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56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6)
손미연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그녀는 지난번 그때를 기억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몬스터 핵 등급이 어떤 것을…….”
그러자 박진철이 쓰윽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지난번과 같은 걸로요.”
순간 손미연의 눈빛이 번쩍하고 떠졌다.
‘시, 실화야? 지난번에도 S등급, 이번에도 S등급이라고?’
속으로 놀란 손미연은 애써 자신의 감성을 억누르며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녀를 안내를 받아 박진철이 따라가는데 안미숙이 영 못마땅한 얼굴로 옆구리를 툭 쳤다.
“왜 네가 그렇게 신이 났어?”
“자기야. 몰랐어?”
“뭘?”
“오늘 팔린 S등급 중에서 제일 비싸게 팔린 걸로 말이야. 진우가…….”
“진우가 뭐? 보너스라도 준데?”
“보너스가 아니라 전부 우리 길드 예산으로 빼준대.”
“지, 지, 진짜?”
안미숙의 시선이 바로 진우에게 향했다. 진우는 살짝 쑥스러운 듯 말했다.
“누나는 그런 걸 가지고 그래요.”
“진우야. 말만 해. 10살 연하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그러자 박진철이 발끈했다.
“야, 안미숙. 그건 아니지.”
“왜? 뭐가 아닌데? 자기가 예전에 말했잖아. 자기보다 돈 많고 능력 있는 플레이어를 만난다면 자기 버려도 좋다고 말이야.”
그 말에 당황한 박진철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우야? 넌 아니지?”
“미숙이 누나 정도는 뭐…….”
“야!”
진우가 피식 웃었다.
“농담입니다. 농담! 형이랑 미숙이 누나는 친형이나 친누나처럼 생각하는데 무슨…….”
“그렇지? 아니지?”
박진철이 놀라며 되물었고, 그 모습에 안미숙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농담이야. 농담도 못 해?”
“됐어! 너랑 말 안 해.”
박진철은 토라진 듯 고개를 홱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에 안미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이구 저 삐돌이…….”
그러면서 옆에서 걷는 진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무튼 고맙다. 진우야.”
“고맙긴요. 난 누나에게 고맙죠.”
“나에게?”
“네. 누나 곧 AS등급으로 올라가잖아요. 어쩌면 S등급으로 올라설지도 모르는데 계속 강힘길드에 남아 있잖아요. 그러니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죠.”
진우의 솔직한 말에 안미숙의 코끝이 살짝 찡해졌다.
“진우야. 내 맘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에이, 뭘요.”
“그럼 의미에서 진짜……. 10살 연상은 안 되겠니?”
“아이, 진짜……. 됐어요. 빨리 가기나 해요.”
진우도 앞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를 빠르게 따라오는 안미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 농담 아니야.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봐.”
“됐다니까요. 진철이 형 진짜 삐져요.”
“냅둬! 삐지라지…….”
“하아…….”
진우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사이 엘리베이터에 도착을 했다. 손미연이 카드를 꺼내 엘리베이터에 가져다 댔다.
딩동!
그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손미연이 현재 연 엘리베이터는 VIP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이곳은 VIP 카드가 없는 이상 탈 수 없었다. 하물며 진우, 박진철, 안미숙은 VVIP 회원이었다.
“타시죠.”
손미연의 말에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녀는 곧장 9층을 눌렀다. 잠시 후 다시 소리가 들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VIP 담당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지난번에 한 번 S등급 몬스터 핵을 팔아서일까? 조세호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그는 진우가 처음 S등급 몬스터 핵을 팔았던 방으로 안내했다.
“차 드릴까요?”
조세호가 매우 공손한 자세로 물었다.
“그래 줄래요? 그냥 간단한 걸로 주세요. 형은?”
“나도 간단한 걸로.”
“나도.”
박진철과 안미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세호는 잠깐 수화기를 들어 얘기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처럼 식사 준비해 드립니까?”
“아닙니다. 괜찮아요.”
안미숙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신경 쓰지 말고 편안하게 거래하세요.”
“네. 그럼 잠깐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
조세호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사이 문이 열리며 차가 들어왔다. 세 사람은 차를 홀짝거리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조세호가 다시 나타났다.
“듣기로 몬스터 핵을 판매하시기로 하셨다고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한번 확인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아마 조세호가 사라진 것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세요.”
진우가 처음 것을 먼저 내놓았다. 나태한 어둠의 대왕쥐를 잡아 나온 몬스터 핵이었다.
“으음…….”
조세호는 묘한 눈빛으로 S등급 몬스터 핵을 감별했다. 처음 가져 왔던 어둠의 여왕개미 핵보다는 크기는 크지만 마나의 순도가 좀 떨어졌다.
‘으음, 지난번에는 50%가 넘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 것은 20%도 안 되는 것 같은데.’
확실히 나태한 어둠의 대왕쥐 몬스터 핵은 마나의 순도가 좀 낮았다. 그도 그럴 것이 흑룡인과 처음 합을 맞춰서 사냥을 한 것이다. 2페이즈를 넘어서 공략을 하는 바람에 마나 순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진우가 그것을 눈치채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번 것은 지난 것보다 상태가 좋지 않을 겁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자 박진철이 바로 끼어들었다.
