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75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5)
“위험하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 나도 언제까지 유진이가 형님 걱정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너도 확실한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어.”
진우의 말은 조유진을 비롯해 두 양가 집안에서는 조영진이 확실하게, 어쩌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진우가 들어가면 결론은 나고 다 끝나는 얘기가 된다.
조유진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녀가 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불안한 듯 두 손을 떨었다.
“오빠. 난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렇듯 빨리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갈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내가 오빠에게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진우가 조유진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괜찮아. 내가 들어가서 다 끝내고 나올게. 넌 아무 걱정 말고 있어.”
진우가 말을 하면서 등을 토닥여줬다.
“네, 알겠어요.”
“그래.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휴게실 안에서 가만히 끌어안고 있었다.
조유진은 회사로 복귀를 하자마자 회장인 한 대광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오냐.”
“오빠가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 순간 한대광 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정말? 그 녀석이 정말로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간다고 했어?”
“네.”
물론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진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게 다 할아버지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해서 오빠가 부담을 가지는 것이 아니에요.”
“너는 꼭 할애비에게 그렇게 말해야겠냐. 그래서 너는 뭐? 뭐라고 말을 했어.”
“내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꼭 가야겠냐고 물어봤죠. 근데도 가겠대요.”
한 대광 회장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야 내 외손주 사위지. 그럴 자격이 있어. 껄껄껄!”
“할아버지!”
크게 웃는 한대광 회장을 노려보는 조유진이었다. 한대광 회장은 바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네 할애비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잖아요. 게이트 주변에 미리미리 경계 강화하고 다크 스피어 길드 준비해 주시고요. 영원그룹에서 영원길드도 준비 중인 것이 있죠?”
“있지.”
“그쪽도 다 준비시켜 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지. 이 할애비가 연락을 해서 아무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취해 놓으마.”
“그리고 이 일은 비밀이에요.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요.”
“그건 걱정 마. 게이트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
한대광 회장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 길로 한대광 회장은 바로 다크 스피어 길드에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한 영원그룹 조영찬 회장에게도 연락을 했다.
조영찬 회장은 그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정말인가? 이진우가 도와주기로 했다고?”
-정말이네. 자네도 어서 영원길드를 보내줘.
수화기 너머 한대광 회장의 목소리는 많이 상기 되어 있었다.
“알았어. 이날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드야. 당연히 보내야지.”
-그래. 그럼 구체적인 날짜는 추후에 알려주겠네.
“알았어.”
전화를 끊은 조영찬 회장이 비서실에 얘기했다.
-네, 회장님.
“영원길드장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영원그룹 내 신화그룹의 스파이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신화그룹 황상욱 회장의 사무실이었다. 그 옆에는 최기준 비서실장이 있었다. 그는 영원그룹에 심어 놓은 스파이의 보고를 받고 바로 움직인 것이다.
“뭐? 영원길드가 움직였다고?”
“네.”
“영원길드가 왜 움직여?”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황상욱 회장이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혹시 그레이 게이트에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주변을 조사해 봤습니다. 이진우라고 최근에 그레이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그 사람이 영원그룹 손녀를 만나는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파악을 했을 때는 이미 둘의 관계가 매우 가까워진 상태였습니다.”
“하아……. 이 영감탱이들이 아주 그냥……. 나 모르게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어.”
황상욱 회장이 최기준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이진우라는 놈을 이용해서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갈 거란 얘기지?”
“네. 지난번 11사단 헬퍼로 지원을 나갔던 2팀장의 말로는 이진우와 강힘길드가 상당히 강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진우가 강힘길드를 끌어들여 함께 들어간다면 아마 공략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
“일단 저희도 같이 들어가서 정리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이 들어가서? 밖에서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진우의 등급이 측정 불가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게이트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래야겠지. 구체적인 계획은 있고?”
“신화그룹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서 이진우를 제압하고 그가 찾은 결과물을 처리하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짝짝짝!
황상욱 회장이 흡족스러운지 박수를 쳤다.
“좋아! 아주 좋아. 준수 빼고 다 집어넣어!”
“네?”
“준수 빼고 다 집어넣으라고.”
“……아, 네에. 알겠습니다.”
최기준 비서실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실 신화그룹에는 S등급이 플레이어가 없다. 그래서 S등급에 육박한 황준수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황준수를 빼고 집어넣으라고 했다. 그러면 작전 실패일 가능성도 높았다. 최기준 비서실장이 잠시 동안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이진우가 AS등급이라고 치고……. 황준수를 빼고 가면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그는 진우가 S등급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확신을 하고 계산한 것이다.
‘그래. 일단은 최대한 A등급을 모아서 들어가면 돼. 그럼 어떻게든 될 거야.’
