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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1화 (21/391)

21화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넋이 나가 있던 엑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시험해 보자!

말도 안 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곰 태세,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엑스는 일단, 현재 스텟을 확인했다.

이름 : 엑스

직업 : 천상의 미식가

칭호 : 주눅 들지 않는 자

레벨 : 51

명성 : 440

생명력 : 9,010 / 9,010

마나 : 2,100 / 2,100

힘 : 560 / 민첩 : 232

지능 : 130 / 인내 : 50

보너스 포인트 : 0

‘엄청나게 올랐네?’

근 며칠간의 노가다로 다시금 스텟이 대폭 상승했다. 체력은 1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힘은 웬만한 상위권 랭커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여기서 곰 태세를 사용한다면?

엑스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곰 태세.”

꾸드드득!

스킬을 사용하기 무섭게 전신의 근육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근육이 팽창했다. 엑스가 이를 악물었다.

‘엄청난 박력!’

몸이 견뎌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위력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몸 안쪽에서부터 커져 나갔다.

‘고작 스킬 하나에 끌려다녀서야 안 되지.’

미식왕의 첫 번째 레시피이다. 미식왕이 남겨 둔 레시피가 몇 개인지는 모르겠다만, 첫 번째로 얻은 그의 힘조차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후우…….”

엑스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 방대한 힘에 끌려다니지 않고,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엑스는 이 엄청난 힘을 컨트롤하는데 성공했다.

‘몸에 활력이 넘쳐.’

최적의 몸 상태!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게만 느껴졌다. 육체가 달라진 것을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었지만, 눈으로도 확인하고 싶었다. 엑스가 다시금 스텟을 확인했다.

힘 : 1,120

“미, 미쳤네, 진짜?”

힘이 2배!

무려 1,000포인트를 넘어선 힘에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 봐도, 힘이 1,000포인트를 넘어서려면 최소 200레벨은 찍어야한다.

게다가 힘에만 보너스 스텟을 전부 투자할 순 없다.

민첩을 비롯한 다른 스텟에도 찍는 스텟을 감안한다면, 현재 페이트에서 힘이 1,000포인트를 넘는 유저는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이걸로 끝이 아니지.”

또 다른 효과 모든 상태 이상 효과에 면역!

페이트에 존재하는 상태 이상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중독, 화상, 기절, 혼란, 동상 등등……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상태 이상 효과를 죄다 무시해 버린다니!

‘어떤 의미에선, 나한테는 이쪽이 더 필요할 지도?’

엑스는 턱을 매만졌다.

여느 때처럼 워 머신과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쏟아지는 마법.

그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신.

그리고 회색으로 물드는 시야.

시뮬레이션은 언제나 거기에서 끝났었다.

원인는 간단했다.

저주, 마비, 속박, 혼돈!

치명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상태 이상 마법들! 아무리 높은 회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 마법들을 완전히 피해 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곰곰이 생각하던 엑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로 최소 10명은 저승길 동무로 삼을 수 있겠는데?”

비록 30분간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상태 이상 효과에 면역! 그 말은 적어도 상태 이상에 걸려, 억울하게 얻어맞는 일은 없다는 소리였다.

“24시간에 한 번. 버프 효과는 30분…….”

엄청난 효과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대기 시간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밖에 안 되는 걸 감사해야 된다.

엑스는 재빨리 주변을 정리했다.

널브러진 식기들을 인벤토리에 주워 담았다.

‘뭐야, 벌써 10분이 지났잖아?’

말했다시피,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스킬! 엑스는 이렇게 보내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엑스가 동굴 밖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

“20분이면 적어도 100마리는 잡아야 본전이지!”

*

슈슈슉!

엑스의 잔상이 베네타 중심가에 나타났다.

“편하긴 한데, 손해 보는 느낌이란 말이야?”

마음 같아선 걸어서 돌아오고 싶었지만, 베네타의 산맥은 험난하다. 엑스는 결국, 고심 끝에 귀환 주문서를 사용했다. 생돈이 나간 것 같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식왕의 레시피를 완성했으니까, 칼론에게 돌아가야지.’

