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143화 (143/177)

힘을 숨긴 귀환자 143화

14. 일을 합시다(21)

“야! 연애도 다 하지 않았는데 무슨 벌써부터 결혼이야.”

“왜? 좋으면 하는 거지.”

“인마. 네가 결혼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아니야.”

“참. 지난번에 여자친구는 어떻게 되었어?”

“……헤어졌어.”

“아니, 왜 헤어지고 그래. 그때 한 창 좋아 보이더니.”

물론 진우는 이진상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길 바랐지만 말이다. 진우도 왜 헤어졌는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김미영에게 소스를 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뭐……. 예뻐서 만나기는 했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나도 일에만 집중하고 싶기도 하고…….”

이진상이 이래저래 횡설수설거렸다. 회사 직책이 부회장인 데다, 아버지인 이태경 회장이 거의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다 보니 이진상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이진상에게 선물들만 원했고 말이다.

“그래?”

“응. 그보다 형은 어떻게 할 거야? 잘돼가고 있는 거야?”

“뭐. 그럭저럭.”

“언제 얼굴 한번 보여줘.”

“웃긴 놈이네. 언제 네 여자친구는 보여줬냐.”

“칫. 궁금해 하지도 않았잖아.”

진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참. 진상아.”

“응?”

“궁금한 것이 있다. 너 여자친구 말이야. 나 블랙 게이트에 들어갈 때도 여자친구가 있었어?”

“어……. 그게 말이야.”

이진상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말 꼬리를 흐렸다.

“와. 이진상! 서운하다. 너 말이야. 형이 힘들게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고 그러는데 넌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진우가 피식 웃었다.

“괜찮아. 농담으로 한 말이야.”

그러면서 이진상과 어깨동무를 했다. 하지만 이진상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진우가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다시 한 후 옷을 바꿔 입고 집을 나섰다.

“엄마 나갔다 올게요.”

“오늘도 늦니?”

“아마도요.”

대답을 한 후 현관을 열고 나갔다. 시계를 확인하고는 서둘러 움직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한 진우는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조유진을 만났다.

“진우 씨. 여기요.”

“아, 네에.”

진우가 환한 얼굴로 조유진에게 갔다. 조유진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먼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 일찍 왔어요?”

“아뇨.”

조유진이 배시시 웃었다.

“차 뭐 마실래요?”

“커피요.”

커피를 주문한 후 조유진이 물었다.

“오늘 가족끼리 식사한다면서요. 맛있게 했어요?”

“네.”

“괜히 저 때문에 일찍 나온 거 아니에요?”

“전혀요. 그렇지 않아도 동생놈이 유진 씨 보여달라고 난리에요.”

“어멋! 정말이요?”

“네.”

“으음……. 그럼 미래의 도련님을 보는 건가요?”

순간 화들짝 놀란 진우였다. 그는 눈을 크게 하며 조유진을 바라봤다. 조유진은 그저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왜요? 아닌가?”

“뭐……. 그보다 뭐 할까요?”

진우가 급히 말을 돌렸다. 조유진도 따지지 않았다.

“영화 보러 갈까요?”

“영화요? 좋죠.”

“그럼 이번에는 액션물 어때요? 오늘은 액션물이 땡기는데요.”

“저도 그 말 하고 싶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영화관에 가요.”

커피가 나왔지만 바로 패스를 했다. 계산을 마치고 영화관에 도착을 했다. 조유진은 계속해서 진우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저 팝콘요. 팝콘 사주세요.”

“팝콘요?”

“네. 달달한 걸로요.”

“알겠습니다.”

진우가 팝콥을 주문했다. 그러곤 몸을 돌리는데 진우가 흠칫 놀라며 바로 몸을 돌렸다

“에이, 진짜……. 해도 너무하네.”

조유진이 바로 물었다.

“진우 씨 왜요?”

조유진의 시선이 아까 진우가 바라봤던 곳을 봤다. 그곳에 김미영이 서 있었다. 순간 조유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저 여자……. 전에 삼겹살 그 집에 있던 여자 맞죠.”

“네.”

“전 여자친구라고 했나?”

“맞아요.”

“그런데 뭐지? 스토커예요?”

“스토커 맞아요. 정말 죽겠어요.”

“도대체 왜 저런대요.”

조유진도 불쾌한 얼굴이 되었다. 진우는 애써 무시하며 한쪽으로 가서 앉았다. 아직 영화가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사실은요. 원래 나 버리고 다른 잘난 남자를 만났어요. 그 남자와 잘 안된 모양이에요. 그래서 다시 나 잡으려고 저러는 것 같아요.”

“어멋. 우리 진우 씨. 인기남이었네요.”

“인기남은 무슨요.”

“왜요. 나도 내 남친이 인기 많으면 좋은데요.”

“저런 인기는 솔직히 사양입니다.”

“그러면……. 영화 보지 말고 다른 곳에 갈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냥 영화 봐요.”

진우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영화 시간이 되고 극장 안으로 입장했다. 둘 다 액션물을 좋아해서 히어로물을 끊어서 봤다.

시대의 현상인지 히어로물도 게이트와 관련된 영화였다. 솔직히 액션물이라고 해서 재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진우는 하품만 나왔다.

반면 조유진은 아주 열심히 봤다. 혼자서 어머, 어머. 어쩜! 이런 감탄사까지 연발하면서 말이다. 진우의 시선이 대각선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 진우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이 있었다.

그곳에 김미영이 혼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

‘하아. 젠장……. 뭐 하자는 거야.’

