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162화 (162/177)

힘을 숨긴 귀환자 162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2)

“형.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얘네들도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우리 강힘길드 얼마나 오고 싶었겠어요.”

“그, 그렇지. 그건 그렇지…….”

박진철이 씁쓸한 얼굴로 바로 술잔을 비웠다. 안미숙이 그런 박진철을 바라보며 술잔을 따랐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를 향해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다시 강힘길드에서 뭉쳤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 안 그래?”

“맞습니다. 맞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즐기자고!”

“넵!”

다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그런데 다음번 게이트는 또 언제 생기지?”

“글쎄다. 나도 잘 모르지.”

“내가 슬쩍 들었는데 조만간 또 생길 것 같다는데.”

“그런데 점점 더 마나 밀도가 올라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 그러면 우리를 다 수용할 수 있으려나?”

그들의 말에 박진철이 앞으로 나섰다.

“야야.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말고. 다들 오늘을 즐겨!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일주일 안으로 게이트가 또 열릴 거야.”

“네?”

“뭐?”

“뭐라고요?”

모두의 시선이 박진철에게 향했다. 홍찬수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형! 그건 아니죠. 이 형 감 떨어졌네.”

“그러게 말이야.”

“오빠! 그건 나라도 못 말려줘요.”

“게이트가 무슨 그렇게 빨리 열려요.”

“맞아요. 아마도 2달? 3달 걸리겠지?”

“아마도?”

그러자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찬수야. 우리 내기할까?”

“내기요?”

“그래! 이번 첫 월급을 타면 그걸로 장비 사주기 어때?”

“오호, 자신 있나 봐요.”

“그럼! 자신 있지.”

“오케이 콜!”

“콜!”

그러면서 홍찬수가 술잔을 들어 박진철의 술잔에 부딪쳤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홍찬수와 김윤석, 안보라, 최미진은 그런 박진철을 놀렸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겪었던 박진철은 의미 모를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박진철의 말대로 마나 밀도 280의 새로운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휴가를 나갔다가 다시 복귀를 한 진우는 곧바로 게이트에 투입이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 강힘길드를 불렀고, 다행히 그들이 도착을 했다.

하지만 홍찬수와 김윤석 두 사람의 입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뭔가 잔뜩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진우가 그들을 보며 물었다.

“두 사람 왜 그래?”

“지난번에 내기 한 것 있잖아.”

어느새 다가온 박진철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홍찬수가 그를 보며 버럭했다.

“형. 우리 양심적으로 반칙 아니야?”

“반칙? 무슨 반칙? 누가 길드장의 말을 개미 똥구녕으로 들으래.”

“쳇!”

홍찬수가 바로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웃고는 박진철에게 물었다.

“형. 갔다 왔어요?”

“당연히 갔다 왔지.”

“그래서 이번에는 뭐예요.”

순간 박진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번에는 말이야. 좀비더라.”

“좀비요?”

“응.”

“좀비는 저번 해골처럼 해볼 만하지 않아요?”

“해볼 만하지. 해골만큼 느린 녀석들이니까. 대신에 좀비는 처리할 때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지. 확실하게 행동불능으로 만들어놔야 처리하기가 편하니까.”

좀비 역시 언데드 계열이다. 그래서 쉽게 죽지 않는다. 사냥 방식은 어느 정도 대미지를 입으면 한동안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게이트 안 언데드 몬스터들을 전부 다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클리어했다는 판정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이번 게이트 클리어를 해야 한다. 박진철이 진우를 툭 쳤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콜?”

“그래요, 콜!”

그들은 게이트가 생성된 곳으로 갔다. 게이트 헌병대의 인사를 받고 언제나 그랬듯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보던 알람창을 보며 몸의 기운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우리는 먼저 2번 방으로 간다.”

“네. 그래요.”

박진철이 강힘길드 길드원들을 데리고 갔다. 그 모습을 보던 진우가 몸을 돌려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이 사냥할 거야. 다들 자신 있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들어가자.”

진우의 지시를 받고는 1번 방으로 들어갔다. 진우 역시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자. 그럼 사냥해 볼까?”

진우가 눈빛을 반짝였다. 잠시 후 좀비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심히 불쾌감을 주는 모양새였지만 진우에게는 그저 흔한 경험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 밖에는 김치석 대위와 나성욱 소위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성욱 소위는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건 김치석 대위도 마찬가지였다.

“공략대가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지?”

“아마 반나절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 이제는 반나절 만에 클리어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모니터 마나 밀도가 순식간에 떨어졌고, 반나절이 조금 지난 시각 마나 밀도가 사라졌다. 그렇다는 것은 게이트가 클리어되었다는 소리였다.

“이제 잠시 후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 이제 맞이해 보자고.”

“네.”

김치석 대위와 나성욱 소위가 게이트로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을 통해 공략대가 한 명씩 나오고 있었다.

“진짜 벌써 나오네.”

나성욱 소위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마나 밀도 280 B등급 게이트인데…….”

B등급 게이트는 마나 밀도가 290까지이다. 그 이상은 A등급에 속했다. 그런데 이번 게이트는 무려 280이다. 상당히 높은 수치의 게이트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클리어하고 나왔다. 또한 클리어 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마치 누가 먼저 클리어하고 나오는지 내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나 소위.”

