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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21화 (221/391)

221화

북적북적.

모인 이들이 많으니까 아는 정보도 많았다.

“자고로 거북은 허한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효능으로 유명한데, 이름만 그럴싸한 약재들과 달리 진짜 영양분이 풍부하죠. 특히! 그 남자들 정력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꿀꺽!

정력에 좋다는 고급 정보에 남자들은 식사에 박차를 가했다. 당연하게도 오늘의 요리사는 엑스였다.

정력엔 관심 없고 중요한 건 오직 스텟 뿐. 엑스는 언제나처럼 입을 우물거리며 손을 놀렸다.

카타린이 히죽거리며 동료들을 비웃었다.

“쓸데도 없는 것들이 호들갑은.”

“에이, 누님. 거, 기분도 못 냅니까?”

“그래, 그래. 많이들 먹고 많이들 크셔.”

“그, 그거 성희롱입니다, 누님!”

거대 거북은 덩치만큼 뱉는 전리품도 많았다.

등껍질은 말했던 대로 약재와 장신구의 재료로 쓸 수 있었고, 고기는 보다시피 오늘의 만찬으로 탈바꿈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식재료, 상당량을 인벤토리에 꿍쳐 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암만 스텟이 좋다고 그래도 혼자만 너무 먹고 있었다. 엑스가 예의상 물었다.

“쩝쩝, 더 드실래요, 단우 님? 정력에 좋다는데.”

“저, 정력이요? 아뇨, 전 됐어요.”

“쯧. 지가 여고생이야, 뭐야.”

카타린은 시무룩한 단우의 얼굴에 혀를 찼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이런 면에 있어선 단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소란에도 아수스는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게 보물의 끈인가, 뭔가 하는 그거지?”

“응. 여기서 놓치면 무지하게 골치 아프거든.”

“고생하네. 오늘은 골드 안 받을게.”

“얼씨구. 고맙다야?”

사실상 이번 항해의 총 책임자는 아수스라고 할 수 있었다.

엑스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그에겐 서지하와 화 제국에 대한 사정을 설명해 둔 상태였다.

엑스는 갑판을 훑어봤다.

‘이제 시작이지만 분위기는 좋네.’

확실히 피의 항해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제멋대로인 쿠룰라 전사들과 달리 결속된 느낌이 들었다.

우적우적, 물끄러미 바라보던 엑스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나는 내 일에 집중해야지.”

사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남는 시간을 때우는 데 가장 적합한 건 낚시였다. 서지하라는 걸출한 경쟁 상대가 있기에 지루함도 덜했다.

“와, 그건 무슨 스킬이에요? 제가 전투에 대해선 아는 게 없지만, 뭔가 굉장히 실용적인 스킬로 보이네요. 막, 위력이 느껴지는 것 같고.”

“기본기입니다.”

“기, 기본기요? 이게요?”

“네, 흔히 하는 말로 평타란 말이죠.”

슉슉!

허공을 향해 휘두르는 기본기 수련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엑스는 거인의 수련장에서 만났던 팔티탄이 했던 말을 명심하고 있었다.

기본기의 극!

팔티탄은 극이 마스터를 뛰어넘은 단계로, 도달하기 위해선 꾸준한 수련이 요구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여태까진 한시가 바쁜 상황이라, 팔자 좋게 기본기를 휘두를 시간이 없었다.

‘재정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자고.’

낚시와 수련을 통해 마음을 추스르겠다!

여태까지 바쁘게 달렸다면 동대륙에 도착하기 전, 심박 수를 진정시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생각대로만 되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겠는가?

엑스가 아수스에게 은근하게 말을 걸었다.

“아르바 대륙을 떠난 지도 벌써 5일이 지났네.”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그래서 말인데, 동대륙엔 언제쯤 도착할 수 있는 거야? 그 보물의 끈도 전보다 조금 선명해진 것 같은데.”

