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이어드-25화 (25/52)

10.클론.

셔틀은 특별편으로 마련되었다. 아마도 타이론이 힘을 쓴 모양이었는

데, 메이런은 쿨란이 타이론에게 이렇게 대접을 받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셔틀에는 승객이라곤 쿨란과 메이런 단 둘 뿐이었고, 아마도 귀빈석인

듯 쿨란과 메이런의 자리는 대단히 푹신한 의자와 넓은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메이런은 셔틀 안에서 식사와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으리라곤 예

상하지 못했다.

창 밖으로 사막의 풍경이 보였고 군데군데 숲과 오아시스가 초록색으

로 빛나고 있었다. 셔틀 아래로 바라보는 풍경은 푸우순 시에서 보아온

풍경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난생 처음 타 보는 셔틀이었지만 메이런은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셔틀을 타는 건 캡슐을 타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비행을 하고 있

다기 보다는 그저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예상했던 진동같은

건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쿨란은 셔틀을 타고나서도 별 말이 없었다. 불과 몇 시간 걸리지 않는

비행이었지만, 메이런은 쿨란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쿨란은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군인처럼 느껴졌다.

쿨란은 타이론이 준 소개장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있었다.

"그만 좀 봐요. 닳아 없어지겠네."

메이런은 농담을 건넸지만 쿨란은 농담을 받을 마음이 조금도 없는 모

양이었다. 쿨란은 메이런의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종이 쪼가리가 우릴 전투로 이끌 거야."

쿨란은 그저 이렇게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셔틀은 곧 웨이팅하우스 시의 셔틀 스테이션에 닿았다.

메이런이 가장 먼저 느낀 건 웨이팅하우스 시의 돔을 오가는 셔틀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거였다. 푸우순 시와는 달리 화물용의 거대한 셔틀

도 상당 수 눈에 들어왔다.

"웨이팅하우스 시는 공업도시야. 물자를 수입해서 조립하고 수출하는

일을 하지. 인구도 푸우순 시보다 훨씬 많고, 다른 레이스의 수는 훨씬

적어. 여기서 만나게 되는 레이스들은 전부 부자거나 고위층일 거야. 웨

이팅하우스 시를 찾는 다른 레이스라면 전부 다 생산과 관계있는 바이어

들일테니까."

쿨란이 간단하게 웨이팅하우스 시에 대해서 설명했다.

"푸우순 시와는 다르군요."

"참. 고위층이 아닌 레이스도 있어."

셔틀에서 내리며 쿨란이 말했다. 포미사이드 레이스 하나가 쿨란과 메

이런의 가방을 들고 셔틀 스테이션을 앞장서서 캡슐 스테이션까지 안내

해 주었다.

"어떤 레이스가 고위층이 아닌지 알 것 같네요."

메이런이 말하자 쿨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 친구들은 여기에 일 하러온 레이스들이지. 생산만 하는 레이

스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메이런은 짐을 든 포미사이드 레이스의 더듬이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 휴먼 레이스의 언어를 알아듣는 지도 모르겠다고 메이런은 생각했

다. 그래서 메이런은 포미사이드 레이스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정말... 다르네요."

셔틀 스테이션을 나와 캡슐 스테이션 앞에 선 메이런은 포미사이드 레

이스에 대한 이야기 대신 이렇게 말했다.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는 푸우

순 시와는 달리 웨이팅하우스 시는 단조로운 공장 건물이 즐비했다. 공

장의 굴뚝에서는 끝도 없이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공장 건물 앞

으로는 줄을 지어 포미사이드 레이스가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공장이 뭘 만들어 내는 거죠?"

메이런이 쿨란에게 물었다.

"돈이 되는 걸 만들겠지."

쿨란의 목소리는 어쩐지 탄식처럼 느껴졌다. 메이런은 쿨란이 아련한

슬픔 같은 걸 느낀 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그 원인까지는 알 수 없었

다. 메이런은 자신의 능력을 조금만 더 발휘해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쿨란이 예전에 말했듯, 자신을 보호해 주는 이의 마음을 읽는 건 그리

좋은 게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이제 어디로 갈 건가요?"

