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74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4)
“그래요. 까짓것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내가 도와줄게요. 먼저 연봉을 주는 것도 되잖아요.”
“와! 우리 진우……. 역시 넌 통이 엄청 커! 그중에서 절반은 우리 축의금으로 주는 거지?”
“네네. 그래요. 그렇다고 치십니다.”
“아싸! 그럼 나 구매 진행한다.”
“네.”
진우의 승낙이 떨어지자 박진철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때 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링!
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조유진이었다. 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유진아.”
-오빠. 나왔다면서요. 지금 어디에요?
“나? 지금 길드에 와 있지.”
-아, 강힘길드요.
“응.”
-그렇구나. 그럼 오늘 못 보는 거예요?
“아니야. 나 볼일 끝났어. 얼굴만 잠깐 비추는 거거든. 이제 나갈 거야.”
진우의 통화를 들은 박진철이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뭘 얼굴만 비추고 가! 이거 도와주고 가야지.”
그 소리를 들어서일까? 조유진이 바로 물었다.
-오빠 무슨 일에요?
“아니, 재단 일 때문에 좀 바쁜가 봐.”
-아, 전에 오빠가 말했던 그 재단 말씀이죠?
“응.”
-혹시 말이에요. 거기 사람 안 필요해요?
“그렇지 않아도 서류작업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긴 해. 그런데 우리 회사에 물어봤더니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하네.”
-오빠. 그런 것은 진즉에 말을 하시지. 내가 도와줄게요.
“유진이 네가?”
-네. 잠시만 기다려요.
휴대폰을 끊고 대략 한 시간 반가량이 흘러갔다. 강힘길드로 양복을 입은 사람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진우가 놀란 눈으로 그들을 봤다.
“아니, 이 사람들은…….”
“저희 회사 직원들이에요.”
조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한 후 고개를 돌려 그들을 봤다.
“뭐해요. 어서 도와드리지 않고.”
“네.”
양복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박진철 책상 위로 갔다. 거기서 자신들이 원하는 서류들을 하나씩 챙겨서 각자 자리로 갔다. 그때 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박진철에게 다가갔다.
“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아, 네. 네에…….”
박진철은 얼떨결에 자신의 자리를 비켜줬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기 지원할 금액이…….”
“이곳은 이런 식으로…….”
“아니야. 거기 말고 새로운 것을 찾아.”
“아, 그리고 이곳은 말입니다.”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면서 서류 작업을 해나갔다.
“월 지원금은?”
“일단은 월에 일방적으로 지급을 한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생계수단을 따져가며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긴 한데……. 우리는 일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입장이니까. 소득 그런 것을 따지면 안 돼. 그렇게 따지면 열심히 일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되잖아. 또한 나머지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평생 지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정을 하자고.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해 지원장치를 마련해 보자고.”
“장부 쪽을 건드려서 1.5배 정도 예산을 확보하고…….”
“그렇지. 거기 한번 훑어봐.”
“여기는…….”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일을 진행시켜 갔다. 그 모습을 박진철은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와, 나 진짜 괜한 짓을 했네.”
“왜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말하는 건데…….”
“후후후, 진철이 오빠도 고생 많았어요.”
조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박진철에게 말했다. 조유진은 이미 지난번에 박진철과 만나서 오빠로 부르게 되었다. 그때 조유진의 휴대폰으로 벨이 울렸다.
바로 발신자를 확인하던 조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발신자는 한 대광 회장이었다. 그녀는 바로 벨 소리를 꺼버리고는 받지 않았다.
“누군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렸다. 조유진은 그럴 때마다 받지 않고 끊었다. 하지만 한대광 회장 역시 끈질겼다.
“정말……. 오빠. 저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래.”
조유진이 나가려고 하자 진우가 입을 열었다. 밖에 나가면 휴게실 있어. 거기서 받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니까.
“알았어요, 오빠.”
휴게실에 들어온 조유진은 휴대폰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곤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왜요!”
-이놈아, 우리 회사 직원들 다 데리고 가 놓고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떻게 해.
“제가 필요해서 데리고 왔거든요.”
-너 지금 강힘길드라면서.
“내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누가 말했어요?”
-누가 그랬냐고 하면 뭐? 자르려고?
“그럼요. 오너 말도 안 듣는데 뭘 데리고 있어요.”
-이 녀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로 직원들을 함부로 자르면 쓰나.
“그건 제가 알아서 해요. 그보다 왜 전화하셨어요.”
-어허. 화만 내지 말고! 할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할아버지는 항상 그래요. 만날 사고를 쳐놓고 그냥 사과하면 끝이죠.”
-내 사과를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줄 알아! 너니까, 너에게만 사과를 해. 할아버지 그렇게 막 사과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네네. 알겠어요.”
-아무튼 지난번 일도 있고 하니 내가 거기 후원금을 내도록 하마.
“후원금요? 얼마나요?”
-한 천억 정도면 되지 않아?
조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할아버지 그 정도 하시려면 됐어요. 우리 오빠 그 정도 돈은 있어요. 게이트 활동하면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요.”
-이놈아! 지금이야, 진우 그 녀석이 항상 운이 좋을 줄 아냐.
사실 진우가 S등급이라고 해도 계속 S등급 게이트를 들어갈 보장은 없었다. 그 말에 살짝 걱정이 된 조유진이 물었다.
