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54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4)
그 말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진우가 뒤로 살짝 물러나자 그 안으로 세 명의 인영이 훅훅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진우의 흑룡인인 임백호 상사, 김철수 중사, 최대근 중사였다. 최대근 중사가 침대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장. 설마 자고 있었어요?”
“잠깐 침대에 누워 있었어.”
“그러니까. 일찍 좀 만나자니까. 이럴 거면 우리 인피면구는 왜 구입을 했어요.”
최대근 중사가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 김철수 중사가 그런 최대근 중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최 중사. 제발 부탁인데 그만 좀 투덜거렸다. 우리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인피면구를 구입했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려고 구입했냐?”
“그럼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해?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인피면구 쓰고 편안하게 지내면 안 돼? 어차피 이거 잘 벗겨지지도 않아. 상품도 좋던데.”
“어후, 너는 그렇게 여자를 만나고 싶니?”
김철수 중사가 한심하다는 듯 최대근 중사에게 말했다. 최대근 중사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김 중사. 내가 말하지 않았냐. 나 블랙 게이트 벗어나면 당장 여자 만나겠다고 말이야. 심지어 대장도 연애를 하고 있는데 나만 이게 뭐냐고!”
최대근 중사는 괜히 가만히 있는 진우를 걸고넘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김철수 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나……. 아직 가족도 못 만나고 있는 행보관님께 미안하지도 않냐.”
“내가 만나지 말라고 했나.”
그러면서 슬쩍 임백호 상사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백호 상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 김철수 중사가 괜히 민망해하며 최대근 중사의 입을 막았다.
“어, 됐다. 됐어. 넌 제발 입 좀 닥치고 있어라.”
그러면서 임백호 상사를 바라봤다.
“행보관님 얘기하셔도 됩니다.”
최대근 중사가 입을 쑥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임백호 상사가 피식 웃고는 진우에게 말했다.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임백호 상사가 가방에서 암호화된 문서를 착착 꺼냈다. 방안은 어둑하고 달빛만이 흐릿하게 들어오고 있지만 전부 흑룡인이라서일까? 모두의 눈에 종이에 찍힌 활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게 뭡니까?”
서류를 확인하던 진우가 물었다.
임백호 상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처음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처음 작전처에서 가져올 때는 암호화되어 있었습니다. 몇 가지 소스 때문에 신화그룹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들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그마 길드에서 털어온 자료들을 보다가 같은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것을요?”
“지도입니다. 지도!”
임백호 상사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지도?”
“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화그룹에서 제안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여길 보시면 아시겠지만 잘 보시면 비밀지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그마 길드에서 가져온 자료도 보시면 비밀지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보던 최대근 중사가 바로 입을 열었다.
“에이. 그건 좀……. 행보관님 지도가 한두 개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지도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같은 것으로 몰아가는 건 좀 그렇습니다. 행보관님 이건 좀…… 완전 억지 아닙니까?”
김철수 중사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야, 최 중사! 너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 좀 있어.”
“이게 맞다고?”
최대근 중사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리곤 바로 무시하고 김철수 중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진우에게 추가 설명을 했다.
“대장도 아시겠지만 지도와 관련된 게이트는 이미 애당초 다 클리어가 된 상태입니다. 요즘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도 같은 것이 블랙마켓에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그랬는데 이렇듯 지도란 단어가 동시에 나온 것으로 봐서는 같은 의미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그래?”
“네. 그리고 마그마 길드도 이 지도를 가지고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었고, 신화그룹도 지도를 통해서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개의 문서에 나온 비밀지도란 단어! 분명 연관되어 있어요.”
“오호…….”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내가 막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는 지도가 없었는데.”
임백호 상사가 입을 열었다.
“대장님은 지도를 못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행보관들 사이에 이런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애당초 탐지꾼이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그의 손에 지도가 들려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안 줬던 걸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지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음…….”
진우는 얘기를 듣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진우가 생각하기에 그 지도가 있었다면 당연히 줘야 할 것이고. 그 지도를 보고 게이트를 공략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가 받았던 지도는 없었다.
‘이거 뭔가 있는데…….’
진우는 확실하게 의심이 들었다. 김철수 중사가 그런 진우의 속마음을 알고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인데요. 아마 처음에 게이트에 들어간 인물이 탐지꾼이 아니라 선발대가 게이트를 탐사했을지도 모릅니다.”
“뭐? 선발대?”
“네. 지도가 있는 게이트는 클리어 조건이 아니더라도 탈출로를 확보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모르셨습니까? 원래 지도가 있으면 탈출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였어?”
“네네.”