"먼저 이 친구를 만나 봐야겠지."

쿨란은 소개장을 흔들었다. 이윽고 캡슐이 도착했고, 포미사이드 레이

스는 가방을 짐칸에 실어 주었다.

"저희 라디오 교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캡슐은 2인용 특

별편입니다. 요금은 웨이팅하우스 시 어디건 48000 크레딧입니다."

"웨이팅하우스 시경(市警)."

쿨란이 말했다.

"여기 캡슐은 상당히 고급이네요."

메이런이 쿨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쿨란은 멍하니 창 밖을 보고만

있을 뿐 메이런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쿨

란은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걱정... 되시나 봐요?"

이 말에 쿨란이 반응했다. 쿨란은 싸늘한 눈초리를 하고서 메이런을

바라보았다.

"꽤 오래간만이어서. 이런 건."

쿨란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메이런은 쿨란의 마음 속

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두 개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었다. 하나는 뜨

겁게 격정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투사의 마음이었고, 또 하나의 마음은

투사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하이어드의 마음이었다.

"전투를 앞두면 다들 농담을 하곤 했어."

쿨란이 말했다.

"시시껄렁한 농담이었지. 누가 누구와 잤다더라, 누가 누구보다 못하다

더라, 뭐 그런 거 말이다. 별로 우습지 않아도 다들 폭소를 터트리곤 했

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식으로 긴장을 풀곤 했단

다. 그러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힘이 들었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그

저 만용을 부리고 싶어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어."

쿨란은 용병시절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메이런은 그게 어

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메이런, 너는 조금도 긴장을 하고 있지 않더구나."

"만용... 인가 보지요."

메이런은 애써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긴장되지 않는 이유는

메이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메이런은 모르고 있었다. 왜 두려워

해야 하는지, 무엇이 두려운지를. 그렇기 때문에 메이런은 쿨란보다 훨씬

침착할 수 있었다.

"이야기했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지금까지 해 온 하이어드 일과

는 많이 다른 일이야.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거든."

쿨란은 뭔가 설명을 하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랬다가 결국 포

기했는지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냥 그렇게 있어. 그러는 편이 도움이 될 거야. 너도 긴장하고 있다

면 오히려 일은 잘 안풀릴지도 모르지."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나누는 건 어때요?"

메이런의 말에 쿨란은 헛웃음을 잠시 지었다.

캡슐은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메이런은 지금 이 캡슐이 셔틀만큼이

나 편하다고 생각했다. 쿨란과 메이런이 타고 있는 캡슐 옆으로 커다란

캡슐이 지나쳐갔다.

"저건 꽤 크네요. 저게 더 고급일까요?"

"아니. 저건 포미사이드 레이스 용 캡슐이야."

쿨란이 말했다.

"포미사이드 레이스 용 캡슐이 따로 있나요?"

"그래. 왜냐하면 말이지, 포미사이드 레이스는 냄새가 지독하거든."

메이런은 포미사이드 레이스 용 캡슐이 결코 고급 캡슐이 아니라는 걸

이 말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상당히 크네요."

"그 편이 사게 먹히니까. 적은 수가 탈 수 있는 탈것이 항상 더 비싼

법이지."

"그럼 자전거가 가장 비싸겠네요?"

메이런은 언젠가 골동품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자전거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쿨란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래간만이어서 그렇지, 나는 이런 일에

익숙하거든. 내가 용병이었다는 거,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메이런은 꼭 발가벗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얼굴을 붉혔다. 쿨

란이 너무 쉽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메이런은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는 대신에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캡슐 옆으로 거대한

간판이 지나치고 있었다.

'행성 어스의 미래는 웨이팅하우스 시에서.'

메이런은 휴먼 레이스를 선두로 서 있는 여러 레이스의 모습이 그려진

간판에 시선을 두었다.

"이곳에서 행성 어스의 미래가 어떻게 된다는 건가요?"

