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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31화 (131/177)

힘을 숨긴 귀환자 131화

14. 일을 합시다(9)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릴 때는 해당 스킬을 제대로 구사하면서 꾸준히 사용해야 하고, 그만큼 몬스터들을 사냥도 해야 한다.

만약 불의 심판이 일대일 마법이었다면 안미숙이 숙련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참이 걸렸을 것이다. 일일이 한 마리씩 다 잡아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광역 마법이다 보니 안미숙이 한 번에 300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몰살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런 실정이다 보니 숙련치가 한꺼번에 쑥쑥 올랐다. 그렇다고 해도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한세월이었다. 물론 A등급에서 S등급까지 올리는 것은 더 힘들다.

그래서 안미숙은 최소한 S등급을 바라보는 시점까지는 계속해서 군부대와 함께 게이트 활동을 할 생각이었다.

“자, 그만 다음 방으로 가자.”

충분히 휴식을 취한 각성병사들은 그대로 5번째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방 역시 깔끔하게 끝내버렸다.

게이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치석 대위는 당황했다.

“뭐냐. 어떻게 시간이 더 단축되었지? 방금 수치는 6번째 방까지 클리어를 한 거잖아. 그렇지?”

“네. 갑자기 수치가 떨어진 곳이 바로 4번째 방을 공략하던 시점인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때 뭔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성욱 소위가 바로 말했다.

“무슨 일?”

“파장이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아. 큰 마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 마법사님이 엄청 센 것 같지 말입니다.”

“뭐? 내가 봤을 때는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김 대위님. 그 마법사님 앞에서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야야, 우리끼리 있어서 하는 말이지. 아무튼 이런 식이면 곧 나오겠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할 수 있겠다. 야간도 하지 않고 말이야.”

“네.”

나성욱 소위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김치석 대위는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하아, 그보다 작전참모님께는 어떻게 보고를 하냐. 그 양반 가뜩이나 충격받고 계실 텐데…….”

“그냥 한꺼번에 보고하시지 말입니다.”

“안 돼. 한꺼번에 보고했다간 엄청 지랄한단 말이야. 저번에도 그랬는데……. 하아, 내가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말이야. 그냥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

“그래도 여긴 만큼 편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거야 옛날 말이지. 이 소령이 복귀하고 난 후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김치석 대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와 공략대는 9번째 방까지 순식간에 클리어해 버렸다. 보스방 앞까지 오는 데 두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진우는 어둠의 대왕박쥐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어둠의 대왕박쥐를 앞에 두고 잠깐 작전타임을 가졌다. 대원들은 원으로 빙 둘러앉아 남은 간식들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자자, 많이들 먹어요.”

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안미숙이었다. 그녀가 특별히 간식을 만들었다면서 손수 챙겨온 것이었다. 부대원들은 놀라면서 간식을 받아먹었다.

“와, 마치 소풍 나온 것 같지 않습니까?”

“나는 진짜 보스 방을 앞에 두고 간식 먹는 것은 처음이다.”

“저도입니다. 진짜 뭔가 여유롭지 않습니까?”

“내 말이. 게이트 들어와서 이렇듯 여유로웠던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어.”

병사들이 저마다 얼굴이 환해졌다. 예전에는 C등급 던전에 들어갈 때도 긴장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박감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B등급 게이트에 들어왔음에도 진짜 생각지도 못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보스 방 앞에서 먹으니 왠지 모르게 마지막 만찬 같은 느낌도 듭니다.”

최민철 병장이 바로 말했다.

“야이씨.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무슨 마지막 만찬이야. 우리 미숙이 누님도 있고. 진철이 형님도 있는데 말이야.”

“어? 우리 부부대장님은 왜 뺍니까.”

“우리 부부대장님이야. 말이 필요 없지 않냐?”

“그건 그렇습니다.”

“그보다 이거 정말 맛있지 않냐?”

“네. 맛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안미숙을 보며 소리쳤다.

“미숙이 누님. 이거 정말 누님이 만드신 겁니까?”

안미숙이 고개를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당연히 내가 만들었지. 왜? 먹을 만해?”

“아니요. 맛은 있는데요. 어디서 먹어본 것 같아서 말이에요.”

“어어?”

안미숙이 살짝 당황했다.

“아니. 저희 집 근처에 제과점이 있는데요. 거기 맛하고 비슷해서요.”

안미숙이 바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이구. 거길 아는 사람이 또 있네.’

물론 안미숙이 처음에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오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에 박진철과 붙어 있던 시간이 많고 갑자기 부름을 받다 보니 직접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안미숙이 급한 대로 제과점에 가서 싹쓸이해 왔다.

원래 다른 사람들은 그런 간식 같은 걸 들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안미숙은 마법사고, 아공간도 넉넉했다. 거기다가 비싼 돈을 주고 산 부패 방지 가방도 가지고 있다.

보통 마법사들은 후방에서 지원을 하기 때문에 비상식량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따로 챙겨 다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그들은 언제든지 생존을 최우선하기 때문이었다.

안미숙도 그런 편이었다. 그래서 간식을 잔뜩 챙겨서 가져와 병사들에게 나눠줬다. 한데 설마 그 맛을 알고 있는 병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 박진철이 슬쩍 눈치를 살피다가 안미숙에게 다가가 낮게 말했다.

“어험, 자기야. 설마 그 맛을 알고 있는 병사가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러자 안미숙이 박진철을 툭 쳤다.

