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격문(擊文)
나른한 오후였다. 바람이 선선하게는 불고 있지만 약간의
졸음이 오는, 좋은 날씨였다. 넓은 성안에 한떼의 장정들이
질서정연하게 열을 맞추어 서 있었다.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봉을 휘두르고 있는 병사들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상당히 규율이 서 있고 훈련이 숙달되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보다 약간 높은 대에는 한 장수가 근엄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이는 스물 아홉에서 서른쯤 되었을까, 9척이나 되는 큰 키에
우람한 체구, 얼굴은 잘 익은 대추빛같이 붉고 눈꼬리가 올라간
매서운 눈, 아름답고 길며 숱이 많은 수염을 지닌 그는 푸른빛이
도는 청색 포를 걸치고 단정한 자세로 뒷짐을 진 채 병사들의
수련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만족스러운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자신이 훈련시키는
병사들을 내려다보던 그는 반대편의 열에 있는 병사들이
훈련은 안 하고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엉망인 반대편으로 가서
부관인 듯한 자를 불렀다. 부관은 고개를 숙였다.
"아, 관우(關羽)님."
관우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쩌렁쩌렁하고 위엄있지만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내 알기로 이곳은 익덕이 훈련을 맡은 곳인데."
난처하다는 표정이 부관의 얼굴에 떴다. 부관이 쭈삣거리자
관우가 헛기침을 했다. 부관이 이윽고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익덕공께서는......오늘 저자거리로 나가셨습니다."
관우는 `또 술을 마시러 갔단 말인가.'하고 중얼거리면서
돌아서려다가 멈칫했다. 아무리 장비가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훈련시간까지 빼먹고 나가는 일은 없음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관우는 조금 심상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관에게 타일렀다.
"익덕이 돌아오면 내게 통지를 좀 해주시게."
부관은 고개를 숙여보였다. 기껏 마궁수에 지나지 않는
관우이지만 현령인 유비와 같은 방에서 자는 의형제였기에
그를 가볍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궁수와 보궁수는
관우와 장비의 재주에 비해 낮은 관직이었건만 유비는 그들이
자신의 의형제라는 사실 때문에 사사로이 관직을 높일 수
없다하여 그런 관직을 내린 것이었다.
관우는 계속해서 훈련을 시키던 도중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것을 느끼고 아까의 부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예상대로
장비가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신나게 물건을 때려부수고 있었던
것이었다. 관우는 장비에게 다가가 위엄있게 꾸짖었다.
"네 이놈, 익덕아! 훈련장으로써 이 무슨 추태냐!"
장비가 술에 취해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관우를 바라보았다.
"형님, 집어 치우시우. 이딴 훈련 백날 해서 뭐하시려우?"
"뭐야?"
관우는 뜻밖의 반응에 조금 의아해하면서 주춤했다. 장비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큰 형님은 훈련장에 나타나지도 않으시잖소!"
"공사로 바쁘신 분인데 어찌 그리 말을 하는가! 적어도
사흘에 한번씩은 오시지 않느냐!"
장비가 빈정거렸다.
"사흘? 흥, 그깟 감가(甘家)놈네 잔치판은 반나절이
멀다하고 납시면서 여기는 사흘?!"
장비의 비아냥에 관우는 굵은 눈썹을 찌푸렸다. 장비는
딸꾹질을 한바탕 하더니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또 새벽 되서야 오실 큰 형님 아니우. 우리가 뭣 때문에
이딴 훈련을 하고 있느냐, 이 말이우!"
관우는 장비를 애써 꾸짖어보았다.
"파란에 빠지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큰 뜻을
품고 계시는 형님을 도와야......"
"파란? 도탄? 으하하하......"
장비가 또다시 그 질그릇 깨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장비는
제대로 중심도 잡히지 않는 다리로 비틀거리면서 훈련기에
기댔다가 훈련기를 보고는 거칠게 꺾어 내동댕이쳤다.
"네 이놈!"
"큰 뜻을 품으신 형님이 밤낮 사냥놀이에 술판에만
다니시느냔 말이우! 게다가 큰 형님이 빠져계신 것은
사냥놀이도, 잔치도 아니란 말이오! 형님도 자리 나르고
부잣집 청지기 되기 싫으면 정신차리슈."
관우는 아차 싶었다. 훈련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본래 주사가 심한 장비를 알고 있는
그였지만 오늘의 주정은 뭔가 뼈가 있는 듯했다. 부드럽게
장비를 타일렀다.
"네가 지금 많이 취했구나. 이후에 들어가서 얘기하도록 하자."
장비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그렇잖아도 잠이나 잘려던 차였소."
비틀비틀 사라지는 장비의 뒷모습을 보면서 관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장비의 말들이 귓전에 맴돌았다.
확실히, 이곳 평원에 처음 왔을 때의 유비는 지금의 유비와
많이 달랐다. 여기에 왔을 때만 해도 유비는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힘을 기르기에는 적합한 곳이구나. 열심히 해
보도록 하세."
그는 주변의 부호들을 몸소 방문하여 많은 원조를 받아내는
한편 자신의 봉록도 군비를 증강시키는 곳에 아낌없이 털어썼다.
관우와 장비가 훈련을 시키는 훈련장에도 꼭 하루에 한번씩은
나와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유비는 사흘에 한번
나타나는데, 그나마도 귀찮은 식으로 대충 돌아보고 서둘러
돌아가고 있었다.
또한 어디를 그리 다니는지 항상 세 형제가 함께 자는
방에도 밤이슬을 맞고야 돌아오고 있었다. 한번 의심스런 눈으로
보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한 저자거리의
소문에 귀가 밝은 장비였다. 항상 근엄하게 객사를 지키고 앉은
관우에 비해 아직도 건달들과 어울려 술을 퍼마시러 나다니는
버릇을 못 버린 장비는 잡소문에 밝았다. 심난해서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던 관우는 서둘러 훈련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장비는 아직까지 코를 요란하게 골면서 대(大)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관우는 한숨을 내쉬며 장비를 깨웠다. 장비는 눈을
비비면서 아직도 술이 완전히 깨지 못한 얼굴로 관우를 바라보았다.