“그래도 크기는 지난 것보다는 크지 않습니까?”
“네. 크기는 큰데……. 순도가 좀 떨어집니다. 만약 이 크기에 마나 순도도 지난번과 같았다면 많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조세호는 솔직하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진철은 어떻게든 돈을 많이 받고 싶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좋게 쳐주세요. 그래야 저희도 역시 거래를 하죠.”
진우가 살짝 박진철을 바라봤다. 오늘 가져온 몬스터 핵이 세 개다. 그런데 저렇게 말을 하니 좀 웃겼다. 그러나 박진철은 매우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그에 따라 조세호도 살짝 고민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으음……. 지난번 몬스터 핵 가격만큼 쳐드리겠습니다.”
지난번 S등급 몬스터 핵은 1,500억 원에 팔았다. 거기서 세금 30%를 떼고 수수료 10%, 신원 보증료로 50억을 뺀 나머지 850억을 받았다. 그래서 조세호가 한 말은 지난번과 똑같이 해준다는 의미였다.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이번에는 수수료가 좀 적죠?”
“네. 이번부터는 3%로 적용됩니다.”
지난번에는 첫 거래이기 때문에 10%의 수수료를 뗐다. 하지만 그 첫 거래 하나로 VVIP가 되었다. 그 혜택으로 인해 수수료가 3%가 적용되는 것이다.
“어디 보자. 지난번 1,500억일 때 수수료 10%는 150억이었지. 3%면?”
그때 미소를 지으며 조세호가 바로 답했다.
“45억입니다.”
무려 105억 차이였다. 박진철이 조세호를 빤히 바라봤다. 조세호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신원 보증료를 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원래는 그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하지 않을 겁니다.”
조세호의 그 말에 박진철이 미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혹시 저희 정보 벌써 파신 것은 아니죠?”
“아뇨.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조세호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조세호가 신원 보증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번처럼 어쩌다 한 번이었다면 당연히 신원 보증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렇게 또 한 번 S등급 몬스터 핵을 가지고 왔다.
S등급 게이트를 어떻게 공략을 했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S등급의 핵들이 나올 경우 결국은 진우의 행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디카페인이 신원을 숨기려고 애써도 언젠간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그리될 것이라면 애초에 받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계산기를 꺼냈다.
“어? 형, 그거 뭐야?”
“이거? 너 몰라? 계산기잖아.”
“계산기? 그런 것이 있었어?”
“야! 요즘은 뭐 휴대폰으로 뚝딱하고 그랬지만 옛날에는 계산기가 있어야 했어. 이처럼 많은 돈이 오갈 때는 말이야. 철저하게 해야 한 푼이라도 딴 데 흘러가지 않지.”
박진철은 그 말과 함께 혼잣말을 하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어디 보자. 1,500억에서 세금 30%를 떼고, 거기다가 수수료 3%라고 했죠?”
“네.”
“그럼…….”
계산기를 막 다 두드린 후 나타난 숫자는 1,005였다. 1,005억이라는 소리였다.
“1,005억이네요. 맞죠?”
“네. 맞습니다.”
“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박진철이 씨익 하고 웃었다. 그러자 조세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저희가 잘 쳐드렸으니까. 다음번에도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거래해 주십시오.”
진우가 그 얘기를 듣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형 그렇다는데.”
“여기서 다 꺼내라.”
박진철이 팔짱을 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모습에 조세호는 잘못 들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
“아. 저희가 이거 말고도 몬스터 핵이 2개 더 있거든요.”
“…….”
영문을 몰라 하는 눈길로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가 씨익 웃으며 아공간에서 몬스터 핵 2개를 더 꺼냈다. 그것을 본 조세호가 눈을 크게 떴다. 아까 봤던 몬스터 핵보다 더 큰 핵이었다. 심지어 마나의 순도가 50% 이상이었다.
“이. 이건 어떻게…….”
조세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절대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박진철이 씨익 하고 웃었다.
“아직도 저희가 이력을 따져야 하나요?”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그보다 어떻게 이렇게…….”
조세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박진철이 어깨를 으쓱했고,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건 영업비밀이고요. 지난번하고 상황이 비슷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일종의 연계 퀘스트라고 보시면 되고요.”
진우가 간단히 설명을 했고, 조세호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진우가 말을 한 것이 맞았다. 연계 퀘스트는 연달아서 퀘스트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하물며 연달아 다운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난이도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몬스터의 핵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탐지가 되지 않은 S등급 게이트를 진우만 계속 공략하는 것 자체가 퀘스트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확인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조세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조심스럽게 몬스터 핵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말했다.
‘그래! 그 과정이 뭐가 중요해.’
조세호는 아주 세밀하게 몬스터 핵들을 확인했다. 마나 순도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
‘으음. 세상에 정말 이 정도의 마나 순도라니……. 여태껏 이 정도의 마나 순도는 없었어. 아마 전 세계 최초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