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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36화 (136/177)

힘을 숨긴 귀환자 136화

14. 일을 합시다(14)

“에이. 그거 미신이라던데요. 아니래요.”

“아니야. 내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 현재 냉장고에 쌓인 고기가 얼마인데. 그거 다 처리해야지, 이번 기회에…….”

“사장님. 그 고기 냉장고에서 한 참이나 있던 고기예요.”

“괜찮아. 우리가 뭐 상한 것을 준 것도 아니고……. 그저 있는 고기를 줬잖아. 괜찮아.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음료수나 서비스로 좀 더 줘.”

“그러지 말고요. 차라리 맥주를 서비스로 줘요.”

“야이씨! 맥주는 비싸잖아. 음료수를 줘.”

“네. 알겠습니다.”

여자 종업원은 탐탁지 않았지만 사장이 시키는 일이라 그대로 따랐다. 음료수를 들고 진우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어? 우리 이거 안시켰는데요.”

“아. 서비스입니다.”

그때 한 병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거참. 줄 거면 술로 주지……. 음료수는 잘 먹지도 않는데.”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여자 종업원이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여자 종업원이 음료수를 내려놓고 갔다. 그 모습을 보며 유지태 중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남은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어? 여자다.”

그 소리에 모든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와, 예쁘다.”

다른 장교들 역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다들 예쁘다는 것은 인정을 했다. 하지만 진우는 달랐다.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 여자가 왜…….’

가게로 들어온 인물은 김미영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진우를 의식하지 않는 척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혼자 오셨어요?”

“네.”

“아……. 1인분 주문은 안 받는데…….”

“저 플레이어예요.”

“아, 그래요? 뭐 드릴까요?”

“뭐가 맛있어요?”

“저희 가게에 있는 고기는 다 맛있어요. 그중에서 굳이 하나 꼽자면 소고기죠.”

“그래요. 소고기 5인분 줘요.”

“알았어요.”

사장이 후다닥 주방으로 가고 그녀는 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그사이 병사들은 고기를 먹으며 김미영을 힐끔거렸다.

“플레이어라는데? 다들 들었어?”

“들었습니다.”

“야야. 눈 깔어. 괜히 들켰다가 큰일 난다.”

“무슨 큰일이 납니까. 내 눈으로 쳐다본다는데…….”

“그래, 많이들 봐라. 그러다가 눈알이 뽑혀봐야 아, 내가 겁이 없었구나, 싶을 거다.”

그 소리에 병사들의 시선이 슬쩍 돌아갔다. 한편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아이씨…….”

그 소리에 옆에 있던 유지태 중위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

하지만 김미영 역시 이제야 진우를 발견한 척 흠칫 놀란 눈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왔으면서 연기하는 것하고는…….’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 역시 들어온 예쁜 여자 플레이어에게 관심이 갔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미영이 진우를 보고 흠칫 놀라는 장면을 목격해 버렸다.

“어? 봤어?”

“봤어요?”

두 사람이 동시에 쳐다보며 물었다. 김슬기 대위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봤구나.”

“네. 김 대위님도 확인하셨습니까.”

“그래.”

“누굴까요?”

“나도 모르지.”

“물어봐요?”

안유정 중위가 당당하게 말했다. 김슬기 대위가 흠칫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그, 그럴래?”

“네.”

안유정 중위가 진우를 보며 물었다.

“부부대장님.”

“응?”

“저기 저 여자 플레이어 말입니다. 방금 부부대장님을 보고 놀라지 않았습니까?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내 전 여친.”

“어? 아……. 그렇습니까.”

그 순간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는 바로 경계 어린 눈빛이 되었다. 진우는 한숨을 바로 내쉬었다.

“후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 게다가 누가 자신의 정보를 흘리는지 궁금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짜증도 났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그때 때마침 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을 해보니 조유진에게서 온 문자였다.

-진우 씨. 오늘 휴가 나오셨어요?

진우가 깜짝 놀라며 바로 답장을 보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 선영이에게서 들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나와서 부대 회식 중입니다.

-칫. 그럼 나에게 말해주지 그랬어요.

-미안합니다.

-그럼 우리 내일 만날까요?

그 말에 진우가 피식 웃으며 알겠다는 문자를 보내려는데 손가락이 멈췄다.

“아니지. 왜 내일 만나?”

진우는 슬쩍 김미영을 의식하고는 조금 전에 적었던 문자를 지우고 다시 적었다.

-유진 씨 미안한데요. 지금 저 데리러 올 수 있어요?

-지금요? 회식 중 아니었어요?

-아. 거의 끝나는 분위기예요.

-이 시간에요?

-다른 것은 아니고…….

여기서 잠시 문자로 답을 하던 진우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지금 회식하는 가게에 제 전 여친이 왔는데요. 며칠 전부터 다시 만나자고 저를 쫓아다니는 중이에요. 그런데 저는 전 여친과 다시 만날 생각이 없거든요.

-…….

그런데 답 문자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렇게 약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진우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왜 답이 없지? 내가 괜히 말했나?”

그러고 있는데 조유진에게서 답 문자가 날아왔다.

-거기 어디에요? 주소 찍어줘요.

