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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28화 (228/391)

228화

“……요괴라고?”

요괴!

과연, 동대륙의 바다에 진입했다는 것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이름이었다.

동대륙에서 몬스터들은 요괴라고 불리는 것일까, 아니면 요괴라는 종족이 따로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잠시였다.

“몸보신에 오리 만한 게 또 없지.”

겁도 없이 접근하던 요괴 붉은 다리 오리는 매직 에로우에 정신이 바짝 든 모양.

빠르게 꼬리를 내빼고 있었다. 하지만 간만에 만난 육고기 앞에서 엑스의 자비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준비하시고 발사!

뻗어져 나간 타이탄의 화살이 단번에 요괴 바다오리를 꿰뚫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갑판에서 구경하던 이들도 엑스의 완력에 놀라기보단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와, 오늘 점심은 오리 바비큐인가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제가 좋아하는 명언 중에 하나죠.”

“헉!”

엑스의 명언에 농땡이를 피우던 이들이 경계 태세를 갖췄다. 쓰러트렸다곤 하나 몬스터가 등장한 상황.

든든한 아군 엑스 덕분에 잊고 있던 긴장감을 되찾은 것이었다.

살랑살랑, 꼬마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타이탄의 화살과 요괴 오리의 사체를 동시에 가져왔다.

-질기디질긴 오리 고기 (레어)

비정상적으로 질긴 오리 고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섭취할 수 없다.

포만도 : +30%

특수 효과 : 조리하지 않고 섭취 시 50퍼센트의 확률로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기대와 달리 형편없네요.”

요괴 고기여서일까?

레어 등급에 어울리지 않는 효과였다. 고기치곤 올려 주는 포만도도 낮았고, 50퍼센트 확률로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게 만드는 효과는 독약 수준이었다.

몰려든 이들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누군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쩝, 때깔은 좋은데 그래도 거의 다 도착한 참이라 다행이네요.”

물론, 천상의 미각을 보유한 엑스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입이 줄어들어 반가운 효과였다.

바닷속 고속도로! 해류는 함선을 수면 위로 밀어내고 있었다. 꼬마가 말했다.

“간만에 맡는 신선한 공기겠네, 엑스?”

“그러게 며칠만인지 모르겠다.”

푸화아아악!

멋지게 바닷속을 가르고 자태를 드러낸 함선.

쏟아져 내리는 햇빛과 곳곳에 흥건한 바닷물의 조화가 보통이 아니었다.

무수한 특수 효과로도 이렇게 찬란한 등장을 연출할 순 없으리라. 엑스는 미리 꺼내 뒀던 수정 구체를 체크했다.

띠로링!

[녹화 완료!]

[영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물론!”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트리밍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앞으론 아르바 공성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메이지 스트리머들이 나타날 터.

그들에게 귀중한 시청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미리미리 녹화본을 만들어둬야 했다.

“이 영상 하나하나가 다 적금이더라고.”

상승하는 조회 수만큼 두둑해지는 통장 잔고!

엑스가 직접 나서서 영상을 녹화한 이유였다.

수정 구체로 확인한 함선의 등장은 더할 것 없이 완벽했다. 훗날 완성될 동대륙 여행기의 오프닝으로 쓰면 딱일 것 같았다.

“경계 태세 유지!”

리더 아수스의 외침에 익스플로러 길드원들이 각을 잡았다. 동대륙의 바다에 진입했다면 남은 포인트는 하나뿐이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엑스가 중얼거렸다.

“화 제국의 해군이라…….”

해군!

아르바 대륙이 동대륙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만큼, 동대륙도 아르바 대륙에 대해 아는 게 없을 터.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쪽엔 현지인 서지하가 있었다.

서지하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해군에게 발각되면 일이 복잡해질 겁니다. 게다가 우리들이 황녀님을 지원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저들은 공적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주군에게 저희를 팔아넘길 겁니다.”

여기서 주군은 서열 상위권의 황자, 황녀를 말하는 것이었다. 서열 최하위 황녀를 섬기는 서지하라 해군 쪽엔 별다른 연줄이 없어 보였다.