“조용히 해. 아직 완벽하게 눈치채진 못했단 말이야.”

“에이. 딱 봐도 손으로 만든 거랑 가게에서 파는 거랑 느낌이 다르잖아.”

바로 안미숙이 눈을 흘겼다.

“칫. 누구 때문에 간식을 못 만들었는데.”

“아니, 그게 누가…… 예쁘게 생기래?”

“뭐래.”

“널 볼 때마다 내 심장이 이렇게 바운스를 때리는데 어떻게 하라고! 널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둬! 널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는 사람은 얼음 심장을 가진 사람뿐일 거야.”

순간 안미숙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박진철을 툭 쳤다.

“어머, 어머! 미쳤나 봐.”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보는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가 있었다. 안유정 중위는 새삼 부러운 시선으로 말했다.

“정말 부럽다. 안 그렇습니까, 김 대위님.”

김슬기 대위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그런데 김 대위님은 남자친구를 안 만나십니까?”

“나? 나야 뭐…….”

김슬기 대위의 시선이 슬쩍 진우에게 향했다. 고개를 돌렸다.

“……그냥 혼자가 편해.”

솔직히 김슬기 대위도 잠깐 진우를 마음에 품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람이 있고, 오랫동안 보면서 진국인 것을 깨닫게 되는 사람도 있다. 바로 후자가 진우였다.

김슬기 대위도 처음에는 진우에 대해 잘 몰랐다.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부부대장으로 부임하고 난 후부터 몬스터 처리나 앞장서서 해결하는 남자다움에 반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안유정 중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부터 안유정 중위의 결혼관은 플레이어와 하는 것이었다. 자신도 플레이어고 아무래도 일반인은 자신의 플레이어 삶을 이해하지 못해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슬기 대위가 슬쩍 물었다.

“그럼 안 중위는 남자친구 안 만들어?”

“저는 일반인 남자친구는 안 만들려고 합니다.”

“아니, 왜? 플레이어들은 일반인 애인 많이 사귀지 않나?”

“그건 성향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요. 저는 아시다시피 쉴 때 푹 쉬어야 합니다.”

“어……, 그렇지.”

김슬기 대위도 바로 수긍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휴가 때 안유정 중위랑 만나서 맛집 투어를 다녔다. 물론 김슬기 대위도 쉴 때는 많이 먹는다. 그런데도 안유정 중위의 먹방은 도저히 이기지를 못했다.

‘하긴 정말 그때의 안 중위는 걸신이 배에 들어 있는 줄 알았지.’

눈 깜짝할 사이에 백만 원어치를 하루에 뚝딱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것도 ‘이 정도면 잘 먹었네’라는 말을 해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생각을 하며 피식 웃는 김슬기 대위였다.

“김 대위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그 모습을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일반인들은 정말 감당 못 합니다. 먹는 걸로 돈 다 나간다고 말입니다. 엄청 화낼 겁니다. 뭐, 재벌2세라면 모를까.”

“재벌2세도 좀…….”

“하긴 그렇죠. 재벌 2세가 왜 저랑 만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플레이어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디 우리 부부대장님 같은 남자가 안 떨어집니까?”

“그러게……. 나도 부부대장님 같은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김슬기 대위가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안유정 중위가 깜짝 놀랐다.

“어? 김 대위님……. 뭐예요? 언제는 부부대장님 관심 없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니. 부부대장님 같은 듬직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거지.”

“듬직함은 또 유 중위님 아닌가?”

“유 중위? 글쎄다. 유 중위는 좀…….”

김슬기 대위는 원래 유지태 중위랑 나쁘지 않게 지냈다. 그러나 유지태 중위가 조유진을 진우에게 소개시켜 준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안유정 중위가 동의했다.

“하긴 요즘 유 중위님 약간 물리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맞아. 정말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이 구시렁거리는 것을 귀가 밝은 유지태 중위가 듣게 되었다.

‘저, 저기 말입니다. 다 들리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저도 두 사람 별로입니다. 전 여자친구 있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인상을 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진우가 유지태 중위를 불렀다.

“유 중위.”

“네. 부부대장님.”

“오늘 어때? 할 만해?”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많이 지친 사람처럼 말이야.”

“예? 아, 그렇게 보이십니까?”

“그래! 이번 게이트는 좀 힘들어? 아니면 요새 게이트를 너무 자주 돌았나?”

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지태 중위가 황급히 두 손을 흔들었다.

“아,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게이트 외적으로 좀 힘든 일이 있습니다.”

그 순간 진우가 바로 오해를 했다.

“뭐야. 아무리 두 사람이 곧 결혼할 사이라고 해도 그렇게 티를 내서야 되겠어?”

“아후,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 여자친구가 일반인이지 않습니까. 일반인 상대로 과하게 사랑을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나?”

진우는 정말 뜻밖의 말이라는 듯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부대장님은 일반인 여자친구를 만나본 적 없으십니까?”

“나야, 플레이어로 각성하기 전까지는 일반인 친구를 만났지. 그러다가 플레이어로 각성하고서는…….”

진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네.”

“개인적으로 숨기고 싶은 것입니까?”

“어. 나에게 있어서 흑역사나 다름이 없지.”

진우는 김미영을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지태 중위가 바로 생각이 나는지 물었다.

“참. 유진 씨랑은 잘되어가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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