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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37화 (137/177)

힘을 숨긴 귀환자 137화

14. 일을 합시다(15)

조유진은 김미영의 시선을 무시하며 옆에 있는 진우의 팔짱을 꼈다.

“진우 씨.”

“네?”

“아까 문자로 말한 전 여친이 저 여자 맞죠?”

진우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김미영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진우와 눈빛이 마주치자 슬쩍 고개를 돌렸다.

“네. 맞아요.”

“아까 저 진짜 무섭게 노려보더라고요. 이러다가 저 여자에게 제 머리채 뜯기는 거 아니에요?”

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아까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 사람 플레이어입니다. 절대 맞상대하지 마세요. 유진 씨가 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마 떨어져 나갈 겁니다.”

진우의 말에 조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제가 봐서는 꼭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

“에이, 설마요.”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유진이 그런 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확실히 말해봐요. 진우 씨도 그런 맘은 없는 거죠?”

“무슨 맘요? 아, 전 여친과 만나는 거요?”

“네.”

“그럴 생각이었다면 유진 씨를 부르지 않았겠죠.”

“믿을게요. 그런데 언제부터 저랬어요?”

“사실……. 꽤 됐어요.”

“그래요? 으음……. 알겠어요.”

조유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잠깐 회식 분위기를 옆에서 지켜봤다. 그렇게 20여 분쯤 흘렀을까? 조유진이 진우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진우 씨, 그럼 우리는 이만 일어나도 될 것 같은데요.”

“네.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습니다.”

진우와 조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먼저 갈 테니까. 유 중위는 병사들 잘 들여보내주고.”

“네. 부부대장님.”

“고생들 했고, 푹 쉬도록 해. 또 언제 게이트에 들어갈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행복한 데이트 하십시오.”

병사들의 짓궂은 말에도 조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네. 고마워요.”

반면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의 표정은 그야말로 굳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우는 조유진을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그런데 김미영이 싸늘한 눈빛으로 가게를 나서는 두 사람을 응시했다. 그때 사장이 다가와 물었다.

“손님……. 어떻게 고기를 입에 맞으세요?”

“더럽게 맛없어요.”

“네?”

사장은 혹시 자신이 잘못들었다고 생각해 되물었다.

“더럽게 맛없다고요.”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그리고 손님께서 드신 고기는 완전 특산품이에요.”

“특산품이라고요? 내가 보기에 이건 특산품도 아니고 그냥 3등급 고기라고 해도 믿겠어요. 어딜 이걸 고기라고 내놓는 거예요? 내가 여태까지 먹어본 고기중에 제일 맛이 없어요.”

김미영은 싸늘한 말투를 내뱉었다. 그 눈빛에 사장은 움찔하며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

김미영은 짜증 난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됐으니까. 계산이나 해줘요.”

김미영이 카드를 내밀었다. 사장은 영 불만인 얼굴로 카드를 낚아챘다.

“거참. 말하는 것 하고는……. 어디 그래서 제대로 된 남자라도 만나겠어요.”

사장 역시 악담을 멈추지 않았다. 김미영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바뀌었다.

“네에? 방금 뭐라고 그랬어요?”

“내 입으로 내가 말도 못 해요?”

사장은 투덜거리면서 카운터로 갔다. 김미영은 일반인인 사장에게 힘을 쓰지도 못하고 주먹만 뿌드득 말아 쥐었다.

“내가 여기 다시는 오나 봐라.”

“네. 오지 마세요. 저도 당신 같은 손님 받고 싶지 않네요.”

김미영은 옷을 챙겨서 갔다. 계산을 끝내고 카드를 낚아챘다.

“흥!”

“네. 안녕히 가세요. 다시는 오지 마세요.”

사장도 참 한 성깔 하는 사람이었다.

한편 진우는 가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조유진과 함께 걸어갔다. 그러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김미영이 따라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제 포기했나 봐요. 고마워요, 유진 씨.”

“고맙긴요. 그보다 이대로 헤어지는 건 아니죠?”

“네?”

“설마 전 여친 떼어내려고만 절 부른 건가요? 그럼 저 진짜 많이 섭섭해요. 게다가 저 메이크업도 받고 왔단 말이에요. 한 시간 안에 오려고 얼마나 바빴는데…….”

조유진이 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런 조유진을 진우가 바라봤다.

‘어? 그러고 보니 조금 예쁘긴 하네.’

진우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내가 오해할 만한 말을 했네요.”

“아니에요.”

“어디 보자. 그럼 우리…… 뭐 할까요?”

진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조유진이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진우 씨 술도 깰 겸 저쪽으로 산책이나 할까요?”

“아, 저 술 안 취했어요.”

“어? 술 안 마셨어요?”

“마시긴 했는데……. 제가 술이 좀 셉니다. 그리고 저 플레이어입니다.”

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죠. 그보다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아까 보니까 많이 드시지 않은 것 같던데…….”

조유진의 물음에 진우가 자신의 배를 슬쩍 만졌다.

“안 그래도 배가 좀 고프네요. 거기 고기가 맛이 없어서 제대로 먹질 못했네요.”

“어후, 그럼 안 되죠.”

조유진이 잠깐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바라봤다.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진우 씨.”

“네?”

“제가 심야 영업하는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거기 가실래요?”

“오, 그래요? 그런 곳이 있어요?”

“네.”