“그래서 뭐요. 천억 가지고는 답도 없다니까요.”
-얼마가 필요한데.
“기왕 후원해 줄 거면 5천억 먼저 지원해 주세요.”
-와, 날도둑이 따로 없네. 외손녀 키워봤자 소용이 없네.
“그리고 추가로 매월 천억씩 지원해 주시고요.”
-야! 그렇게 하면 블랙게이트에 들어갔던 가족들 다 먹여 살리고도 남겠다.
“할아버지.”
조유진이 나직이 한대광 회장을 불렀다.
-왜?
“강힘길드가 꼭 그 사람들만 먹여 살려야 해요? 나중에 또 게이트 관련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도 계속 지원을 하면 좋은 거잖아요. 그러면 뒤에서 대광그룹이 후원을 해줬다. 그 말이 나오면 할아버지 체면도 살고 그러잖아요.”
-아이고 말이라도 못 하면……. 알았다. 알았어. 지원해 주마.
“대신에 진우 오빠에게는 말하지 마요.”
-알았다니까. 그냥 손주사위라고 생각하고 지원해 주는 거니까. 네가 알아서 잘 말해놔.
“알았어요. 고마워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이제야 환한 얼굴로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는 조유진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곧장 진우에게 갔다.
“오빠. 외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요. 할아버지께서 따로 지원을 해주신대요.”
“지원을? 우리 재단에?”
“네. 지원해도 괜찮을까요?”
“어후, 그건 상관이 없는데…….”
“제 눈치를 볼 필요 없어요. 나중에 대광그룹과 영원그룹이 준비가 되면 그때 오빠가 딱 한 번만 도와줘요.”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와 조유진은 그레이 게이트에 대해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그레이 게이트는 폐쇄상태이고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은 그레이 게이트의 생존자가 아니면 안 된다. 그렇다고 다른 그레이 게이트 생존자가 또다시 목숨을 걸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
결국 진우 말고는 조영진이 들어간 그레이 게이트를 들어갈 일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진우 혼자 들어가게 할 생각은 없다. 최대한 만반의 준비가 된 후에 그때 들어가는 것이 조유진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못 믿을 사람들보다는 영원그룹과 대광그룹에서 지원을 통해 제대로 된 길드를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준비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는 모른다. 현재 조유진은 그만큼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유진은 시간이 지나서 외손자를 그리워하는 두 할아버지 회장이 죽고 나면 오빠인 조영진을 마음으로 놓아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할아버지 때문에 아직까지 조영진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긴 했지만, 실제는 진우를 그레이 게이트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처음 만남과는 달리 지금은 진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는 진우는 조유진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
“유진아, 잠깐만. 나 좀 봐.”
진우가 조유진을 데리고 휴게실로 가려고 했다. 박진철이 바로 말렸다.
“야야. 아무리 휴게실 방음이 잘 된다고 해도…….”
“아이씨. 형 아니야.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아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거지.”
박진철의 그 말에 조유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진우가 휴게실로 들어갔고 조유진이 따라 들어왔다. 진우는 휴게실 문을 닫았다.
“오빠, 정말…… 급해서 그런 것은 아니죠?”
“뭐?”
“아니, 그게 말이죠. 나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조유진은 괜히 몸을 배배 꼬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이 뭘 뜻하는지 안 진우가 손을 휙휙 저었다.
“아냐. 아니야. 그런 것이 아니야.”
“아니에요?”
“그래. 그냥 유진이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할 말요?”
조유진이 눈을 끔벅이며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는 조유진의 두 손을 살며시 잡았다.
“실은 내가 조만간에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
“네?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아니면 내가 직접 할아버지에게 말할게요.”
“아니야. 그런 것이 아니야. 내가 전에 미션을 받았다는 것을 말했지.”
“네에…….”
“그 미션의 마지막 퍼즐이 그레이 게이트 안에 있는 것 같다.”
“네? 무슨 말이에요?”
“아마도 유진이 오빠, 아니, 형님이 그걸 가지고 들어간 것 같아.”
“정말요?”
조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우가 하고 있었던 미션의 마지막 퍼즐이 조영진에게 있다고 쳐도 그가 그레이 게이트에서 실종이 되었다. 어쩌면 진우도 같은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유진아. 걱정 마. 내가 이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응?”
“나 S등급 플레이어야.”
“네? 정말요?”
“유진이 너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잖아. 내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S등급일 줄은…….”
“오빠는 그냥 S등급이 아니야. 상당히 등급이 높아! 게다가 어둠의 게이트에 관해 특별한 능력을 받아. 그 게이트는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
진우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줬다. 조유진은 깜짝깜짝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려 했다.
“그럼 지금까지 S등급 몬스터 핵을 얻었던 것도…….”
“맞아. 내 특성 때문에 다운 게이트가 되었던 것이지. 운이 좋은 것이 아니야.”
“아, 그래요.”
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말로 그레이 게이트가 어느 등급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어둠의 속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정말 진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생존 능력이 상승하는 것도 맞았다.
“그래서 내가 여기 들어갈 거야. 아마 게이트 폐쇄 상태라면 몬스터들이 반응하지 않을 거야. 내가 얼른 들어가서 형님을 찾아서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