당장은 베네타에 볼 일이 없었다. 라안에게 인사라도 할까 했지만, 지금은 가 봤자 방해만 될 것 같았다.

엑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처분하고 가는 게 좋겠지?”

수북이 쌓인 잡템들!

사실 나르빌에 가서 루빈에게 판매하는 게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나, 현재 엑스는 수중에 남은 돈이 없었다.

‘베네타 향신료가 꽤 괜찮았어.’

향신료를 사기 위해 당장 돈이 필요했다. 뭐,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큰 손해는 아니었다. 현재 엑스는 베네타에서 귀족 취급을 받는다. 티예르 가문의 가보 덕분이었다.

‘실제로도 괜찮은 가격을 받았었고…….’

기껏해야 몇 실버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단돈 몇 실버라도 아깝게 느끼는 엑스였지만, 궁색도 부릴 타이밍이 있는 법! 지금은 앞으로도, 활용가치가 더 높은 향신료를 구매하는 게 이득이었다.

“호호, 감사합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잡화점 여주인이 입을 가리며 웃음을 흘렸다.

추운 베네타는 식문화가 뛰어난 동네가 아니었다. 때문에 향신료가 팔리지 않았는데, 엑스가 종류 별로 향신료를 구매하니 친밀도가 절로 상승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손해도 안 보고 팔았네.’

남은 골드는 총 200골드!

엑스는 두둑한 주머니를 두들기며 잡화점을 나왔다.

베네타를 떠나기 전, 주위를 쭉 한 번 둘러봤다.

저기, 언덕 위에서 티예르 가문의 저택이 보였다.

“절대 잊어버리면 안 돼.”

그 귀한 암철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인맥!

미소를 머금은 엑스가 나르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보람이 있구만, 보람이 넘쳐.”

이지원은 욱신거리는 허리도 잊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도 안 되는 희대의 사기 스킬을 손에 넣었으니까!

‘오늘 밤은 잠이 잘 오겠군.’

푹! 이지원은 곧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게이머의 기본은 성실함이다. 먹고, 자고, 게임하고! 또 먹고, 자고, 게임하고를 반복해야 정점에 오를 수 있다.

“와, 50레벨부터 필요 경험치가 확 늘어나는 구나.”

정보를 검색하던 이지원은 혀를 내둘렀다.

50레벨을 달성한 뒤로 레벨 업이 늦춰진다 싶었더니, 필요 경험치가 확 늘어난 덕분이었다. 50레벨이 중수의 판별이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길드가 득세를 부리는 구간이기도 하지.’

던전을 보유한 크고 작은 길드들!

때문에 길드에 속한 유저들과 그렇지 않은 유저들 간의 성장 차이가 극심해졌다. 커뮤니티에서는 길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많았다.

리얼메이지 : 하다하다 이젠 쪼렙 던전까지 독점? 진짜 적당히들 해라. 길드 새끼들은 상도덕이 없어 상도덕이. 지들 길드원만 귀해?

키다리검사 : 괜히 열 내지 마셈. 어디 길드놈들이 말한다고 들어 처먹은 적이나 있음? 열 내면 지는 거임.

귀연 : 하아, 그럼 전 이제 어디로 가서 사냥해야 되죠? 솔플이 편해서 길드 같은 거 안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나?

댓글을 읽던 이지원이 중얼거렸다.

“꼬우면 길드에 들어가야지.”

원래부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건 페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린 온라인에서 거대 길드, 워 머신의 수장이었던 이지원이다. 당연히 던전도 독점해 봤고, 그보다 더한 짓도 해 봤다. 때문에 길드의 만행에 열을 낼 순 없었다.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이야.’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이지원은 자신의 본성을 포장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 이득을 위해서라면 던전 독점? 그보다 더 한 짓도 할 수 있다.

“그래도 상도덕은 있어야지. 짜식들이.”

다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게 있었다.

적은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다!

길게 보면 별것도 아닌 이득을 취하려고, 나서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단 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트 길드, 대다수는 실수하고 있어.’

게시판을 둘러보던 이지원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길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런 여론이 지속되면 결국엔 길드가 손해를 볼 날이 온다.

