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67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7)
“저쪽 맡아! 거기 말이야. 그렇지. 자식들 우리의 무서움을 알았냐.”
조경욱 중령은 제대로 덤비지 못하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광역 마법을 던졌다.
콰쾅!
뱀파이어들이 쓰러졌지만 동시에 그들의 눈빛이 슬쩍 바뀌었다.
[우리가 아는 공략팀이 아니다.]
[아니다! 소문을 듣기론 이 정도가 아니었다.]
[맞다.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위압감도 낮다.]
[낮다! 매우 낮다! 이 정도면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잡을 수 있다!]
그때 뒤에 있던 정예 뱀파이어가 날개를 쫙 펼쳤다.
[그놈들이 아니다. 지금 당장 피의 혈족을 발휘해라. 광기에 휩싸여라! 모두 피의 제물로 삼아라!]
그 한마디에 동화되었을까? 뱀파이어들의 눈빛이 점점 붉은 광기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각성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앙!
끼아아아악!
“어어어어…….”
열심히 플총을 난사하던 병사들이 당황했다. 심장을 노리던 플총은 그곳을 빗나갔고, 그 탓에 뱀파이어들이 광분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물러나! 뒤로 물러나!”
점점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전방을 휘젓고 있던 지휘장교들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어어어…….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이, 이것들이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지휘장교들이 고함을 질렀지만 이미 한 번 밀려 버린 형세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면서 병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크아아아아!”
“사, 살려줘. 살려줘…….”
뱀파이어에게 목을 물린 채 피를 빨리는 병사들이 동료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동료는 감히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자신에게도 붉은 눈의 광기를 펼치는 뱀파이어가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 돼…….”
뒤에서 열심히 마법을 난사하는 조경욱 중령의 얼굴에 당혹감이 맴돌았다.
“막아! 막으라고 새끼들아! 오른쪽에 뚫리잖아.”
하지만 이미 한 번 뚫려 버린 곳은 다시 메워지지 않았다. 김세찬 소령이 다급하게 말했다.
“중령님. 밀립니다. 밀리고 있습니다. 계속 이대로 있다가 병사들을 전부…….”
김세찬 소령은 차마 뒷말을 하지 못했다. 조경욱 중령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한편, 신화그룹 2팀도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들은 처음에는 잔뜩 겁을 먹었는지 뚜렷한 공격을 보이지 않고 숨어 있었다. 그래서 공략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소극적이던 그들의 공격이 어느 순간부터 바뀌었다. 강한 공세를 펼치며 2팀을 압박했다.
“크르르르릉!”
“야. 거기 막아! 막으라고!”
“거기 뚫리잖아! 막아!”
2팀장이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엄청난 기세로 달려드는 뱀파이어들을 다 막지 못했다. 군인과 달리 2팀은 25명이 전부였다. 인원이 적다 보니 막는 곳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다 B등급 인원들 중 물리는 인원이 한두 명씩 나오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티, 팀장님. 안 됩니다. 당장 지원요청을 해야 합니다.”
“안 돼! 우리가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지원을 요청해. 어떻게든 버텨!”
“하지만…….”
“뭔 말이 많아. 버텨! 버티라고! 우리는 신화그룹의 2팀이라고. 여기서 물러나면 무슨 개쪽이야! 어떻게든 막아보라고!”
“아, 알겠습니다.”
강영호 부팀장이 입술을 깨물고는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래도 간신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점점 더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 시각 밖에서는 게이트 헌병대인 김치석 대위와 나성욱 소위가 탐지기를 작동시켜 놓고 대기했다. 그러던 중 탐지기에서 빨간불이 들어오며 그래프가 요동쳤다.
김치석 대위가 바로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그래프 왜 이래?”
“어? 정말 왜 그러죠? 그래프가 이러면 안 되는데…….”
나성욱 소위는 바로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어어? 자꾸 오르네…….”
“야, 나 소위. 왜 이러냐고.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야?”
지금까지 김치석 대위는 진우 팀의 공략대가 6개의 게이트를 가볍게 깨는 것만 봐왔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낯설었다. 나성욱 소위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아무래도 공략 실패할 것 같습니다.”
“정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
“만약에 임시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공략에 실패하게 되면 둘 중 하나입니다.”
“둘 중 하나?”
“네. 안에 인원이 모두 죽거나. 그들을 구출하러 구조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구조대? 당연히 구조대를 파견해야지.”
“그런데 말입니다. 구조대를 파견하면 게이트가 바뀔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처음 들어갔던 공략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구조대를 파견한다고 인원을 늘리면 게이트 등급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올라가?”
“네. 현재 마나 밀도가 299이지 않습니까. 만약 여기서 1이라도 더 오르는 순간엔…….”
