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71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1)
박진철의 시선이 바로 옆에서 정비하고 있는 유지태 중위에게 향했다.
“유 중위 괜찮아요?”
“아, 네에. 괜찮습니다.”
유지태 중위도 상당히 지친 상태다. 여태까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수동적인, 덩치가 큰 몬스터만 상대를 해서 자신의 공격이 어느 정도 먹혔던 혹은 언데드, 좀비, 해골들을 상대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뱀파이어들은 움직임도 빠르고 날쌘 데다가 이성을 갖추고 있고, 인간처럼 덤비니 상당히 공격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나마 유지태 중위가 크게 다치지 않았던 이유는 진우 때문이었다.
진우가 적재적소에 나타나 도움을 주었고,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뒤를 든든하게 지켜줘서 힘이 났던 것도 있다. 유지태 중위가 진우에게 물었다.
“이제 방 2개가 남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진우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저 멀리 있는 안미숙을 불렀다.
“미숙이 누나.”
“응? 왜?”
안미숙이 고개를 돌려 진우을 봤다. 진우가 안미숙에게 말했다.
“누나도 이제 손 좀 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안미숙이 두 눈을 밝혔다.
“야, 진짜…… 나 빼먹는 줄 알고 서운할 뻔했어.”
“에이. 내가 어떻게 누나를 잊어요. 그럼 남은 방 2개 누나가 깨끗하게 정리 콜?”
“콜! 걱정 마. 내가 남은 방 두 개를 다 정리해 놓을 테니까.”
“알겠어요. 그럼 보스방까지 휴식 없이 그냥 갑니다.”
“그러자.”
그렇게 대답을 한 진우와 안미숙이 8번째 방 앞에 섰다. 안미숙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붉은색 기운이 넘실거리는 안미숙의 모습에 뱀파이어들이 당황했다.
화르르륵!
안미숙이 곧바로 캐스팅 없이 불의 장막을 펼쳐서 뱀파이어들을 벽으로 몰았다. 그대로 위에서 불의 심판을 내리꽂았다.
쾅! 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불구덩이가 벽으로 모여 있던 뱀파이어들에게 내리꽂혔다. 그곳은 화염으로 휩싸였고, 여기저기서 뱀파이어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크에에에에…….”
“끼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안미숙의 온몸이 불꽃에 휩싸였다.
화르르르륵!
그 모습을 본 박진철이 화들짝 놀라며 달려들려 했다.
“미숙아!”
턱!
그런데 박진철의 팔을 붙잡는 손이 있었다. 바로 진우였다.
“잠깐만요, 형.”
“왜?”
“아무래도 미숙이 누나……. S등급으로 진화하는 것 같은데요.”
“뭐라고?”
진우의 예상대로 안미숙은 S등급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온몸은 붉은 화염으로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안미숙은 전혀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눈을 감은 채 그 불을 스스로 다스리고 있었다.
“…….”
박진철은 가만히 안미숙을 바라봤다. 거대한 화염 속에서도 멀쩡한 그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로부터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화염 덩어리는 점점 그 기력을 잃어갔다. 그 화염 덩어리는 온전히 안미숙의 몸으로 흡수가 되었다.
화륵!
모든 화염을 흡수한 안미숙이 한결 강렬해진 얼굴로 모두를 바라봤다. 진우가 환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누나 축하해요.”
“으응, 고마워.”
박진철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기 정말이야? 정말 S등급으로 올라선 거야?”
“어!”
안미숙이 환하게 웃었다. 박진철은 그 순간 오두방정을 다 떨었다.
“와이씨! S등급으로 올라서면 이러는 거야? 이런 패턴이었어? 진우야. 너도 그랬어?”
박진철은 마치 기정사실화인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진우를 바라봤다. 설마하니 진우가 S등급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에이. 형! 저는 아니잖아요.”
“야이씨.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이제 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웃기다. 솔직히 막말로 네가 미숙이보다 센데. 이제 와 S등급 아니라고 하면 믿겠냐.”
그 말에 지휘 장교들은 물론 병사들도 놀라고 있었다. 그들 모두 기대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안미숙이 나섰다.
“기다려 봐, 내가 테스트해 볼게.”
안미숙이 진우 앞에 다가갔다.
“진우야. 누나 S등급인 거 알지? 자아, 누나 손 잡아.”
“누나…….”
“어허! 빨리 잡으라니까.”
진우는 마지못해 안미숙의 손을 잡았다. 안미숙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너어, 힘 조절 안 하면 손 다 탄다.”
“누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설마 누나가 널 태워 먹겠니? 힘 조절할 거야. 그러니 걱정 마.”
안미숙이 점점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사이 진우는 자신의 실력을 밝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자신을 믿고 따라 온 병사들을 슬쩍 훑었다. 그들의 눈빛에 강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마나밀도 299에다가 A등급 게이트가 코앞인 그런 게이트에 자신만 믿고 따라 들어온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먼저 앞서서 공략대가 들어왔다. 그래서 실질적인 등급은 A등급이 넘어간 상태다.
그렇게 더 강해진 게이트에 두말하지 않고 들어와 준 병사들이었다. 그들을 한 차례 본 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묵묵히 버텨냈다.
“어쭈, 버텨 보겠다.”
처음 안미숙이 씨익 미소를 보내며 마나를 올리던 그녀가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갑자기 손을 확 뗐다.
“와이씨! 이진우 너 뭐냐?”
“네?”
“너 정체가 뭐냐고 인마!”
“무슨 정체요.”
“나 방금 내가 끌어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냈거든.”
“무슨 말이에요. 누나 힘 조절 했잖아요.”
