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45화
15. 바통 터치(2)
진우가 만약 살아 돌아온 이유가 숨겨진 강한 힘 때문이라면 조영진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가족의 숙원인 조영진의 신변을 확인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진우에게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진우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것 같고, 그 생각에 조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표정을 본 김 비서가 냉큼 말을 돌렸다.
“아, 맞다. 김미영 씨 말인데요.”
“참. 그래. 김미영 씨는 잘 정리했어?”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잘 얘기가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진우 씨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얘기가 잘 통했어?”
“네. 저희가 잘 타일렀습니다.”
잘 이라는 말에 조유진이 피식 웃었다. 조영진이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고 난 후 대광그룹 한대광 회장도 그렇고, 영원그룹 조영찬 회장도 조유진에게 보디가드를 붙였다. 그래도 대한민국에 많지 않은 A등급 플레이어들 3명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어제 김미영이 그 세 명에게 제대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아마 다시는 까불지는 못할 것이다.
“참! 진우 오빠하고 같이 있었던 것 할아버지에게 얘기했어?”
“아, 그게…….”
김 비서가 살짝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조유진이 바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얘기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주고 그러면 안 됐어?”
“죄송합니다. 그건 제 권한 밖이라…….”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러면서 조유진이 눈을 반짝였다.
“대신에 막 뒷조사하고 그러면 진짜 화낼 거야.”
“네. 그러지 마시라고 제가 단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어. 출발해.”
“네. 아가씨.”
검은색 세단이 호텔을 벗어났다.
한편 대광그룹 회장실에서는 한대광 회장이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는 하나뿐인 외손녀 조유진이 외박을 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야?”
“네.”
“정말 이진우란 그놈과 함께 호텔에 있었던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
“네. 제가 알기로는 만난 지 한 5번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번 만에 호텔을 갔다고? 내가 너무 꼰대 같은 건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거야?”
“아닙니다. 회장님. 저도 걱정이 좀 됩니다.”
한대광 회장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배 실장이었다. 그도 나이가 제법 있었다.
“이것참……. 다 큰 손녀딸 불렀다가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도 아가씨께서 아무 생각 없이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분명히 그만큼 확신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배 실장이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한대광 회장이 바로 말했다.
“그래서 그래! 만에 하나 확신이 있다고 쳐도. 그 이진우란 놈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러다가 유진이만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네. 회장님. 제가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무튼 이진우 그놈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봐.”
“예, 알겠습니다.”
배 실장이 회장실을 나가고 한대광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졌다. 그리고 뒤쪽 창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나뿐인 손녀 유진마저 잃을 수는 없지.”
한대광 회장의 손녀 사랑은 끝이 없었다.
진우가 탄 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진우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렸다. 집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공터를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엄마가 바로 나타났다.
“아들 이제 와?”
“네. 저 좀 피곤해서 한숨 잘게요.”
“뭐? 피곤해? 왜 피곤할까?”
엄마는 진우를 위아래 살폈다. 그런 엄마의 시선을 느낀 진우가 말했다.
“왜 그래요. 진짜…….”
“우리 아들이 외박을 하고 왔으니 그렇지.”
“엄마는……. 정말 다 큰 아들한테 이러고 싶어요? 진상이도 외박하잖아요.”
“그 녀석이야 원래 그런 녀석이고. 우리 큰아들은 아니잖아.”
엄마는 싱글벙글거리며 말했다. 진우가 그런 엄마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왜요? 뭐가 궁금하신데요.”
“엄마에게 말 좀 해봐.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지난번 그 아가씨를 만난 거야?”
“네. 뭐…….”
“호오, 그래서? 같이 외박했어?”
“……네, 뭐…….”
“이야. 우리 아들 멋진데.”
“엄마! 외박하고 온 아들에게 할 말은 아니죠.”
“됐고. 어때? 잘 맞아?”
엄마는 능글맞게 웃으며 꼬치꼬치 물었다. 진우는 살짝 짜증이 날 만도 하지만 성실히 대답을 해줬다.
“네. 뭐…….”
“야! 너 그렇게 자꾸 대충 답할래?”
“엄마. 그냥 알아가는 단계예요.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라니까.”
“어머, 어머! 얘는……. 알아가는 단계인데 벌써부터 외박을 하니?”
“엄마는……. 우리가 애야? 다 큰 성인이야. 서로 마음이 맞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그 아가씨와 결혼할 거야?”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뭐,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어요. 내 마음은 그런데…….”
진우가 말끝을 살짝 흐렸다. 하지만 엄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그럼 엄마에게 보여줘야지. 설마 상견례 할 때 보여주는 거 아니야?”
“안 그래요. 그보다 우리 엄마…….”
진우가 엄마를 찬찬히 바라봤다. 엄마는 바짝 진우에게 다가갔다.
“엄마 뭐? 왜?”
“설마 시집살이시키는 거 아니에요? 막 고부갈등 생기고 그러면 나 곤란한데.”
“얘는……. 뭔 소리야. 아직 결혼도 안 했으면서 그 소리부터 해. 아니.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그 걱정부터 하고 그래. 그리고 막말로 엄마가 너 거기 블랙 게이트가 거기 뭐시기에 들여보내 놓고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를 했는데. 이제 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시집살이를 시켜.”