보물의 끈이 선명해질수록 대상에게 가까워진다. 엑스도 보물의 끈에 대한 효과는 얼추 들어 알고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야. 대상으로 향하는 길은 보여 주지만, 이게 선명해진다고 대상에 가까워진 건 아니거든. 그리고 보물의 끈이 선명해졌다는 건…….”

아수스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단 소리지.”

“결정의 시간?”

“내가 알려 줬던 포인트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해왕의 무덤과 화 제국의 해군들. 아수스가 손을 들어 바닷바람을 체크했다.

“해류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

“해왕의 무덤이 가까워지고 있는 건가?”

“그래, 내일이면 시야에 들어올 거야.”

해왕의 무덤!

한참 떨어진 곳부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실제로 함선의 항해 속도가 이전보다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수스가 고개를 돌리자 엑스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뒤편엔 추적자들의 함선이 보였다.

“그 무덤에서 귀찮은 녀석들을 떼어버리는 거지.”

“그거라면 이미 얘기했던 거잖아.”

“사실 그때랑 계획이 조금 달라졌거든.”

아수스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지만 광기 가득한 눈빛은 여전했다. 수정된 그의 계획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엑스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미친 것 같지만, 동시에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계획이구만.”

*

거대 길드, 스텔라!

스텔라는 영국인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길드로 리더, 볼레로는 과거 잘나가는 젊은 사업가였다.

볼레로는 페이트가 등장하자마자 자신의 사업체를 전부 처분한 뒤 페이트에 몸을 던졌다.

그 결과는 대성공!

볼레로는 엄청난 초반 자금을 활용,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스텔라 길드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돈이 돈을 낳는다고, 수십 개에 달하는 영지를 차지하는 건 예정된 일이었다.

“……엑스!!”

하지만 자신의 탄탄대로를 엑스란 한 명의 플레이어가 망쳐 버렸다.

사건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베네타 공성전.

거목들의 등장은 대다수를 환호하게 만든 대사건이었지만, 적어도 볼레로에겐 아니었다.

거목들이 걸음을 서두르다, 뒷산에 걸려 넘어진 곳이 하필이면 자신의 영지라니!

처참하게 무너진 성벽.

피해가 발생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볼레로도 페이트에 열광하는 유저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간 엑스의 활약을 지켜봤던 시청료를 비싸게 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엑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공개하면서 튄 불똥이 자신들에게 튄 것이었다!

엑스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거대 길드 중의 거대 길드, 파죽지세는 미친 듯이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런 파죽지세에게 빼앗긴 영지만 해도 다섯 개였다.

그야말로 고래에 발작에 새우 등이 터지는 꼴이었다.

하지만 어디 새우가 고래에게 성질을 낼 수 있단 말인가?

볼레로는 화풀이 대상을 바꾼 것뿐이었다.

“엑스보다 먼저 동대륙을 발견해야 한다!”

사실 사소한 감정 때문은 아니었다.

파죽지세와의 전투에서 거듭된 패배로 아르바 대륙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졌으니까.

스텔라 길드의 유지를 위해서도 일발 역전을 위한 도박이 필요할 때였다.

스텔라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엑스를 함선을 쫓는 이들도 있었다.

악인 길드, 헬 하운드. 그들은 질리지도 않고 엑스를 추적하고 있었다.

리더, 홀트는 심기가 불편했다.

“이 새끼들은 뭔데 우리 앞을 막는 거야?”

“엑스보다 먼저 동대륙에 도착하기 위해서…….”

“엑스가 동대륙에 도착? 흥, 꿈도 야무지군.”

엑스와 익스플로러를 함께 수장시키겠다!

홀트야말로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다. 대장이 주제를 모르면 고생하는 건 부하들이었다. 그래도 간부, 왓슨은 이젠 요령이 생긴 참이었다.

“그렇죠! 그러니까 스텔라와의 마찰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스텔라가 우릴 건드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오히려 우리가 엑스의 발목을 잡길 원할 겁니다.”

