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50화
15. 바통 터치(7)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거세요. 오히려 이럴 때 열심히 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숙련치를 쌓아야 합니다. 지금은 현재 그러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래야 김 대위님도 경험치를 올리죠.”
“네. 알겠어요.”
이렇듯 박진철은 지휘 장교들을 데리고 진두지휘하며 그들의 경험치를 올려주었다.
한편 안미숙은 불의 심판으로 대왕지네를 잡아둔 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그러면서 박진철이 지휘하고 있는 곳을 지켜봤다.
“잘하고 있네.”
그렇게 주변잡몹을 상대하며 처리하고 있는데 미처 한 놈의 지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야! 박진철!”
그 소리에 박진철이 고개를 홱 돌렸다. 처리했다고 생각한 지네가 마지막 발악을 위해 몸을 일으킨 것이다.
“안 중위님 피해요.”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던 안유정 중위였다. 그런데 죽었다고 생각한 지네가 다시 일어났으니 그녀가 위험했다.
“앗!”
안유정 중위도 다급히 몸을 날렸다. 그리고 화살을 재 쐈다.
핑! 팍!
정확하게 머리에 꽂혔다. 지네가 다시 쓰러지며 마지막 힘을 짜내 독무를 품어냈다. 그 독무가 안유정 중위로 향했다.
“아, 안 돼…….”
안유정 중위가 절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때 뜨거운 열기가 확 치솟았다. 어느새 손을 뻗은 안미숙이 불의 장벽을 펼쳐 안유정 중위의 앞을 막았다. 그사이 독무는 그 불의 장벽에 의해 그대로 타버리고 말았다.
안미숙의 캐스팅이 조금만 느렸더라면 그 독무는 고스란히 안유정 중위에게 치명상을 입혔을 것이다.
안유전 중위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안미숙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래요. 아무리 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다시 한번 체크해요.”
“네네.”
안미숙이 미소를 보였다. 박진철이 그런 안미숙을 보며 싱글 웃었다.
“역시 멋지네. 내 여자친구!”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었다. 안미숙은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주변 잡몹들을 처리할 때쯤 진우 역시 음침한 대왕지네를 몰아붙였다. 그와 동시에 단검이 번쩍였다.
솨솩!
음침한 대왕지네의 머리가 싹뚝 잘려나갔다.
쿵!
“하아…….”
낮은 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온몸에 활력이 샘솟는 것 같았다. 뜨거운 심장의 박동이 요동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피의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진우의 몸 주위로 특유의 검은 색 오러가 넘실거렸다. 음침한 대왕지네를 쓰러뜨리자 곧바로 알람이 울렸다.
띠링!
음침한 대왕지네 처치(1/1)
화악!
그것과 함께 쓰러진 음침한 대왕지네를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곳을 단검으로 푹 쑤셔서 갈랐다. 검은색 액체가 쑤욱 하고 흘러나왔다.
그때 빛이 감도는 야구공만 한 핵도 함께 나왔다. 진우는 곧장 그 핵을 살폈다.
“이번에도 괜찮네.”
진우가 씨익 웃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몬스터 핵 상태에 매우 만족감을 드러낸 진우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보스방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 끝났다. 몬스터 핵 수거해라.”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혹시나 잔여 몬스터가 있는지 살펴본 후 몬스터 핵 수거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진우가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음침한 대왕지내의 몸통이었다.
“여기 있을 텐데…….”
진우가 찾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히든 게이트로 들어가는 열쇠였다. 땅 밑을 살피다가 꼬리 부근에서 검은색 열쇠를 발견했다.
“찾았다.”
진우는 꼬리까지 오면서 솔직히 긴장했다. 이번에는 히든 게이트로 들어가는 열쇠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꼬리 부근에서 발견했다.
“일단 이것을 챙겨놓고!”
진우는 열쇠를 아공간에 넣은 후 몸을 돌렸다. 유지태 중위를 필두로 해서 익숙한 듯 몬스터 핵 수거에 들어갔다. 진우가 곧장 유지태 중위를 불렀다.
“유 중위.”
“네. 부부대장님.”
