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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11화 (11/391)

11화

칼론이 분주히 움직이는 엑스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훗, 어디서 본 건 있는 모양이군.”

“보기만 했겠습니까? 아주 그냥 질리도록 튀겼죠.”

지글지글!

엑스는 끓어오르는 기름을 보고 질끈 눈을 감았다. 페이트에서도 기름 냄새를 맡게 될 줄은 몰랐다. 기분이 별로였지만, 지금은 요리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튀김 가루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할 수 있어.’

재료는 부족했지만 엑스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천상의 요리!

검은 연기가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인다면, 분명 먹음직스러운 치킨이 완성될 것만 같았다. 엑스가 남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천상의 요리.”

스스스!

검은 연기가 피어나와 엑스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알아보는 이들이 없는 게, 검은 연기는 엑스에게만 보이는 게 확실했다.

‘역시!’

검은 연기에 몸을 맡긴 엑스는 쾌재를 불렀다. 검은 연기는 주어진 재료로,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과연, ‘천상’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았다.

칼론이 놀란 모양인지 감탄을 흘렸다.

“오호라…….”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엑스의 요리가 완성됐다.

노릇노릇!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닭튀김이었다.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군침이 돌았지만 엑스는 꾹 참고 칼론에게 접시를 건넸다.

“크흠, 겉으론 완벽하지만 맛이 중요한 법이지.”

바삭! 칼론이 닭튀김을 베어 물었다.

엑스는 마른침을 삼키며 칼론의 반응을 삼켰다.

‘내가 치킨을 보고 침을 흘릴 정돈데, 당연히 맛있겠지.’

분명 감탄을 뱉어 내리라.

한데, 그런 엑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칼론의 눈가가 촉촉이 젖기 시작했으니까.

“어, 어째서?”

칼론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엑스를 포함한 주방에 있던 이들은 황당한 노릇이었다.

엑스가 그들을 대표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갑자기 왜 눈물을 흘리시는 건지……?”

“그럴 리가 없단 말일세!”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째서 이 요리에서 그분의 손길이 느껴지냔 말이야!”

잠깐, 그분이라니?

칼론의 외침에 엑스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거 설마……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자신에게 사탕을 건넸던 의문의 사나이.

떠오르는 건 그 남자밖에 없었다.

그 남자와 만나게 된 뒤, 천상의 미식가란 직업을 얻었으니.

엑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칼론 씨, 그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제가 그분과 만났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짚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엑스의 말에 칼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소매로 눈물을 훔친 칼론이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하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야. 들어라, 오늘 영업은 여기서 끝이다!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그만들 돌아가도록!”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엑스는 칼론과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았다.

그의 레스토랑엔 엑스와 칼론, 둘 뿐이었다.

칼론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내가 뱉을 말들은 세간의 상식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자네가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지.”

“그런 섭섭한 소리는 하지마세요.”

“후후, 그 말이 진심이었으면 좋겠군.”

쓴웃음을 지은 칼론이 말을 이었다.

“혹시, 미식왕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미식왕!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전직과 동시에 강제로 시작된 직업 퀘스트, 미식왕의 진실을 밝혀라! 무려 난이도 측정 불가의 퀘스트다. 엑스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미식왕,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도 미식왕의 전설에 대해 들어본 모양이군. 300년 전, 엄청난 힘으로 세상을 호령했다던, 그 힘으로 아르바 왕국을 건국할 때 공을 세웠고, 말년에는 행방불명이 된 그분에 대해서 말이야.”

칼론은 아련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칼론의 말을 경청하던 엑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300년 전이라고?’

의문의 사내의 말이 뇌리 속을 지나쳐 갔다.

-이렇게 귀하고, 또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음식을 얼마 만에 먹는 것인지…… 기억조차 까마득하던 참이었습니다. 족히 300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그 말은…… 그 남자가 미식왕이라는 거잖아?’

300년 동안 굶었다는 것이 과장이 아니었단 말인가!

엑스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들었다. 하지만 엑스는 의문의 사내, 미식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닥치고, 조금 더 칼론의 말을 들어 봐야했다.

“그래, 300년 전의 인물이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하지만 내가 자네의 음식에서 그의 손길을 느꼈다는 것은 사실이네. 그의 위대한 레시피는 페이트 월드, 곳곳으로 퍼져 나갔을 테니까.”

칼론이 어깨를 으쓱이곤 밝게 말했다.

“아마도 자네가 만난 건 나처럼 그분과 관련이 있는 인물, 나처럼 그분의 레시피를 이어받은 자일 걸세. 자네는 그자에게 요리를 배운 건가? 이거,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될 지도 모르겠군.”

다정한 목소리, 까칠하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었다.

칼론은 엑스를 반갑게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착각.

