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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30화 (130/177)

힘을 숨긴 귀환자 130화

14. 일을 합시다(8)

“그래서 부러우십니까?”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저 각성병사들도 그렇고 저 양반들 게이트에 들어가서 목숨 걸고 싸우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왜 쟤네들은 꿀을 빠는 느낌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예전 같으면 부러워했는데 얼마 전 파병 다녀온 애들 얘기를 들었습니다. 교육장교 하나가 반병신이 되어 왔다고 합니다. 팔 하나에 눈 하나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 그래?”

“네. 사실 그 장교랑 친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좀 그랬습니다.”

김치석 대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성욱 소위가 입을 열었다.

“저 말입니다. 플레이어가 되더라도 솔직히 이 소령님 따라 다니고 싶습니다.”

“그건 나도 동감이다. 이 소령, 수완이 참 좋은 것 같아. 막말로 전쟁이 터졌는데 작전참모 밑에 있어 봐. 분명 우리를 총알받이로 만들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시각 이준식 대령은 자신의 귀를 후볐다.

“뭐지? 누가 내 욕하나?”

간질간질거리는 귀를 후벼 파며 인상을 썼다. 그때 번뜩 누군가가 떠올랐다.

“설마 사단장인가?”

이준식 대령은 엉뚱한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세 번째 방을 쓸어버리고 난 후 각성병사들은 한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준비해 온 전투 식량을 꺼내 기력을 회복했다.

박진철과 안미숙 역시 전투식량을 섭취했다. 박진철은 전투식량을 먹으며 인상을 썼다.

“와, 진짜 맛없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이걸 먹지?”

“그러게. 어떻게 먹지?”

그 모습에 진우가 한마디 했다.

“아니, 게이트 안에서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합니까.”

“우리는 게이트 활동을 하지만 이런 전투식량은 안 가지고 들어오지. 그리고 네가 그랬잖아. 전투식량 맛있다고. 그래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건 좀 너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거 만드냐?”

박진철의 물음에 진우가 말했다.

“거기 어디서 만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박진철이 바로 포장을 확인했다. 신화푸드라고 찍혀 있었다.

“신화푸드? 혹시 신화그룹에 있는 거냐?”

“앞에 신화 붙어 있잖아요. 그럼 신화 거지.”

“에이씨…….”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진우 역시도 오늘 가져온 전투식량은 맛이 없었다.

“나만 이상한가?”

진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시선을 각성병사들에게 향했다. 유지태 중위가 눈치를 채고 말했다.

“아마 게이트 공략을 너무 쉽게 해서 그런지. 다들 배가 고프지 않은 모양이라 맛없게 먹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네.”

“저희가 가지고 들어온 것이 있어서 전투식량을 먹는 겁니다. 저희 게이트 진입한 지 한 시간 30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평소였다면, 방 하나 깨고 두 번째 방을 공략 중일 겁니다. 그런데 오늘은 3번째 방을 끝내고 났는데도 딱히 피곤한 것도 모르고 힘든 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유 중위 말은 우리가 고생을 하지 않아 맛없다는 건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우리가 빨리 끝내긴 했지만 먹을 건 먹어야지. 노동은 했잖아.”

“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게이트 공략을 할 때는 항상 전투 식량을 많이 챙겨간다. 플총을 쏘기 위해서는 각성병사들의 마나를 소비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살짝 위험한 방식이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스킬을 사용하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힘들면 뒤로 빠져 휴식을 취한다. 마나가 찰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플총을 쏘면 마나 소모가 크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플총을 쏘다 보면 어느 순간 마나 고갈이 나서 마나 쇼크가 생길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훨씬 많은 마나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성병사들에게는 시간 날 때마다 충분히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게다가 음식 섭취를 통해 체력까지 보충을 시켜줘야 했다.

“으음…….”

진우가 보기에 각성병사들은 군말 없이 잘 먹고 있다.

어차피 현재 몬스터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플총을 쏘는 것이고 말이다. 방마다 본인들이 쏜 플총의 총알 개수 역시 정해져 있다.

“요새 들어서 전투 식량이 맛나네.”

“그러게 말입니다.”

각성병사들은 현재 먹고 있는 전투 식량에 만족하고 있었다.

안미숙이 진우에게 다가왔다.

“진우야. 병사들이 좀 지친 것 같은데. 다음 방은 내가 좀 응? 으응?”

안미숙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알았어요. 4번째 방이랑 7번째 방은 누나가 맡아요.”

“아싸! 내가 맡는다.”

안미숙은 자신이 처리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진우는 안미숙이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궁금했다.

‘대놓고 불의 심판을 날리지는 못할 텐데…….’

진우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안미숙이 그런 진우를 바라봤다.

“너 방금 이 생각했지.”

“뭘요?”

“불의 심판을 어떻게 사용하지? 그 생각 말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요?”

진우의 물음에 안미숙이 씨익 웃었다.

“네 표정에 다 드러나. 걱정 마. 네가 생각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냥 벽에다가 불의 심판을 때려 박아 버릴 거야.”

안미숙이 의지를 활활 태웠다.

“누나. 그건 좀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불의 심판이 터지고 나면 그 열기가 장난 아닐 텐데…….”

“그렇다고 저 녀석들을 떨어뜨리고 나서 불의 심판을 날리기에는 너무 딜레이가 심해. 마나 소비도 심하고.”

“마나가 얼마나 든다고…….”