“난파된 배 덕분에 영락없이 제가 죽었다고들 생각할 테니…….”

몇 없는 아군의 도움을 바라기도 힘든 상황.

서지하도 적잖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곰곰이 듣고 있던 엑스는 진작부터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 막말로 덤벼오는 해군을 전부 수장시키고 동대륙에 무혈입성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내 악명은 누가 책임져 주는 게 아니잖아?’

엑스는 더 영리한 방법을 택하고 싶었다. 일단, 서지하에게 요괴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그녀의 대답에 따르면 요괴 대부분은 골칫덩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아, 그 못생긴 오리가 요괴였군요. 요괴의 종류가 워낙 방대해서. 그러고 보니, 요괴의 살점은 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괜찮은 가격에 매입하곤 했습니다.”

신을 모시는 무당이라.

여기선 달라스와 같은 사제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무당들이 요괴의 살점을 필요로 한다는 건 꽤나 쓸만한 정보였다. 명심해 둘 필요가 있었다.

엑스는 이어서 물었다.

“그럼 해군들도 요괴 때문에 꽤나 골치가 썩겠군요?”

“밤낮으로 수평선을 감시하는 이유 중에 하나죠. 엑스 님, 혹시…… 요괴를 잡아서 해군들의 신뢰를 받을 생각이십니까?”

“맞습니다.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

요괴 퇴치를 통해 점수를 따겠노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해군 앞에선 저자세로 나갈 요량이었다.

당연한 판단이었다. 해군과 적대하게 되는 건, 곧 화 제국 전체와 적대하게 되는 것.

원활한 동대륙 탐방과 왕위 쟁탈전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이빨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서지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해군의 신뢰를 받는 건 힘들 겁니다.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던가요? 저희들은 엑스 님을 찾기 위해 상인으로 위장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서지하는 이런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자신들을 배척할 것이 분명한 아르바 대륙에 그나마 안전하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방법.

말했다시피 방법은 위장이었다.

물론, 난파를 당해 버리는 바람에 위장을 한 수고는 수포가 되었지만…….

서지하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카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 같아도 의심할 것 같은데? 요괴를 가뿐하게 쓰러트리는 녀석들이, 대륙을 넘는 수고를 감수하고 찾아온 거 아니야.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쯤이야 바로 알아차릴 것 같지 않아?”

그래, 바보처럼 순진하게 요괴를 가져다 바쳤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엑스는 더더욱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서지하는 상인으로 위장했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 함선에 탄 이들에겐 굳이 위장 따위는 필요 없었다.

대장장이, 재단사, 화가를 비롯한 비주류 직업이 중구난방으로 가득한 익스플로러!

“요리사랑 사제쯤이야, 묻어서 들어갈 수 있겠죠.”

또 남을 속이는 철면피하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으니까.

*

드넓은 화 제국의 서쪽 바다를 지키는 해군!

활과 화살을 장비하고, 비상시에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게 철저한 봉화 관리는 필수다.

하나, 솔직한 말로 서해를 지키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무료했다.

수염을 쓰다듬던 사내가 늘어지게 하품을 뱉었다.

“하암, 겁나게 지루하네. 하루 종일 바다를 지켜보고 있어 봤자, 뭣하냐? 적습은커녕, 이젠 요괴 그림자만 봐도 반가울 지경이구만.”

“언제는 일이 없다고 좋다면서?”

“아니, 누가 이 정도로 일이 없을지 알았나.”

나태하기론 마을에서 손꼽히는 사내가 일다운 일을 하고 싶어 할 정도.

하지만 오늘의 밤바다는 심상치 않았다. 사내의 투정을 맞춰주던 또 하나의 사내가 문득, 말을 더듬었다.

“저, 저게 뭐시여?”

“아, 뭐. 잠 안 잔다니까.”

“아, 아니, 저거 배 아니야?”

“?!”

바닥에 드러누웠던 사내가 망루 난간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쭉, 고개를 빼고 밤바다를 내려다보니 정말 옅은 불빛을 띤 배 한 척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막상 일이 찾아오자 사내는 호들갑을 떨었다.