"훈련은 어찌 됐소?"
"끝내고 왔네."
"큰 형님은?"
"아직 안 들어오실 모양이다."
"언제쯤 오신다우?"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장비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내 그럴 줄 알았수다."
장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갑자기 자신의 행장을 꾸리기
시작했다. 놀란 관우가 장비를 붙들었다.
"무엇하는 짓인가!"
장비는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어 관우에게 던졌다.
"이거나 읽어 보시우."
관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장비가 던진 서찰을 바닥에서
주워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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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 타도 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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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자들은 동탁의 행태에 주목하라. 한왕조가
찬란한 역사를 잃어가고 있음에 이 동탁이라는 자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천자를 기만하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며 약탈과 음란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감행,
윤리조차 기강을 뿌리째 흔드는 역적 동탁의 행동을 더이상
두고보면 안되노라 결심하며 이 글을 작성했다.
이에 동참하여 하늘을 대신하여 역적의 무리를 벌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을 뜻이 있는 자들은 한치의 망설임을 두지말고
달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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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놀라면서 서찰을 접어들고는 장비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난 거냐?"
아직도 풀린 눈을 하고 있는 장비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큰 형님 서간에 있던 것이우."
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서찰을 잘 접어 봉투에 넣었다.
장비의 울분섞인 푸념이 귓가를 쟁쟁하게 때렸다.
"보셨지 않소?! 조조가 보낸 격문이오! 내 보기에는 이야말로
천하에 이름을 떨칠 기회이건만 큰 형님은 계집의 치마폭에
싸여서 저런 서찰도 무시하고 계시는 거란 말이오!"
장비의 목소리에 인상을 쓰고 고민에 빠져들려던 관우는
마지막 구절을 듣고는 흠짓 놀라면서 장비를 돌아다보았다.
"치마폭? 그게 무슨 소린가?"
"큰 형님은 술도, 잔치판도 아닌 계집애에게 빠져 지내고
계신다, 이 소리요!"
관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떤 여인이 형님을 그렇게 홀렸다는 말인가?"
장비는 서찰을 다시 유비의 서간 위에 올려두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눈치보면 모르우, 당연히 감가장네 딸년이지."
관우는 입을 다물었다. 감가장이라 하면 평원성에서 가장
알아주는 부호였으며, 군비 증강에 필요한 원조를 가장 많이
해 주었던 은인이기도 하였다. 물론 감가장의 가주(家主)에게
여식이 하나 있다는 사실은 관우도 알고는 있었지만 유비와
정을 나누는 사이였다고는 생각을 못했다. 장비는 관우의
착찹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떠들었다.
"감가놈, 딴에는 번듯한 사위 좀 얻어보겠다고 그런
짓거리를 한 거지. 두고 보시오, 우리는 머잖아 형님 따라가서
돗자리나 짜고 지면서 다니거나 감가놈네 집에 가서 청지기
노릇을 하게 될거요!"
관우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장비를 꾸짖었다.
"영웅호색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큰 형님은 이미 혼기가
한참 지나고 있을 때다. 그러니 이해를 해 드려야지. 그런
당연한 것으로 왜 화를 내고 그러는가?!"
장비가 투덜거렸다.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나쁘다는 건 절대로 아니우. 다만
거기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시니 문제라는 거유."
관우가 한숨을 내쉬는데 장비가 자신의 행장을 다 꾸렸는지
벌떡 일어났다. 비틀비틀 문으로 걸어나가는데 관우가 구석에
세워두었던 청룡언월도를 꼬나쥐고 호통쳤다.
"네 이놈! 어디를 가느냐!"
장비가 투덜거렸다.
"다 끝난 일이잖수."
관우는 장비의 앞을 막아서면서 꾸짖었다.
"그 전에 의(義)를 저버린 네놈의 잘못부터 꾸짖어야겠다!"
"그건 틀리우. 큰 형님이 먼저 의를 저버리신 거란 말이우."
"가려면 나를 꺾고 가라."
관우가 그렇게 나오자 생김새는 우락부락해도 마음 약한
장비는 터덜터덜 방안으로 도로 들어와 털썩 주저앉았다.
관우는 그런 장비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장비가
아직도 불만이 섞인 어조로 쏘아붙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러슈?"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도로 구석에 세워두면서 한숨섞인 말을
내뱉었다.
"일단 큰 형님을 만나 뵙고 말씀을 들어야겠다. 만약 큰
형님께서 잘못 생각하고 계신다면 우리가 깨우쳐드려야
도리이지 않겠느냐."
"도리, 도리......그 놈의 도리......운장 형님은 참을성
많아서 좋기도 하겠수."
장비의 빈정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우는 벌떡 일어섰다.
장비가 아직도 술에 덜 깨어 흐린 눈으로 관우를 바라보았다.
"어디 가시려고?"
"감가장으로 가서 큰 형님을 기다리도록 하세......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나?"
"몇 번 지나친 적은 있소."
"안내하게."
따라오라는 소리였다. 장비는 투덜거리면서도 단박에
따라나섰다. 어두컴컴한 길에는 밤이슬이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기운에 잠이 완전히 못 깬 장비는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쫓아갔다. 관우의 굵은 눈썹사이에는 근심이 끼어있었다.
감가장은 워낙에 크고 화려한 건물이었는지라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몇 번 지나쳤다지만 눈치로 보아 장비는 꽤나 자주
들락거린 것 같았다. 관우는 장비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감가장을 살폈다. 아직도 시끌벅적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잔치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관우는 조용히 장비를 돌아보며 물었다.
