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70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0)
“형! 내가 그랬지. 한 방에 죽이라고 한 방에!”
“인마. 내가 쓰러뜨린 것이 무려 10마리야. 그중 몇 마리만 제대로 터뜨리지 못한 것뿐이야.”
“나 같으면 그냥 한 방에 10마리는 거뜬하겠다.”
“저 자식이…….”
김윤석이 빠른 몸놀림으로 반쯤 터진 뱀파이어들의 심장을 찔렀다. 꿈틀거리던 뱀파이어는 심장이 터지며 사라져갔다.
“아니, 오빠들은 맨날 왜 그래?”
“맞아. 만날 그렇게 으르릉거리면서도 호흡은 또 척척 맞아요.”
“난 그게 신기하단 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안보라와 최미진도 앞으로 나서며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안보라는 두 손에 보랏빛이 영글었다.
“자, 다들 버프나 받아요.”
그러면서 세 개의 보랏빛 구가 홍찬수, 김윤석, 최미진에게 날아갔다.
“고마워, 언니!”
최미진도 나무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전방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힐을 난사했다.
“힐! 힐! 힐!”
녹색 빛이 뱀파이어를 감쌌다. 그 순간 뱀파이어들의 몸이 스르륵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뱀파이어는 언데드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최미진의 성스러운 힐 공격에 녹아내리는 것이다.
“와우! 경험치가 쑥쑥 올라가는구나.”
최미진은 신나 하며 힐을 난사했다. 옆에 있던 안보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미진아. 마나는 생각하고 공격해.”
“걱정 마. 언니. 마나포션도 많이 챙겨 왔어.”
그 말과 함께 아공간에서 마나포션 한 병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안보라가 중얼거렸다.
“벌써 마나를 다 썼니?”
한편, 유지태 중위는 안보라와 최미진을 곁에서 지키며 후방지원에 나섰다. 뱀파이어가 영악하다 보니 최미진 안보라를 몰래 노리고 오는 것을 처리하는 것이 유지태 중위였다.
푸욱!
“키에에엑.”
유지태 중위의 검에 심장이 찔린 뱀파이어가 몸을 부르르 떨며 녹아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뱀파이어가 잠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또다시 몰래 덤벼들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유지태 중위는 조금의 방심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킨다. 내가!”
그사이 유지태 중위의 몸 주위로 보랏빛 구체가 떨어져 감쌌다. 활력과 힘이 솟아올랐다.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돌려 안보라를 봤다. 안보라가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잘 부탁해요.”
안보라 역시 유지태 중위가 자신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 마시고 마음껏 날뛰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유지태 중위의 눈빛이 더욱 빛을 냈다. 이렇듯 간헐적 공격을 해오던 뱀파이어 중 땅을 기어 다가오는 놈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 다친 상태였지만 안보라와 최미진을 노리며 다가왔다.
“이, 이것들이…….”
유지태 중위는 뱀파이어가 다친 척하며 덤벼드는 모습에 학을 뗐다. 그러나 처음 한두 번 당황하던 유지태 중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만 노리고 막아냈다.
이것마저도 익숙해진 유지태 중위는 안보라, 최미진 곁으로 다 한 마리도 뱀파이어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보는 박진철이 흐뭇한 얼굴로 소리쳤다.
“오오, 좋아. 좋아 유 중위 잘하고 있어.”
“네. 뒤는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물론 유지태 중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유정 중위랑 김슬기 대위의 도움 때문이었다.
김슬기 대위도 이번에 디버프 스킬북을 얻었다. 덤벼드는 뱀파이어에게 디버프를 걸어 공격력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안유정 중위는 쓰러지는 뱀파이어들에게 심장을 노린 화살을 날려 제대로 치명타를 날린다. 그렇게 손발이 맞다 보니 뱀파이어들이 차근차근 정리가 이루어졌다.
가끔씩 한두 마리씩 놓치는 뱀파이어가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중간에 있던 진우가 벼락같이 나타나 녀석들을 처리했다.
목을 터뜨리든가, 아니면 뱀파이어 자체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경욱 중령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사람이 이 소령이라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렇게 강했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는군.”
“도대체 어느 정도 강한 것입니까?”
김세찬 소령의 물음에 조경욱 중령이 나직이 말했다.
“나를 까마득히 넘어섰어. 그리고 저 뒤에 있는 마법사는 누구지?”
“네. 강원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마법사라는 정도만 들었습니다.”
“강원도에 저런 인재가 있었나?”
조경욱 중령이 나직이 중얼거렸고. 그때 안미숙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마나는 회복하셨어요?”
“……네.”
“마법사님은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까, 푹 쉬어요. 여기서는 저 혼자 충분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안미숙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조경욱 중령을 보며 김세찬 소령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조경욱 중령은 나름 알아주는 마법사였다. 하물며 자존심도 엄청 강한 사람이었다. 외지인에게 이렇듯 쩔쩔매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조경욱 중령의 행동을 보고 안미숙이 엄청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이준열 대위는 자존심이 팍 상했다. 그것을 느낀 김세찬 소령이 고개를 돌렸다.