메이런은 궁색하게도 이런 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메이런은 휴먼 레이

스의 미래도, 행성 어스의 미래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글쎄. 아마 뭔가를 만들어서 파는 일에서 행성 어스가 부흥할 거라고

믿는 친구가 적은 글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행성 어스. 행성 어스라..."

메이런은 행성 어스라는 단어를 들으며 묘한 울림이 마음에 전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메이런은 그 울림을 따라서 자신의 마음속으로

향해 들어갔다. 그 묘한 울림의 끝자락에는 아이라의 모습이 있었다. 아

이라는 언젠가 행성 어스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셔틀에 오를 것이라고 말

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이 메이런에게 묘한 울림을 전한 것이다.

"아!"

메이런은 탄성을 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라가 푸우순 시를 떠나서

간다고 했던 곳도 웨이팅하우스 시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 이 울림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도시를 떠날 때까지

잊고 있었을지 몰랐다.

"왜? 뭔가 근사한 농담이라도 생각난 거냐?"

"아뇨. 그냥... 쿨란. 혹시 웨이팅하우스 시 경비대를 둘러 볼 시간이

있을까요?"

메이런의 말을 듣는 순간 쿨란은 메이런이 아이라를 떠올렸다는 걸 알

아차렸다.

"그래. 일이 끝나면. 참. 라디오도 사자꾸나."

쿨란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캡슐은 웨이팅하우스 시경 앞에 도착했다.

"저희 라디오 교통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쪼록 편안

한 여행이 되셨길 빕니다."

"도시가 달라도 멘트는 비슷하네요."

메이런이 말하는 사이, 쿨란은 영수증을 뽑아서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메이런은 쿨란에게 이번 일에도 영수증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쿨란의 영수증을 뽑는 동작은 그저 습관적인 동작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참. 쿨란. 그런데 왜 라디오의 본고장 캡슐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오지

않지요?"

메이런이 물었다.

"이건 특별 캡슐이니까."

"특별 캡슐은 라디오를 들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하나 보죠?"

"그게 아니라 특별 캡슐을 타는 승객은 라디오 같은 건 듣지 않으니

까."

쿨란이 말했다. 메이런은 그제서야 라디오라는 게 그다지 고급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라디오가 고급인지

저급인지 누가 알겠는가. 라디오는 이제 막 세상에 나타났고, 행성 어스

전체로 동시 방송되고 있지도 않은 상태인데.

쿨란은 시경으로 들어가는 대신, 시경 옆에 세워져 있는 공중전화로

갔다. 그리곤 셔틀에서 내내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던 종이 조각을 들고는

전화 번호를 눌렀다.

"자필루스 경위 부탁합니다. 예. 저는 쿨란입니다."

쿨란이 통화하는 사이, 메이런은 시경을 오가는 경찰관들을 지켜보았

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과 권총 때문에 가슴 부분이 두툼한 사복 경찰들

을 보고있자니 도시는 어디나 다 비슷한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기다려야 될 것 같구나."

쿨란은 이렇게 말하곤 시경 옆에 있는 작은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의 입구에는 커다란 '포미사이드 레이스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커피숍 안에는 휴먼 레이스뿐이었고, 사장도 물론 휴먼 레이스였

다.

커피숍은 무슨 이유인지 칸막이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자리에 앉으면

커피숍에 몇 명이 있는지, 바로 옆자리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조명도 어두워서 오가는 손님의 얼굴도 분간하기가

힘이 들었다. 어쩌면 이 커피숍은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곳인지도 몰랐

다. 시경 옆에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쿨란과 메이런은 오래간만에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의 커

피는 쿨란의 사무실에서 먹던 커피에 비한다면 구정물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형편없는 것이었다.

"소개장을 봅시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실 즈음이 되었을 때, 한 사내가 칸막이 위쪽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면서 말했다. 쿨란은 아무 말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는 듯 소개장을 내밀었다. 메이런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꽤 고참 형사처

럼 보이는 휴먼 레이스였다. 사내는 체구가 작고 얼굴에 주름이 많아서

휴먼 레이스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자필루스 경위입니다. 부탁인데, 이름은 이제 잊어 주세요."

