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회복을 알리는 알림!
한계를 초월한 생명력 재생력과 받은 피해량이 도트데미지로 전환된 덕분에 달라스의 힐링이 온전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엑스의 생명력은 350만을 넘어 지극한 미비한 효과에 불과했지만.
‘이걸로 팔문해방을 쓰고 비명횡사는 일은 없겠구나!’
엑스에겐 생명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주는 천상의 요리 레시피가 있었다.
팔문해방과 불사조의 날개의 결합! 더욱 격한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승효과 또한 대단했다.
힐링에 집중하던 달라스가 움찔했다.
“빠, 빨라!”
화르르륵!
하늘로 치솟는 엑스의 몸.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면 일단, 날갯짓이 빨라졌다. 전투에서 이동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을 가져온다.
또한 불사조의 날개를 사용했을 때의 약점인 마나 스킬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보완이 가능해졌다.
“축권법.”
공간을 압축해 내지른 정권.
폭주하는 기의 영향력에 마구잡이로 발산하던 화염 마법이 축권법의 궤적을 따라, 곧게 뻗어 나간 것!
축권법이 저런 효과를 이끌어 냈다는 건 축검법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소리다.
다만, 나그네의 검은 예외였다.
“화염을 흡수하는 게 아쉬울 때가 다 있네.”
[흡수한 화염 : 91%]
하지만 화룡의 이빨로 탈바꿈하는 데까지 고작 9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상태.
나그네의 검을 대체할 수 있는 무기도 인벤토리에 몇 개나 보관된 상태였다.
이후, 엑스는 낯선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 몰려든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사냥을 마침과 동시에 불사조의 날개도 해제, 혹시라도 뒤늦게 팔문해방의 부작용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후우, 다행이다.”
벌써 최대치까지 차오른 생명력이 날아가는 일은 없었다. 엑스는 팔문해방의 숙련도를 확인했다.
팔문해방 (20%) : 문을 개방해, 짧은 시간 절대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사용 후, 사용자는 반드시 치명상을 입으며 빈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현재 해방 가능한 문門 : 이문二門 휴문休門)
“드디어 두 번째……!”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인만큼 숙련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사조의 날개 쿨타임에 맞춰서 꾸준하게 사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마스터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엑스는 만족을 모르는 사나이.
“이제 나를 죽여 줄 만큼 강한 녀석만 나타나면 되겠네.”
그렇다면 손해 보는 느낌 없이 죽음 부정을 발동시킬 수 있으리라.
다가오던 달라스가 사색이 돼서 손을 저었다.
“에이,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엑스 님이 죽으면 저는 어쩌라고요? 아니지, 저뿐만이 아니죠. 저희들 다 같이 타지에서 비명횡사하는 거라니까요?”
엑스의 부활의 역사를 잘 모르는 달라스의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소리였다.
하지만 엑스는 굳이 부연 설명을 하진 않았다. 대신 달라스에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달라스 님.”
“네, 저도 알겠습니다. 같이 주워드리면 되는 거죠?”
“그냥 시체만 모아 주시면 됩니다. 파밍 끝나면 저희끼리만 꼬치구이나 구워 먹다가 돌아가죠.”
“……그거 정말이시죠?”
사냥의 흔적.
사방에 널린 요괴와 산짐승의 사체들. 요괴의 살점은 물론, 잡템 하나하나도 그냥 넘어갈 리 없는 엑스였다.
*
방송국, 그중에서도 페이트 전문 방송국으로 발돋움한 EX의 편집국은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다양한 페이트 영상들! 야근 필수에 주말 반납은 기본이었다.
끼익! 한껏 젖혀진 의자.
나갑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야근에 특근? 좋다, 이거야. 문제는 갑자기 영상들의 퀄리티가 급상승했다는 거지. 예전엔 미련 없이 스킵 했을 수준 미달이 반이 넘었는데, 어떻게 된 게 요새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어.”
던전 브레이크도 모자라서 룬스톤까지 등장!
두 개의 대형사건은 늘어지는 정복 전쟁으로 지체된 감이 있던 페이트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유저들이 새로운 기회에 매달렸고, 날마다 그 기회를 붙잡은 초신성들이 등장했다.
무리한 탓일까, 침침해진 눈.
서유정은 좀처럼 쓰지 않는 뿔테 안경을 쓰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선배, 던전 레이드가 확실히 흥미진진하긴 한데…… 시청자들이 이미 스트리밍된 적 있는 걸 굳이 또 찾아보진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1퍼센트도 힘들까?”
“요즘엔 야간에도 시청률 경쟁 빡센 거 아시면서.”
“그럼 역시 룬스톤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오염된 룬스톤 정화!
속출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속속들이 룬스톤 정화에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페이트 월드의 신들도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고.
나갑수가 미안한 듯 말을 이었다.
“그럼 또 서 작가가 고생을 좀 해야겠네.”
“편집본은 제가 검수할게요.”
“항상 고마워. 우리 서 작가가 복덩이야, 복덩이.”
룬스톤과 새로운 신의 등장.
간간이 오염된 피조물들과의 전투도 있었으니, 소재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문제는 그 역사적인 순간을 잡은 영상이 너무나 밋밋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너무 수준 높은 영상을 본 탓이 컸다.
매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이 누구였던가? 엑스의 페이트 하이라이트에서 등장했던 새크리디아였다.
페이트의 관리자, 인공지능 블라썸이 직접 만들고 편집한 영상.
덕분에 그 영상미와 생생함은 실제를 보는 듯했다. 어느새 30억에 육박한 재생수가 꺼지지 않는 관심도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에 비해, 유저들이 수정 구체로 대충 찍은 영상은 확실히 밋밋할 수밖에.