"감소저의 방은 어디있는가?"
"낸들 아우, 여자방을 내가 어찌 알겠......"
"어허!"
한번 빼보던 장비는 관우의 재촉에 입을 삐죽거리면서 눈으로
뒤뜰의 작은 채를 가리켜 보였다. 관우는 장비가 가리킨
작은 채를 바라보면서 예의 그 아름다운 수염을 쓰다듬었다.
무엇인가 고민을 할 때의 관우의 버릇이었다. 장비가
조심스럽게 관우에게 말을 건넸다.
"......감가장에 들어가겠다고......하인 놈을 부를 까유, 형님?"
관우는 한 팔을 들어 장비를 제지했다.
"그럴 것 없네. 잔치 중이라 그런지 문을 열어놓고 문지기도
세워두지 않았군. 조용히 들어가세."
장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관우의 뒤를 따랐다. 덩치가 큰
무인(武人)이 두 사람씩이나 들어가는 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모양이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왔다. 관우의 청포가 밤이슬에 젖어
차가워져있었다. 장비의 옷 역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자꾸 짜증을 내는 장비를 헛기침으로
달래면서 관우와 장비는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후원(後園)까지
왔다. 두 사람은 문 근처에 서서 유비를 기다리기로
무언(無言)의 합의(合意)를 보았다. 기다린 지 꽤 되었는데도
유비는 나오지 않았다. 지겨워진 장비가 조심스레 관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형님, 현덕(玄德)형님께서 안 나오시면 어쩌려우?"
"실례를 무릅쓰고 가서 부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관우는 짧게 장비의 질문에 답하고는 한탄을 연달아 내뱉었다.
"아무래도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에는 우리의 잘못이 큰 것
같으이......큰 형님께서 홀로 얼마나 고심을 하셨겠는가......
진작 찾아뵙고 말씀을 나눴어야 할 것을......"
관우의 말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장비는 `그런가......?'하고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긁적거렸을 뿐이었다. 그 긁적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변은 적막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유비는
감소저의 방에서 나왔다.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유비는
나란히 시립해 서있던 관우와 장비를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자네들이 어인 일인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았습니다. 일단 거처로
가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우의 침착한 대답에 장비는 당장에 물어보자는 태세를
취했으나, 이내 날아온 관우의 헛기침에 `쳇!'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입을 다물었다. 유비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세 사람은 밤이슬이 내리는 어둑어둑한 거리를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질급한 장비가 중간에 몇 번이고 유비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관우가 헛기침을 하면서 연신 막아냈다.
이윽고 자신들의 거처, 즉 평원 현청에 당도(當道)한 그들은
보초의 경례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대문을 지나 세 형제가
나란히, 함께 쓰는 방문근처에 왔을 때였다.
"응? 뭐가 저리 시끄럽지?"
귀가 가장 밝은 장비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우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면서 방문을 열려고 했으나
소란스러운 소리가 유비와 관우의 귀에도 이내 들려왔다.
호기심이 생긴 그들은 누가 가자고 할 것도 없이 함께 대문
쪽으로 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했던 대로 보초가 누군가와
다투고 있었다.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부탁입니다......"
"안돼, 허가장이 없이는 들여보낼 수 없다."
"미처 허가장이 필요한지를 몰랐습니다. 그러니 들어가게
해 주......"
"안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는가?!"
장비가 보초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무슨 일인데?"
보초가 난처하다는 얼굴을 해 보이면서 세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이 사람이 아까부터 아무런 허가도 없이 장비님을
뵙게 해 달라고......"
"뭐? 나를?"
장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관우의 엄한 눈초리가
날아왔다. `또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고 문책하고 있는
것이리라. 장비는 급히 손을 내저었다.
"나 이번에는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았수. 이것
보시......엥?!"
시선을 돌린 장비는 물론 관우와 유비도 놀라고 말았다.
소란을 일으킨 사람은 체구가 작고 가냘픈 곳이 있는, 아주
예쁘게 생긴 서생이었다.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동자에
쌍꺼풀이 진 크고 또렷한 눈매, 백옥같이 하얗고 깨끗한
피부, 적당히 붉은 빛이 도는 입술과 오똑한 콧날하며
갸름하고 작은 얼굴이 뇌리에 박혀왔다.
매우 절색인 인물로 상당히 세련되고 도도한 느낌이 도는
서생이었다. 틀림없는 여자의 얼굴 같지만서도......아무튼,
머리를 묶어 올려 두건으로 싸매고 수행복 차림을 한 서생을
보면서 장비가 더듬거렸다.
"뉘......뉘시우......?"
유비도 얼얼한 표정으로 장비를 바라보았다.
"아는 분인가, 익덕(翼德)?"
"아, 아니 그것이......엥?"
장비는 얼굴 하나를 기억해냈다. 서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비는 머릿속으로 낮에 주점에서 취중에 보았던 두 사람을
순간적으로 번쩍하고 떠올렸다. 하지만 분명히 곁에 있던
청년은 아니고......장비가 굵은 손가락을 뻗어 서생을
가리키면서 소스라치게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낮에 보았던......그 낭자?!"
서생이 슬몃 고개를 숙여보였다. 관우가 뒤에서 턱에
검지를 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너무 체구가 가녀리다 했더니....."
유비가 근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웬 낭자냐? 설마 무슨 실례를 했던 것은......"
"아, 아니우, 아니라니까 그러오!"
장비가 서둘러 손을 휘저었다. 관우가 서생에게 다가갔다.
"그런데......낭자는 여인의 몸으로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시오? 그것도 남장을 다 하고......익덕이 뭔가 죄를
지었습니까?"
서생, 즉 낭자가 고개를 조심스럽게 저었다.