자필루스라고 자신을 밝힌 사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합석했다.

"저는 이 일은 잘 모릅니다. 그저 타이론하고 아는 사이라니까 도와드

리는 것 뿐이지요. 제 일은 당신을 연방 수사관한테 안내하는 것 뿐입니

다."

"예. 이해합니다."

자필루스 경위의 말에 쿨란이 대답했다.

"왼쪽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아 계십시오. 그러면 키가 작고 조금 뚱뚱

한 휴먼 레이스가 하나 올 겁니다. 그 휴먼 레이스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세요. 제가 연락 해 두었으니까 금방 올 겁니다."

자필루스 경위는 이렇게 말하곤 차도 시키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방 수사관 일인가요, 이 일은?"

"탈영병을 잡는 일이니까."

쿨란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필루스 경위가 말 해 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쿨란은 커피 대신 다른 마실 것은 없냐고 물었고,

사장은 딸기 쥬스를 권했다. 딸기 쥬스는 커피보다는 나았지만 빨간 설

탕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메이런은 딸기 쥬스를 마시는 대신 테이블 위에서 손장난을 했다.

"메이런. 권총은 잘 가지고 있니?"

쿨란이 물었다. 메이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쿨란은 셔틀을 타기 전, 메

이런에게 K-5 9밀리 권총을 주었다.

"약실에 한 발 장전해 놓았고, 안전장치는 잠궈 뒀어요. 필요하면 바로

쓸 수 있게."

"잊어버리지는 말고 있어라. 언제 그게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

다."

아마도 쿨란은 손장난을 하고 있는 메이런이 긴장을 풀고 있을까봐 걱

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 보다 나을 지도 모르잖아요."

메이런은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쿨란의 말에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

었다. 당장이라도 권총을 뽑아들어야 할지 모를 것 같은 위기감이 잠시

들었다. 때문에 연방 수사관이 나타났을 때, 메이런은 바짝 긴장한 상태

가 되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쿨란이군요. 탈영병을 잡아서 연금을 받는 몇 안

되는 하이어드 중 하나. 당신, 정식 연방 수사관 자격으로 수사한 적도

있다면서요?"

연방 수사관은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말하곤 자리에 털썩 앉았다. 연방

수사관은 자필루스 경위가 말한 그대로 키가 작고 뚱뚱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아마 들어 올 때 커피를 시킨 모양이었는지 사장이 곧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와서 연방 수사관의 앞자리에 놓아 두었다.

"연방수사관 부르힐 경위입니다. 말로만 듣던 쿨란을 직접 보게 되니

까 기분이 좋군요. 덕분에 연방 수사국에 복귀하는 날짜가 늦어진 건 기

분 나쁜 일이지만. 뭐, 별 수 있겠습니까? 연방 수사관이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부르힐은 만사 다 포기한 사람처럼 아주 가볍게 말을 던졌다.

"제가 아는 정보는 락벳에서 온 탈영병이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다

른 건 뭐가 있지요?"

쿨란이 물었다.

"탈영병은 둘이에요. 하나는 스코르피언디아 레이스고 이름은 비쵸. 다

른 하나는 락벳 행성인."

부르힐 경위는 비위가 상하지도 않는지 커피를 맛있게 들이켰다.

"탈영병은 꽤 바쁜 모양이에요. 나도 뭔지는 모르는데, 이 도시에 잠입

해서 뭔가 일을 꾸미려는 것 같습니다. 아마 락벳 행성인이니까 여기 로

즈웰 레이스 대사관을 폭파한다던가, 아니면 군수 공장에 불을 지르던가.

뭐 비슷한 거겠죠. 참. 여기 살던 포미사이드 레이스 하나를 포섭해서 무

슨 기밀 문건을 뽑아 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이건 M.I 쪽에서 들은 이

야기니까 정확할 겁니다."

"M.I가 뭐죠?"