“좋아요. 거기 가죠.”

“네.”

조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진우의 팔짱을 꼈다.

“가요.”

두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런데 유진 씨도 식사 안 했어요?”

“네. 아까 삼겹살이 맛있어 보여서 먹으려고 했는데 진우씨가 맛없다고 먹지 말라면서요. 침만 꿀꺽 삼켰네요.”

“아. 미안해요. 그런데 진짜 맛없어요. 먹보인 제가 젓가락을 놓았다는 것은 정말 맛없다는 것이거든요.”

“알아요.”

조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을 본 진우 역시 심장이 간질간질거렸다.

‘참 해맑게 웃네. 예쁘다.’

진우가 느낀 오늘 조유진의 모습이었다.

“어? 저기 택시 온다.”

조유진이 먼저 나서서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서고 진우가 먼저 나서서 뒷자리 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조유진이 웃으며 뒷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안쪽으로 들어가고 진우도 앉았다.

“기사님. 대광호텔로 가주세요.”

“대광호텔요?”

“네.”

“알겠습니다.”

택시가 출발하고 진우가 슬쩍 물었다.

“유진 씨. 대광호텔요?”

그러자 조유진이 피식 웃었다.

“대광호텔 9층에 라운지가 있어요. 거기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24시간 운영해요.”

“그래요?”

“네. 진우 씨. 몰랐죠?”

“네. 몰랐어요. 제가 그쪽으로는 가 보지 않아서…….”

진우가 말을 하고는 슬쩍 조유진을 바라봤다. 아무리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호텔이었다. 그것도 남녀가 호텔에 가니 좀 느낌이 이상했다.

그런데 조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진우의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그래. 밥만 먹자는 건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진우는 괜히 자신이 딴생각(?)을 한 게 살짝 민망했다. 그렇게 말없이 앉아서 이동했고, 두 사람이 탄 택시가 호텔에 도착을 했다.

두 사람은 9층 라운지에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다. 입구에 있던 직원이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오셨어요?”

“식사하러 왔는데요.”

조유진이 말했다. 직원이 슬쩍 레스토랑 안쪽을 바라보더니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영업시간이 끝났습니다.”

“네? 끝나요?”

“네.”

조유진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24시간 운영한다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영업 종료라는 소식에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민망했던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24시간 운영 아니었어요? 난 그런 줄 알았는데…….”

“아. 24시간이 아니라, 자정까지 운영을 합니다. 그런데 현재 시각이…….”

조유진이 시계를 봤다. 자정까지 10여 분이 남아 있었다. 당연히 10분 동안 식사는 되지 않았다.

“이상하네. 분명 24시간으로 알았는데……. 미안한데요. 여기 지배인님에게 한번 다시 여쭤보시겠어요?”

“네? 그게 무슨…….”

직원이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조유진이 환한 미소로 말했다.

“일단 한번 물어보시겠어요?”

조유진의 말에 뭔가 께름칙함을 느낀 그녀가 바로 말했다.

“제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직원이 들어가고 바로 지배인을 찾았다.

“지배인님.”

“응?”

“밖에 손님이 오셨는데요. 제가 분명 영업이 끝이 났다고 했는데 24시간 운영하지 않냐며 지배인님께 물어보라고 하는데요.”

“뭔 소리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지배인이 바로 입구에 서 있는 조유진을 발견했다. 그러자 바로 헛숨을 삼켰다.

“헉! 이봐. 너 저분이 누군지 몰라?”

“네?”

직원은 아리송한 얼굴이 되었다.

“저분이 누구신데요?”

“저분은 회장님 외손녀시잖아.”

“네에? 그래요?”

“이봐. 내가 분명 얼굴을 외우라고 미리 언질을 한 것 같은데.”

지배인이 오히려 직원을 타박했다. 직원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때 지배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네. 그렇지 않아도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네! 네에? 티 내지 말고 말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네.”

지배인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그렇게 끊고는 직원에게 말했다.

“너 티 내지 말고 영업시간에 착오가 있었다고 말해. 그리고 네가 저분들을 상대해.”

“네? 제가요? 제, 제가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요?”

“이미 넌 찍혔어.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말 넌 잘릴지도 몰라.”

“……아, 알겠습니다.”

직원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곧장 입구로 갔다.

“죄송합니다. 확인해 보니 제가 착각을 했네요. 아무래도 이곳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들어오세요. 제가 자리를 안내해 드릴게요.”

“그래요. 안내해 주세요.”

“네.”

직원은 매우 공손한 자세로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런데 레스토랑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은은한 음악만이 나오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여기 괜찮으세요?”

“네. 괜찮네요.”

직원이 안내한 곳은 창가 쪽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지배인이 직접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에서 잠깐 착오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대로 교육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시면 고맙겠네요.”

조유진의 말에 지배인이 움찔했지만 곧바로 환한 표정이 되었다.

“네. 그리고…… 여기.”

지배인이 메뉴판을 건넸다. 조유진은 슬쩍 펼쳐보더니 바로 지배인에게 메뉴판을 줬다.

“그냥 코스로 주세요. 느긋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먹을 거라서요.”

“알겠습니다.”

“와인은…….”

조유진이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 씨 와인 드실래요?”

“네. 뭐 좋습니다.”

그렇게 와인까지 주문을 한 후 지배인이 갔다. 그런데 레스토랑 한편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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