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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15화 (215/391)

215화

전장의 불꽃!

미식왕은 어둠을 불살랐다.

사방으로 날아드는 공격들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공격에 집중.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는 피조물에게 단신으로 맞서는 그의 모습은 영웅, 그 자체.

꾸욱,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시청자들도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강자의 전투를 바라보니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그러면서도 엑스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염된 피조물들의 특징이다.

‘저런 녀석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아르바 대륙, 동대륙, 단절 대륙까지.

말했다시피 여태껏 상대했던 피조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런 게 데구르 방어전 때처럼 쏟아져 나온다면 현재 자신의 실력으론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광선 같은 기술엔 상당한 쿨타임이 존재하는 것 같아. 광선을 피하는 데 집중하고, 본격적인 전투는 그 이후에. 하지만 근접전도 만만한 게 아니야.’

단절 대륙에서 활동한 이후로 엑스는 시야가 트였다. 일반적인 페이트의 수준, 그것보다 한 단계 위 단계를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그러니까 미식왕의 수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쳤구만, 이 양반. 대체 뭘 먹고 돌아다닌 거야?’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불꽃 날개를 불러낸 뒤, 공중을 부양하고, 사방으로 대형급 화염 마법을 발산하는 스킬을 제외하더라도 이건 믿을 수 없는 정도의 전력.

무엇보다 기가 막힌 건 맷집이었다.

퍽퍽퍽.

공격일변도의 태세 덕분에 미식왕의 몸엔 피조물들의 공격이 정타로 박히고 있었다.

박력으로 볼 때, 생명력이 250만을 돌파한 엑스조차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격들일 터.

그러나 미식왕은 멀쩡했다.

‘멀쩡한 걸 넘어서 갈수록 더 빨라지잖아?’

수많은 피조물들을 불태운다!

그의 날개는 피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환상이 시작된 지도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았을 무렵, 엑스가 음흉한 미소를 뱉었다.

‘지속 시간이 보통이 아니잖아?’

스킬의 이름은 물론, 사용에 요구되는 마나 소모량이 얼마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나 통이라면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 미식왕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긴 시간 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었던 전투도 끝나갔다.

이질적인 기운에 잠식됐던 대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거센 불길에 타오르고 있었다.

현저하게 줄어든 피조물들의 개체 수, 미식왕의 시선이 무너진 도시로 향했다.

엑스는 턱을 매만졌다.

‘아마 생존자는 없겠지.’

하지만 오염된 룬스톤도 정화해야 할 테고, 피조물들을 뿌리까지 뽑아내야 했다. 이내, 미식왕이 무너진 도시에 도달했다.

“…….”

미식왕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을을 향해 손짓했다.

꿈틀꿈틀, 그러자 도심과 피조물들이 재가 되어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화염의 날개는 빛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간만에 본 환상도 끝나가기 시작했다.

엑스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뭐,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정해져 있는 건가?’

유달리 찬란했던 마지막 불꽃!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낸 공격이라는 걸까, 순식간에 화염의 날개가 사그러들었다.

어쨌거나 이 환상이 끝나고 귓가에 경쾌한 알림이 울리는 순간, 스킬의 효과는 절로 알게 될 터.

엑스는 생각 대신 시선을 옮겼다.

미식왕의 뒷모습으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일을 떠미는 건데?’

능력을 보고나니 더욱 의아할 수밖에. 그러나 미식왕은 엑스의 질문에 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답은커녕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혼잣말을 뱉어 냈다.

미식왕의 입이 작게 움직인다.

“……명복이라, 잔인한 농담이야.”

쓴웃음을 흘리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

깜빡, 돌아온 시선.

눈앞엔 눈구멍을 빛내는 리그리앙 뿐이었다.

엑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마지막에 뭔 소리를 한 거야, 그 사기꾼.’

명복이라.

숭배자들에게 살해된 도시의 주민들을 위한 명복이겠지. 하지만 그런 명복이 잔인한 농담이라고? 뭔 개소리를 한 건지, 이해가 힘들었다.

리그리앙이 물어왔다.

“환상을 본 것이냐?”

“……네, 똑똑히 봤습니다.”

“환상 속에서 그 자식은 어떤 모습이더냐?”

“글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무지하게 얄미웠습니다.”

“후후, 점점 나랑 마음이 통하고 있구나.”

기뻐하는 리그리앙과 달리 엑스는 미식왕이 남긴 혼잣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인간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의문투성이, 모순투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한탄도 잠시, 띠로링!

귓가에 경쾌한 알림이 울렸다.

[천상의 미각이 ‘미식왕의 세 번째 레시피’에 숨겨진 맛을 찾아냈습니다!]

[꺼지지 않는 숭고한 불꽃이 몸에 흡수됩니다!]

[고유 스킬 ‘불사조의 날개’를 습득하셨습니다!]

“드디어.”

손에 넣었노라, 미식왕의 세 번째 레시피!

엑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

불사조의 날개 (Master) : 꺼지지 않는 불사조의 날개를 완전히 터득했습니다.

사용 시, 마나를 전부 소모하고 효과가 유지되는 동안 마나가 재생되지 않습니다.

주변 적들에게 컨트롤 할 수 없는 화염 속성 마법을 발산하며 비행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모든 받는 피해량이 도트 데미지로 변환되고 체력 재생력이 5,000퍼센트 상승합니다.

효과는 전투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 사라집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48시간)

“아아.”

효과를 보는 순간 환상 속 미식왕의 모습이 납득되기 시작한다.

마나를 전부 소모하지만, 추가적인 마나 소모량은 전무. 방대한 화염 마법을 쉼 없이 난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

사실 그것보다 놀라운 건 받는 모든 피해량이 도트 데미지로 변환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선 미식왕보단 피닉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게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고 보니까 치명타를 입지 않았었지.’