"아닙니다, 단지.....유비님을 만나뵙기 위해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나를? 그런데 왜......그러니까 낭자는......"
유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고개를 공손하게 숙여보였다.
"유화정(柳和貞)이라 부르십시오."
그녀의 태도에 유비는 적잖이 당황하면서 말을 이었다.
"아, 이거 실례했소이다......아무튼 왜 화정낭자는 나를
찾은 것이오? 그것도 남장을 다 하시고......"
뒤에서 관우가 유비를 붙들었다.
"형님, 일단 조금 급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제야 자신들에게 화제가 남았다는 것을 깨달은 유비는
관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비와 관우를 훑어보면서
화정을 향해 용서를 구했다.
"좀 급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만 들어가 보아야 하니 내일
찾아와 주시오."
화정이 무어라고 말을 하려는데 뒤에서 짧고 울리는 외침이
날아왔다.
"화정! 예서 뭐하는 거야?!"
돌아보니 하얀 수행복에 머리를 묶어올린 청년하나가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사내라기에는 예쁘장한 구석이 있지만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 덕에 약간 특이한 느낌이 드는 청년이었다.
장비는 저 청년이 낮에 화정과 함께 있었던 청년이었음을
어렴풋하게 확신해냈다. 청년은 화정을 바라보면서 화를 냈다.
"남장을 구해달라더니 기껏 밤중에 돌아다니려고 한 것이었어?!"
"아, 미안.......하지만......"
무언가 설명하려는 화정의 말을 유비의 외침이 끊었다.
"이 무슨 일이오? 두 사람은 남매지간이라도 되오?"
유비나 관우, 장비의 입장에서는 급하게 이야기하려는데
느닷없는 불청객이 찾아온 덕에 화가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비는 얼른 그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말을 던졌다.
"오늘은 너무 늦었고.....마침 낭자의 오라버니가 왔으니
돌아갔다가 내일 오도록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돌아서려는 유비를 뒤에서 화정의
가녀린 목소리가 붙들었다.
"그렇다면 현덕공께서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장비가 무어라고 하려했으나 관우가 가로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겠소? 저기 저쪽으로 가면 알현장이 있으니 게서
기다리시오. 밤이슬은 여인의 몸에 좋지 않소."
관우의 지엄하지만 자상한 말에 화정은 고개를 숙여보였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뒤따라왔던 청년이 급히
따라갔다. 높은 음성으로 무어라고 꾸짖으며 화를 내는 청년에
비해 침착하게 답하면서 알현장이 있다는 곳으로 가고 있는
화정을 훑어보면서 유비가 농담조로 말했다.
"익덕, 점점 솜씨가 늘고 있구나. 저런 절세가인(絶世佳人)을
다 오게 하고 말이다."
장비가 거칠게 마주받았다.
"형님,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저 사람 낮에 딱 한번 마주친
것 밖에는 모르오. 또 내가 사고친거라 생각마슈."
꾸중을 들을 것이 걱정되서인지 정성스럽게 부정하는
장비에게는 아랑곳않고 관우는 방문을 열었다. 유비는 그런
장비를 보면서 조금은 쓰게 웃다가 관우가 눈짓을 하자 안으로
들어갔고 관우는 장비를 향해 헛기침을 한번 한 후에 유비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장비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면서 화정과
청년이 사라진 쪽을 한번 더 보다가 관우의, 재촉임에 틀림이
없는, 기침소리를 듣고는 질겁을 하면서 따라 들어갔다.
*******
"......자네들이 감가장(甘家莊)까지 올 줄은 몰랐네.
그렇잖아도 내 자네들에게 할 말이......"
"아니, 큰 형님! 왜 소매 자락이 떨어져 나갔수?!"
유비가 말을 맺기도 전에 장비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외쳤다.
관우가 슬몃 보니 유비의 왼쪽 소매자락이 약간 잘려나가 있었다.
관우 역시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유비를 바라보았다. 유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우들을 돌아보았다.
"......감소저와 이별을 하고 오는 길이다."
"엥?"
장비가 눈이 휘둥그래졌다.
"굳이 소매까지 자르실 필요는......"
"소매자락을 붙들고 놓지 않기에 잘라 내 뜻을 밝힌 것뿐이네."
관우의 어이가 없다는 투의 말에 유비는 딱 잘라 해명했다.
장비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유비는 한숨을 내쉬면서 장비를
돌아보았다. 슬쩍 일렀다.
"너는 내 집무실의 책상에 가서 위에 놓여있는 서신을 냉큼
가져오너라."
장비가 머뭇거리면서 아까 자신이 관우에게 내밀었던 서신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 이것 말이우......?"
"아니, 그걸 어떻게 익덕이......!"
적잖이 놀라면서 장비를 바라보는 유비의 눈빛이 이내
어두워졌다. 관우도 말이 없었다. 유비는 탄식했다.
"아우님들의 근심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이......내 진작
깨달았어야 했을 것을......이 서찰로 뜻을 굳히고 감소저와
이별을 고하고 오는 길이었으니 이제 심려 놓게."
"형님!"
화도 잘 내지만 그만큼 감탄도 빠른 장비였다. 냉큼 유비의
앞에 엎드려 눈에 어린 아이같은 눈물을 담고는 엉엉거리는
그를 유비가 일으켜 세웠다. 관우 역시 약간은 붉어진 눈시울로
유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유비는 두 아우를
훑어보면서 자신의 뜻을 굳히는 듯했다. 관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일단 공손찬(公孫瓚)님께 의논을 해 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우리로는 독자적인 세력이 되기 어려울 터이니까요."
"그 말, 옳네."
유비가 짧게 찬성했다. 장비는 아직까지도 `내가 죽일 놈이우'를
연신 반복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었다. 유비는
장비를 다독이면서 타일렀다.
