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49화
15. 바통 터치(6)
실제로 맨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쯤이면 온몸에 몬스터 피로 범벅이었다. 하지만 나날이 실력이 좋아지는 것인지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갑옷 중간중간 튀어 있는 몇 방울의 피가 전부였다.
그전에 안유정 중위가 먼저 다가가 물티슈를 전했다.
“유 중위님 피 닦으십시오.”
“아, 네에. 고마워요.”
물티슈 두 장을 꺼내 유지태 중위가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유정 중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와. 예전에는 두 장이 뭐야. 한 통으로도 부족했었다.’
그만큼 전투가 좋아졌다는 증거였다. 그런 안유정 중위의 시선을 받은 유지태 중위가 흠칫하며 물었다.
“왜 그럽니까?”
“아, 아뇨. 유 중위님께서 점점 더 강해지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안 중위도 마찬가지 아닌가?”
“제가 말입니까?”
“요즘 보니까, 화살이 막 총알처럼 날아가던데.”
“아직 멀었습니다.”
그 중간에 김슬기 대위가 끼며 말했다.
“두 사람 부럽네.”
“김 대위님도 거의 거의 BS급 다 오지 않았습니까?”
“아니야. 그보다 안 중위는 C6등급?”
“네. 맞습니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와, 다들 성장이 빠르네. 안 중위 같은 경우 C3등급 아니었어?”
“네.”
“그런데 벌써 C6로 올라섰어?”
안유정 중위가 씨익 웃었다. 그녀 역시 벌써 4번째 게이트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B등급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럼 유 중위는?”
그 말에 유지태 중위가 씨익 웃었다.
“사실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저 CS등급으로 올라섰습니다.”
“정말? 그럼 이제 곧 B등급에 올라가겠네.”
“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 게이트 공략하면 B등급으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오오! 그럼 전역하시는 겁니까?”
안유정 중위의 발언에 유지태 중위가 바로 당황을 했다. 사실 진우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B등급만 되면 군말 없이 전역했을 것이다. 현재 군에서 등급 올리는 것은 B등급이 한계다. 그 후로는 외부로 나가 거기서 게이트 활동을 해야 한다.
아무리 외부에서 B등급이 많다고 해도 어쨌거나 B등급부터 대우를 받는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식의 발언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유지태 중위가 이제 막 B등급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안유정 중위가 그때 얘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물은 것이다. 그 물음에 유지태 중위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나도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 나는 가능하면 부부대장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뭐? 부대 말뚝 박으려고?”
김슬기 대위가 살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유지태 중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뚝은 아니고 말입니다. 저는 부부대장님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슬기 대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부부대장님과 함께하고 싶어.”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안유정 중위가 고개를 흔들었다.
“으음, 두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왜? 안 중위는 나가려고 했어?”
“아뇨! 저는 두 분이 전역하시는 줄 알고 저 혼자 꿀빨려고 했죠.”
“뭐야?”
“와, 안 중위. 야망 있네.”
그렇게 두 사람이 깜짝 놀라며 웃었다. 그러다가 안유정 중위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부 부대장님 언제까지 군에 계신다고 합니까?”
“글쎄! 어쨌든 부부대장님 발령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어쨌거나 좀 있지 않을까?”
“그렇죠? 저는 가능하면 좀 오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저 더도 말고 B4등급만 찍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사실 B4등급은 B등급에서 중간 정도다. 이 정도 되면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히 대우를 받는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유지태 중위도 바로 호응을 했다. 그때 진우가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슬쩍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해?”
“어? 부부대장님.”
“식사 다 하셨습니까?”
“어어. 그래. 자네들도 식사 다 했나?”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도 맛은 있었나 보네.”
“네. 맛있었습니다.”
세 명의 지휘 장교가 웃으며 얘기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유지태 중위가 진우를 불렀다.
“저기 부부대장님.”
“응?”
“혹시 언제까지 군에 계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진우가 눈을 크게 했다.
“어, 왜? 난 아직 군을 전역할 생각이 없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세 명의 지휘장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이십니까?”
유지태 중위가 재차 물었다. 진우가 그런 질문에 오히려 되물었다.
“왜 갑자기 그걸 물어봐?”
“다른 것이 아니라 제가 곧 CS등급이라서 말입니다.”
“오오. 그럼 곧 B등급으로 승격하겠네. 축하해.”
“감사합니다. 부부대장님. 그보다 제가 B등급에 올라서면 전역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 가능하면 부부대장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희도요.”
“네. 저도요.”
김슬기 대위와 안유정 중위도 손을 번쩍 들었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다들 뭐야. 어쨌거나 그렇게 말을 해주니 고마운데. 그런데 말이야. 혹시 모르니까, 괜찮은 길드 있으면 미리미리 조건도 알아보고 그래.”
진우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유지태 중위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그들 곁으로 슬쩍 다가온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박진철이었다.
“저기 혹시……. 새로 길드를 구하십니까?”
순간 당황한 유지태 중위가 삐질 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아직은……. 그냥 생각 중입니다.”
그 말에 박진철이 씨익 웃었다.
“오호라. 그럼 유 중위님 B등급이 거의 다 되었다는 말인데…….”
“네네.”
“그리고 다른 두 분들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고 말이죠. 아니구나 김 대위님은 이미 B등급이시죠?”
“네.”
“그럼 안 중위님?”
“전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멀지 않았죠?”