유지태 중위가 뛰어왔다. 진우는 손에 들고 있던 음침한 대왕지네 몬스터 핵을 던졌다. 그것을 바로 잡은 유지태 중위.
“알지? 몬스터 핵 수거하면?”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병사들 잘 챙기고.”
“네.”
유지태 중위가 대답을 한 후 병사들에게 뛰어갔다. 이번에도 박진철이 다가왔다.
“진우야. 이번에도?”
“네.”
“으음……. 그렇구나.”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슬쩍 물었다.
“이번에도 혼자 처리할 거지?”
“네. 1인 게이트잖아요.”
“만날 1인 게이트야. 너 솔직히 말해봐. 1인 게이트 맞아?”
“네. 진짜입니다.”
진우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 진우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믿는다.”
“고마워요.”
“고맙긴……. 어쨌든 이번에도 좋은 핵 들고 나와라. 아이템도 좋고.”
“네네.”
박진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진우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때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부부대장님 다 끝났습니다.”
“그래. 수고했고, 밖에서 보자.”
“넵!”
유지태 중위가 경례를 한 후 병사들을 데리고 생성된 포탈을 통해 빠져나갔다. 박진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간다. 몸 조심하고…….”
“네. 형. 밖에서 봐요.”
“알았다.”
박진철이 손을 흔들고는 안미숙과 함께 포털로 걸어갔다. 안미숙도 이해를 하는지 손을 흔들어 줬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미안했다.
“미안해요. 솔직히 히든 게이트는 나와 관계된 것이라 어떻게 하지는 못하겠네요.”
진우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몸을 돌렸다. 아공간을 열어 열쇠를 꺼냈다.
“자! 그럼 또 가 볼까?”
진우는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후 흑룡인들을 불렀다.
“나와라!”
“와,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활약할 시간이군요.”
“나는 진짜 이 순간만 기다린다니까.”
“후후후…….”
진우의 등 뒤로 임백호 상사, 김철수 중사, 최대근 중사가 나타났다. 특히 최대근 중사의 거대한 도끼는 나날이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들을 확인한 진우가 씨익 웃으며 열쇠를 허공에 꽂아 비틀었다.
우우우웅.
게이트에 또 하나의 포털이 생성되었다. 진우와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띠링!
-히든 게이트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 굴(S)에 들어갔습니다.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를 처리하시오(0/1)
-어둠의 게이트 속성에 따라 게이트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게이트 S등급에서 A등급으로 하향조정 됩니다.
진우는 붉은 눈을 빛냈다. 앞에는 붉은 눈빛으로 더듬이를 파르르 떨고 있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가 있었다.
“쟤 껍질이 좀 단단하다. 마디마디 연결된 부위를 집중적으로 노려!”
“네. 알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최대근 상사가 호기롭게 앞으로 나아갔다.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씨익 웃었다.
“야. 우리 신나게 한 판 붙어보자!”
그때 뒤에서 김철수 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질질 끌지 마! 알겠지만 페이즈 오래 끌면 그만큼 손해니까.”
“나도 알고 있다고!”
그 말과 함께 도끼를 높이 쳐들었다. 최대근 상사의 이두박근이 꿈틀거렸다.
“스킬 대지파괴(A)!”
최대근 상사의 도끼가 지면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를 공격해 들어갔다.
콰콰콰콰쾅!
그와 동시에 임백호 상사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여러 개를 캐스팅 하며 버프를 빠르게 걸어줬다.
“제대로 한번 놀아봐!”
최대근 중사의 몸에 번쩍번쩍 거렸다. 녹색의 광원이 온몸을 휘감았다. 최대근 중사의 몸에 엄청난 힘과 활력이 샘솟았다.
“감사합니다. 행보관님!”
쾅! 쾅! 쾅!
최대근 중사는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어그로를 확실하게 끌었다. 암흑광풍까지 쓰며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를 몰아붙였다.
그때 뒤에서 불쑥 김철수 중사가 튀어 올라왔다. 그의 검은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마디를 끊어 버릴 듯 강력한 스킬 공격을 퍼부었다.
쾅! 콰콰콰쾅!