“정말?”
“그래. 엄마는 보는 것은 며늘아기가 너에게 잘할지.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너 동생 진상이와도 잘 지낼지. 뭐 그거면 되는 거지. 그 외 몇 가지만 알아보는 거지.”
“몇 가지? 딱 그것만 알아보면 되는 거예요?”
진우가 짓궂은 얼굴로 물었다. 엄마는 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 외도 집안은 어떤지. 부모님은 다 계신지. 그런 호구조사도 좀 해야지. 집안 어른분들은 뭘 하고 계시는지도 겸사겸사 물어보고 말이야.”
“엄마. 그게 시집살이야.”
“어머머머. 얘는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 그것도 못 물어봐.”
“아, 몰라, 몰라! 나중에 보여줄 거야.”
그러자 바로 눈을 가늘게 뜨는 엄마였다.
“너, 자꾸 그래 봐. 엄마 진짜 서운해.”
진우가 그런 엄마를 보며 차분하게 얘기했다.
“엄마.”
“응?”
“방금 엄마가 말했잖아. 내가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오기만 바랐다고 말이야. 그랬는데 엄마 진짜……. 게다가 등 떠밀면서 연애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야?”
“아이고. 알았어. 알았다고. 아무튼 아들내미들이 다 컸다고……. 그래도 엄마에게 보여주기는 해. 여자는 여자가 잘 보는 법이야. 알았어?”
“알았어요. 대신에 이상한 소리를 하면 안 돼요.”
“어멋. 엄마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해.”
“네네. 아무튼 더 할 얘기 있어요? 저 좀 피곤한데.”
“다 했어. 올라가 쉬어.”
“네.”
“저녁때까지 푹 쉴 거지?”
“그러려고요.”
“알았어. 저녁 먹을 때 내려와.”
“알겠습니다.”
진우가 대답을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으로 온 후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러곤 바로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유진아. 나 집에 잘 도착했어.
띠띵!
바로 답 문자가 왔다.
-그래요? 저도 방금 집에 도착했어요. 씻고 바로 출근하려고요.
-그래?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요. 그보다 오빠는 푹 쉬어요. 안 그래도 휴가인데 쉬어야죠.
-그럴 생각이야. 아무튼 오늘 고생해.
-네.
대답 뒤에 하트를 보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하트를 보며 진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
휴대폰을 한쪽에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팔베개를 하며 어젯밤 조유진과 함께했던 밤을 떠올렸다. 어제는 서로 소극적이었다. 진우는 행여나 다칠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
그러다 모든 행위를 조유진에게 맡겼다. 그런데 조유진이 매우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뭔가 많이 어설퍼 보였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보니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후후후, 아마 유진이도 내가 첫 남자일 수도 있지.”
처음이라는 것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바로 고개를 흔들며 정색했다.
“아니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걸 따지고 그래.”
물론 조유진이 그전에 다른 남자를 만나도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진우 역시도 여러 여자를 만나왔다. 다만 조유진에게 자신이 첫 남자라고 하면 좀 더 진중하게 그녀와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뭔가 장밋빛을 그려가던 찰나 진우가 혼잣말을 했다.
“가만. 뭐를 빠뜨린 것 같은데……. 맞다. 알람!”
진우는 누워 있는 상태로 왼쪽 상단에 있는 알람창을 열었다. 그러자 채팅창이 미친 듯이 파파팟 하고 올라왔다.
그와 함께 김철수 중사와 최대근 중사의 대화가 막 올라왔다. 그것을 본 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후. 이래서 내가 꺼놨던 거야. 진짜…….”
그러면서 올라온 글들을 확인했다.
-대장! 대장! 대장! 어제 어땠어요? 좋았어요?
-당연히 좋았겠지.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는데. 으흐흐흐흐흐.
-넌 인마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어!
-남이사 웃든 말든.
이렇듯 두 사람은 만날 치고받고 싸운다. 그러면서 전투 때는 또 그렇게 합이 잘 맞는다.
어쨌든 그런 두 사람이 대화를 보다가 한마디 했다.
-야! 너희들 제발 적당히 좀 해. 예전에는 나보고 연애를 하라고 난리를 치더니. 연애를 하니 더 난리를 치네.
-누가 뭐라고 합니까. 그래서 좋았냐고 묻는 거잖아요.
-그래 좋았다! 왜?
-와. 진짜 우리 대장 결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김철수가 슬쩍 말했다.
-그런데 대장. 그 여자에 대해서 알아본 것은 좀 있습니까? 아무래도 대장이 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의도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김철수는 매우 냉정하게 판단해서 얘기했다. 그러자 최대근의 말이 바로 올라왔다.
-야. 김 중사. 너는 이 와중에 초를 치냐.
-초를 치다니. 난 그냥 사실을 말해준 거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나쁠 것은 없지. 그런데 대장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지금 그 얘기를 해야 하나 이 말이야.
-생각났을 때 하는 것이 좋지.
그렇게 두 사람의 싸움을 보다가 문득 임백호 상사가 생각이 났다.
-행보관님? 왜 이렇게 조용하십니까?
진우의 물음에 임백호 상사의 말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