“이 대위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조금만 쉬어.”
“진짜 팔만 괜찮다면 저도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준열 대위는 순간 짜증이 확 치솟았다. 초반에 호기롭게 설치지 않았다면 팔 하나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중하지 못했고, 너무 설쳤다. 이제 와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한쪽 팔은 없었다.
그렇게 착실하게 공략하면서 첫 번째 방도, 두 번째 방도 클리어했다.
쾅! 콰콰콰쾅!
안미숙의 강력한 불의 심판 공격을 끝으로 세 번째 방까지 클리어하자 임시 포털이 생성되었다.
“포, 포털이 열렸습니다.”
“살았다. 우리는 살았어.”
조경욱 중령이 데리고 온 공략대 병사들은 반 정도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이들은 감사를 하고 있었다.
“모두 나가자!”
조경욱 중령의 한마디에 임시 포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김치석 대위가 모니터를 통해 상황을 확인했다.
“이, 임시 포털이 생성됩니다.”
“뭐? 어떻게 된 거야?”
이준식 대령까지 게이트에 와 있었다. 그는 초조한 눈빛으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데리고 온 공략대는 하루가 지나도록 공략을 못 했다. 도리어 구조요청까지 보냈다. 그런데 진우가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임시 포털이 생성되었다.
“…….”
이준식 대령이 게이트를 바라봤다. 잠시 후 빛이 생성되면 조경욱 중령을 선두로 하나둘 포털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준식 대령이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둘 살폈다. 그리고 이준열 대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뛰어갔다.
“이 대위!”
이준열 대위는 이준식 대령을 발견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준식 대령의 눈에 들어온 것에 깜짝 놀랐다.
“인마, 너 팔……. 팔은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수술받으면 살릴 수 있어.”
다행히 잃어버린 팔은 수거한 상태였다. 그것을 이어붙이면 움직이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이준식 대령이 바로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빨리 부상자들 옮겨! 어서!”
이준열 대위는 곧바로 엠뷸런스를 타고 게이트 종합병원으로 갔다. 그를 보고는 옆에 선 조경욱 중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 중령.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적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한 저희들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야? 공략은 끝났어?”
“아닙니다. 이 소령 부대가 계속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뭐?”
“이 소령 부대는 저희들보다 훨씬 강합니다.”
“강해?”
“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진우 소령의 정체가 뭡니까?”
조경욱 중령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도 지금 두 눈으로 확인을 했다.
“뭔 소리야. 정체라니.”
이준식 대령이 오히려 반문했다. 조경욱 중령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느끼기에 이 소령은 S등급?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소유한 것 같습니다.”
“뭐?”
그러면서 조경욱 중령은 게이트로 시선이 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리 게이트에서 특수 스킬을 얻었다고 해도 저 정도로 강한 사람은 난 본 적이 없어.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제일 강한 플레이어일지도 모르겠군.”
그 말에 이준식 대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게이트를 통해 헬퍼 신화그룹 2팀도 나왔다. 그들의 꼴은 더 말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국강병회에 병력은 조경욱 중령이 자신을 희생해서 최대한 피해를 막았다.
그래서 병력 50명 중에 사상자는 10명, 그 외 부상자 20명 정도 되었다. 하지만 신화그룹 2팀은 25명 중에 B등급 플레이어를 다 잃었다. A등급 플레이어들도 제법 큰 부상을 입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가 바로 구한 것이 아니라 3번째 방을 클리어하고 4번째 방에서 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피해가 더 컸던 것이다.
최승열 팀장을 비롯해 A등급 플레이어 4명이 그나마 건진 B등급 플레이어 시신을 차곡차곡 챙겼다. 그 시체들을 차량에 실었다. 그걸 보며 이준식 대령이 마른 침을 삼켰다.
‘아니 저렇듯 피해를 크게 입었는데……. 도대체 이진우 이 녀석의 정체는 뭐야?’
이준식 대령은 점점 불안감이 쌓였다.
‘위험해. 정말 위험해. 정말 블랙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게이트를 바라보는 이준식 대령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신화그룹 2팀을 4번째 방에서 구해낸 후 5번째 방부터 시작해 6번째 방, 7번째 방까지 깔끔하게 클리어를 해나갔다. 그러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병사들에게 자잘한 부상이 생겨났다.
중간에서 막는다고 막았지만 뱀파이어의 공세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뱀파이어 역시 사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8번째 방을 앞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런 와중에 몇몇 다친 병사들이 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때 최미진이 나타나 부상당한 병사들에게 힐을 줬다.
“이번에는 쉽지 않아. 만만치 않은데?”
“아까 말이야. 형이 놓친 거 내가 다 처리한 거 알지?”
옆에 있던 김윤석의 말에 홍찬수가 바로 대응했다.
“야! 너 아까 뱀파이어에게 붙잡히려고 한 거 내가 막아준 거 알지?”
그 모습을 보며 박진철이 혀를 쯧쯧 찼다.
“너희 둘은 아직도 그러고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