메이런이 쿨란에게 물었다. 쿨란은 M.I 가 군 정보부의 약자라고 친절

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탈영병이 만난 휴먼 레이스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요.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들러 보세요. 라디오 방송국 보안 요원 하나

가 실종되었는데, 그 사건 증인이거든요."

"방송국 보안 요원?"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도 M.I에서 들은 것뿐이고 나머지는 모릅니다.

여기로 가보세요."

부르힐은 쿨란에게 명함을 하나 주면서 말했다. 명함에 뜨는 홀로그램

은 메이런도 알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M.P.O?

"예. 거기에서 신병을 확보 중인 모양이에요. 규정상 빨리 풀어줘야 하

는 증인이지만 M.I 쪽에서 억지를 써서 당신이 올 때까지 묶어 둔 모양

이더군요. 가서 만나 봐요. 가서 당신 이름만 밝히면 들여보내 줄 겁니

다."

"그렇게 하죠. M.P.O 시간 계획표는?"

M.P.O는 이름 그대로 움직이는 경찰서이기 때문에 위치를 알기가 어

렵다. 그래서 쿨란은 부르힐에게 M.P.O의 시간 계획표를 요청한 것이다.

"시간 계획표는 나도 없어요. 하지만 여기 올 때 자필루스 경위한테

들어 둔 게 있죠. 지금 나가서 캡슐을 타고 로터스 31번가로 가면 대충

시간이 맞을 겁니다."

"좋습니다."

메이런은 쿨란의 마음이 차분해 지고 있는 걸 느꼈다. 아마도 결전의

순간이 다가 오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고 메이런은 생각했다. 무슨

일이건 대부분 가장 힘이 드는 순간은 일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막상 일

이 시작되면 언제 끝났나싶게 진행되는 경우도 드문 일은 아니다.

"자. 나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더 이야기 나누면 좋겠지만 당신도 나

도 그렇게 한가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부르힐은 남은 커피를 단숨이 들이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충고 한 마디 하죠. 아. 충고라기 보다는 그냥 조언 정도로 받아

주면 좋겠는데."

"고맙게 듣죠."

"아무리 그 유명한 쿨란이라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요. 당신 말고

도 몇 팀이 동시에 움직이는 모양이니까. 알다시피 탈영병을 잡는 건 꽤

덩어리가 큰 일이니까. 솔직히 나도 수사국에 다른 일만 없었어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라디오 그룹 회장이 직접 건 현상금도 상

당하다는 소문이거든요."

"다른 추적자라면, 누가 있죠? 오진 시의 마스빈? 브라만의 슈케?"

쿨란이 묻자 부르힐이 얼굴에 가득 차는 미소를 지었다.

"혹시 연방수사국에서 진행하는 탈영병 체포 작전에 수칙 세 가지를

알고 있습니까?"

"...알았습니다."

"알아 줘서 고맙군요. 자. 이제는 정말 연방수사국으로 돌아가는 겁니

다. 하하하!"

부르힐은 가볍게 목례만 하고는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메이런은 그리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

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쿨란. 그런데 연방수사국에서 진행하는 탈영병 체포 작전에 수칙 세

가지가 뭐예요?"

메이런이 쿨란에게 물었다.

"보안, 보안, 보안."

쿨란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어떤 팀이 있는지는 자기도 모른다는 뜻이야."

"다른 팀들이 쫓고 있는데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요?"

메이런이 근심어린 눈을 하고서 쿨란에게 물었다.

"늘 그랬어."

쿨란이 말했다.

"그리고 늘 내가 먼저 찾았어."

메이런은 쿨란이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쿨란에게 다른 추적자들을 앞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걸

까? 메이런은 추측을 하기가 어려웠다.

커피숍을 나온 쿨란과 메이런은 캡슐을 타고 M.P.O가 있는 로터스 31

번가로 이동했다.

제 목:[하이어드] Missing Transer. - 23 -

이번에 오른 캡슐은 2인용 특별 캡슐이 아니라 커다란 대량 수송용 캡

슐이었다. 메이런은 캡슐을 서서 이동해 본 적이 없었다. 손잡이를 잡고

서 다른 휴먼 레이스들과 함께 커다란 캡슐을 타고 있자니 꼭 쇼핑몰에

서 줄을 서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녀석들은 둘이야."

