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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143화 (143/391)

143화

크세르니스 영주 엑스는 심각한 얼굴로 고심하고 있었다.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새로운 주민들을 맞이할 준비!

현재 크세르니스엔 동글족에게 필요한 시설들만 복구된 상태였다.

강력하게 이주를 원하는 주민들만 해도 마을 당 수천.

얼마나 많은 주민이 크세르니스에 이주해 올지 몰라도 필수 시설들이 부족하면 안 된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니까.”

덕분에 엑스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영지 관리 메뉴에 떠오른 숫자들.

[복구 가능한 영지]

주거 건물 : 1,000골드

밭 : 500골드 / 논 : 600골드

회관 : 3,000골드

성벽 : 50,000골드

잡화점 : 3,000골드

아직 복구해야 할 성벽이 남아 있긴 했지만, 당장 급한 건 아니었다.

최우선으로 복구해야 할 건 이주민들이 생활할 주거 건물.

엑스가 갸웃거렸다.

“착각인가? 몇십만 골드를 펑펑 쓰다가 천 골드를 쓰니까…….”

어째 굉장히 검소하고 알뜰한 소비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주거 건물이라고 해 봤자 한 가족이 살 건물 한 채에 불과했다.

결심한 엑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결실을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법이지.”

파바바박!

엑스가 연달아 주거 건물 복구를 예약했다.

그러자 쉬고 있던 유령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쉬느라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고.”

“좋아. 드디어 일거리가 주어진 건가?”

“다시 한번 망치 나가신다!”

뚝딱뚝딱!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 유령들.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을 동글족이 아니었다.

중년 동글족의 상징인 길쭉한 콧수염이 움찔거렸다. 동글족 치곤 진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기, 누가 먼저 작업을 끝내는지 내기나 할까찌?”

“하하. 내기 좋지. 귀엽다고 봐주는 건 없을 거야.”

“맨날 지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찌!”

어마어마한 동글족의 활동량!

좋게 말하면 부지런, 나쁘게 말하면 사서 고생.

동글족은 일일 활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안절부절, 몸을 어찌할 줄을 몰랐다.

땅굴을 팠던 것도 그 넘치는 활력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거리가 넘치는 크세르니스에 정착하게 됐으니. 엑스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이게 바로 인복인가?”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작업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건물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문득 엑스에게 다가온 자울이 입을 열었다.

“엑스. 아주 신났구만, 그래?”

“영지가 발전하는 게 실시간으로 보이는데 흥이 안 날 수가 없네요.”

“맞는 말이야. 과거의 영광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군.”

풍경을 지켜보던 자울이 덧붙였다.

“하지만 정산은 확실하게 해야겠지? 우리는 보수가 필요 없는 유령이지만, 저 귀여운 친구들은 아니니까. 당장은 골드라는 개념을 모른다고 해도…….”

“물론입니다. 당연히 챙겨 줘야죠.”

역시 성군이라 불렸던 자울!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가려던 엑스하곤 사소한 곳에서부터 달랐다.

어차피 정승처럼 쓰자고 결심한 골드, 쓰면서도 잔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밥값을 제대로 하니까.’

아낌없이 챙겨 주겠노라!

엑스는 눈물을 머금고 파격적인 보수를 주겠다고 결심했다.

동글족이 해내는 노동량을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액수였다.

“후후. 자네치곤 꽤나 화끈한 일급이구만.”

“저도 양심은 있으니까요.”

“어디 보자, 그럼 다음은 논과 밭을 정비할 차례인가?”

국가의 기본이 되는 농업.

크세르니스는 굉장히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었다. 매년 씨를 뿌려도 매년 풍년이 들 정도로.

그런 크세르니스의 땅이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놀고 있었으니!

‘풍년도 대풍년이 없을 거라고.’

넘실거리는 밀밭을 생각하니 벌써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엑스는 망설이지 않고 논과 밭에도 골드를 투자했다.

띠로링!