“네.”

“혹시 말이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 물어보는 겐데. 지금 이 게이트는 B등급 중에서도 상위 등급 아니냐? 혹자는 A등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김치석 대위가 고개를 돌려 나성욱 소위를 바라봤다. 나성욱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동감이다.”

김치석 대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나성욱 소위가 고개를 돌렸다.

“김 대위님.”

“응?”

“보고하셔야지 말입니다.”

“아, 그래. 보고해야지.”

김치석 대위가 몸을 돌려 휴대폰을 꺼냈다. 그가 보고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바로 이준석 대령이었다. 수화기 너머 이준석 대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래. 뭐야?

“방금 클리어했습니다.”

-뭐? 벌써?

“네.”

-그래, 알았어.

뚜뚜뚜뚜뚜-!

바로 끊어버리는 이준석 대령. 휴대폰을 귀에서 뗀 김치석 대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왜 이렇게 빨리 끊어?”

김치석 대위는 또다시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할 만하고 바로 끊어버렸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것 같은 김치석 대위였다. 그러자 나성욱 소위가 입을 열었다.

“혹시 말입니다. 그 얘기 들으셨습니까?”

“뭔 얘기?”

“각성부대 말입니다. 인력 충원이 있을 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인력 충원? 야, 그거야 예전부터 말이 나왔던 거잖아.”

“병사 인력이 아니라 간부입니다. 간부!”

“간부?”

“네. 간부 말입니다.”

“간부를? 갑자기 왜? 아니, 병사들을 충원해야지. 지금도 충분한 간부를 왜 충원한다고 그래?”

김치석 대위가 잔뜩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나성욱 소위는 자신이 들었던 것을 말했다.

“이 소령님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시죠?”

“그래! 지금도 봐봐. 상위 B등급을 무려 반나절 만에 클리어했어. 그런데 굳이?”

김치석 대위의 의문 역시 타당했다. 나성욱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령님은 계급이 소령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각성부대의 부대장님이시고 말이죠. 따지고 보면 현장에서 뛸 계급은 아니죠.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그리고 지난번 블랙 게이트 사건 이후로 간부들이 많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 예전에는 전혀 반응도 없더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간부가 충원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모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다가 김치석 대위가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잠깐! 이준석 대령……. 이것 때문에 아까 전화 통화에서 아무런 말도 없었나?”

김치석 대위는 그런 의심이 살짝 들었다.

진우는 해골 무덤, 좀비 무덤 게이트를 각각 클리어한 후 역시나 부대 외출을 했다. 항상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휴가를 얻어 나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형, 준비됐어요?”

“어, 그래.”

박진철이 나왔고, 그 뒤로 강힘길드 멤버들도 함께 나왔다. 어쨌든 거의 한 달 만에 게이트 두 개를 클리어했다. S등급 몬스터 핵 역시 2개를 확보한 상태였다.

차를 운전하는 박진철의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한마디씩 했다.

“어라? 진철이 형 신났는데.”

“그러게. 와 진짜 너무 얄밉다.”

홍찬수와 김윤석은 연신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지난번 박진철과 내기를 했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날짜를 정확하게 맞힌 박진철의 승리였다. 물론 이들은 사기다, 모략이다. 라는 식으로 몰아갔지만 박진철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박진철이 슬쩍 백미러를 통해 뒷자리에 앉은 두 사람을 보며 살벌하게 말했다.

“너희들! 적당히 좀 해라. 진짜 비싼 거 사기 전에.”

“형. 나 몰라. 아니면 배 째든가. 나 남자에게는 1억 이상 못 써요.”

홍찬수가 강경하게 나가자 김윤석도 동참했다.

“형.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러자 박진철이 발끈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나 정도 레벨에 2억짜리 아이템이 있을 거라 생각하냐? 나 이제 A등급이야. 예전의 B등급이 아니라고!”

“예전에는 나보다 못 나갔는데 진짜 A등급일 줄은 몰랐다.”

“맞아요. 하늘도 진짜 무심하시지. 어떻게 진철이 형에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박진철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조수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안미숙이 참다못해 고개를 돌려 한마디 했다.

“너희들. 적당히 해라. 그리고 진철이 너도 애들 그만 놀리고.”

“놀려? 내가? 아니 공정한 내기잖아. 그 내기를 내가 이겼고. 이건 나의 당연한 권리야.”

“그래. 권리는 맞아. 그래도 자기가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잖아. 어쨌든 대충 언제 생성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잖아.”

안미숙은 현실적으로 말했다. 안미숙의 말에 박진철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런가? 내가 좀 너무했나?”

“그래.”

“알았어. 내가 적당히 봐서 조율할게.”

그렇게 박진철이 모는 차량은 서울에 들어갔고, 디카페인에 도착을 했다.

디카페인에서는 미리 연락을 받은 손미연이 나와 있었다. 그녀는 매우 정중하게 일행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네. 손님.”

진우는 손미연에게 인사를 한 후 박진철에게 말했다.

“형은 애들이랑 쇼핑하고 있어요.”

“그래야지. 그런데 진우야.”

“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고생할 애들인데. 이번 기회에 장비 세팅 좀 해줘도 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