"그만 하거라.이 비(備)가 잘못한 것이 사실이니 익덕을
꾸짖을 자격도 없네."
"형님, 꾸짖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오. 이 놈이 너무 미련한
것이 분통해서 그러는 거란 말이우......"
관우의 엄격한 목소리도 부드럽게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익덕, 이만하면 됐다. 더 중요한 일이 앞에 있는 지금 어찌
사내장부가 눈물을 보인단 말인가."
관우의 다정한 격려에 장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어린아이같은 장비를 보면서 쓰게 웃던 유비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렇군......익덕, 네 손님들이 아까 와 계시지 않더냐.
이만하고 급한대로 그들을 뵈러 가도록 해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난 일이니라."
장비가 투덜댔다.
"내가 아니라 큰 형님을 뵈러 온거라잖수?"
관우가 불만에 가득찬 장비를 달랬다.
"그렇다고해도 발단은 자네일세. 그러니 자네가 앞장서는
것이 응당 도리 아닌가."
"그놈의 도리, 도리......이 놈은 무식해서 그런 고상한 말은
하나도 모르겠수."
장비의 퉁명스럽지만 시원스런 받아침에 삼형제는 오랜만에
즐겁게 웃으면서 방문을 열고 나란히 바깥으로 나왔다.
*******
"그러게 내가 무모하게 행동하면 안된다고 했잖아!"
"좀 기다려봐, 왜 결론도 안 난 것을 가지고 벌써 그렇게 난리야?"
"결론이 안 났다니, 지금 이게 결론이 안 난거야?! 봐, 눈이
있으면 똑똑히 보라구! 지금 우리 앞에 시체가 누워있는데
무엇이 어째?!"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시체라니, 이게 무슨 소리유?"
충격적인 단어에 장비가 얼굴을 찡그렸다. 관우는 덩달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유비를 재촉했다.
"형님, 무슨 일이 있는 듯합니다. 일단 저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음, 그래야겠구나."
관우의 말에 유비는 찬성하면서 조심스럽게 알현장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세 사람은 뜻밖의 광경에 못박힌 듯이 우뚝 서 버렸다.
화정과 청년의 곁에는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몸이 목과 분리되어
있었다. 목은 바닥을 피투성이로 만들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때맞춰 들어온 세 사람에게 청년이 달려들었다.
"흥, 잘 만났다! 세상 사람들이 유비에게 어질고 현명한 덕이
있어 현덕이라 하노라하였는데 지금보니 아니구나! 이깟 자객을
보내서 찾아온 이를 시해하려 하다니, 이 잔인함을 천하에 고해야겠군!"
곁에 있던 장비가 발끈해서 자신의 사모를 들고 덤볐다.
"뭐라구?! 이놈이 죽고 싶어 실성을 했구나! 어디, 내 사모
맛부터 먼저 봐라!"
"바라던 바다!"
"그만두게!"
단박에 무기를 빼들고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 사이를 유비가
가로막았다. 유비는 청년을 향해 읍하면서 조용히 물었다.
"이 비(備) 역시 무슨 영문인지 몰라 놀라고 가슴이 뛰고있소.
무슨 일인지 좀 소상히 아뢰주시겠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정이 조용하게 말하면서 유비의 곁으로 다가왔다. 언뜻
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가 매우 기품있는 것이 그녀는 양가집의
규수인 듯했다. 하기는 양가집 규수치고는 조금 요상한 면이
있지만 - 예를 들면 남장을 하고 다닌다던가, 늦은 시간에
거리를 헤매다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분란을 일으킨다던가 -
아무튼 유비는 그녀가 신분이 높은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싶어
정중하게 두 손을 마주잡아 예를 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 해 주시겠소?"
그녀는 아직도 씩씩거리며 장비와 유비를 노려보고 있는
청년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이 사람은 마초(馬超), 자(字)는
맹기(孟起)를 씁니다. 서량....."
"소개 같은 것 필요없어, 곧 결단이 나게 될......!"
화정의 말허리를 자르면서 창을 꼬나쥐고 눈을 부라리는
마초를 향해 화정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매서운 표정에
마초는 의외로 순순하게, 이내 입을 다물고는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장비를 보면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유비는 얼른 웃는
낯으로 그들을 대했다.
"아, 마초님이셨구려......서량태수 마등(馬騰)님의
맏아드님이시라는.....수성(壽成 - 마등의 자)께서는 안녕하시오?"
"안녕하시고 뭐고간에 왜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고 그러시오?!"
마초의 말에 유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뒤에서 장비가
유비를 밀치면서 마초를 향해 삿대질을 퍼부었다.
"듣자듣자하니 우리 큰 형님이 마음이 좋다고 막 나오는데......
그렇게도 몸통과 목이 따로 놀아보고 싶단말......"
"자꾸 큰 형님이 자객을 보냈다는 소리만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요? 먼저 그것부터 좀 들어봅시다."
관우가 장비를 가로막으면서 마초와 화정을 바라보았다.
화정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아까부터 이 곳에서 유비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자가 숨어들어와서는 유비님의
명으로 저희들을 사살하겠다고 하면서 덤벼들기에 맹기가
그를 사로잡으려했습니다. 그러나 이자가 끝까지 덤벼들기에
맹기가 목을 베고 말았습니다."
유비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딱하게 되셨구려, 화정 낭자께서 심려가 크셨겠소.
규수로서 못 볼 것을 뵈어드렸으니 이 유비, 실로 드릴 말씀이
없으외다."
화정은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저희들의 신변을
해치려 하셨던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만......"
장비가 뒤에서 고함쳤다.
"우리 형님을 뭘로 보슈?! 그런 일 우리는 모르외다, 그렇죠,
형님?!"