피닉스는 투창에 쓰러질 때까지 수많은 공격을 받고도 멀쩡했었다. 그 어마어마한 맷집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다르게 말하면 그런 피닉스의 맷집을 엑스가 가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깐, 이거 한방에 뻗는 거만 아니면 무적 아닌가?’

현재 3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엑스를 일격에 보낼 적은 없었다. 적어도 불사조의 날개가 발동된 동안에는 적수가 없단 소리!

‘비행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도 엄청난데, 전투가 끝날 때까지 효과가 지속된다니.’

과연, 미식왕의 스킬답게 사기적인 효과다. 물론, 재사용 대기시간도 길고 마나에 부담도 많이 됐지만 성능을 생각하면 거저 라고 봐도 무방했다.

리그리앙이 흡족한 웃음을 흘리는 엑스에게 말했다.

“동대륙으로 출발할 때까지 새로운 능력을 다루는 데 집중해야겠구나. 사실 그 뻔뻔한 능력이라면 별다른 고생을 하지 않아도 쉽게 다룰 수 있을 테지만.”

“헤헤, 어떻게 여기서 한 번 보여드릴까요?”

“됐다. 용건이 끝났으면 썩 나가라.”

두득, 리그리앙의 목뼈가 미련 없이 돌아갔다.

얻을 것도 얻었겠다, 좋은 말로 할 때 얌전히 돌아가야지.

끼익, 문고리를 붙잡은 엑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용용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에인션트 드래곤들도 용용이를 좋게 봐 주는 것 같고, 그 덕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져서는 가끔씩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라니까요?”

“?”

“그냥, 그래도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아부도 안 먹히고, 성격이 괴팍하긴 해도 용용이를 만나게 해준 게 리그리앙이었으니까.

후다닥, 괜한 소리를 했다고 불똥이 튀기 전에 엑스는 얼른 문을 열고 포탈을 탔다.

두득, 혼자 남은 리그리앙은 작게 웃었다.

“녀석, 실없는 소리를 하는 구나.”

*

동대륙으로의 항해를 준비하라!

엑스의 요청에 대륙 곳곳에 퍼져있던 익스플로러 길드원들이 한데 모였다.

각종 잡기에 능통한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항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장님, 못해도 300명은 너끈하게 탈 수 있게 튼튼해야 된다니까요? 근데 이건 뭐, 크기만 크지 한 열댓 명만 올라가도 갑판이 무너지게 생겼잖습니까.”

“어허, 이 사람이 지난번엔 잘만 타 놓고선? 그리고 내가 언제 가격을 다 받는다고 했나? 내 자네와는 정도 있고 하니, 화끈하게 3할을 깎아 주겠네.”

“겨우 3할? 성공만 하면 광고 효과도 장난 아닐 텐데?”

“으으, 좋네. 반값, 더 이상은 안 돼!”

동대륙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나 동대륙에 머무르게 될지 몰랐으니까. 여기선 함선을 빌리는 것보단 구매를 하는 편이 나았다.

아수스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폼 좀 나게, 영지에 그럴싸한 배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어?”

친밀도와 명성을 적절하게 활용해 알뜰한 쇼핑에 성공한 아수스는 함선의 정보를 살폈다.

[낡은 베테랑 갤리선]

갖은 풍파를 견뎌 온 배. 갑판을 걸을 때마다 끼익, 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구도 : 48%

방어도 : 33%

항해 속도 : 매우 느림

“환골탈태의 시간이군.”

리모델링의 위대함!

복구되는 크세르니스를 직접 지켜봤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사실 이런 크기의 갤리선을 뜯어고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적인 기술은 물론, 손도 많이 갔으니까.

하지만 크세르니스엔 월드,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인력들이 있었다.

“흐음, 보니까 대충 감이 잡힌다찌.”

“기본적인 구조는 생전에 타던 배와 다를 게 없군.”

“그럼, 바로 시작하자찌!”

동글족과 크세르니스의 유령들!

녹아내린 빙하 덕분에 크세르니스에도 뱃길이 열렸다. 아직 많은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함선 하나쯤이야 너끈히 수용할 수 있었던 것.

뚝딱뚝딱.

아수스는 아득한 절벽 위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다만,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끈다는 게 문제겠지?”

숨길 수 없게 커져 버린 크세르니스!

안 그래도 주변 마을 주민들은 서리 폭풍 절벽의 변화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소음까지 밤낮으로 끊이지 않는다면, 크세르니스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터.

더군다나 자신들은 동대륙으로 원정을 떠난다. 그 공백 동안 크세르니스를 노리는 세력들이 나타난다면?

사실 제3자인 아수스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수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런데 우리 영주님께선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셨겠다?”

걱정하지 마라!

엑스는 그렇게 말했었다.

자신에게 아직까지도 꼬박꼬박 골드를 받고 음식을 파는 엑스다.

아수스도 엑스가 손해 보는 결정을 내릴 일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믿음이 있었다.

“그래, 내가 어떻게 키운 크세르니스인데.”

노가다와 아부의 결실이 성벽의 벽돌,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단 말이다!

영주 엑스, 이지원이 크세르니스가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임박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자신이 동대륙에서 활동할 동안 크세르니스를 노릴 녀석들이 넘쳐날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지원은,

“선수를 쳐야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거침없이 메이지 홈페이지에 로그인, 메이지 스트리머 전용 페이지에 접속한 이지원은 재빠르게 공지 사항을 남겼다.

그건 신대륙 던전 공략에 이은 두 번째 스트리밍 예고였다.

<러브 하우스!>

저의 영지로 가족 같은 시청자분들을 초대합니다. 귀여운 깜짝 손님, 아니, 주민들도 대기 중입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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