“아니라니까.”
박진철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안미숙에게 물었다.
“에이, 자기야. 농담한 거지? 진짜 힘 조절한 거지?”
“아니야. 난 장난한 거! 아니면 자기도 한번 손잡아 볼래?”
“오우, 싫은데.”
박진철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뒤로 감췄다. 그러면서 진우를 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S등급인 미숙이 보다 높다는 건데……. 너의 진정한 정체가 뭐야? 너 등급이 뭐냐고.”
“글쎄요. 저는 뭐 그냥…….”
진우는 S등급이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안미숙이 끼어들며 말했다.
“왜? 누가 네 얘기 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러곤 고개를 돌려 지휘장교와 병사들을 바라봤다.
“으음, 그러니까. 여러분들에게 할 말이 있어요. 방금 난 S등급 마법사가 되었어요. 다들 알고 있죠?”
“네.”
“축하드립니다. 누님!”
“에이. 축하는 당연히 받아야죠. 호호호.”
안미숙이 너스레를 떨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진우를 힐끔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우리 부부대장님께서 워낙에 부끄러움이 많아요. 그래서 자신의 등급을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가 봐요. 만약에 말이에요.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이야기를 외부인에게 알렸다.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죠? 제가 지구 끝까지 쫓아갈 겁니다.”
안미숙이 환한 미소로 말을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안미숙이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봤다.
“자! 진우야 됐지? 이제 말해봐.”
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네. 맞아요. S등급.”
안미숙은 바로 환한 얼굴이 되었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우가 꺼낸 그다음 말에 안미숙의 눈이 커졌다.
“……그런데 그다음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진우의 뒷말을 듣지 못했다. 오직 S등급이라는 것만 듣고 감탄과 함께 놀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와, 대박! 우리 부부대장님께서 S등급이었다니.”
“완전 멋집니다.”
“어쩐지……. 전 믿고 있습니다.”
“건방 떨지 마. 정말 믿고 있었다고?”
“정말입니다.”
병사들이 너도나도 놀란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더욱 놀란 것은 지휘장교였다.
“부부대장님께서 우릴 속였어.”
“아니지. 그저 말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
“그래도요.”
안유정 중위가 살짝 삐진 표정을 지었다. 김슬기 대위가 두둔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지태 중위는 그저 경이로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 와중에 안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너 S등급을 한참 뛰어넘었지?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어.”
안미숙은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았는지 실실 웃었다. 그러는 사이 9번째 방을 안미숙이 클리어했다. 그녀는 S등급으로 올라선 기념으로 자신의 위력을 확인해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9번째 방도 혼자 클리어한 것이다.
그렇게 보스룸 앞에 다 달았다. 보스룸을 바라보는 안미숙이 진우 옆으로 가서 어깨를 툭 건드렸다.
“야, 이진우.”
“네?”
“너 말이야. 그동안 우리 속였으니까. 이 방은 네가 실력 발휘 한번 해봐.”
“제가요?”
“그래. 나도 궁금해. 너의 진정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실력 발휘 해봐.”
진우가 괜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누나 무슨 그런 걸 궁금해해요.”
“아니야. 무척이나 궁금해. 아까 9번째 방에서 누나는 한 1분쯤 걸렸나? 너 말이야. 얼마나 걸리는지 보자!”
그러면서 팔짱을 끼며 구경모드로 들어갔다.
“1분 컷보다는 50초 컷 하겠지?”
안미숙이 은근슬쩍 진우를 도발했다. 그 말에 진우가 호승심이 동했다.
“알았어요. 저 진짜 제대로 한번 해봅니다.”
“그래. 하라니까.”
진우가 씨익 웃더니 보스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양 손을 펼쳤다. 아공간을 열며 외쳤다.
“장착!”
아공간에서 아이템들이 나와 진우의 몸에 장착되었다.
-흑룡의 귀물 세트 아이템을 장착했습니다.
-추가 공격력이 100% 상승합니다.
-추가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추가 생명력과 정신력이 100% 상승합니다.
-추가 모든 스탯 +100이 상승합니다.
우우우우웅!
온 몸을 휘감은 흑룡의 귀물 세트 아이템 덕분에 넘실넘실 흑룡의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철컥, 철컥!
그와 동시에 진우의 양손에서 흑룡의 투갑이 튀어나왔다. 진우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힘을 모았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보스 어둠의 뱀파이어 백작을 응시했다.
어둠의 뱀파이어 백작은 진우의 눈빛을 대하자 자신도 모르게 날개로 몸을 감싸며 움츠러들였다. 그리고 진우가 외쳤다.
“흑룡아(黑龍牙)!”
흑룡의 투갑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발산되더니 날카로운 어금니와 같은 강기가 보스룸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그 안에 있던 뱀파이어를 비롯해 보스 어둠의 뱀파이어 백작까지 사정없이 할퀴며 지나갔다.
쾅! 콰콰콰쾅!
좌악! 좌악! 좌악!
구구구구구구쿵!
보스룸 전체가 흔들렸고, 벽들이 하나둘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게이트 역사상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보스룸 전체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보스룸은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팔짱을 끼고 구경하고 있던 안미숙은 입을 쩌억 벌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은 이미 풀어져 있었다.
“뭐, 뭐야. 다, 단 한 방에 끝난 거야?”
어느새 진우의 몸에는 흑룡의 귀물 세트는 사라져 있었다. 몸을 돌려 고개를 까닥거리며 걸어나왔다.
“오랜만에 온 힘을 사용했더니 좀 피곤하네.”
그런 진우의 모습에 다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