쿨란이 메이런에게 말했다.

"스코르피안디아 레이스는 꼬리가 있어. 치명적인 독과 마취용 독을

번갈아 가면서 쓸 수 있지. 손은 집게발인데 대단히 강해. 주의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런데 쿨란. 제귤러 일은 언제 해결 할 건가요?"

메이런이 쿨란에게 물었다.

"제귤러? 제귤러가 누구지?"

쿨란의 말에 메이런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쿨란의 모습은 의뢰에

늘 최선을 다하는 쿨란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귤러. 포미사이드 레이스요. 친구 이름은 마케스였고, 라디오 공장

의 4급 직공이라고 했잖아요."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쿨란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혀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메이런. 지금은 녀석들에게 집중하는 편이 좋을 거야. 내가 충고 하나

하지."

캡슐에 타고 있는 휴먼 레이스들은 모두가 멍하니 자신의 앞만을 바라

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지만 자신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

이들. 메이런은 그들의 모습에서 쿨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으로 벌이는 전투는 단 1초가 승패를 갈라. 단 1초를 벌 수 있으면

이기지만 단 1초를 잃으면 지지. 총은 총을 든 이의 분신과도 같아. 주인

이 1초를 벌면 총도 1초를 벌고, 주인이 1초 동안 제귤러의 의뢰를 생각

하면 총도 1초 동안 상대방을 잊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총을 뽑게 되면 그런 건 생각하지 않을 게요."

메이런이 말했지만 쿨란은 들으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죽는 거야. 싸늘하게."

쿨란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메이런은 차고 있는 K-5 권총이 마

치 중화기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캡슐은 멀지않아 로터스 31번가에 도착했다. 부르힐 경위가 말한 그대

로, M.P.O는 로터스 31번가 캡슐 스테이션에서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두르자. M.P.O가 움직여 버리면 곤란하니까."

쿨란은 앞장서서 M.P.O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M.P.O 앞에는 경비대 소속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쿨란은 보

초에게 부르힐 경위로부터 받은 명함을 보여주었다.

"쿨란입니다."

보초는 인터폰으로 지휘통제실과 교신을 한 후 쿨란과 메이런을 들여

보내 주었다.

지휘통제실에는 마르고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는 사내가 서류를 검

토하고 있었다. 사내는 쿨란과 메이런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이곳 직할반 반장을 맡고 있는 밀라

노 총경입니다. 그 쪽은 연방수사관 쿨란? 맞습니까?"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프리랜서 수사관이라고 해야 겠죠. 총경이라고

하셨는데, 상당히 젊으시군요."

메이런은 쿨란이 상당히 여유있게 대화를 이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이

런 식으로 연방수사국에서 연금까지 받을 정도의 공적을 쌓았다면 쿨란

이 잡아들인 탈영병들은 얼마나 될까? 메이런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여기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증인을 한 분 만나게 해 드리는 것

뿐입니다."

쿨란이 무슨 뇌물이라도 제안한 것 같은 투였다. 고작 젊다는 말에 이

렇게 반응하는 걸까?

"라디오 방송국 직원 하나가 실종되었습니다. 보안 담당을 하고 있던

요원이었지요. 그래서 지금 라디오 방송국에는 비상경계령이 내려져 있

습니다."

"테러?"

"만약 락벳 전선에서 활동하는 반란군이 라디오 방송국 직원을 납치했

다면 그 가능성밖에는 없지 않겠습니까?"

"정보 분석가들이 그러던가요?"

쿨란은 한 쪽 입술로만 웃으며 말했다. 메이런은 쿨란이 밀라노 반장

을 비웃고 있다고 느꼈다.

"상식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밀라노의 얼굴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랏벳 행성인들은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득이 되지 않는

테러나 의미 없는 파괴 공작은 하지 않지요."

"락벳 행성인들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그곳에서 복무하신 경험이

있나요?"

