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35화
14. 일을 합시다(13)
“감사는 무슨 그래도 자네가 각성부대 규율을 잡아줘서 고마워. 자네 아니었으면 좀 까다로울 뻔했어.”
“까다로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워낙에 이 소령이 잘하는데 말입니다.”
김승철 소장을 임경식 중령을 서울로 보내주기로 했다. 대신에 각성부대를 진우에게 넘기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임경식 중령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모든 것을 넘겼다.
김승철 소장도 그것에 대해 미리 보고를 다 받았다. 현재 각성부대는 임경식 중령이 없더라도 착착 돌아갈 수 있게 보고체계가 다 바뀌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임경식 중령은 임태식 대위와 김영철 중위, 이민욱 중위 등 진우를 껄끄러워하는 장교들을 전부 다른 부대로 전출을 시켰다.
물론 그 공석을 세 장교들이 채워야 하겠지만 누가 오든지 간에 그 전부터 진우와 부대꼈던 사람들보다는 나았다.
어쨌거나 저 세 사람은 오래전부터 진우와 군 생활을 함께해왔다. 그런 상태에서 진우가 치고 올라가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저 세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게다가 새로 올 장교들 역시 진우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 세 사람처럼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듯 임경식 중령은 교통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놓은 것이다.
“자네 덕분에 한 시름 놓았네. 고맙네.”
김승철 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임경식 중령이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아닙니다. 사단장님. 그보다 제가 서울 가면 제 자리는 어떻게 됩니까?”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가급적이면 빈자리로 놔둘 거라고.”
“작전참모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고 할 것입니다.”
“훗.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내가 가만히 두겠다는데……. 내가 사단장이야. 아직 나 힘 죽지 않았어.”
“그건 압니다. 아는데……. 하지만 작전참모도 바보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사람을 채우려고 할 겁니다. 저는 그것이 걱정될 뿐입니다.”
임경식 중령은 진심으로 걱정을 했다. 하지만 김승철 소장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후후후, 설령 자기 사람을 앉힌다고 해서 달라질까?”
“네?”
“어차피 모든 업무는 이 소령이 다 할 텐데? 지금 각성 부대는 이 소령에 의해 돌아가지 않아?”
“맞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자기 사람을 가져다 놔도 소용이 없지. 아마 허수아비 노릇만 할 것이야.”
“아.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누가 오더라도 각성부대는 이 소령 위주로 돌아가지 말입니다.”
“그래. 아무튼 고생했고. 서울 올라가기 전에 술 한잔하자고.”
“네.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됐어. 내가 뭐.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대접을 받아. 내가 사 줄 테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
“감사합니다.”
임경식 중령이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웃는 얼굴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네? 무슨 일이세요?
“우리 서울 올라가기로 했어.”
-정말 잘 되었어요.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다음 주에 우리 올라가니까. 자네도 서둘러 정리를 해.”
-네네. 그럴게요.
“어머니에게도 말씀드리고. 집 빨리 내놔.”
-네. 알겠어요.
“참. 우리 지난번에 왔던 서울집 말이야. 그거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기는 한데……. 너무 비싸지 않아요?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대출받아서 살 수 있어.”
-정말 거기 살아도 되는 거예요?
“그럼! 그리고 우리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줘서 고마워.”
-당신 왜 그래요. 어머님도 내 어머님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고마워. 사랑해요. 당신.”
-나도 사랑해요. 이따가 집에서 봐요.
“그래. 이만 끊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임경식 중령은 생각했다.
임경식 중령의 첫 번째 부인은 허영심이 심했다. 그런 그녀는 플레이어와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플레이어와 결혼을 할 수 없게 되니 플레이어 대신 높은 사람들 중에서 짝을 찾았다. 그 사람이 바로 임경식 중령이었다.
임경식 중령이 그 당시에도 각성부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각성부대와 관련되어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각성자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에 임경식 중령에게 희망을 가졌다.
반면 임경식 중령은 그 당시 전혀 플레이어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안전제일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각성자가 되는 것을 피해 다녔다. 그래서 임경식 중령이 플레이어가 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부부로 살면서 임경식 중령의 전처는 실망을 했고, 밖으로 나돌다 보니 바람까지 피우게 되었다. 그 계기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도 법원에서는 아내가 결혼생활을 10년 동안 유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5:5로 배분을 했다.
거기다가 자식들이 군대 생활이 바쁜 임경식 중령보다는 아내를 따라가길 원했다. 그래서 자식들에 대한 위자료를 나머지 재산에서 70% 일시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임경식 중령은 진짜 서울에서 집 한 채 살 돈조차 없었다. 결국 임경식 중령은 어머니가 있는 고향인 강원도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런데 정말 현재의 아내가 임경식 중령에게 복덩이였던 걸까? 그녀를 만나고 결혼을 한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갈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 앞으로 우리 가족들을 위해 살자.”
임경식 중령은 사단을 벗어나 각성부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와중에 때마침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복귀한 진우를 만났다.
“오, 이 소령. 벌써 돌아와.”
