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성년.
저녁 무렵의 힐사이드는 언제나처럼 소란스러웠다. 술주정뱅이의 고함
소리, 엔진이 상한 탈것들이 내는 신음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총성.
그런 소리 가운데 쿨란과 메이런은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경관
들이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역시 마무리는 쿨란이 해야 했던 것이다.
"정말 놀랐어요. 쿨란이 설마 타이론을 때릴 줄은 몰랐거든요."
메이런이 말했다.
"내가 흥분했던 거야. 내 실수지."
쿨란은 부끄러워하는 듯 보였다.
"서둘러서 대사관으로 가려고 했던 것도 실수였지요?"
메이런의 말에 쿨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실수였지. 여섯 번 째 교훈은 잘 받으마."
쿨란은 이렇게 말하고는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모양이었
다.
"앞으로 말이다, 내가 흥분하거나 서두르는 것 같으면 시크사를 잊지
마세요, 하고 한마디 해 줘. 그럼 내가 정신을 차릴 테니까. 그렇게 해
주겠지?"
쿨란은 이렇게 말을 덧붙였고 메이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건 선물이다."
쿨란은 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면서 말했다.
"선물이요?"
"네 성년. 법적으로는 내가 네 아버지라는 거 잊지 마라."
쿨란이 내민 편지는 아이라에게서 온 것이었다. 딱딱해 보이는 군대식
검은 색 종이로 된 겉장에는 '메이런에게'라고 아이라의 글씨체로 써져
있었다.
메이런은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보았다.
메이런 귀하.
아이라 견습대원은 오늘 부로 웨이팅하우스 시의 전근을 명령받았습니
다. 푸우순 시를 위한, 또한 행성 어스 전체를 위한 일입니다. 모쪼록 아
이라 견습대원의 친지가족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환영을 보내 주시길 부
탁드립니다.
편지는 인쇄된 글씨였고, '아이라 견습대원'이라고 쓰여진 부분만 아이
라의 글씨였다.
"네 친구, 전근을 가게 된 모양이야."
메이런은 쿨란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푸우순 시에 있으면
언젠가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아이라가 이렇게 가버리게 되었다는 사
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꽤 좋은 곳이다. 메이런, 듣고있니?"
"예?"
"꽤 좋은 곳이라고. 웨이팅하우스 시 말이야. 예전에 가 본 적이 있어.
공장이 많은 곳이지. 휴먼 레이스도 아주 많은 곳이고. 사건도 많고 꽤
일이 많은 곳이어서 공무원들 진급하기 딱 좋은 곳이기도 해."
"이거, 읽어봤어요?"
메이런은 쿨란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남의 편지나 먼저 읽을 것처럼 보이니?"
"예."
메이런이 말하자 쿨란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 네 어깨 너머로 본 거다."
"예."
메이런은 기운이 쭉 빠져 있었다.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이번에 적자야. 시크사 녀석, 뭔가 값나가는
걸 많이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더니 고작..."
"그 목걸이, 대단히 귀한 거라고 하던데요?"
메이런이 말했다.
"누가 그러디?"
"타이론이요. 경관 중에 감정 잘하는 사람 말로는 만티드 레이스 왕가
에서 지급된 거라 아주 희귀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네 몫은 20%다."
쿨란은 대단히 큰 인심을 쓴다는 듯이 말했다.
메이런은 창 밖을 내다보았다. 시크사의 팔을 붙잡고 떠 있었던 공간
에는 이제 어둠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사건이 많은 곳이면, 위험하겠지요?"
"도시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겠지."
메이런의 질문에 쿨란이 이렇게 대답했다.
"핑키도 위험했나요?"
"그건 사고였어."
심드렁했던 쿨란의 태도가 어느 사이 빨라지고 있었다.
"한 번 말 해 보세요. 핑키라는 트랜서, 사건을 조사하다가 죽은 거
죠?"
메이런의 말에 쿨란은 화가 난 듯 보였다.
"내 생각을 읽지는 않았구나.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쿨란은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그만 두고는 메이런에게 다가간 후에 입
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마. 이 일은 위험부담이 있단다. 핑키가 트랜스 한 인물
중 하나가 꽤나 위험한 인물이었던 거야."
"보복 같은 거였나요? 아니면 납치해서 정보를 빼간다던가 하는?"
"그런 거였단다. 핑키는 미리 알고 경호원까지 사서 데리고 다녔지만
별 수 없었다."
메이런은 권총을 가지고 다니는 사내의 모습을 쿨란에게서 읽어 낼 수
있었다.
"처음에 저한테 그랬지요? 트랜서 일은 안전하다고."
"그래. 그렇게 말했지. 맞아. 거짓말이었어. 하지만 말이다, 이 일은 정
말로 보람있는 일이야. 시에서 일하는 트랜서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아니? 일주일에 7일 근무에, 한 달에는 30일 근무, 매일 2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대우는 정말 형편없단다. 거기다가 휴가 같은 건 꿈
도 못꾸고, 시에서 특별 인력으로 정해진 경우에는 하루 24시간 감시조
가 따라다니지. 거기다가..."
"시크사를 잊지 마세요."
메이런이 장난끼 어린 투로 이렇게 말하자 쿨란은 말을 뚝 끊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거니?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넌 이제 성인이고 네
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시에 가서 트랜서가 될 수도 있고, 마음
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하고 일 해도 상관없다. 참. 검은 눈동자
의 키티-본하고 일할 수도 있을 거야."
메이런은 쿨란의 말에 조금도 진심이라고는 섞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메이런은 불이 들어온 커피포트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둔 건 있니?"
"커피나 한 잔 마셨으면 좋겠어요."
메이런은 이렇게 대답했다. 메이런은 더듬이가 없는 머리에 여전히 허
전한 감각이 떠돌고 있는 것을 느꼈다.
Blood line 편 끝
[하이어드]
보낸이:김상현 (무원 )
제 목:[하이어드] Missing Transer.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