[논 복구에 600골드가 투자됩니다!]

[논 복구에 600골드가 투자됩니다!]

[논 복구에 600골드가 투자됩니다!]

[밭 복구에 500골드가 투자됩니다!]

끊이지 않는 알림!

논과 밭만 복구한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쌀과 밀을 정비할 시설도, 기본적인 물품들을 판매할 잡화점도, 이주민들의 생업을 이을 수 있는 시설들도 필요했다.

“좋아. 아주 끝장을 보자고.”

띠로링!

띠로링!

평소의 엑스라면 수십, 수백 번도 더 망설였을 투자금!

하지만 엑스는 거침이 없었다.

지켜보고 있던 자울도 의외였던 모양인지 엑스의 눈치를 슬쩍 살필 정도였다.

띠로링!

드디어 마지막 알림이 울렸다.

엑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70만을 넘나들던 골드가 5만 골드까지.’

평소라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투자가 맞았다.

하나, 엑스는 담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막대한 출혈을 메꿀 자신이 있었으니까. 한 마디로 믿는 구석이 있단 소리였다.

씨익, 엑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스트리밍이라.’

베네타 공성전 이후 엑스의 주가는 하늘을 찌르는 상황!

그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엑스가 스트리밍을 시작한다면?

메이지의 서버를 걱정할 정도로 수많은 시청자가 몰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시청자가 몰리면 골드도 쏟아지는 법!

이내 황금빛 상상에서 헤엄치던 엑스가 고개를 저었다.

“기가 막힌 메뉴를 선정해야겠군!”

*

“아주 그냥 쉬질 않네, 쉬질 않아.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니까 어쩔 수 없지.”

입으론 투덜거리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수스는 거리를 거닐었다. 엑스의 귓속말은 진작 확인한 상태. 그가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 영지는 또 언제 차지한 거야?’

사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드래곤을 펫으로 부리질 않나, 고목 군단을 이끌고 다니질 않나.

그런 능력을 가진 엑스가 영지에 관심이 없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의아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당장 아르바 대륙에 존재하는 눈만 해도 수십억 개가 넘는다.

그 시선을 피해서 영지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러니까 더욱더 기가 막힐 수밖에.

“정보는커녕 소문도 없어.”

아수스도 모르는 걸 다른 유저들이 알 리 없었다.

엑스,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안전한 영지를 차지한 것!

사실이라면 아수스도 꺼릴 것이 없었다.

귀중한 NPC들을 전략적이라곤 해도 동맹 관계인 엑스의 영지에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한 마디로 걱정을 더는 거지.’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다.

텔레포트도 봉인된, 통제 명령이 내려진 마을에서 어떻게 주민들을 빼낼 수 있단 말인가?

백문이 불여일견!

아수스는 그 해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엑스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산 넘고 물 건너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도중에도 아수스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강행 돌파하기엔 걸릴 게 너무 많고.”

막말로 최강의 플레이어 엑스에게 경비병들을 때려눕히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건 엄연한 범죄다.

게다가 주민 하나둘을 빼내는 게 아니라, 수백 수천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이 커지면 아르바 왕국에 추적을 받게 된다.

벅벅. 아수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몰라. 무리수 같으면 거절해야지.”

엑스의 계획이라곤 하나, 책임자는 아수스였다. 주민들의 목숨과 미래가 자신의 손에 달린 것.

“……뭔 소리야 이건?”

얼마 가지 않아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콰드드득!

400레벨 철갑 풍뎅이. 비슷한 레벨 대에서도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철갑 풍뎅이다.

그런 녀석을 가벼운 주먹질 한 방으로 처치하는 사내의 모습! 아수스가 입을 열었다.

“엑스, 뭐 하고 있는 거야?”

“뭐하긴. 식사 준비하고 있었지.”

시청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전부 준비하겠다!

먹음직스러운 고기부터 생선, 신선한 채소는 물론, 더 나아가서는 흉측한 벌레까지.