“네.”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그보다 부대장님께서는 어디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아, 사단장님을 뵈러……. 자네만 먼저 알게. 나 다음 주면 서울로 전출 가네.”
진우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 정말 잘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그건 그렇고 이 소령 일주일 쉴 거지?”
“뭐, 그렇긴 합니다.”
“그래. 잘 다녀오고. 내가 가능하면 이 소령 얼굴 보고 갈게.”
진우가 살짝 멋쩍게 웃었다. 임경식 중령과 이제 조금 친해졌지만 굳이 얼굴까지 보면서 작별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임경식 중령은 진우에게 꼭 고맙다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어허. 이 사람아.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은 짓지 말고.”
“아,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도 있는데……. 그리고 자네에게 그동안 미안한 것도 있고……. 그런 면에서 자네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 주고 싶어서 그래. 그 정도는 봐줘.”
“네. 알겠습니다.”
“그래.”
임경식 중령이 진우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처럼 부대 앞 고깃집 앞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참전한 각성병사와 장교들까지 모두 나와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들은 고기를 구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 최 병장님 진짜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말에 최민철 병장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난 너희들이랑 다르다고. 내가 짬이 얼마야. 그래도 나는 언젠가는 길드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 플총 들고 갈 수는 없잖아? 그리고 군대에서 활동하던 플레이어들이 무시당하는 이유가 뭔 줄 알아? 플총에만 익숙해서 그래. 저 멀리서 플총만 들고 쏘는 버릇 때문에 막상 길드 가서 테스트를 받으면 바짝 쫄아서 제대로 실력도 펼치지 못해.”
“아. 그렇습니까?”
“그래. 너희들도 부부대장님께서 뒤를 봐주실 때 뭐라도 해라.”
“그럼 저도 다음번에 나가서 검을 휘둘러야지 말입니다.”
“너 검술은 제대로 배웠냐?”
“검술 말입니까? 그 뭐냐, 밖에서 그냥 싼 거 하나 구해서 배우면 되지 않습니까?”
“야. 검술도 아무거나 배우면 안 돼. 싼 게 비지떡이야. 제대로 된 것을 배워야지.”
“그럼. 최민철 병장님께서는 어떤 걸 배우셨습니까?”
“나? 흐흐흐, 난 이번에 돈 좀 썼지. 그것도 무려 B등급짜리 검술을 배웠다는 거 아니야.”
“와! B등급 말입니까? 그거 엄청 비싸지 않습니까.”
“당연히 비싸지.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검술이 아니잖아. 그래서 그나마 괜찮게 구매했어.”
“그런데 왜 검술을 배웠습니까?”
“남들 다 원거리 하고, 또 다른 딜러 하려고 할 때. 탱커가 있어야지.”
“하긴 그렇지 말입니다. 전부 다 딜러 하려고 하면 탱커는 누가 합니까.”
“그렇지.”
최민철 병장은 후임의 동조에 나름 뿌듯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고기를 한 점 먹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고기가 영 별로입니다.”
“그러게……. 진짜 너무한데? 우리가 여기 몇 번째 왔는데……. 고기 상태가 영 별로인데.”
최민철 병장이 인상을 쓰다가 슬쩍 시선을 돌려 장교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딱히 고기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부부대장님.”
“어, 왜?”
“고기 말입니다.”
“어어, 더 시켜. 아니면 여기 고기가 남네. 이거 가져가.”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오늘 고기 맛이 좀 그렇습니다.”
“너희도 그래?”
“네.”
“우리만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듣고 있던 유지태 중위가 입을 열었다.
“저희 왠지 호구 잡힌 거 같지 말입니다.”
“응?”
“아니. 저희가 플레이어고 워낙에 많이 먹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들이 자주 다니는 식당들은 일부러 질이 좋지 않은 음식들을 내놓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뭐? 정말?”
“네. 사실 플레이어들치고 미식가들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일단 많이 먹고 보는 스타일들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플레이어들이라고 해서 할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거 안 되겠네.”
진우가 슬쩍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유지태 중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말입니다. 다음에는 요 앞에 다른 음식점을 가지 말입니다. 굳이 이곳에서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가 이 식당에 빚진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다른 곳으로 가자.”
솔직히 진우는 이 식당이 부대에서 가깝고,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좋다는 이유에서 병사들을 데리고 한두 번 회식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굳이 이곳을 올 이유는 없다. 진우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다음부터 다른 가게를 가자고 말하고 있는 그때 그 얘기를 슬쩍 들은 여자 종업원이 바로 사장에게 갔다.
“사장님.”
“어, 왜?”
사장은 싱글벙글거리며 호구로 잡힌 진우 쪽 테이블에 나간 고깃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여자 종업원이 오고 고개를 갸웃한 사장이 바라봤다.
“저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이 의문을 가지자 여자 종업원이 저쪽에서 들은 얘기를 전달했다.
“고기 맛이 어쩌고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뭐?”
사장은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야.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막말로 쟤네들이 고기 맛을 뭘 알아. 플레이어들의 혀가 얼마나 둔한 줄 알아? 걔네들은 불판에 구워주면 돌도 맛있다고 먹을 놈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