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66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6)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혹시나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공략은 저희 쪽에서…….”
“아, 네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동시 공략을 하는 것이 편하니 말입니다. 저희가 별도로 움직이겠습니다.”
그 말에 조경욱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신화그룹만 좋긴 하지만 괜히 나서서 불편할 필요는 없었다. 최승열 팀장이 일어났다.
“그럼 저희는 슬슬 준비하겠습니다.”
“저희도 준비하겠습니다.”
조경욱 중령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준식 대령이 입을 열었다.
“왜, 좀 더 얘기하지 않고.”
“게이트 공략하고 그때 얘기 나누시죠. 지금은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래. 그러자고.”
“네.”
공략대가 나가려는데 이준식 대령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이준열 대위는 좀 남아 있지.”
이준열 대위는 조경욱 중령의 눈치를 살폈다. 조경욱 중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경욱 중령을 비롯한 나머지가 나가고 이준열 대위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이 된 이준식 대령이 입을 열었다.
“야, 이준열! 너는 여기 왜 왔어?”
“왜? 나는 오면 안 돼? 플레이어로서 올 수도 있는 거지.”
“이 자식이. 서울에서 조용히 있을 것이지. 여기 뭘 먹을 것이 있다고 와.”
이준식 대령은 이준열 대위의 친형이었다. 그래서 이런 위험한 곳에 나타난 이준열 대위가 못마땅한 것이다.
“형, 힘들다며. 그래서 왔는데.”
“어후…….”
이준식 대령의 막냇동생인 이준열 대위는 어쩌다 보니 플레이어가 되었다. 그나마 재능이 있는지 B5등급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준식 대령은 서울에서 안전한 게이트만 골라서 공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국방부 장관이 되었을 때 플레이어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자리에 이준열 대위를 꽂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이준열 대위는 호승심이 넘치고, 약간 철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형.”
“왜?”
“이진우 소령이 그렇게 잘해?”
순간 이준식 대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잔뜩 표정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
“준열아. 형이 말하는데, 절대로 이 소령이랑 부딪치지 마라.”
“아, 왜? 그 사람 BS등급 아니야?”
“측정 등급에는 BS등급으로 나왔어.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강해. 점점 능력이 올라가고 있고. 현 추정등급은 A등급을 넘어갔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래? 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넌 조경욱 중령 옆에 딱 붙어 있어.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탈출할 생각부터 하고.”
“와, 형! 나 플레이어야. 옛날의 내가 아니라고. 날 너무 어린애 취급한다.”
이준열 대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준식 대령은 그런 말에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무튼 조심해!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이준열 대위를 내보낸 뒤 이준식 대령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 저 철딱서니 없는 자식. 아무튼 다 왔으니 잘 되겠지.”
이준식 대령이 소파에 몸을 푹 기대며 씨익 웃었다.
이준열 대위가 참모장실에서 나왔다. 밖에는 김세찬 소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얘기는 잘 했어?”
“네, 잘 했습니다.”
“참모님이 뭐라고 하셨어?”
“뭐……. 열심히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김세찬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복도를 걸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이준열 대위가 아무리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게이트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공략하려던 게이트는 거의 A등급에 가까웠다.
안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게이트다. 그러니 아마 이준식 대령은 이준열 대위가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 정도도 모를 김세찬 소령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준열 대위에게서 그런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면 자신이 조경욱 중령에게 얘기해서 예비대로 빼든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래서 김세찬 소령도 더 나서지 않았다.
‘자기가 굳이 가겠다는데…….’
괜히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 외 별다른 말은 없었지?”
“네. 그렇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연병장에 나가니 그곳에는 부국강병회에서 함께 데리고 온 병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B등급으로 구성된 장교들과 C등급으로 구성된 각성 병사들 50명이었다.
한편에는 신화그룹 2팀원들이 자리했다. 2팀장인 최승열과 A등급 4명, B등급 20명을 합해서 총 25명이 대기했다.
조경욱 중령이 인원 파악에 들어갔다. 서류를 확인하며 물었다.
“현재 A등급이 몇 명이야?”
“네. 중령님과 김 소령님까지 해서 두 명, 신화그룹 5명 해서, 총 7명입니다.”
“7명이라…….”
조경욱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A등급 7명 정도면 안에 뭐가 있든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조경욱 중령이 최승열 팀장에게 다가갔다.
“이제 슬슬 공략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탐색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혹시 탐색꾼은 있습니까?”
“B등급 플레이어 중에 한 명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통해서 먼저 탐색부터 하시죠.”
최승열 팀장의 말에 조경욱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송 대위!”
“대위 송대일.”
송대일 대위가 바로 달려왔다.
“네.”
“자네가 먼저 움직여서 게이트 탐색 좀 하고 나와.”
“그리하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송대일 대위가 즉시 차를 타고 움직였다.
