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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52화 (152/177)

힘을 숨긴 귀환자 152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

“어허, 이 사람……. 아무리 자리에만 앉아 있는 나지만 듣는 것이 없을 것 같아. 사단장도 다 들었네. 헬퍼들의 도움도 많았지만 이 소령의 도움이 가장 컸다는 것을 말이야.”

“아닙니다.”

“괜찮아. 괜찮아. 지금까지 우리 사단에서 이 소령이 해낸 일이 어디 한두 개인가. 물론 블랙 게이트에 대해서는 좀 아쉽지만……. 사실 그것 빼고도 이 소령은 부대에 공을 세운 것이 한두 개가 아니야. 벌써 몇 개째지?”

“아마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그래! 몇 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게이트를 네 개나 공략을 했어. 그것도 사망자 및 일체의 부상자도 없이 말이야. 현 군부대에서 이런 성과를 이룬 부대는 없었어. 저기 육본에서도 이 소령 괜찮냐는 문의가 자꾸 와.”

“아, 그렇습니까? 저는 괜찮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거야. 항상 말하고 있지.”

“그보다 말입니다. 요즘 게이트가 너무 자주 열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단 관할에서 열린 게이트인데 다른 부대에 주기도 그렇잖아.”

“그렇죠.”

“참. 그런데 왜 찾아온 거야? 할 말이라도 있나?”

“아! 저 휴가 나가려고 말입니다.”

“휴가? 그렇지. 게이트를 끝낼 때마다 가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가 나오는 거야?”

“보통 일주일인데 말입니다. 더 있다가 복귀합니까?”

“에헤이. 이 소령. 왜 그러나. 일주일만 있다가 복귀해. 어쨌든 지난번에 나갔다 온 휴가도 얼마 안 되었잖아.”

“네. 뭐 그렇죠.”

“게이트 들어갔다가 공략하고 나온 것을 사단장은 모르는 것은 아니야. 그래도 말이야. 자네도 알잖아. 일주일만 해.”

“네. 알겠습니다.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그래. 그래! 대신에 이 소령 진급심사 올릴 거야.”

“네? 진급 말입니까? 저 소령 단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거야 일반 군인 출신 얘기고……. 플레이어 군인들은 심사 기준이 다르지 않나. 자네 벌써 고가점수 잔뜩 쌓아 놨어.”

“아, 그게 또 그렇습니까?”

“어어! 물론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군대 전례상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좀 찾아보고 있거든. 조금만 기다려 봐.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소령이 각성 부대를 맡아야 하지 않겠어?”

“아……. 네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승철 소장이 바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도 각성부대장이라고 생각하고 부대 관리 잘하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김승철 소장은 진우의 대답에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 외 여러 가지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대략 1시간 정도 대화를 마치고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사단장님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 봐. 휴가 잘 보내고.”

“넵! 충성.”

진우가 경례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김승철 소장이 씨익 웃었다.

사실 김승철 소장은 요즘 살맛이 났다.

맨 처음 진우가 찾아오기 전만 해도 왜 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걱정이 컸다. 그리고 후회가 되었다. 그냥 다른 부대로 전출만 갔어도 되었을 일인데……. 이런 자책까지 했었다.

아니, 진우 때문에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우가 정중하게 나오고 삐딱한 노선을 타지 않고 게이트 공략도 잘해주는 덕에 11사단의 위용도 높아지니 기분도 좋았다.

위에서도 11사단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또한 진우가 세운 공은 자신에게도 플러스가 되었다.

막말로 중장 진급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진우가 연일 게이트를 공략해 주니 자신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중장 진급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 그래. 이 소령. 이렇게만 해줘. 그러면 내 절대 이 은혜는 잊지 않을 테니…….”

김승철 소장이 상석에 앉은 채로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김승철 소장이 움찔하며 소리쳤다.

“누구야?”

문이 천천히 열리며 이준식 대령이 나타났다. 그를 보고 김승철 소장이 움찔했다.

“어? 자네가 무슨 일이야?”

“사단장님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일단 앉게.”

“감사합니다.”

이준식 대령이 조용히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는 사무실 문을 열고 소파에 앉을 때까지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 먹을 텐가?”

“네. 커피 주십시오.”

김승철 소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옆 전화기를 들었다. 곧바로 비서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기 커피 두 잔 보내주게.”

잠시 후 대위 한 명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이준식 대령과 김승철 소장에게 각각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다시 나갔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먹지.”

“네.”

커피를 마시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승철 소장이 먼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준식 대령을 보며 물었다.

“그래. 자네는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건가?”

이준식 대령도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 이번에 임경식 중령 서울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럼 각성부대장이 공석인데 새로 임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지.”

“그럼 혹시 생각해 두신 후임이 있습니까?”

“후임?”