최기준 비서실장은 모든 계산을 마친 후 황상욱 회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진우의 실력을 낮게 평가한 최기준 비서실장이 즉시 신화그룹 길드를 움직였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친 진우가 폐쇄된 그레이 게이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화그룹에서는 오래전부터 진우의 집 근처에 사람을 붙여놓았다. 본래대로라면 길드 근처에서 잠복을 해야 했지만 그러다가 괜히 발각되기라도 하면 길드 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진우의 동선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 모든 지시는 신화길드 부길드 마스터 이승리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길드 마스터 박태윤은 헛짓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진우 그놈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혼자 움직일 리도 없을 텐데……. 왜 감시를 한다고 난리야. 그냥 던전 근처에서 짱 박혀 있는 것이 최고인데.”
박태윤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올라온 보고서에는 이진우가 정말 혼자 움직인다고 써 있었다. 그 보고서를 가지고 온 부길드 마스터 이승리가 씨익 웃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두 사람은 친구였다. 그래서 말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잘난 척하지 마라.”
“태윤아. 너랑 나랑 함께한 것도 20년이 넘었다. 그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라.”
“도대체 뭘 인정하라는 거야.”
“머리는 내가 쓸 테니까. 리더는 네가 해. 괜히 머리 쓴다고 그러지 말고.”
“뭐? 에잇, 재수 없는 새끼.”
박태윤이 바로 구시렁거렸다.
“야. 그건 그렇고 이 인원이 다 들어가는 것은 맞아?”
박태윤이 대답을 하고는 사무실 뒤에 앉아 있는 길드원들을 봤다. 그곳에는 1팀장 김윤한부터 2팀장 최승열, 3팀장 조진태까지 신화길드 A등급 인원 전부 다 모여 있었다. 그 인원만 해도 무려 40명이나 되었다.
여기에 신화단의 리더인 황준수까지 합류하면 신화그룹의 총 전력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많은 인원이라면 S등급은 물론 S등급 할아버지라고 해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이진우 그놈은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온 놈이야. 블랙 게이트에서 천 명이 죽고 혼자 살아남았어. 그게 어디 보통 일이냐? 그리고 그 녀석이 요새 게이트 공략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야. 최 팀장도 만만치 않다고 했잖아.”
이승리가 슬쩍 최승열 2팀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 팀장. 앓은 소리를 한 거 아니야. 괜히 책 잡힐 것 같아서 말이야.”
“인마. 아무리 네가 최 팀장을 좋게 보지 않아도 최 팀장이 그런 성격은 아니야. 좀 적당히 해.”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3팀장인 조진태가 다가왔다.
“게이트 교대 시간입니다.”
대광그룹의 한대광 회장은 게이트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다. 게이트 관리라는 것이 혼자서 24시간 동안 감시할 수는 없다. 중간중간에 시간을 맞춰서 인원 교대를 한다.
인원을 교대하는 것도 교대 인원이 오면 그 자리에서 철저히 교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보통은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었다. 중간에 귀찮아서 대충 교대를 하는 것이다. 신화길드는 그런 것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교대 시간에 침입을 해야 했다.
“야. 그런데 이진우 이 녀석은 어떻게 들어간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휘리릭 하고 들어가던데 말입니다.”
“이렇게 되니 또 불안해지는데…….”
그러자 이승리가 말했다.
“뭐야? 아까는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뭐라 하더니. 이제는 또 불안해하고 난리야.”
“말이 그렇다는 거야. 말이! 설마 이 인원으로 무슨 일이 생기겠어?”
박태윤이 말은 저렇게 했지만 항상 불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도 조금만 더 고생하면 AS등급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더 노력하면 S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말년병장처럼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게이트도 아닌 굳이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승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우리 그레이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그레이 게이트에서 탈출한 사람은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정말? 진짜로?”
“확실해. 저기 미국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있었어. 그러니까 이진우가 들어가면 게이트가 활성화될 거야. 그때 우리도 들어가면 돼.”
“그럼 우리가 들어가서 못 나오면 어떻게 해?”
“그래서 뭐? 이제와 이진우를 놓치자고? 알잖아, 우리는 꼭 흑룡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흑룡의 지도가 없으면 우리 신화길드는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어.”
신화그룹의 신화길드에서 블랙 게이트에 손을 뗀 가장 큰 이유는 마그마 길드로부터 얻은 정보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흑룡의 둥지에 그 지도가 가리킨 첫 번째 장소가 여기였고, 이 게이트가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고 난 후 나타난 곳이 바로 진우가 들어간 블랙 게이트였다.
그래서 신화그룹에서는 탐지꾼을 파견해 블랙 게이트에 대해 파악에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클리어 조건이 바로 천 명의 희생이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신화그룹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군부대를 동원해 흑룡의 둥지를 열 생각이었다. 원래 계획은 천 명이 다 죽고 난 후에 게이트가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초청한 사람. 즉 그레이 게이트에서 생존한 사람을 넣는 것이다. 그때 함께 들어가 흑룡의 유물을 가지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진우가 생존자랍시고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상황이 이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