"예. 그리고 싸워 본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문을 좀 구하고 싶군요. 만약 락벳 행성인들이 라디오 방

송국 보안 요원을 납치했다고 한다면 무슨 목적으로 그랬을까요?"

밀라노는 쿨란의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듯 했다. 밀라노는 아주

평정한 마음으로 쿨란에게 묻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쿨란도 느꼈는지

물음에 진지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국에 있는 요인 암살은 가능성이 있지요. 만약에 요인이

있다면 말이죠."

"요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이곳 시의원이신 포레스트 회장뿐입니

다."

"그 분은 다른 곳에 계시겠군요."

"물론이죠. 다른 가능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경험자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메이런은 밀라노의 말에서 감정이라곤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밀라

노는 쿨란의 말에 마치 기계처럼 반응하고 있는 듯 했다.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쿨란이 말했다.

"저는 처음 보는데요."

"아닐 겁니다. 틀림없이 전에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쿨란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메이런은 쿨란이 무엇을 생각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밀라노가 조금의 동요도

일으키고 있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글쎄요. 제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다른

견해는 없으신가요?"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투였다. 메이런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생명체는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만 두죠. 저는 제 일을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밖으로 나가시면 저희 수사관이 인도해 드릴 겁니다."

"고맙습니다. 밀라노."

쿨란이 밀라노의 이름을 말했을 때, 메이런은 쿨란이 추억에 젖어 있

다고 느꼈다. 분명 쿨란은 밀라노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밀라노는

쿨란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둘은 어떤 관계일까? 메

이런은 답답지만 의문을 풀려면 조금 더 있어야 했다. M.P.O에서 근무

하는 경관을 따라 증인을 만나 보는 게 먼저였던 것이다.

"이 분입니다."

경관이 슈를 소개했다. 증인 대기실에 있는 좁은 책상에 기대어 졸고

있었는지 슈의 얼굴은 푸석푸석해 보였다. 책상에는 잡지가 몇 권 뒹굴

고 있었다.

"변호산가요?"

슈가 절망적인 눈초리로 경관에게 물었다. 경관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얼른 증인 대기실을 나섰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연방 경찰입니다."

"세상에!"

슈는 질렸다는 듯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도대체 몇 번을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죠? 당신들 말고도 몇 팀

이 절 만났는지 알기나 해요? 똑같은 이야기를 또 묻고, 또 묻고... 언제

까지 이렇게 해야 하죠?"

앙칼질 소리로 슈는 부르짖었지만 쿨란은 담담했다.

"우리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요."

쿨란이 말하자 여자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일그

러졌다. 메이런은 슈가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잠깐."

슈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메이런은 슈가 뭔가를 기억해 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당신... 본 적이 있어요. 맙소사! 경관! 경관!"

슈가 소리치자 쿨란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메이런은 도대

체 여자가 왜 이러는지, 또 쿨란은 뭘 만족스러워 하는지 알 수가 없었

다. 다음 순간, 쿨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

았다. 그리곤 여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가지고 갔다. 메이런은

순간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쿨란은 슈를 해칠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알아요. 날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걸. 자세히 봐요."

쿨란이 말하자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쿨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쿨란은 천천히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이제 생각해 봐요. 언제 봤죠?"

"수, 술집에서. 당신이, 아니, 당신을 닮은 휴먼 레이스가 나한테 물어

봤어요. 게스톤 한테 여자 분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정말 닮았어

요. 당신 쪽이 더 나이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그 휴먼 레이스도 그렇게

얼굴만 보고 나이를 짐작하기 쉬운 건 아니었죠."

슈는 약간 혼란스러워 보였다.

"좋아요. 또 어디서 봤죠?"

"어디서 또 봤냐고요?"

"틀림없이 봤을 거예요. 생각해 봐요."

"글쎄요..."