왓슨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추적자들이지만, 그들 사이에선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엑스란 공통된 하나의 목표가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 목표가 시야에 잡힐 때까진 자신들의 전력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칫, 추적이나 제대로 해라.”

홀트는 콧방귀를 뀌고 갑판에 드러누웠다.

함선에 모터라도 단 건가, 앞서가는 엑스를 육안으로 살피기도 힘들었다.

다른 함선도 사정은 마찬가지, 각자 자신들의 스킬에 의존해 선두를 쫓았다.

커뮤니티에선 이 기회 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진짜 밥상에 숟가락만 얻겠다는 거 아냐?

-개짜증나네ㅋㅋ 인생 쉽게 산다~

-제발 정.의.구.현

-걱정마셈ㅋㅋ 엑스가 다 박살낼 거임ㅋㅋ

-엑 스. 대 스. 빛 스. 황 스.

너무나도 편파적인 여론!

모든 건 크세르니스 덕분이었다.

낮은 세금, 거저 수준의 땅값, 다양한 유저 친화 정책, 귀엽고 활기 넘치는 NPC들까지!

엑스는 골드 욕심도 없단 말인가! 유저들 사이에서 엑스는 이미 성인군자로 이미지를 잡은 상태였다.

볼레로도 여론엔 민감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엑스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모든 건 선점의 문제였다.

볼레로는 먼저도 아니고 동시에 동대륙에 도착하기만 해도, 자신이 엑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보인다.”

드디어 육안에 엑스의 함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왕의 무덤인가, 하는 소용돌이 덕분이겠지.

볼레로도 사전 조사를 했기에 그 악명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가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방향 전환에 신경 써라.”

그러면서 바깥쪽으로 항로를 바꿨다. 해류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함이었다.

모든 이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키를 돌리는 함선들!

내일은 몰라도 오늘은 동료였으니,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하지만 상황은 상상하지도 못한 전개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끼, 낌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스터!”

“그게 무슨 소리지?”

“저 자식들 해류에 완전히 휩쓸린 것 같은데요?”

“뭐, 뭐라고?”

엑스의 함선이 거대한 소용돌이, 해왕의 무덤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저쪽에 전설의 탐험가 아수스가 존재하는 이상, 항해가 실패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볼레로가 말했다.

“그럴 리 없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조금 더 전진.

하나 해왕의 무덤과 직면한 순간 그런 불신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전설의 탐험가고 자시고, 이런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볼레로는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엑스다.”

과연, 엑스가 저런 소용돌이 대책도 없이 휩쓸렸을까? 이성적으로 판단하자 결론이 나왔다.

꾸욱, 주먹을 쥔 볼레로가 외쳤다.

“전진! 뒤를 쫓는다!”

멈춰선 함선들 사이에서 스텔라 길드의 함선만 소용돌이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볼레로는 눈을 부릅뜨고 소용돌이를 노려봤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 거야.’

지레 겁을 먹는다면 알아차릴 수 없는 속셈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볼레로의 판단은 맞았다.

엑스와 익스플로러는 계획적으로 해왕의 무덤에 진입한 것이었으니까.

“미, 미친 새끼들!!”

하지만 진정 미치지 않고서야 저들을 따라 할 순 없었다.

바다를 전부 빨아들일 기세로 회전하는 소용돌이!

마치 파도를 타듯 소용돌이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쾌속으로 심해에 빨려 들어가는 엑스의 함선. 꽉, 키를 붙잡은 아수스의 눈엔 자신감이 넘쳤다.

“이게 바로 심해 웜홀이다!”

웜홀!

항해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보물의 끈이 이끈 방법이었다.

1초가 아쉬운 상황에 항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엑스에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엑스는 갑판 위에서 중심 잡기에 한창이었다.

‘어디 보자.’

문득, 소용돌이를 바라보던 엑스가 입을 열었다.

어슬렁어슬렁, 뭔가가 눈길을 끌어당겼다.

“……근데, 웜홀 이용객이 우리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해왕海王! 요동치는 소용돌이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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