진우가 빠른 속도로 주소를 보내줬다. 그러자 바로 답 문자가 왔다.

-거기라면 한 시간이면 되겠네요.

-화난 거 아니죠?

-화나긴요. 내가 다시는 진우 씨 옆에 얼쩡거리지 못하게 만들게요.

그 문자를 확인한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진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플레이어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그러다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설마 유진 씨가 머리채 잡고 싸우기나 할까?”

진우가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회식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로부터 대략 50분이 흘렀을까? 가게 문이 열리며 조유진이 들어섰다.

그녀는 잠깐 두리번거리더니 진우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유지태 중위가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

“어어어……. 유진 씨가 여기는 어떻게…….”

조유진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여기 왜 왔겠어요. 당연히 진우 씨 보러 왔죠.”

그 소리에 진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 역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바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에…….”

“아, 안녕하세요.”

병사들은 고기를 집어 먹던 젓가락질을 멈추며 일제히 그곳으로 시선을 모았다.

“우와. 뭐야?”

“정말 예쁘다.”

그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조유진이 해맑은 미소로 입을 열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어요?”

“네.”

진우가 장교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이쪽은 김슬기 대위. 그리고 이쪽은 안유정 중위입니다.”

“안녕하세요. 김 대위님이시구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그러십니까?”

김슬기 대위가 약간 차갑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안유정 중위는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 조유진이 생각보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많이 예뻤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 앉아요.”

유지태 중위가 눈치 빠르게 진우 옆자리로 안내했다. 조유진이 그곳으로 가서 자리에 앉기 전에 물었다.

“제가 자리에 끼어도 되죠?”

“네. 물론이죠.”

유지태 중위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 반면,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조유진이 자리에 앉자 진우가 그녀를 챙겼다. 그것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우와, 누구입니까?”

“누구세요?”

모든 시선이 조유진에게 향했다. 유지태 중위가 최민철 병장을 바라보면서 눈치를 췄다. 그 눈치를 받은 최민철 병장이 바로 정리에 들어갔다.

“야야야, 너희들 뭐냐. 눈 안 깔아. 이것들이 어디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 다들 버릇없이 말이야.”

그러자 바로 김영호 상병이 약간 띠겁게 말했다.

“최 병장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야! 우리 성장은 다 부부대장님께 달렸는데 만약에 연애를 못 하게 되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야? 괜히 끼어들어서 훼방 놓치 말란 말이야.”

“무슨 훼방입니까. 단순히 궁금증입니다.”

“그 궁금증을 끊으라고 인마. 생각도 하지 마. 딱 봐도 견적 나오잖아. 두 분 사귀는 거…….”

“그렇지만…….”

“에헤이. 김 상병. 말 많다.”

“…….”

김영호 상병이 고개를 돌렸다. 최민철 병장이 바로 후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저쪽 신경 끄고 고기나 먹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최민철 병장이 유지태 중위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태 중위 역시 수고했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조유진이 옆에 앉은 진우를 보며 말했다.

“삼겹살 먹고 있었네요.”

“네.”

“그럼 어디 저도 한 입 먹어도 될까요?”

“안 됩니다.”

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순간 조유진의 얼굴에 어둠이 살짝 드리웠다.

“아……. 그럼 저 따로 주문해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진우가 슬쩍 눈치를 보며 조유진의 귀에다 입을 가져가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정말 맛없어요.”

“네?”

“고기 질이 영 아니에요.”

“정말요? 그런데 왜 여기서 회식을 했어요?”

그 소리를 들은 유지태 중위가 나서서 변명했다. 사실 여기 회식 자리를 잡은 것이 유지태 중위였다.

“사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3번째로 찾아와서 그런지 점점 맛이 없네요. 질 안 좋은 고기가 나와요.”

“아. 그래요? 너무하네…….”

조유진이 슬쩍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장을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럼 식당이 필요하시면 저에게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저희 이모님이 고깃집을 운영하시거든요. 체인점으로 말이에요. 황제갈비……. 혹시 들어보셨어요?”

“황제갈비? 어? 저 들어봤어요.”

“거기 갈비 엄청 맛있다던데…….”

유지태 중위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조유진의 표정이 역시 밝아졌다.

“네. 언제든지 오신다고 말을 하면 자리를 마련해 둘게요. 여기만큼 넓은 자리도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말고 얘기해 주세요.”

“와. 서울에서도 유명한 곳인데……. 강원도에도 있나 봐요.”

“네. 몇 달 전에 체인점을 오픈했어요.”

“아, 그렇구나.”

유지태 중위가 신나 하며 얘기했다. 진우는 그저 말없이 얘기만 듣고 있었다. 유지태 중위가 슬쩍 진우를 바라봤다.

“부부대장님. 다음에는 여기 유진 씨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고깃집으로 가시죠.”

“으음, 그럴까?”

“네.”

조유진이 대답을 한 후 슬쩍 구석진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 앉아 있는 김미영이 싸늘한 표정과 따가운 눈빛으로 진우네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유진 역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미연의 눈빛이 서서히 변하더니 이제는 거의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조유진은 그 눈빛을 담담히 받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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