‘여기선 진실을 말해야 하는 건가?’

엑스는 300년 전, 행방불명이 된 미식왕과 만났다!

만난 것뿐만 아니라, 이상한 사탕을 먹고 천상의 미식가라는 직업으로 전직까지 해 버렸단 말이다. 엑스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말을 아꼈다.

‘엄청난 힘으로 세상을 호령하고, 아르바 왕국을 세우는 데 공을 세웠다고 했지. 그래, 천상의 미식가의 사기성을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을 거야.’

천상의 미각, 천상의 갈무리, 천상의 요리까지.

엑스조차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능력을 생각한다면, 300년 동안 멀쩡히 살아 있는 미식왕도 이해가 됐다. 미식왕은 그 힘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테니까.

칼론은 간만에 나온 미식왕의 이야기에 신이 난 것 같았다. 그가 차를 홀짝이고는 엑스에게 물었다.

“엑스, 자네는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가?”

“역사요? 부끄럽지만, 솔직히 잘 알지 못합니다.”

여기서 역사라는 것은 분명 페이트의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엑스는 레벨 업과 쓸 만한 정보에 대해 찾는 것도 벅찼다. 때문에 페이트의 스토리에 대해선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칼론이 반짝 눈을 빛냈다.

“미식왕의 의지라고 할 수 있는 레시피. 그 레시피를 이어받은 자는 ‘진실’을 알 자격이 있지. 아까 말했던 대로, 내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라네.”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춘 칼론이 속삭였다.

“300년 전, 아르바 왕국을 건국한 것은 미식왕일세.”

“!”

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건국을 한 것이 미식왕이라니? 이어지는 칼론의 이야기는 엑스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이런 미친.”

엑스는 저도 모르게 과격한 탄식을 뱉었다.

길고 길었던 칼론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아르바 왕국!

페이트 월드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아르바 왕국은 사실 미식왕이 건국한 나라였다.

하지만 왕위에 오른 미식왕이 얼마가지 않아 ‘모종의 이유’로 행방불명이 됐고, 처음에는 그를 기다리던 신하들이 탐욕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배반의 결과, 아르바 국왕의 자리는 미식왕의 오른팔이었던 ‘라스로렌’이 차지하게 됐고. 라스로렌은 왕궁에 남아 있던 미식왕의 충직한 신하들을 숙청했다고 한다.

그 숙청을 피해 페이트 월드, 구석구석으로 도망친 자들이 미식왕의 전설을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전해 왔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라스로렌에게 대응할 수 없었다.

라스로렌은 가장 먼저 역사를 왜곡했다. 곳곳으로 흩어진 미식왕의 충직한 신하들은 그 왜곡을 저지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미식왕은 300년의 세월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목이 탄 엑스는 식어 버린 찻잔을 기울였다.

꿀꺽!

[천상의 미각이 ‘허브 차’에 숨겨진 맛을 찾아냈습니다!]

[허브 차의 향긋함이 몸에 흡수됩니다!]

[지능이 1포인트 증가합니다!]

“나르빌은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 내 증조부께서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알고 계셨던 것이지. 나르빌에 숨은, 그 판단이 맞아들었고 말이야.”

칼론이 씁쓸한 미소를 삼켰다.

그 사이 엑스는 퀘스트에 숨겨져 있던 진의를 눈치챘다.

‘이거, 역사가 달려 있다는 게 허언이 아니었어.’

미식왕 전설의 진실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난이도 측정 불가의 퀘스트도 이해가 됐다.

퀘스트가 가리키는 곳은 바로 아르바의 왕좌!

미식왕의 진실을 밝히고, 라스로렌 일가가 차지하고 있는 아르바의 왕좌를 ‘진짜 주인’에게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엑스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미식왕은 쫓겨난 것도 아니고, 자기 발로 왕좌에서 내려온 거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왕좌로 돌아가겠다고? 그런 야심을 품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미식왕, 물욕은 티끌만큼도 없어 보이는 거지꼴이었다.

한데, 다시 왕위를 차지하라는 퀘스트는 대체…….

이내, 곰곰이 생각하던 엑스의 눈이 확장됐다.

‘설마, 나한테 이런 사기 직업을 준 이유가……?’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로 기연을 얻었다면, 그 기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미식왕이 엑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이거, 나보고 자기 대신 뒤처리를 하라는 거잖아.’

자신 때문에 불필요한 수모를 당한 충직한 신하들.

그들을 위해 ‘미식왕’이 되어 복수를 실행하라는 것이었다. 바로 아르바의 왕좌를 되찾으라는 것!

이제 막 페이트 월드에 익숙해진 참이다.

한데,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엑스가 다시 한 번 거친 탄식을 뱉었다.

“……이런 미친 난이도를 가진 퀘스트를 봤나.”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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