진우가 속으로 짜증을 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김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진우는 그제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좀 괜찮아지겠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렇게 아무 말도 없이 나간 김미영이 신경 쓰였다.

‘별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 앉아서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영화감상을 하고 있는 조유진에게 조용히 물었다.

“어때요? 재미있어요?”

“네.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고요.”

그러다가 조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요?”

“저어 화장실…….”

“아, 네에. 다녀오세요.”

조유진이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본 후 세면대 앞에 섰다. 간단히 얼굴을 체크하고 립밤을 입에 발랐다. 그때 화장실로 또각또각 김미영이 들어왔다.

“그쪽 나 알죠?”

립밤을 바르던 조유진이 거울을 통해 김미영을 봤다.

“네.”

“그럼 내 얘기는 들었겠네요.”

“그래요. 스토커씨.”

“뭐? 스토커?”

김미영의 눈이 부릅 떠졌다. 물론 조유진은 김미영을 도발할 의도가 좀 있긴 했다.

“지금 장난해요?”

“제가요? 왜 내가 당신께 장난을 해요.”

그 말에 김미영이 조유진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순간 뭔가 스파크가 파파팟 하고 일어났다.

“아악! 따가워.”

김미영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봤다. 그곳에는 스파크로 인해 살짝 그을려 있었다. 조유진이 립밤을 챙긴 후 몸을 돌렸다.

“내가 아무 준비 없이 밖으로 나온 줄 알아요?”

조유진이 슬쩍 자신의 앞섬을 헤쳤다. 그곳에는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 그 목걸이는 방어형 아티팩트 목걸이였다. 그것도 A등급이었다.

“이거 말이죠. 꽤나 비싼 거예요. 당신처럼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사람은 못 두를 만큼요.”

김미영이 바로 코웃음을 쳤다.

“야.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B등급 플레이어야.”

물론 성장은 더디지만 엄연히 B등급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여자들 중에서도 제법 잘 싸우는 편이었다.

“이게 진짜. 일반인이라고 내가 널 어떻게 못할 줄 알아!”

“이거 놔요.”

조유진이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김미영은 전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있잖아. 나 수 틀리면 애들도 패고 어른들도 가만 안 둬.”

“어후. 자랑이에요.”

조유진은 조롱하듯 말했다. 김미영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이게 진짜…….”

그때 밖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여자 두 명이 들어왔다. 무표정한 그녀들은 바로 김미영 양옆에 섰다.

“뭐, 뭐야!”

김미영은 딱 봐도 두 사람이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두 사람이 조유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별일 없습니까?”

“뭐, 별일 있을 뻔했는데 두 사람이 제때 와 줬네요. 그보다 앞에 있는 사람 좀 치워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인사를 한 후 김미영을 향해 말했다.

“저희와 함께 나가시죠.”

“너희들 뭐야!”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따라 나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뭐? 뭐라고?”

김미영이 악을 쓰자 두 사람이 바로 김미영의 팔을 붙잡았다. 김미영은 벗어나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놔! 놓으라고 했다.”

“조용히 따라오시죠. 여기는 영화관입니다. 얼굴 팔려서 좋을 것 없지 않습니까.”

그녀는 여전히 딱딱하게 말했지만 말 속에 위엄이 어려 있었다. 김미영의 눈빛이 바로 흔들렸다. 김미영이 사라지고 홀로 남은 조유진은 다시 몸을 돌려 세면대 거울을 봤다.

“괜찮나?”

조유진은 자신의 얼굴과 머리 모양,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체크를 한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갔다 왔어요?”

“네. 그보다 제가 없는 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줘요.”

“네. 그게요.”

진우는 조유진의 귀에다가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조유진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저 영화를 관람했다.

“와, 재미있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진우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이미 날은 어둑어둑했다.

“진우 씨.”

“네?”

“오늘도 집에 갈 거예요?”

그녀의 도발적인 질문에 진우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조유진이 팔짱을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

진우가 살짝 당황했다. 솔직히 조유진과 함께 더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밤도 늦었고……. 또, 또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조유진이 먼저 제안을 했다.

“진우 씨. 그러지 말고 우리 와인 한잔해요.”

“와인이요? 그래요.”

두 사람은 그제 갔던 대광호텔로 갔다. 그런데 라운지와 레스토랑이 아닌 방으로 향했다.

“어? 바, 방이에요?”

“네. 여기 스위트룸이에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조유진이 붉은 입술로 미소를 보내며 말을 했다. 조유진이 진우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이미 주문을 해 놨는지 와인과 과일 그리고 두 개의 잔이 도착해 있었다.

“진우 씨.”

“네?”

“설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는 건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진우의 표정 역시 진지해졌다.

“정말 괜찮겠어요?”

“그럼요. 저는 진우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진우 씨는 별로였어요?”

“아뇨. 저도 뭐…….”

“그럼 우리 이제 어른 데이트를 한번 해봐요. 어른 놀이도 좋고요.”

“……그런데 제가 일반인하고는…….”

진우가 살짝 뜸을 들이며 말했다. 조유진은 그 뒷말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했다.

“괜찮아요. 저도 많이 공부했어요. 진우 씨도 공부했죠?”

“그, 그렇죠.”

“그럼 우리 얼마나 공부 잘했는지 시험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어요?”

“…….”

그러면서 조유진이 슬쩍 진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진우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녀를 바라보는 진우의 심장이 요동쳤다.

조유진의 얼굴이 천천히 진우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이 슬며시 감기고 진우 또한 눈을 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