그사이 다른 공략대들은 장비 점검과 함께 차량이 올라탔다. 모두 탑승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게이트로 이동했다.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에 병사들이 하차를 하고 조경욱 중령은 생성된 게이트를 바라봤다. 그 곁으로 최승열 팀장이 다가왔다.
“탐색꾼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이제 나올 때가 되었을 텐데…….”
슬쩍 시간을 확인한 그때 게이트가 우웅 거리며 한 사람이 나왔다. 바로 탐색꾼 송대일 대위였다.
“송 대위.”
“네.”
“다 둘러보고 나왔나?”
“그렇습니다.”
그 상태로 송대일 대위는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게이트의 몬스터는 뱀파이어 같습니다.”
“뱀파이어?”
“으음…….”
최승열 팀장은 신음을 흘리고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조경욱 중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뱀파이어라고 하면 쉽지 않았다.
‘나도 한 번밖에 들어가 보지 않았던 게이트인데…….’
조경욱 중령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쩍 최승열 팀장을 봤다. 표정을 보아하니 최승열 팀장 역시도 그리 많이 상대해 보지 않은 몬스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뱀파이어는 피를 흡수하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게다가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일시적으로 몸의 지배권이 넘어가 버린다. 그래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털어낸 최승열 팀장이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라면 낫네요. 어차피 인간형 몬스터 아닙니까. 그럼 공략하기가 편하겠죠. 심장의 위치는 다 똑같으니까요.”
그 말에 조경욱 중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플레이어마다 다르겠지만 신화그룹 2팀의 경우는 최대한 빨리 적들을 상대하고, 쓰러뜨리고, 지나가는 것이 나았다. 그런 면에서 뱀파이어의 약점인 심장을 공격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공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준비 다 된 것 같은데 들어갑시다.”
“그러죠.”
그렇게 공략대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공략대원들에게 알림창이 떴다.
띠링!
-어둠의 뱀파이어의 은신처(B)에 진입했습니다.
-어둠의 뱀파이어 백작을 쓰러뜨리시오.(0/1)
-어둠의 뱀파이어를 쓰러뜨리시오(0/3,000)
모두 알림창을 확인한 후 긴장한 얼굴로 대기했다. 그때 조경욱 중령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승열 팀장도 이준식 대령 앞에서는 도와주겠다고 확답을 했다. 하지만 굳이 군인들 뒤치다꺼리는 할 생각이 없었다. 그 생각은 조경욱 중령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최승열 팀장의 제2팀은 A등급도 자신들보다 많다. 그래서 함께 공략하다 보면 서로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헬퍼로 온 신화그룹 2팀에 실력자가 많다고 해도 조경욱 중령은 자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편했다.
‘어차피 내 광역 마법으로 뱀파이어들을 쓰리뜨리고 지휘장교와 병사들에게 남은 녀석들 뒤처리를 맡기면 되는 거지.’
조경욱 중령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곧바로 공략할 방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함께 공략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 동시 공략은 어떻습니까. 그리하면 난이도도 빨리 떨어질 것이고 좋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알겠소. 그럼 그리합시다.”
그렇게 서로 합의를 본 후 각자 공략대를 이끌고 각자의 방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김세찬 소령이 다가왔다.
“중령님. 저희들끼리 괜찮겠습니까?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괜찮아. 우리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이 대위.”
“네.”
“자네는 후방지원만 해.”
“저는 전방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좋은데 말입니다.”
“괜찮겠어?”
“네. 괜찮습니다.”
이준열 대위가 힘차게 대답했고, 그런 그를 보며 조경욱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최대한 몸 다치지 말고 전방에서 날뛰어봐.”
“네!”
조경욱 중령이 송대일 대위를 봤다.
“송 대위가 이 대위를 후방에서 지원해 줘.”
“알겠습니다.”
이준열 대위는 검을 들고 전방을 휘젓는 딜러이고, 송대일 대위는 탐지꾼이면서 후방에서 지원하는 원거리 딜러였다.
“좋았어. 그럼 공략 시작해 보자.”
“넵!”
한편, 신화그룹 2팀의 최승열 팀장 역시 2번 방에 도착했다. 강영호 부팀장이 입을 열었다.
“저쪽…… 괜찮겠습니까?”
“조경욱 중령이 워낙에 실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야. 게다가 워낙에 자신만만했고…….”
“그런데 팀장님.”
“응?”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가?”
“조경욱 중령 말이에요. 저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밖에 나와도 길드에서 대접받을 수 있을 텐데 왜 안 나옵니까?”
강영호 부팀장이 궁금증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최승열 팀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력은 좋은데……. 길드 활동이 쉽지 않은 사람도 은근히 있어. 게이트에 미친 사람들.”
“네? 게이트에 미친 사람들요?”
“가끔 게이트에 주기적으로 들어가 주지 않으면 인생이 파투 나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어쩌면 조 중령이 그런 스타일일 수도 있지.”
“스읍,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요.”
“됐고, 우리는 우리 일이나 하자고. 저쪽 신경 쓰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