그래도 모든 길드가 일명, ‘정치질’에 서투른 것은 아니었다.

이지원이 비웃음을 흘렸다.

‘난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워 머신(War machine).

그들은 명실상부 페이트 최강의 길드로 군림하면서도, 유저들에게 욕을 먹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볼 땐, 그저 정정당당하고 멋진 길드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이지원은 알고 있다.

‘카이무스.’

자신에게 칼을 겨눴던 주동자.

그 타고난 정치술을. 그는 사람을 구슬리고, 다루고, 조종하는데 이골이 난 사내였다. 꾸욱! 이지원이 주먹을 쥐었다.

‘그러니까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다.’

정치?

결국엔 힘이 비슷해야 대화도 통하는 법이다. 이지원은 대화로 카이무스를 이길 자신은 없었다. 이미 한 번 제대로 깨져 본 경험이 있으니까.

하지만 힘이라면 카이무스, 아니, 워 머신 전체를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천상의 미식가, 그 말도 안 되는 사기 직업과 함께라면.

“벌써 잘 시간이네.”

오로지 게임만을 위한 규칙적인 생활!

이내, 이지원이 미련 없이 눈을 감았다.

그러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요리 채널이라도 구독해 볼까? 몇 가지만 배워도, 스텟을 몇 배나 올릴 수 있으니까. 되든 안 되는 일단 시작해 보는 게…….”

*

나르빌!

다시금 그 활기찬 도시에 도착한 엑스의 얼굴은 밝았다.

‘칼론 씨가 만든 음식에 향신료를 뿌리면…….’

나르빌 최고의 요리사 칼론!

그가 만드는 요리의 개수는 수십 가지! 거기에다 몇 가지 향신료를 조합한다면? 다시금 능력치는 대폭 상승할 것이다.

“게다가 공짜라고, 공짜.”

칼론은 엑스에게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퀘스트까지 완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완벽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엑스가 칼론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 그의 레스토랑은 전보다 훨씬 붐볐다.

‘유저들이 늘긴 늘었구나.’

매일매일 폭발적으로 접속자가 늘어난다는 게 실감이 됐다. 게다가 유저들의 연령도 다양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유저들 중엔 노인들도 있었다.

“칼론 선배님, 계십니까?”

“……선배? 아니, 이게 누구신가! 엑스 아닌가?”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선배님.”

“오오, 다친 데는 없는 건가? 멀쩡한 건가?”

칼론이 엑스를 보고 두 팔을 벌려 반겼다.

엑스는 칼론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동굴 곰을 잡은 것에서부터, 미식왕의 레시피를 완성하느라 생고생을 했던 것, 그리고 결국 미식왕의 레시피를 완성하고 미식왕과 칼슈마르의 일화를 본 것까지!

칼론이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자네가 확실히 레시피를 완성한 게 맞군. 동굴 곰으로 만든 요리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다고…… 칼슈마르 증조부께서 말씀하셨던 그대로야!”

칼론도 칼슈마르에게 들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엑스는 칼론에게 고깃덩이를 내밀었다.

동굴 곰 고기였다.

“지금 당장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 손님 쫓아낼 일 있나? 그냥 먹은 걸로 치지.”

“……그냥 드시기 싫으신 거죠?”

“크흠.”

미식왕의 동굴 곰 요리!

그 악명을 알고 있는지 칼론은 헛기침으로 대꾸했다.

이내, 알림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알림을 확인한 엑스가 엄살을 부리며 배를 붙잡았다.

“그보다, 선배, 제가 오는 길에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북부가 여간 척박한 곳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그런데, 뭐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칼론이 반색을 하며 대꾸했다.

“물론이지! 어찌 사랑스러운 후배를 굶길 수 있겠나? 말만 하게, 뭐든 만들어 줄 테니!”

엑스가 능청을 떨며 말했다.

“칼론 선배의 솜씨라면, 딱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전부 엄청나게 맛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메뉴판에 있는 거 전부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양한 향신료로 폭발적인 스텟 상승!

엑스는 꿀을 빨기 위해 열심히 아부를 떨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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