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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77화 (완결) (177/177)

힘을 숨긴 귀환자 177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27)

“저하고 같이 들어온 길드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체나 아니면 유품이라도 챙기고 싶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진우 역시도 천 명의 희생자 군번줄을 다 챙겼었다. 조영진의 그 행동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괜찮으시면 제가 그 녀석들을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조영진의 시선은 진우의 어깨 너머로 향해 있었다. 그 역시도 신화길드의 기운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얘기에 김철수 중사와 최대근 중사가 말했다.

“그럼 저희도 돕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진우는 살짝 고민을 했다. 물론 저 녀석들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진우는 솔직히 불필요한 살생은 하지 말자는 주의였다. 그 녀석들이 직접 공격을 가하지 않은 이상, 그냥 무시할 생각이었다. 실제로 일을 벌인 놈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신화그룹은 예전부터 일본과 연이 닿아 있었다. 아마 이 지도가 신화그룹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면 그걸 일본으로 빼돌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길드들에 파고들어 알게 모르게 이간질을 시키는 놈들이기도 했다.

“저놈들을 그냥 두면 두고두고 대장님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냥 이 참에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조영진이 단호하게 얘기를 했다. 진우도 그 말에 고민을 했다. 그러자 임백호 상사가 말했다.

“대장. 대장은 저랑 그냥 나가시죠. 뒷정리는 이 친구들에게 맡기고요.”

“네?”

“대장. 항상 대장 혼자 고민하고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 가시죠.”

임백호 상사의 말에 진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태로 임백호 상사와 진우는 열린 포털로 사라졌다. 그리고 세 사람. 그중 김철수 중사가 조영진을 보며 말했다.

“조영진 씨.”

“네.”

“금수저라는 것은 알겠는데 여기서는 막내입니다.”

“네. 물론이죠.”

조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김철수 중사가 씨익 웃었다.

“이야. 역시 이해력이 남달라.”

“좋았어. 그럼 우리는 빨리빨리 정리를 할까?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네. 그러시죠.”

“자자, 갑시다. 대장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을 안 좋아하거든요. 빨리 저 빌어먹을 놈들을 쓸어버리고 나갑시다.”

최대근 중사가 도끼를 꺼내며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동시에 전방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신화길드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악!”

“컥!”

“으아아악!”

“찾아! 찾으라고!”

“아, 안 보입니다.”

박태윤 길드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길드원 누구 하나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을 봤을 때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때였다.

“크흐흐흐…….”

“으아아악!”

비명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진우와 임백호 상사가 밖으로 나와서 큰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분이 흐른 후 게이트를 통해 세 사람의 흑룡인이 나타났다.

“어? 나왔다.”

“나왔군요.”

임백호 상사도 확인을 했다. 나타난 세 사람의 몸에는 붉은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됐어?”

“깔끔하게 다 정리했습니다.”

“유품은?”

“챙겼습니다.”

“그럼 가자!”

진우가 몸을 돌리려다가 우뚝 멈췄다. 고개를 돌려 조영진을 보던 진우가 아공간에서 인피면구를 내밀었다.

“이거 얼굴에 쓰세요.”

“네?”

“이걸 쓰면 얼굴이 감쪽같을 겁니다.”

조영진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걸 왜…….”

“아! 잠깐만요.”

진우가 곧바로 거울을 꺼내 보여줬다. 거울 속 자신을 보던 조영진이 흠칫 놀랐다. 얼굴에는 어두운 비늘로 가득 덮여 있었다. 누가 봤다면 괴물이라고 무서워할 얼굴이었다.

“이, 이럴 수가…….”

조영진은 깜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위에 있던 김철수 중사와 최대근 중사가 깔깔 웃었다.

“아니, 흑룡인이 자신의 얼굴 보고 놀라. 죽다가 살아난 사람이 말이야.”

“저,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합니까?”

조영진이 물었다.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한 것은 모릅니다. 내가 이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뭔가 방도가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방도가 없습니다.”

김철수 중사가 입을 열였다.

“그래도 이것만 쓰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알겠습니다.”