그렇게 공격을 퍼붓는 사이 빠르게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그사이 2페이즈에서 3페이즈로 바뀌며 점점 더 강한 공격이 들어왔다.
끼에에에엑!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가 괴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최대근 중사가 멈칫했다. 그리고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더듬이가 파르르 떨렸다.
“야. 김 중사! 뒤로 물러나.”
뭔가 낌새가 이상함을 느낀 임백호 상사가 소리쳤다. 김철수 중사도 그 말을 듣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를 같이해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입에서 독무가 뿜어져 나왔다.
스스스스슷!
“독무입니다.”
“독무? 그럼 그 독무를 말끔히 치워줘야겠지.”
임백호 상사는 이런 일에 익숙한지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스킬 정화!”
두 손이 반짝이며 빛이 쏟아져 나갔다. 히든 게이트 보스방 전체를 독무로 뒤덮일 뻔했지만 임백호 상사의 정화 스킬에 그러지 못했다.
“이 새끼가 어디서 독무를 뿜어내고 있어! 그 입 다물어!”
최대근 상사가 고함을 질렀다. 그와 함께 도끼를 높이 들어 얼굴을 내리찍었다.
쾅!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으로 내리찍었다.
쾅! 쾅! 쾅…….
끼에에에엑! 끼엑!
괴로운 듯 몸부림을 쳤다. 그사이 독무는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이 마지막임을 느낀 김철수가 중사가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진우를 바라봤다.
“대장!”
그 소리와 함께 진우가 빠르게 앞으로 뛰어 들어갔다. 최대근 중사의 토끼가 땅에서부터 시작해 챠르륵 땅을 그어가며 쳐올려졌다.
쾅!
달려들던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머리를 쳐올렸다.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머리가 공중으로 비상했다. 흑룡의 갑옷 세트를 착용한 진우가 어느새 나타나 공중으로 올라서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의 머리 부분을 타격했다.
꽈직! 푹!
정확히 머리와 몸통 부위의 연결지점이었다. 그곳을 잡고 그대로 잡아 찢었다.
찌지직. 쫘아아악!
힘을 다한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가 되었다. 그때를 같이해 진우에게 알람이 들려왔다.
띠링!
-음침하고 거대한 대왕지네(A)를 쓰러뜨렸습니다.
쿵!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우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주위로 흑룡인들이 다가왔다.
“역시 대장은 멋집니다.”
“진짜 한 방이네요.”
“역시 대장!”
진우가 단검을 한 차례 털어내고는 아공간에 넣었다. 흑룡인들을 보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다들 고생했다. 그만 들어가 봐라.”
“넵!”
“그럼 저희들은 이만…….”
임백호 상사가 인사했다. 김철수 중사와 최대근 중사가 먼저 검은 연기를 두르며 사라졌다. 임백호 상사가 막 사라지려는데 진우가 그를 불렀다.
“행보관님.”
“네?”
“서류 작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곧 끝이 납니다.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계속 수고해 주십시오.”
“네. 대장.”
임백호 상사가 웃었다. 그리고 주위로 검은 연기가 생성되더니 이내 몸을 감싸며 흩어졌다. 홀로 남은 진우가 손을 폈다. 그곳에는 하나의 파편이 쥐어져 있었다.
“어둠의 파편…….”
그러면서 시선을 왼쪽 알림창으로 향했다.
-어둠의 파편 조각(1-5)
진우는 잠시 파편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공간에 넣어둔 다른 파편들이 함께 공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응?”
우우우우웅!
아공간을 열어 나머지 파편을 꺼냈다. 그들은 공중으로 비상했다. 그러곤 서로 가까이 뜬 채로 진동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뭐지?”
진우는 공중에 뜬 채 공명하는 어둠의 파편들을 바라봤다. 그러곤 그 어둠의 파편 다섯 조각을 손으로 낚아챘다. 그사이 공명이 사라졌다.
“그래. 너희들도 하나라는 거지? 잘 알겠다. 몇 개를 더 모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 모아준다.”
진우가 중얼거림을 남긴 후 몸을 돌렸다. 어느새 생성되어 있는 포털을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