김철수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도를 가지고 들어가면 그 지도가 출입증이 되기 때문에 게이트 난이도도 조절이 되고 말입니다.”
진우는 솔직히 지도를 가지고 게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선발대가 들어가고 난 후에 그들을 통해 클리어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게 설마…….”
“네. 아마도 천 명의 희생!”
“와, 이런 개새끼들……. 애당초 우리를 죽일 목적으로 그랬던 거야?”
최대근 중사가 바로 발끈했다. 진우가 임백호 상사를 보며 물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마그마 길드에서 가지고 있던 자료를 확인해 보니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네. 마그마 길드 같은 경우는 절반의 희생이었습니다.”
“절반의 희생요?”
“네? 이 게이트에서는 몇 명이 들어가든 간에 절반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절반은 무조건 갇혀 있게 되는 거죠.”
“정말요?”
“네. 그런데 마그마 길드에서 중간에 임시 포털이 열렸을 때 갈등이 생기면서 마그마 길드가 빠져나왔습니다. 그 과정에 마그마 길드 인원이 갇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앞선 블랙 게이트가 그레이 게이트로 빠져나오면서 그 조건이 활성화된 것이죠.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고 난 이후에는 게이트 조건이 바뀌면서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조유진 오빠가 들어간 블랙 게이트는 공략대 인원이 들어간 절반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그마 길드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중간에 빠져 나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아 있던 조영진과 그 세력들이 갇혀 버린 것이다.
갇힌 상태에서 혹독한 공략 난이도를 클리어 해야 한다. 그리고 진우가 들어갔던 블랙게이트는 흑룡의 둥지로 천 명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극악의 게이트였다.
다시 말해 조영진이 들어간 블랙 게이트는 흑룡의 둥지를 깨우는 게이트였고, 진우가 들어간 게이트가 바로 흑룡의 둥지 게이트였다.
그곳은 천 명의 희생자를 필요로 한 것이었고, 천 한 명이 들어간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 바로 진우였다.
최대근 중사는 바로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와. 진짜. 뭐가 이리도 복잡해! 아무튼 두 게이트가 연관이 있다는 소리잖아.”
“어, 맞아.”
“어떻게 연관이 있다는 거야?”
진우의 물음에 김철수 중사가 바로 답했다.
“제 생각인데 말입니다. 앞서 열린 블랙게이트가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면서 새로운 블랙게이트가 열리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데이트를 보면 마그마 길드가 가지고 있던 자료는 3년 전 것이고 작전처에서 가져 온 자료는 2년 전 것입니다. 그러니 시기상으로 마그마 길드에 있던 자료가 먼저인 것이죠.”
진우가 임백호 상사를 보며 물어봤다.
“작전처에서 있었던 저 데이터가 늦게 들어왔을 가능성은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이게 블랙 게이트면 사실 탐사 여부에 따라서 상당한 돈이 될 텐데 말입니다. 신화그룹에서 이걸 몇 년동안 탐사를 미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신화그룹이 여력이 없는 회사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리고 신화그룹이 마그마 길드를 흡수한 것이 첫 번째 그레이 게이트 사건 이후입니다. 신화그룹이 그레이 게이트 사건을 통해 마그마 길드의 정보를 얻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냈다고 봐야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임백호 상사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아마도 정확한 전후 관계와 사실 관계는 신화그룹과 마그마 길드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 외 더 자세한 상황은 작전처에서 가져온 자료나 마그마 길드에서 가져온 자료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둘이 연결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앞선 블랙 게이트에 대한 정보는 있어요?”
진우의 물음에 임백호 상사가 입을 열었다.
“제가 따로 알아보긴 했는데 영원그룹 손자인 조영진이 영원길드원들을 이끌고 들어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뭐라고? 조영진?”
“네.”
진우는 그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조영진이라고?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것 같은데.”
진우는 불현듯 조유진, 조영진의 이름이 비슷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연관이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임백호 상사가 그런 진우를 보며 말했다.
“영원그룹 얘기는 저도 좀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그 당시 영원그룹은 게이트 10대 그룹에 올라가기 위해서 무리하게 투자도 하고, 그러면서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장차 영원그룹을 이끌 조영진의 실종으로 인해 회사가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근근이 버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돈 그룹이 대광그룹이거든요.”
“대광그룹요?”
“네. 대광호텔이 있는…….”
“으음…….”
진우가 신음성을 흘렸다. 그러면서 최대근 중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거기 회장이 S등급만 싹쓸이한다는 그 미치광이 회장 아니야?”
김철수 중사도 놀란 얼굴로 최대근 중사라 바라봤다.
“어? 너도 알아?”
“나도 그 정도는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