엑스는 시간이 나면 닥치는 대로 식재료를 갈무리하고 있었다.

풍뎅이의 모습에 아수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윽, 나는 저녁 먹고 왔어.”

지글지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엑스의 손길로 조리되는 풍뎅이를 보니 군침이 도는 게 당연.

결국 아수스는 여느 때처럼 1골드를 내고 풍뎅이 다리를 집어 들었다.

“미쳤다 진짜. 이거 무슨 소스야?!”

풍뎅이 한 마리를 해치운 아수스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겼다.

금강산도 식후경. 식사를 끝냈으니 이제 그 해답을 확인할 차례였다.

주변을 정리한 엑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준비됐어?”

“준비는 아까부터 끝냈지. 그보다 서운하게 생각하진 마. 나도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영 아니다 싶으면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너한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절대 아니니까…….”

“어디 보자, 여기쯤이었나?”

툭툭. 엑스가 흙바닥에서 발을 굴렀다.

이런 산속에서 뭘 한다는 건지. 아수스의 의문이 더욱더 깊어지던 찰나, 엑스가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뜻. 다가간 아수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진짜 무슨 방법이 있긴 한 거……?!”

후두두둑!

순간, 땅이 꺼졌다.

그와 동시에 몸이 땅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당황한 아수스와 달리 엑스의 얼굴은 한없이 평온했다.

퍽! 얼마 가지 않아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아수스가 신음 소리를 냈다.

“으으, 진짜 나보다 더한 놈은 처음 봤다니까?”

“역시 다음부턴 안전장치가 필요하겠다.”

“안전장치? 이럴 줄 알면서도 이런 거였……?!”

아수스는 서운함을 표출할 새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눈에 들어온 광경. 그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땅굴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아수스가 말을 더듬었다.

“대, 대체 이런 건 언제, 어떻게 준비한 거야?!”

떨어진 구멍을 올려다봐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이 깊은 곳에 뚫린 땅굴이라는 뜻.

여기까지 와서 숨길 필요도 없었다. 엑스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내가 준비한 게 아니야. 발견했을 뿐이지.”

“……이걸 발견했다고?”

발견이라면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

전설의 탐험가인 아수스도 지하에 이런 땅굴이 존재하고 있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반짝! 아수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런 규모의 땅굴이라면…….”

작전만 잘 짠다면 수천에 달하는 이들을 마을에서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땅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지 알 수 없다는 것.

엑스가 그런 아수스를 이끌었다.

“따라와.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비즈니스 관계일수록 확실하게!

엑스는 아수스에게 크세르니스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언제까지고 꼭꼭 숨기고 있을 수도,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얌전히 엑스를 따라오던 아수스가 감탄을 뱉었다.

“크으. 뛰어도 뛰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니!”

“벌써부터 놀라긴 이를 텐데.”

“안 그래도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이 증폭한다. 땅굴에 끝에는 뭐가 있을지, 이런 땅굴을 발견한 엑스의 영지는 대체 어떤 곳일지!

아수스는 나름대로 열심히 상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땅굴을 내달렸을 무렵.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아수스가 실실 웃음을 흘렸다.

“드디어 도착한 거야?”

엑스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파바박! 아수스가 엑스를 제치고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이내 땅굴을 빠져나온 아수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한낱 영지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웅장한 성벽.

영지를 넘어선, 거대 국가의 수도를 보는 듯한 가까운 압도적인 장관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한데 그 외관이 어째 어딘가 눈에 익은 것 같았다.

이어서 땅굴을 빠져나온 엑스가 입을 열었다.

“크세르니스. 너도 잘 알고 있는 곳이지.”

“크세르니스라…… 근데 내가 여길 알고 있다고?”

씨익, 엑스가 영 감을 못 잡는 아수스에게 대꾸했다.

“뭐, 과거엔 서리 폭풍 절벽이란 이름으로도 불렸었지만.”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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