“이,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당장 달려가서 장군님에게 알려야 되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 저 배는 어디서 온 거야?”

“……생긴 모양이 우리 화 제국 것이 아니야.”

“그, 그 말은 저게 서역의 배란 소리인가?!”

이건 사건이다, 대사건!

서역의 배가 출몰한 상황, 저걸 공격해야 하나, 생포해서 공적을 쌓아야 하나?

두 사내는 고민에 빠졌다. 하나 그들도 병사였다. 악으로부터 연약한 민초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자원한 병사.

사내들의 비장한 대화가 이어진다.

“저거 요괴에게 공격을 받고 있어.”

“그렇지? 얼핏 보이는 게 무지 큰 놈이구만.”

“서역의 이들이라고 해도 결국엔 우리와 같은 사람이야.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걸 보니, 대응할 힘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다다닥!

이내, 눈빛을 교환한 사내들은 활과 화살을 들고 망루에서 뛰쳐 내려왔다. 횃불을 들고 동료들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서, 서역의 배라고?!”

“당장 불태워 버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거?”

“딱 민간인들이야. 요괴 한 마리에 쩔쩔매고 있다고.”

“민간인?”

서역의 민간인이 무슨 용건으로 동대륙을 찾아온단 말인가? 그것도 저렇게 으리으리한 배를 타고 말이다.

의심을 눈초리로 배를 바라보던 병사가 이내, 탁 이마를 쳤다.

“……상단이다!”

“상단?”

“보면 모르겠어? 딱 봐도 서역의 물건을 가지고 온 상단이라고. 상인이 아니라면 누가 저런 요괴에 쫓기며 동대륙을 찾아오겠는가?”

그의 말에 병사들이 동요했다.

아득한 과거에 끊긴 서역과의 교류를 다시금 이어 나갈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 위대한 업적에 숟가락만 얻는다고 해도, 앞으로의 앞날이 쫙 펴질 게 분명했다!

지상에서도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구출해라!”

휙휙, 갑판 위에서 어리숙하게 횃불을 흔들던 엑스가 미소를 흘렸다.

“연기 완전 좋았어.”

척, 엑스가 엄지를 들어 보이자 거대한 그림자는 해군의 화살에 겁을 먹은 척 바닷속으로 잠수해버렸다.

어두운 밤바다와 꼬마의 거대한 덩치를 활용한 자작극!

엑스는 반갑게 손을 흔드는 해군들을 바라봤다.

“거대한 이익 앞에선 판단이 흐려지는 법이지.”

과도한 탐욕 덕분에 실수를 한 적이 몇 번인가?

비정상적으로 욕심이 많은 엑스이기에 타인의 욕심을 활용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엑스는 재단사가 즉석에서 만든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다른 이들도 직업에 맞게 위장을 끝낸 상태였다.

선실 안에서 한참을 뚝딱거리던 단우가 땀을 닦았다.

“장비 제작도 지금 막 끝났어요!”

향신료를 포함한 아르바 대륙의 식재료, 누구 덕분에 아르바 대륙에서부터 바리바리 싸들고 온 잡템, 그리고 단우가 즉석에서 그럴싸하게 뽑아낸 신분 위장용 장비들까지!

위장 전입의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단 소리였다.

점차 가까워지는 동대륙의 땅.

몰려든 해군들 사이에서 풍채 좋은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병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한 갑옷이 그의 정체를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서해를 통솔하는 철중환이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 화 제국의 바다를 침범한 것인가?”

스트리밍을 통해 갈고닦은 연기력을 뽐낼 시간이다.

크흠, 작게 목을 가다듬은 엑스가 대꾸했다.

“저, 저희들은 아르바 대륙에서 온 작은 상단입니다. 맹세컨대, 위대한 화 제국의 영토를 침범할 의도는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엑스의 호소에 장군, 철중환이 침묵했다. 물론,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철중환이 병사들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발길을 돌려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띠로링!

엑스의 귓가에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연기에 재능은 없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지.’

엑스가 이끄는 함선이 페이트 월드 최초로 동대륙 발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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