슈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지만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 모양이

었다. 쿨란이 메이런에게 눈길을 보냈다. 슈의 생각을 읽어보라는 거였

다. 메이런은 슈가 정신없이 기억을 헤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슈

의 생각은 복잡하기만 했고 체계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다가

는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할 게 틀림없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 몇 번 해 봤어요. 휴먼 레이스의 기억력은 생각보

다 훨씬 뛰어나지요. 2년 전에 한 번 흘낏 본 휴먼 레이스라고 해도 얼

굴만 본다면 분명히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쿨란의 말에 암시를 받았는지 슈의 기억이 휴먼 레이스의 얼굴로 옮겨

가고 있었다. 슈가 지금껏 살아오면 서 보아온 휴먼 레이스의 기억이 하

나 둘 스쳐가고 있었다.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메이런은

휴먼 레이스의 기억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슈는 정말로

몇 해 전에 한 번 길에서 마주쳤던 휴먼 레이스의 얼굴도 생생하게 떠올

렸던 것이다.

"... 그래요. 당신 얼굴을 보니까 생각이 나요. 빨간색 간판. 예. 그래요.

그랜드레드 여인숙. 거기서 나가는 걸 봤어요."

슈가 말하자 쿨란이 메이런에게 눈짓을 보냈다. 정말로 맞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메이런은 슈의 생각에 집중했다. 트랜스 할 수는 없었지

만 적어도 슈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가 있죠?"

슈가 물었다.

"글쎄요."

쿨란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나만의 비결이죠."

그랜드레드 여인숙이 하이하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쿨란과

메이런은 하이하버에 있다는 그랜드레드 여인숙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여인숙에 가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메이런이 물었다.

"글쎄. 아마 내 얼굴을 보면 알게 되겠지."

쿨란이 말했다.

메이런은 지금이 쿨란과 밀라노 총경과의 관계를 물을 기회라고 생각

했다. 쿨란은 밀라노 총경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밀라노 총경은 그런

기억 없다고 했다. 이 사실은 틀림없이 탈영병인 락벳 행성인과 쿨란이

닮았다는 것과 관계가 있으리라.

"그런데, 정말로 녀석들은 왜 라디오 방송국 보안 요원을 납치한 걸

까?"

메이런이 묻기 전, 쿨란이 이렇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방송국을 폭파할 녀석들도 아니고, 방송국에 훔칠만한 무슨 귀중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혹시 라디오 방송국에 뭔가 숨겨 놓은

건 아닐까?"

쿨란은 메이런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듣지 않을 상태였다. 그래서 메

이런은 의문을 풀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이하버는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화려한 뒷골목이었다.

번쩍이는 간판. 화려한 조명. 술에 취한 취객들. 호객꾼들. 밀매상. 창녀.

메이런은 이 곳에서 그랜드레드 여인숙을 찾는 일도 힘들 것 같았지만

무엇보다도 저 많은 휴먼 레이스 사이에서 원하는 탈영병을 찾는 건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저, 쿨란. 그럼 혹시 랏벳인은 휴먼 레이스하고 똑같이 생겼나요?"

메이런이 막 물었을 때였다. 비명소리가 저 쪽에서 들려왔다. 쿨란은

반사적으로 품에서 K-5 9밀리 권총을 뽑아 들었다. 메이런은 잠시 동안

쿨란의 동작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쿨란은 메이런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1초다."

쿨란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1초가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구나."

"저, 그건..."

메이런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곤란한 질문이기도 했지만 메이런이

말하는 가운데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에서 날카로운 폭발음이 들려왔던

것이다. 이번에는 메이런도 권총을 뽑았다. 쿨란은 그런 메이런을 뿌듯한

눈으로 한 번 보더니 메이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니들건 소리야. 이런 곳에서 니들건을 쏘는 건 경찰이나 깡패가 아니야."

쿨란은 몸을 숙이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오고 있는 행인들 사이를 비

집고 폭발음이 들린 곳으로 재빠르게 이동해갔다. 메이런은 가슴이 뛰는

게 느껴졌다. 두려움과 기대가 메이런의 마음속에 어지럽게 떠올랐다가

사라져갔다. 쿨란의 등이 넓게 느껴졌다.

메이런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 쉰 뒤 쿨란의 뒤를 따랐다.

제 목:[하이어드] Missing Transer.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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