“마나 소비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거지. 마법사는 절대로 비효율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면 안 돼.”

안미숙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안미숙이 앞서 마법으로 도울 때도 불의 열기를 통해 박쥐들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건 안미숙의 방식이 아니었다. 너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미숙은 마음만 먹으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천장에 붙어 있는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박진철로부터 각성병사들의 경험치를 쌓아야 하고, 군대는 그렇게 비무장 전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그런 식으로 박쥐를 떨어뜨려 준 것이었다. 그것보다 가장 큰 것은 박진철의 또 다른 말이었다.

“자기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헬퍼 비용은 20%야. 왜 더 열심히 하려고 해?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 그러네.”

“그렇지. 우리 자기가 얼마나 비싼 몸인데 쓸데없이 그렇게 마법을 낭비해. 그냥 자기는 할 만큼만 해.”

“역시 우리 자기는 똑똑해.”

이런 말을 듣고 안미숙은 박진철의 주문대로 초반에 돕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안미숙은 불의 심판의 숙련도를 쌓으려면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 사용을 해줘야 했다.

또한 불의 심판이 광역 마법이다 보니 한꺼번에 끝내버리는 것이 속 편했다.

“그래서 진짜 저 천장에 쏘아버리겠다는 겁니까?”

진우의 물음에 안미숙이 해맑게 웃었다.

“응.”

“그런데 그게 돼요?”

“너 잘 모르나 본데. 나 어마어마한 마법사야. 게다가 중력 마법도 익혔어.”

“중력 마법?”

“아, 그건 내가 조금 있다가 보여줄게.”

각성병사들은 식사를 다 마치고 휴식을 취한 후 4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는 박쥐 역시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오, 처음에는 징그러웠는데 자꾸 보니 귀엽다.”

“그러게. 저렇게 보니 아몬드 초코볼을 천장에 박아 놓은 것 같아.”

“야이씨! 그런 말 하지 마. 아몬드 초코볼을 집에서 못 먹잖아.”

“왜에…….”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자, 이 방은 안미숙 마법사님께서 하기로 했으니 다들 박수 박수!”

짝짝짝짝짝!

각성병사들도 박수를 치며 다들 구경하겠다고 얼굴을 쭉 내밀었다. 각성병사들이 박수를 치며 시끄럽게 구는데도 박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본 유지태 중위가 입을 열었다.

“어라? 쟤네들 진짜 겁먹은 모양입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꿈쩍을 안 하지? 박쥐들 엄청 귀 좋지 않나?”

안유정 중위가 슬쩍 말했다.

“박쥐들도 충분히 들리지만 안 들리는 척하려는 녀석들의 마음도 이해를 해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안미숙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 방으로 들어간 후 안미숙이 나직이 외쳤다.

“리버스 그래피티(Reverse Graffiti).”

그 순간 안미숙의 몸이 공중에 부웅 뜨더니 몸이 천천히 돌아갔다. 역방향으로 바뀐 후 갑자기 몸이 천장에 착 하고 붙어버렸다.

쿠웅!

부스스스스.

그 충격으로 천장에 있던 돌 부스러기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박쥐들이 당황했다. 그들은 인간이 자신들과 같이 발이 천장에 붙을 줄은 몰랐다.

안미숙이 씨익 웃었다.

“어이, 박쥐들 잘 있었어? 너희들이 자꾸 위에만 붙어 있어서 이 누나 목이 아프잖아. 이 누나의 목을 아프게 한 죄로 혼 한번 나보자!”

안미숙이 두 팔을 뻗었다. 그러곤 주변의 마나가 요동쳤다. 박쥐들이 당황했다. 지금 안미숙 주위로 몰리는 마나의 파동이 장난이 아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박쥐들이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것을 눈치챈 안미숙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불의 심판!”

이미 모든 캐스팅을 다 끝낸 안미숙이 그대로 불의 심판을 내리꽂았다.

콰쾅!

화르르르르르륵!

엄청난 열기가! 엄청난 화염이! 천장 전체를 휘감았다. 그곳도 한 곳이 아닌 4번째 방 전체에 말이다. 한마디로 통구이를 만들 심산이었다. 물론 그 중앙에 있는 안미숙은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불의 심판으로 인해 통구이가 된 박쥐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재로 산화되었다.

펑, 펑, 펑!

안미숙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안미숙은 천천히 천장에서 발이 떨어지며 도로 땅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그리고 불의 심판 숙련치를 확인했다. 안미숙의 미소가 그려졌다.

불의 심판 숙련치가 어느덧 B등급을 돌파한 것이었다. 몇 번 더 사용하면 A등급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숙련치 쭉쭉 오르네.”

안미숙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진우는 다가온 안미숙을 보며 물었다.

“누나, 괜찮아요?”

“그럼! 전혀 아무렇지 않아. 그것보다 나 불의 심판 숙련치가 A등급으로 올라가겠다.”

“와, 그래요? 그럼 맥스도 코앞이겠네요.”

“에이. 그건 아니지. A등급까지는 한참 가야 해.”

안미숙의 말에 진우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누나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 애들 경험치 뺏어가려고…….”

“어! 너 누나를 그런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냐. 아니지, 너도 숙련치 A등급에서 S등급까지 찍는 거 엄청 힘들었잖아. 안 그래?”

“뭐, 그렇긴 했죠.”

솔직히 말해서 E등급에서 D등급, C등급까지 숙련치는 금방 올린다. 그런데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리는 시간부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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