화정은 그렇게 화를 내는 장비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유비 현덕공께서는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장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장비의 짓인 것 같다는 추측을 하는 듯했다. 장비는
화정의 얼굴을 보면서,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럼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오?!"
"익덕, 그만 해 둬라."
관우가 장비를 만류했다.
"두고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내 창부터 받아랏!"
마초가 창을 들고 장비에게 덤비자 장비 역시 수염을
곤두세우면서 사모를 들고나섰다.
"흥, 바라던 바다!"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유비의 고함소리에 장비가 순간적으로 움츠러들면서 사모를
내렸고 마초 역시 씩씩거리면서 자신의 창을 내렸다. 유비는
화정과 마초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타일렀다.
"우리는 그런 일 생각도 안 해봤소만 ......어인 이유로 처음
본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대겠소?"
"벌써 들이대고 있지않소!"
마초가 아직도 사모를 세우고 섰는 장비를 가리키면서
씩씩대자 장비 역시 질세라, 화를 버럭 냈다.
"그쪽이 먼저 시비걸었......"
"아무튼."
안되겠다 싶었는지 유비가 장비를 거칠게 뒤로 밀치면서
두 사람 앞에 나섰다.
"사죄하겠소. 우리 중에는 아무도 그런 생각을 품었던 사람이
없소. 하지만 오해가 되었다면 용서해주시오."
"물론입니다......저 역시 누군지 궁금하오나, 현덕공을
의심치는 않습니다."
화정이 조용하게 답했다. 유비는 장비를 향해 엄한 표정을
던졌다.
"너는 소란을 피운 죄로 여기 시체를 어서 치우도록 하여라.
유소저께서 심려가 크시겠구나."
"저는 괜찮습니다."
화정이 침착하게 답했다. 관우는 뒤에서 유비가 권하는 자리에
앉는 화정을 슬몃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절색이었다. 여지껏
자신이 봐온 미인들과는 다르게 외모도 출중하였건만 곱고
고상한 느낌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어려있는 것이 마치 다른
세계의 여인이라도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신비로움과
이국(異國)적인 분위기가 그녀를 신녀(神女)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관우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꺼림쩍했다. 저 웃음기라고는
없는 차가운 얼굴은, 아름다우나 만지기 힘든 빙화(氷花)같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아름답지만 지나칠 정도로 청초하고 차가운
모습은 조금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장비는 시체를 들고 나가면서도,
뒤에서 고소하다는 듯 은근한 조소를 보내고 있는 마초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관우의 지엄한 시선이 쏠리자 끽소리
못하고 시체를 들고 나갔다.
화정은 자신을 세심하게 살피는 관우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유비의 맞은편에 단정하게 앉았다.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앉는
그녀의 자태는 보면 볼수록 절색이었건만, 그만큼 위험한 느낌마저
주어서, 관우로 하여금 신경이 곤두서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 무슨 용건이기에 이 현덕을 찾으셨단 말이오? 보아하니
귀하신 규수 같으니 무언가 의뢰를 하러 오셨겠구려."
유비의 말에 화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깐동안 무슨
생각을 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제게 사정이 있습니다.....그래서 현덕 공께 부탁을 드리려
하는 것입니다....."
"귀한 분께서 어째서......"
"말씀 중에 실례오만....."
관우는 유비의 말을 자르면서 양해를 구했다. 화정을 향해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크게 해가 안 된다면 낭자의 신변을 조금만 밝혀주셨다면
좋겠소. 너무 서먹하구려."
관우가 가장 떠받드는 유비가, 정체도 모르며, 게다가
오밤중에 남장을 하고 나타나서 저런 소란을 일삼는, 괴상한
미인에게 깍듯이 대하는 것이 그에게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관우는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그렇게 질문하였고 관우의 말에
유비가 질책을 하려 했으나 뜻밖에 화정이 제지하였다.
"아닙니다......일가가 없는 몸입니다......평민에 지나지
않으니 어려운 태도 버리십시오."
"엥?"
어느새 시체를 치우고 마초와 눈싸움 - 이라지만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로 먹이를 가운데 두고 신경전을 먼저 펼치는
개들이 생각날 정도로 유치하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 을 하고
있던 장비가 의아하다는 뜻의 소리를 내고 말았다. 마초 역시
자신도 잘 모르고 있는 화정의 신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역시 주변의 인물들과 같이
적잖이 놀란 유비가 더듬수를 놓았다.
"일가가......없다하오면?"
"......세상에 홀로 남은 몸입니다......자세한 것은
말씀드리기가 힘드오나, 그저 미천하고 의지할 곳 없는 계집이라
생각하시고 태도를 푸십시오. 이제 됐습니까?"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답을 하고는 관우를 응시하는 화정의
태도에 관우까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런 고운
모습과 얌전한 행동거지는 그녀가 평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하는 곳이 있었다. 꺼림쩍한 곳이 있다면 홀로 남았다는 슬픈
대사를 하고 눈을 내리깔면서도 슬퍼보이지는 않는 느낌이랄까.
유비는 고개를 저으면서 의심섞인 중얼거림을 뱉었다.
"낭자의 곱고 조숙한 자태(姿態)와 언행(言行)에 지레
짐작하고 담을 쌓았소만......그런데 천애고아(天哀孤兒)에
평민이시란 말씀이오?"
그 말에는 여지껏 그랬듯, 공손하고 조심하는 어조가 덜어져
있었다. 유비의 변한 태도에 화정은 유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하는 것이었다.
"평민이라하니 업신여겨지십니까?"
화정의 차가운 반문에 놀란 유비가 고개를 급히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조금 의외라 놀란 것뿐이오. 그렇다면
부탁이라 하심은......?"
화제를 급히 본 목적으로 돌리는 수단좋은 유비를 향해 화정은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려 보였다.
"저를 유비님의 밑에서 일하게 하여주십시오."
청천벽력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던가.