그 말에 김치석 대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299마나 밀도에서 1이 오르면 300이다. 300부터는 B등급이 아닌, A등급 게이트로 바뀌게 된다.
김치석 대위의 얼굴이 천천히 들려져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이준식 대령은 오랜만에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했다.
“공략은 잘하고 있겠지? 그런데 좀 오래 걸리는 것 같은데…….”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때까지 공략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여태까지 진우가 들어간 게이트는 진즉에 끝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략대도 충분히 빨리 공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넘어갔는데도 공략이 끝났다는 보고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이 소령 공략대만큼은 아니더라도 헬퍼들도 부르고 그랬는데…….”
하지만 거의 A등급이나 마찬가지인 게이트는 보통 공략하는 데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가 걸리는 게 정상이었다. 그의 생각처럼 빨리 끝날 게이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진우가 이끄는 공략대만 생각한 이준식 대령이었다.
“공략이 벌써 끝났는데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냐?”
그리 생각한 이준식 대령이 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게이트 앞에 있는 김치석 대위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통신보안 게이트 헌병대 대위 김치석입니다.
“나다.”
-충성.
“어떻게 되었어? 아직 공략 못 한 거야?”
-어, 그것이 말입니다.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이준식 대령이 살짝 불안해졌다.
-지금 좀 말입니다. 게이트 안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겨? 자세히 말해봐.”
이준식 대령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김치석 대위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내용을 전달했다.
-현재 마나 밀도가 많이 불안정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게이트 공략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게이트 안에서 구조요청은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어어…….
“왜? 뭐야?”
-방금 구조신호가 떴습니다.
“구조신호?”
-네. 그렇습니다.
“이런 젠장할…….”
이준식 대령은 바로 인상을 쓰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전투모와 지휘봉을 챙기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 길로 게이트로 향했다.
자신의 차량에 탄 이준식 대령은 미치듯이 달려서 게이트에 도착을 했다. 다급하게 내린 이준식 대령이 김치석 대위에게 다가갔다.
“충성!”
김치석 대위가 깜짝 놀라며 경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준식 대령은 자기 할 말만 했다.
“상황 보고해!”
“아까 전화로 얘기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보십시오.”
김치석 대위가 탐지기 모니터를 보여줬다. 그래프가 가파른 곡선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화면에는 붉은색 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붉은 점은 구조신호였다. 팀장이나, 공략대 대장이 만일 대비해 가지고 들어가는 것으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게이트 헌병대에 구조신호를 보내기 위한 장치였다.
“이거 맞아? 확실한 거냐고! 고장 난 거 아니야?”
“네. 인위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인위적으로 작동을 하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무슨 말이야. 자세히 설명해 봐.”
그러자 나성욱 소위가 대신 나서서 설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성욱 소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략대에서 구조를 보내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피해 규모가 적거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몬스터에 의해서 오작동을 한 경우라면 공략대가 전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장난해!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이제 와 이런다는 것이 말이 돼!”
이준식 대령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김치석 대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참모님. 그것이 말입니다. 이전에는 이진우 소령이 지휘를 한 것이라서…….”
“뭐?”
이준식 대령의 눈이 커졌다. 그는 이제 일이 이렇게 꼬여 버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소령……. 이 소령이 없어서 그런 거지? 지금 이진우 소령 어디 있나?”
“아마 부대에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이 소령에게 연락해!”
이준식 대령의 호통에 김치석 대위가 바로 휴대폰을 찾았다.
진우는 개인관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뭔가를 보고 있던 그때 옆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김세령 소령이었다.
“그래요. 김 소령. 무슨 일이죠?”
-부부대장님 현재 위치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요? 지금 관사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게이트에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이 생겨요? 무슨 일요?”
-현재 게이트 한 곳이 공략 중인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네?”
-벌써 구조요청이 왔습니다.
“하아……. 그렇군요. 그래도 구조요청이 왔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잖아요.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진우는 통화를 하면서 시계를 봤다. 어느덧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밤인데……. 병사들도 일과시간이 끝났잖아요. 거기 등급이 뭐죠?”
-B등급이지만 거의 A등급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헬퍼들도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고, 이것저것 준비를 서두른다고 해도 당장 움직이는 것은 힘듭니다.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진우는 차근차근하게 상황을 파악한 후 형식적으로 얘기를 했다. 어쨌든 자기들과 상관없이 멋대로 게이트 공략에 들어갔다. 그래서 진우 역시도 현실적으로 말했다.
막말로 일반 군인들 말고 플레이어 병사들은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오후 6시가 되면 지정된 게이트 공략이 아닌 경우엔 함부로 게이트 공략에 투입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 역시 일반적인 얘기이고, 실제론 부대 특성에 따라서 야간공략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야간공략을 꺼리는 이유는 병사들의 집중력에 있다. 야간 시간대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통솔에 대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