥐 공략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숙지하고, 자! 박쥐 사냥하러 들어가자!”

“우오오오!”

“으합!”

각성 병사들이 다들 기합 소리를 내며 하나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진우와 헬퍼인 박진철, 안미숙이 들어갔다.

앞서 클리어했던 개미굴과 하수구 게이트처럼 이번에는 박쥐굴에 들어왔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진우의 귓가로 알람이 울렸다.

띠링!

-박쥐굴(B)에 들어왔습니다.

각 병력들에게도 알림음이 갔다. 그 외 진우는 또 다른 알람을 체크했다.

띠링!

-던전에 입장해서 플레이어 등급 제한이 해지됩니다.

-플레이어 등급이 B등급에서 S등급으로 변경됩니다.

진우의 몸에 기운이 충만해졌고,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다시 알람음이 들려왔다.

-감춰져 있던 무기 및 방어구가 활성화됩니다. 현재 활성화된 방어구 현황입니다.

-흑룡의 갑주

흑룡의 비늘로 만든 전신 갑옷.

S등급. 파괴되지 않음. 귀속.

구현률(3.05퍼센트)

-흑룡의 투갑

흑룡의 이빨을 박아 넣은 전투용 장갑.

S등급. 파괴되지 않음. 귀속.

구현률(3.05퍼센트)

-흑룡의 팔찌(좌)

흑룡의 힘이 서린 아티펙트.

S등급. 파괴되지 않음. 귀속.

1일 1회에 한해 모든 대미지 100퍼센트 방어(자동 구현/E)

-흑룡의 팔찌(우)

흑룡의 힘이 서린 아티펙트

S등급. 파괴되지 않음. 귀속

모든 스탯 + 300[E]

-흑룡의 목걸이

흑룡의 힘이 서린 아티펙트

S등급. 파괴되지 않음. 귀속.

공격력 및 방어력 100% 상승

자체 회복 능력 100% 상승

-흑룡의 귀물 세트 효과[E]

2개 -추가로 공격력 100%

3개 -추가로 방어력 100%

4개 -추가로 생명력과 정신력 100%

5개 -추가로 모든 스탯 + 100

현재 흑룡의 귀물 세트 효과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진우는 그것을 확인한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떠 있는 알람창을 확인했다.

-어둠의 박쥐 동굴(B) 0/3,000

-1번 박쥐 동굴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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