"!"
"......뭐......유......?"
"화정!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사람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발끈한 마초는 대뜸 화정에게
다가가면서 소리를 질렀고 황당해진 유, 관, 장 삼형제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깜박거렸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인 화정은 흔들림없이 꼿꼿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태도에, 다가가기는 하였지만 별다른 행동을 못한 마초와,
멍하니 그녀를 보는 유비 삼형제의 사이에는 잠시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는 듯하였다. 그런 상태로 한참이 지나도록 고개를 들지
않는 화정을, 결국 유비가 붙들어 일으켰다.
"일어나시오, 왜 이런......"
"허락하실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마치 대나무같은 그녀의 고집에 유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다못한 관우가 화정에게 다가갔다. 기가막히다는 투로
그녀를 달랬다.
"화정 낭자, 하오나 소인들이 누비는 곳은 전장(戰場)이오.
아리따운 낭자가 다닐 곳은 못되는 곳이오. 그러니 조금만
살피시오."
관우의 달래는 말에 화정은 대꾸도 없이 고개를 더 숙였을
뿐이었다. 장비는 뒤에서 침을 꿀꺽 삼켰고 마초의 일그러진
얼굴은 정말로 볼만한 것이었다. 아직도 당황해있던 유비는
관우의 말을 도왔다.
"그 말, 맞소이다......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나
자중하셔야 할 듯하구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 저를 데리고 가신다면
적어도 폐를 끼치지는 않겠습니다."
뒤에서 장비가 발끈했다.
"이보슈, 낭자가 따라오는 것 자체가 해악이오! 물론 큰
형님께서 낭자를 생각하심도 있지만 관우형님이나 내 입장에서는
방해가 될 것 같아 그......"
"화정 낭자,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소만......"
유비가 생각없고 너무나도 솔직해서 탈인 장비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나섰다.
"이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오. 그러나 규수를 동행으로 삼기에
길은 너무나 험하고 보호해주며 다니기에는 이 비(備)의 세력이
하잘 것 없구려......"
"천하의 삼분지 하나를 지니실 분입니다. 그렇다면 세력은
하잘 것 없을 리가 없다고 봅니다만."
화정의 불쑥 튀어나온 말에 유비는 가슴이 뛰고 정신이
놀라 할 말이 없었다. 관우와 장비 역시 마찬가지로 놀라서
침묵하다가 유비를 바라보았다. 실로 엄청난 말이었다. 천하의
삼분지 일! 얼마나 가슴이 뛰며 엄청난 말이던가. 일관하고
있던 마초조차도 화정에게 말을 건넸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엄청난 소리야?"
"물론 생각없이 한 농지거리에 지나지 않으니 넘어가시지요."
화정은 은은하게 말을 넘겼다. 그녀는 의외로 수습하는 듯한
분위기를 금방 만들었다. 사실, 그 말에 대해 어떠한
장담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유비는 그때 자신의 안에서 발견하였다. 그냥 씁쓸하게
미소지음으로써 그는 넘겼다. 그리고 일개 아녀자의 말도
안되는 생떼와 그 행위를 관철시키려는 달콤한 감언이설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한편으로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의 말에 유비와 관우는 냉정을 되찾았으나 장비는 그래도
의심스럽다는 - 이라기보다 알쏭달쏭한 표정이라는 표현이 더
솔직하다 -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화정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한번 청탁했다.
"부족하나마 전술을 조금은 압니다......그러니 부디 저를
동행으로 삼아 주십시오. 정 수하로 넣기가 곤란하다면
일시적으로 동행삼고 계시다가 이후에 적당한 거처를 찾으면
보내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녀의 말에 유비가 조용해졌다. 전술을 안다는 말은,
조금전의 `귀찮다.'라는 뜻을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히
매혹적인 말이었다. 유비에게는 관우와 장비같은 무사가
있을망정 전술을 아는 자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고민하는 유비의 곁에서 관우는 안된다고
말하는 듯한 눈짓을 보내고 있었으나 장비는 마음편하게
하품을 하면서 관우에게 빈정댔다.
"저런 절세가인이 같이 있다면 병사들의 사기도 돋워질 것
아니우. 그리고 동지 한사람 한사람이 아쉬운데 제 발로
일하겠다고 한다면야......뭐 사소한 장부정리 같은 것이라도
시킬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수. 어차피 갈곳도 의지할
곳도 없다는데."
장비 딴에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이었으나 본래
목소리가 워낙에 큰 관계로 화정과 마초에게까지 그 말이
들려왔다. 관우는 굵은 눈썹을 움직이면서 장비를 노려보았다.
또한 마초는 여지껏 그랬듯 그 날카로운 눈으로 장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장비가 입을 씰룩거렸다. 그러나 마초에게는,
여전히 경쟁의식을 버리지 않은 듯 그 누렇고도 강철같이
단단한 치아를 보여 `으드득'소리를 내 보였다. 나이답지않은
장비의 행동에 마초가 기가막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상황이야 어떻든 전술이라는 말에 혹한 유비가 망설이는데
화정의 말이 다시 날아왔다.
"가까운 시일내에 백규(伯珪 - 공손찬의 자)님께서 동탁
타도격문을 받고 평원에 당도하실 겁니다. 그 전에 결단을
내리셔야 할 것이 아닙니까."
순간 유비 삼형제는 머리칼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후 격문을 받았고 공손찬의 힘을 빌려고 한 것은 순전히
자신들 삼형제들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화정을 만나기
바로 전에 결정된 사항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러한 사실을 알아낸 것일까? 아까 자신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살금살금 다가와 엿듣기라도 한 것일까? 경로야 어찌되었건
간에, 화정의 이 의미심장한 말은 유비가 속으로 화정이
어쩌면 미인계 이외에도 꽤나 쓸모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사실은 어찌 아셨소? 우리가 백규님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거요?"