조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인피면구를 썼다. 그러자 얼굴이 감쪽같이 변했다. 바로 조영진의 본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오, 됐네. 이제 가자.”

김철수 중사가 엄지손가락까지 올리며 말했다.

진우가 내려가니 대기하고 있던 어떤 플레이어가 화들짝 놀랐다.

“뭐야. 당신들 뭡니까.”

“나 조영진이라는 사람입니다. 죄송하지만 휴대폰 좀 빌릴 수 있습니까?”

“뭐? 당신이 조영진?”

이곳을 지키고 있는 플레이어는 어이가 없어 했다. 그는 곧바로 비상을 발동시켰다.

에에에에에엥!

그 모습에 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이곳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딴짓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 이 난리를 피우니 웃기지도 않았다.

조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휴대폰 좀 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진우가 휴대폰을 꺼내 내밀었다. 조영진은 바로 휴대폰을 잡더니 가만히 생각했다.

‘할아버지 번호가…… 그대로이면 좋겠는데…….’

조영진이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대광그룹 한대광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조영진은 울컥했다.

“할아버지 접니다.”

-누구요?

“영진입니다.”

-뭐? 이 새끼가 감히…….

“할아버지, 진짜 영진이에요. 방금 대장…… 아니, 이진우 씨가 절 구해줬습니다.”

-뭐, 뭐라고? 정말 영진이냐?

수화기 너머 한대광 회장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네. 일단 찾아뵙고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 여기 길드원들 좀 말려주시죠.”

-아, 알았어.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마.

전화가 끊어지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전달이 됐는지 그들은 조영진에게 사과를 해왔다.

“죄, 죄송합니다.”

진우와 조영진을 막아섰던 플레이어가 바로 사과를 했다. 조영진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일단 사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아, 네에…….”

조영진은 진우의 눈치를 봤다. 진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무실로 이동해 대기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흐른 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조유진이 나타났다.

“오빠!”

조영진도 조유진을 발견하고는 환한 얼굴이 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동생!”

조영진이 양팔을 벌렸다. 달려오는 조유진을 안아주려고 하는데 그녀는 조영진을 홱 지나서 진우에게 다가갔다. 순간 조영진은 양팔을 벌린 채 뻘쭘한 상태가 되었다.

“괜찮아요?”

당황한 쪽은 진우였다.

“괘, 괜찮아.”

그 모습에 조영진이 몸을 돌린 채로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대광호텔로 돌아온 진우는 조유진에게 한차례 잔소리를 들었다.

“아니, 어떻게 말도 없이 갈 수가 있어요. 전화 소리에 일어났는데 옆에 오빠가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요?”

“미안해. 너 걱정할까 봐. 내가 후딱 다녀오려고 했지.”

“후딱요? 들어가서 못 나오면 어쩔 뻔했어요. 왜 이렇게 날 걱정시켜요.”

“그래도 빨리 나왔잖아.”

“그래도요!”

조유진이 강한 눈빛으로 진우를 노려봤다. 진우는 왠지 뜨끔해하며 시선을 피했다. 한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조영진이 서운한 눈빛으로 말했다.

“유, 유진아. 너는 오빠에게 할 말은 없어?”

그 말에 고개를 홱 돌린 조유진이 강한 눈빛으로 조영진을 노려봤다.

“오빠 때문에 이게 뭐야! 그때 내가 그렇게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할아버지랑 짝짜꿍 맞아서 멋대로 들어가더니……. 사람 걱정만 시키고. 오빠 때문에 우리 진우 오빠 위험할 뻔했잖아.”

조영진은 황당한 얼굴로 어느새 다가온 한대광 회장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녀석…… 내가 아는 유진이 맞아요?”

“허허허……. 원래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다 저래.”

영원그룹 조영찬 회장도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조영찬 회장이 진우에게 다가갔다.

“이진우라고 했나?”

“네.”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내 평생, 우리 애들 볼 명분이 생겼어.”