그러면서 김승철 소장이 피식 웃었다. 이준식 대령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임경식 중령을 서울로 보낼 때 한마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

물론 이준식 대령이 작전참모이고, 어쨌거나 부대 인사권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11사단에서 이준식 대령은 실권자 노릇을 해왔다. 그에 대해 살짝 기분 나쁜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정작 이준식 대령은 그 소식을 접하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무슨 꿍꿍이가 있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 딱 보니 임경식 중령보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이로 앉힐 모양으로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나는 딱히 생각해 본 사람이 없는데 추천해 줄 사람이라도 있나?”

이준식 대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번 보수대 대대장 박 중령이나, 아니면 정훈참모 최 중령 이렇게 있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 중 한 명을 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김승철 소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둘 다 이준식 대령의 육사 바로 밑 후배이자 완전 꼬봉처럼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뭐 둘 다 계급이 중령이고, 그렇다 보니 각성부대장 자리에 앉혀도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어차피 부대 지휘 대부분은 진우가 알아서 한다. 바꿔 말하면 모든 일을 진우가 다 처리하는데 굳이 각성부대장을 비 플레이어인 중령으로 채울 필요가 없었다.

“박 중령과 최 중령이라……. 둘 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네?”

이준식 대령의 얼굴에 살짝 당혹감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며 조용히 물었다.

“생각해 둔 사람이 있으신 거면 말씀해 주십시오.”

“난 말이야. 각성부대장으로 플레이어를 앉히고 싶어.”

“네? 플레이어……. 중령이 저희 부대에 있습니까?”

“없지. 없으니까, 지금 당장 인사를 못 시키는 것이고. 그러나 혹시 모를 일이지. 언젠가 누군가 진급을 하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준식 대령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설마. 이진우 소령을 생각 중이십니까?”

“왜? 안 돼?”

“그보다 소령 단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소령 단 거야 블랙게이트에서 무사히 돌아왔고, 힘든 것을 참작해 올려준 것이고. 지금 봐봐, 벌써 B등급 게이트 네 개를 공략했어. 그곳에 들어간 병사들 중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도 없어. 여태껏 단 한 명도 말이야. 이는 어마어마한 업적이야. 안 그런가?”

“…….”

“게다가 말이야.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이 소령이 이끈 공략대가 우리 사단에 벌어준 돈이 얼마인지. 지난 10년 동안 벌었던 것을 단 몇 달 만에 갈아 치웠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안 그런가?”

“…….”

이준식 대령은 이번에도 말이 없었다. 김승철 소장이 다시금 물었다.

“자네 생각은 전혀 아니라고 보나? 어디 한번 말을 해보게. 정말 진급이 필요 없는가?”

“그, 그건 아니지만…….”

이준식 대령이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뭐라 반박을 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 잔뜩 구겨진 인상을 보며 김승철 소장이 한마디 했다.

“이보게, 작전참모.”

“……네.”

“이제와 내가 충고하는데. 욕심도 적당히 부려. 적당히. 더 이상 하는 것도 추하니까. 막말로 이 소령이 게이트 활동을 해 주고 있으니 주변이 잠잠해지는 거야. 일단 여론들을 봐봐. 이 소령이 게이트 활동을 열심히 해주니 예전처럼 와서 데모하고 못 믿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잖아. 이미 이 소령의 행동으로 11사단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단 말이야. 이런 실정인데 어떻게 진급을 안 시킬 수 있어.”

“그렇긴 합니다만…….”

이준식 대령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딴죽을 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김승철 소장은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보였다.

“그리고 각성 부대는 각성자들로 가득한데 당연히 그곳을 각성자가 지휘를 해야지. 막말로 두 사람 중 아무나 앉힌다고 생각을 해봐. 그들이 과연 이 소령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각성자와 비 각성자의 차이는 어마어마해. 그건 자네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

“알죠. 아는데……. 그래도 군대는 계급 사회이지 않습니까. 어느 자리든 그에 따른 계급이 존재합니다. 각성부대장의 자리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준식 대령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입을 열었다. 김승철 소장은 바로 콧방귀를 꼈다.

“그래서 뭐? 이 소령이 중령으로 진급을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

“그때는…….”

이준식 대령이 바로 얘기를 하지 못했다. 김승철 소장이 소파에 몸을 푹 기대었다.

“이미 이 소령에 대한 진급심사를 신청한 상태야. 벌써 보고서까지 올라갔고.”

“네? 아니, 사단장님 그런 일을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처리하십니까.”

이준식 대령이 바로 볼멘소리를 냈다. 김승철 소장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허허허, 상의라……. 참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작전참모, 아니, 이 대령.”

“네?”

“뭔가 큰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나 11사단 사단장이야. 게다가 소장이란 말이야. 감히 대령 따위가 어디서 큰 소리를 내고 있나! 그리고 언제부터 작전참모가 사단장이 하는 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고 그래.”

“……그게 아니라. 저는 작전참모로서…….”

“그러니까. 조언만 해. 작전에 관한 일만 말하라고. 쓸데없이 참견 떨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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