“네에…….”
안유정 중위의 고개를 살짝 숙여졌다. 보통 군인들은 B등급을 달성하면 전역을 하고 한다. 그것을 박진철 역시도 알고 있다.
“안 중위님은 어떻게 계획은 세우셨어요?”
“네. 세우긴 했는데…….”
“그런데 유능한 부부대장님 밑에서 좀 더 배우고 싶다 이거 아니에요.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실까? 혹시…….”
박진철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세 사람의 눈이 반짝였다.
“네?”
“부부대장님 소속 길드가 저희 길드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오! 정말요?”
“네. 군대에 입대하긴 했지만 그전 길드가 바로 저희 강힘길드였죠. 그리고 군대에 입대를 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고 말이죠. 부부대장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희 강힘길드 소속입니다.”
“그래요? 그럼 저희도 들어갈 수 있나요?”
그 말에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바로 상담에 들어갔다.
“당연하죠. 그럼 우리 천천히 얘기를 나눠볼까요?”
박진철이 얘기에 세 사람은 동시에 귀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안미숙이 지켜봤다. 어느새 옆에 다가와 진우를 툭 치며 말했다.
“야야야. 진철이 봐라. 대단하다. 대단해. 이 와중에 영업을 하고 있다.”
“누나. 저 모습이 진짜 형의 모습이죠. 그리고 영업을 하면 어때요. 솔직히 게이트에서 싸움이 난 상황에서도 영입을 한다잖아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같은 길드원들끼리 들어갔는데 서로 트러블이 생긴다. 파티원들끼리 대립이 생긴다. 그러다가 상대 파티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그 안에서도 영입을 시도한다.
“만약 우리 길드 쪽으로 넘어오면…….”
이런 식으로 제안하고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일들이 정말 비일비재했다. 그렇다 보니 이렇듯 영입 제안을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진우야. 너도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전부 다 성장을 시킬 수 있어?”
“누나.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따라온 거야.”
“그게 그거지. 어쨌든 우리 진우 다 컸네. 다 컸어.”
그 말을 하면 진우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진우는 바로 발끈했다.
“아니, 누나! 다 큰 남자 엉덩이를…….”
“왜왜왜. 내가 뭐 못 할 짓이라도 했니. 따지고 보면 내가 네 큰 누나 뻘이고, 내가 내 동생을 챙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그래!”
그 말에 진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안미숙과 박진철은 어쨌든 자신을 죽을 때까지 막내 취급을 해줄 것만 같았다. 이렇듯 한결같은 사람과 함께여서 진우는 너무도 좋았다.
“자! 휴식 끝!”
유지태 중위의 음성이 가득 울려 퍼졌다. 병사들이 하나둘 장비들을 착용하고 일어났다 유지태 중위가 바로 진우에게 다가갔다.
“부부대장님. 이번에도 저번 던전과 같습니까?”
“그래! 아직은 위험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오케이!”
그런 진우 옆으로 안미숙이 다가왔다.
“내가 먼저 잡아둬야겠지?”
“네. 누나. 그렇게 해주세요.”
“오케이. 들어가자고.”
“그래요.”
이번에도 진우가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공기가 달라짐을 느꼈다. 그런 그 안으로 안미숙이 당당하게 들어갔다.
“내가 먼저 불의 심판으로 잡고 있을게.”
“네!”
그렇게 음침한 대왕지네의 움직임을 불의 심판을 사용해 공간을 막았다. 그곳으로 진우가 단검을 뽑아 들고 뛰어 들어갔다.
끼에에에엑!
괴성이 들려오고 진우는 음침한 대왕 지네를 기압으로 눌러 버렸다. 이렇듯 진우는 음침한 대왕지네를 압도하고 있었다. 안미숙은 그 모습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다.
“우리도 안에서 지켜볼까?”
박진철이 유지태 중위와 안유정 중위, 김슬기 대위와 함께 파티를 꾸려서 보스방 안으로 들어왔다. 안미숙이 슬쩍 봤다.
“뭐야? 왜 들어와?”
“뭐긴 쫄 잡으러 왔지. 진우보고 확실하게 보스를 잡으라고 해. 우리들은 잡몹 처리 좀 할게.”
“그러든지.”
그 말과 함께 박진철이 주변에 있는 잡몹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유지태 중위가 검사인 만큼 앞에 서서 검을 휘둘렀다. 그 뒤에서 박진철의 응원 음성이 들려왔다.
“좋았어! 그래! 그렇게 해야지. 잘하고 있어. 그렇게 조금만 몰아붙여!”
캉! 카캉!
유지태 중위가 열심히 지네들을 상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진철이 뒤를 향했다.
“안 중위님! 뭐 해요. 빨리빨리 지원사격 해줘야죠.”
“네. 그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김슬기 대위에게 향했다.
“자. 이럴 때 김 대위님은 재빨리 버프를 걸어줘야죠. 그러면서 지네에게는 디버프를 걸어주시고요.”
“디버프요?”
“네.”
“그런데 효과가 있을까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전투 참여 시 조금이라도 인정이 된다면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요.”
“알겠어요.”
김슬기 대위가 열심히 디버프를 걸었다. 속도다운, 능력치다운, 그 외 여러 가지 디버프를 지네에게 걸었다. 그런데 간혹 디버프가 캔슬되는 경우가 있었다.
“어? 디버프가 끊어졌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