조영찬 회장은 조영진의 부모님, 자신에게 아들과 며느리였다. 불의의 사고로 두 사람을 잃었다. 두 사람을 대신해 친손자들을 정성껏 키웠다.

그러다 조영진이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 실종된 상태였다.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시체라도 아니면 유품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진우에게 전해졌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말에 조영찬 회장과 한 대광 회장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 미소를 지었다. 조영진이 슬쩍 얘기를 꺼냈다.

“할아버지 나머지는 저하고 얘기를 하시고, 진우 씨하고 유진이는 쉬라고 하고 저희들은 나가죠.”

“어어, 그럴까?”

“그러자꾸나.”

그렇게 세 사람이 나갔다. 그곳에는 진우와 조유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조유진이 진우의 품안으로 파고들며 꼭 끌어안았다.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말도 하지 않고 가면 가만히 안 있어요.”

“알겠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진우가 다짐하듯 말했다. 하지만 진우는 그 약속을 몇 시간도 안 되어서 번복해야 했다.

조유진을 재우고 밖으로 나온 진우는 양손에 지도와 열쇠를 쥐고 마지막 게이트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게이트가 휴전선 위쪽 즉, 북한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아……. 하필 왜 거기야.”

진우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에필로그>

웅성웅성.

북한 고위층 차량이 게이트에 도착을 했다. 그 주위로 어마어마한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차에서 내린 고위층 관계자는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블랙 게이트라고?”

“네. 그렇슴메다.”

“으음, 우리 땅에서 블랙 게이트가 생성된 것은 처음이지 않아?”

“네. 맞슴메다.”

“그래, 그래!”

그는 블랙 게이트를 찬찬히 바라봤다.

“자네. 이거 철저히 감시해야 해. 쥐새끼 한 마리도 이곳에 얼씬거리게 하지 말라우! 특히 남조선 애새끼들과 미국 괴뢰군 놈들이 알아채게 하지 말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였는데 잠시 후 그 주변으로 네 개의 인영이 불쑥 솟아올랐다.

“와, 살다살다 북한 게이트에 온 것은 처음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왜 하필 북한인지…….”

“그래도 미국보다는 낫지. 그런데 잘못 걸리면 전쟁이야. 전쟁!”

“그럼 북한은 괜찮냐?”

“뭐, 같은 민족 아니야. 잘 얘기하면 괜찮지 않을까?”

“너는 얘기를 잘하면 들어줄 것 같아?”

“……아닌가?”

최대근 중사가 고개를 갸웃하자 김철수 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조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경비가 허술해졌습니다.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조영진의 말에 최대근 중사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런데 영진아. 너는 왜 따라왔냐?”

“네?”

“넌 그냥 후계자 수업이나 받지. 왜 따라왔냐 말이야.”

“아, 후계자 저 싫어요.”

“야, 남들은 대기업 후계자가 되려고 난리잖아. 그것도 영원그룹과 대광그룹이야. 두 개의 거대 그룹을 먹는 건데 그게 싫어?”

최대근 중사는 진짜 어이가 없는 듯 조영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조영진이 나직이 말했다.

“제가 플레이어가 왜 되었는지 말했습니까?”

“왜?”

“저 공부하기 싫어서 됐습니다.”

“어라? 너 딱 내 스타일이네.”

최대근 중사가 환하게 웃으며 조영진에게 말했다. 진우가 조영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습니까?”

진우는 조유진의 오빠인 조영진에게 존칭을 썼다. 아무리 자신이 대장이라고 해도 조유진의 오빠였다.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룹은 유진이가 이어갈 겁니다. 지금 할아버지들이 성화여서 마지못해 흉내만 내고 있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유진이에게 맡길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꼴로 무슨 그룹 회장입니까. 저는 플레이어입니다.”

“그렇습니까?”

진우는 얘기를 하며 피식 웃었다. 그러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블랙 게이트를 바라봤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싸워봅시다.”

“넵!”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준비되었습니다.”

각자 한마디씩 했다. 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블랙 게이트를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들어갑시다!”

진우와 네 사람의 신형이 게이트 안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힘을 숨긴 귀환자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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