‘살다 살다 덕질이 본업에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러니 시청률을 위해선 절묘한 편집으로 영상을 살려야 했다. 서유정은 엑스의 하이라이트를 수도 없이 돌려본 덕분에 편집점이나, 포인트를 찾는 눈이 생긴 참.
나갑수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그 능력을 인정받아, 부서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하게 됐다.
나갑수는 여전히 의자에 늘어진 채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엑스는 요새 뭐한다니?”
“뭐, 동대륙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시겠죠.”
“하긴 새로운 뭔가를 얻었으니, 들고 있던 정보를 푼 거겠지. 아차, 동대륙에 등급이 존재하는 요괴가 등장한다는 정보는 따로 올린 영상에서 말했더라고.”
“그거야 당연히 챙겨봤죠.”
하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나갑수는 벅벅 머리를 긁적이곤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애써 잡은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흐트러지고 말았다.
신입사원, 부서의 막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 때문이었다.
“저, 하이라이트 본방 시간인데요. 선배님들?”
페이트 하이라이트!
일주일 만에 찾아온 그 시간.
이때만큼은 서유정도 모니터에서 온전히 시선을 뗐다.
영상을 눈에 익히는 것은 물론, 하이라이트에선 엑스가 등장할 확률이 다분하게 높았으니까.
방송이 시작되기 무섭게 곳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TOP 6
“야, 내 말 맞지? 아무리 그래도 철강왕 레이드는 빠질 수 없는 거였다니까. 헬 하운드 저것들이 문제긴 해도, 전투력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해.”
당연하게도, 랭크가 상승할수록 말수는 늘어났다.
-TOP 3
“캬, 송월 진짜 간만에 3위권에 들은 거 아닌가?”
“죽어도 송월이다 이거죠. 시간상으로 방송사가 출동하기도 전에,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룬스톤 정화에 돌입했더만요.”
“뭐, 이걸로 엑스 뒤꽁무니를 조금이나마 쫓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글쎄?
서유정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이어지는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은 뉴페이스였다. 엑스가 푼 룬스톤 정보를 통해 최초로 룬스톤 정화에 성공한 플레이어.
블라썸은 그가 페이트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서유정은 떠오르는 신의 모습에 집중했다.
“흐, 앵글이 너무 차이 난다.”
아쉬움을 삼키는 서유정을 나갑수가 위로했다.
“설렁설렁해. 괜히 저거랑 비교해서 상처받지 말고.”
하지만 서유정에게 대답할 정신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TOP 1뿐,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인공이 나타날 게 뻔했으니까.
사실 전 세계 모든 시청자가 예측할 수 있었다.
“보나 마나 엑스겠지, 뭐.”
“그 룬스톤 정화 스트리밍이 떠오르려나?”
“그럴까? 레벨을 생각하면 구미호가 떠오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들은 나름대로 예측을 하며 떠오를 화면을 예상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어느 누구도 지금 하이라이트로 송출되고 있는 장관을 예상하진 못했으리라.
-고오오오.
“!”
경건을 넘어 신성할 정도의 장관이었다. 갈라지는 하늘의 모습에 서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게 대체?”
무언가에 홀린 듯이 모니터 앞으로 모여드는 이들. 비단 방송국에서의 일만이 아니었다.
메이지 본사.
로비에 모여 함께 하이라이트를 감상하던 게임 마스터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김성철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서, 선배 저거 신들 맞죠?”
“그래, 저 후광을 봐라. 누가 봐도 신이야.”
“안 그래도 룬스톤 때문에 최종 콘텐츠인 신이 벌써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하나둘도 아니고, 페이트의 모든 신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페이트의 숨겨진 메인 퀘스트에 연관이 되어 있다고 해도, 저 사내는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거침없이 진행되는 스토리를 보니, 현실에선 대체 뭘 하고 사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
엑스는 아주 그냥 페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이내, 갈라진 하늘 사이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엑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여인을 향해 뻗어져 나갔다.
유심히 화면을 들여다보던 누군가 말했다.
“잠깐, 저거 운명의 신 아니야?”
“뭐? 저 손에 붙잡힌 게 신이라고? 사람이 아니고?”
“어라, 진짜 설정이랑 외관이 똑같은데?”
아무리 권한이 적다고 해도 페이트의 게임 마스터들이었다.
아르바 대륙에서 칭송받는 72신의 특징과 설정 정도는 달달 외우고 있는 게 기본.
김성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의 신, 카오피나. 맞아요, 저거.”
“……신들이 신을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는 거지?”
“하아, 대체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갈라진 하늘 사이로 보이는 신들의 얼굴은 더없이 근엄했다. 개중에는 감사할 일이라도 있는 건지, 엑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신도 있었다.
답답해진 서명우가 마른세수를 했다.
“입만 뻥긋거리니 알 수가 있어야지.”
“블라썸이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만신이 출동했는데, 당연히 중요한 일이겠지.”
천천히 닫히기 시작하는 하늘!
과연,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가뿐하게 1위를 차지할만한 스케일이었다.
김성철은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들은 또 생각할 거리가 늘은 거네요.”
“긍정적으로,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하자고.”
“아무렴, 그래야 당장 오늘 야근을 버틸 수 있겠죠.”
나오는 것은 헛웃음뿐.
하이라이트는 하늘을 향해 연신 고개를 꾸벅이는 엑스의 모습으로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모니터를 지켜보던 김성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근데, 엑스도 진짜 대단하네요. 어떻게 저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아부할 수 있는 걸까요? 봐 봐요, 지금 뻥긋거리는 것도 더 못 뜯어먹어서 안타까워하는 것 같잖아요.”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