"아닙니다.....단지 짐작을 했을 뿐입니다."
아까의 말도 그렇고 방금 전의 말도 어딘가 뼈대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혼란스러워진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돌아보았다. 장비는 찬성하자는 태도를 당장에
취하고 있었고 관우는 아직도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유비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특이한 곳이 있는 소저다.
범인(凡人)은 필시 아닐 것이다.......유비는 망설이는 투로
허락했다.
"뭐 이런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동료로서 함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니 큰 오점이 없다면 받아들이기로 하겠습니다만......"
"감사합니다."
화정은 공손하게 예를 표해 답했다. 곁에 있던 마초가 대뜸
덤벼들었다.
"화정, 그렇다면......"
"맹기, 여지껏 정말로 신세 많이 졌어요.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 터이니 이제 볼일을 보세요......더이상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차게 대꾸하는 그녀의 태도에 마초가 발끈했다.
"그런 말이 어디있어? 나도 어차피 수련 중이었으니
따라가도 상관이 없잖아!"
화정은 눈을 감고는 고개를 저었다.
"맹기가 나를 따라 유비군에 가담한다면......나는 더욱
불편하게 여길 거여요. 그러니 이만 떠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태 쓰던 말투를 버리고 존대로 태도를 바꾼 그녀의 말에,
마초의 눈썹이 꿈실했다. 잠시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마초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갑자기 자신의 창을 벽에 세운
그는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유비를 향해 대뜸 절해보였다.
"현덕공, 저도 데리고 가 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돌변한 마초의 태도에 유비가 할 말을 잃고 있는데 곁에서 장비가
죽자살자 달려들었다.
"이놈, 버르장머리 없는 네놈을 한 편으로 받아들이기는 싫다!
내 창을 받을 수 있다면 인정하겠다!"
거칠고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그 태도에 엎드린 마초의 눈썹이
꿈실거렸다. 그러나 마초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장비의 성급함에
유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저지했다.
"그만 둬라, 익덕......마초님은 수성의 아드님이 되시는
분이오. 그런데 어찌 내가 마공자를 받아들일 수가 있겠소.
송구하나 그 청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어느새 고개를 들고 무릎을 꿇은 마초가 발끈했다.
"창을 적어도 남에게 뒤지지 않게 쓸 수 있으며 폐도 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가담시켜 주시지요......그
격문은 저의 아버지께서도 받으셨으니 분명 동지가 되실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참가하신다면 목적지는 진류가
아니겠습니까."
마초의 급한 둘러댐을 들은 유비는 그럴 수도 있겠다싶었다.
당장 두 아우를 돌아보는데 관우는 괜찮다고 눈짓을 보냈으나
장비는 씩씩거리며 거절했다.
"나는 그리 못하우! 동행이라니, 내 꼭 저 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야 말겠소! 야, 말먹이(馬草)! 너 이 형아의 창을
한번이라도 꺾으면 내가 널 진짜 평생 스승님으로 모신닷!
덤벼라, 덤벼!"
그 말에 마초의 눈썹도 치켜올라갔다. 당장 사모를 붙들고
덤빌 태세를 취하는 장비를 손으로 막으면서 유비는 애써
마초를 공손하게 바라보았다. 마등의 장남은 무예를 잘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다. 또한 건장한 느낌이 예사롭지 않으니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며 잘만 하면 제후 중 하나인 마등과
인맥이 닿을 수도 있다. 이런 계산을 내세운 유비는 응낙했다.
"맹기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수성공(壽成公)을 뵈올
때 명목이 생기는 것이구려. 그렇다면 공자와 응당 동행해야지요.
부자간에 재회하신다니, 목적지가 같다면 돕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오."
유비의 거침없는 허가에 마초는 기뻐하였다. 그러나 화정의
표정은 잠시 어두웠으며 장비 역시 표정을 풀지 못하였다.
관우가 그런 장비를 향해 헛기침을 하자 조금은 누그러졌으나
분한 낯빛을 아직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었다. 관우는 애써
만족스럽게 서두를 꺼냈다.
"그렇다면 하루 새에 잠시의 동지이나마 일행이 둘이나 더
생긴 것이 되는군요, 형님. 이야말로 복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응당 축배를 들어야 하나 낭자도 계시고 곧 떠날 일도
있으니 군비를 정비하는 일에 열중하여야 하겠습니다."
관우의 든든한 말에 유비는 고개를 힘있게 끄덕여 동조했다.
"그래, 드디어 한왕조를 어지럽히는 역적 동탁(董卓)을 치러
가는 것이니, 응당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일초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게. 아무래도 방금전의 자객 또한 동탁이나
그의 수하가 보내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운이 넘치는 그를 보면서 씨익 웃고있던 장비는 옆에서
마초의 헛기침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마초에게로 돌리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이내 고개를 마초에게서 반대로 돌리고는
`흥!'하는 장비의 어린아이같은 태도에 마초가 콧방귀를 뀌었다.
화정은 조용히 유비와 관우가 의논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장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군. 계집이란 자고로 나긋나긋해야......'하고
중얼거리다가 마초의 눈칼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장비는 마초를
향해 입을 내밀면서 자신의 배를 손바닥으로 탁탁 쳐보였다.
그리고 유비와 관우의 눈치를 살피면서 낮게 빈정거렸다.
"이봐, 말먹이(馬草)! 혹시 네 애인이냐? 그렇다면 어쩔 건데?
쳐 볼테면 쳐봐!"
그 말에 마초가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어찌하여 말먹이란 말이옷!"
"어이구, 어이구. 화도 다 낼 줄 아는 말먹이네, 그려.
신통하기도 하........"
"익더억!"
신경질적으로 들려오는 유비의 목소리에 얼굴이 딱 굳으면서
장비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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