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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57화 (257/391)

257화

난공불락의 아르바!

아르바가 최강의 길드 파죽지세를 포함한 플레이어 연합군의 공세를 버텨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그건 누가 뭐래도 촉수 방벽의 영향이 가장 컸다.

-ㅁㅊ 그 촉수가 무슨 오징어 다리 끊어지듯?!!

-엑스는 그렇다고 치고, 저 NPC들은 대체 뭐임?

-ㅋㅋㅋㅋㅋ엌 벌써 성벽 무너짐ㅋㅋㅋㅋ

하지만 아르바의 촉수보다 더 위협적인 촉수들을, 엑스의 파티는 거침없이 소멸시키고 있었다.

화르르륵! 엑스의 겁화에 타들어 가는 촉수부터. 싹둑! 시오라스의 윈드 커터에 잘려 나가는 촉수까지.

유저들이 호들갑을 떠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럼 공격 하나하나가 공성병기보다 강하단 건가?!

공성병기가 무엇인가?

막대한 내구도를 가진 성벽을 무너트릴 수 있는, 대형 마법급 파괴력을 가진 무기다.

대형 마법을 저렇게 난사할 수 있는 NPC는 대마법사 말곤 없을 것 같았다.

곁에 있던 아수스도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역시, 평소에 싹싹하게 굴기를 잘했어.”

저런 NPC에게 밉보였다면 뼈도 제대로 못 추렸으리라. 폭발하는 반응 속에서 엑스는 눈을 굴렸다.

‘안쪽으로 갈수록 병력이 많아진다.’

목표는 수도성!

서문西門이 무너지자 사방에서 지원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당장은 병사들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각 방위를 지키고 있던 나머지 대장군들이 몰려드는 것 또한 예상된 일.

폴짝, 무너진 성벽 위로 일행들이 올라왔다. 아수스가 헉, 거친 숨을 들이켰다.

“뭐, 뭐가 저렇게 많아?”

“수적으론 우리가 확실한 열세군.”

“쯧, 하나씩 상대하다간 발목이 잡힐 게 뻔하지. 지체되는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지원군이 도착할 게야.”

“쩝.”

리그리앙의 말에 엑스는 아쉬움을 삼켰다. 마나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이곳에서 상승시킬 수 있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스킬의 숙련도부터 시작해서, 어설픈 리치 큘라드의 능력까지.

‘부족한 물량도 보완할 수 있고 말이야.’

무엇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엑스가 미련에 입맛을 다시던 그때.

리그리앙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썩지 않는 육신. 남아 있는 미련. 깨어나는 정신.”

언데드 계의 살아 있는 레전드!

워낙 만능이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리그리앙의 전문 분야는 강령술이었다.

엑스에게 죽음 부정이라는 희대의 사기 스킬을 전수해 줄 정도인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

리그리앙의 전력은 대단했다.

끄드드득!!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무수한 스켈레톤들. 그것도 보통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푸른 안광을 내뿜는 해골마!

-데스나이트?! 실화냐, 이거??

-무슨 데스나이트가 한 번에 수십 마리씩 나와?!

-저 해골이 진짜 리치 아님? 그게 아니고서야ㄷㄷ

“큘라드랑은 비교도 안 되네.”

큘라드가 이 광경을 봤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언데드를 불러내는데 가장 중요한 건 마나였다.

리치들이 무한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그것 때문. 하지만 리그리앙은 엄청난 지식과 숙련도를 바탕으로, 한정된 마나의 효율을 최상으로 이끌어낸 것이었다.

“큘라드 넌, 마나는 드럽게 많이 먹으면서…….”

괜스레 못마땅한 기분이 든다.

엑스가 인벤토리를 보며 입을 삐죽일 때, 리그리앙은 냉정하게 판을 파악했다.

“아르바 대륙이면 몰라도, 이 땅엔 마나의 흐름이 불안정하다. 기껏 해봐야 시간을 버는 정도에서 멈추게 될 터. 우리들은 벌어 낸 시간 동안, 보다 빠르게 전진해야 한다.”

시오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발에 날개를 달아 주겠네.”

띠로링!

[산들바람이 당신의 발을 휘감습니다!]

[몸이 가벼워집니다!]

[30분 동안 이동속도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이동속도 버프!

안 그래도 날개를 단 엑스에게 또 하나의 작은 날개를 달아 준 셈이었다.

곧 데스나이트들이 몰려든 오염된 병사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오염된 병사들의 레벨은 1천 이상이지만, 데스나이트들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그럼, 누가 불러낸 녀석들인데.”

다그닥! 다그닥!

데스나이트들은 그저 싸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판단으로 대열을 편성하고, 주의를 끌며, 시간을 끄는 형태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엑스는 그 모습을 똑똑히 눈에 새겨 뒀다.

‘하여튼 넌, 특훈 받을 준비나 하고 있어라.’

시간만 나면 제대로 굴려 줄 테니까. 애꿎은 큘라드에게 불똥이 튄 순간이었다.

*

“헤이스트인가? 무슨 이동속도가 저렇게 빨라?”

“아니, 헤이스트보다 더 빨라 보이는데요? 엑스나 NPC들이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수스는 아니잖아요.”

“아수스로 계산해 보면…… 못해도 헤이스트보다 3배는 효율이 좋은 버프 같은데요, 저거?”

메이지 사옥.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마법과 정보가 쏟아진다. 게임 마스터들은 전원, 눈에 불을 켜고 엑스의 스트리밍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페이트의 메인 스토리를 추적하던 김성철에겐 지금같이 기쁜 순간도 없었다.

‘녀석들의 이름이 다른 존재였구나.’

페이트 월드의 최종보스이자 메인 스토리의 끝판왕!

엑스는 분명 그들을 ‘다른 존재’라고 불렀다. 게다가 엑스와 힘을 합쳐 다른 존재에 맞서는 NPC의 존재도 알게 됐다.

때마침 서명우가 그를 보고 감탄을 뱉었다.

“괜히 대현자라고 설정된 게 아니라고. 페이트 월드에 알려진 모든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선한 성품까지.”

-지친 자에게 안식을.

대현자, 시오라스.

그는 바쁘게 나아가면서도 싸움에 휘말린 백성들의 치료도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긴 했다. 시오라스처럼 엑스를 따르는 또 다른 NPC의 정체.

김성철이 머리를 긁적였다.

“데스나이트를 저 정도로 소환할 수 있는 걸 보면 보통 NPC는 아닐 텐데…… 어째 짐작이 가는 인물이 없어요.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NPC들이 다른 존재에 맞서고 있다는 것. 페이트의 원래 주인들이 ‘다른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유저들은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 게임 마스터들에겐 희소식이었다.

다른 존재라는 끝판왕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을지언정, 갑자기 출현한 버그는 아니라는 것이 공인된 순간이었으니까.

김성철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래, 페이트 월드는 급변한 게 아니야. 처음의 설계대로, 블라썸의 의지대로, 또 슈베르트 회장님의 생각대로 흐르고 있었던 거야. 그게 던전 브레이크가 됐든, 룬스톤이 됐든, 메인 스토리가 됐든.’

단지 자신들은 그 ‘큰 뜻’을 알지 못할 뿐. 김성철이 작게 중얼거렸다.

“페이트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겁니까, 회장님?”

가장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것도,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김성철은 고개를 저었다.

누구도 모르는 답을 고민해 봤자 머리만 아파질 뿐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놓쳐선 안 될 빅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참 아닌가?

지켜보던 누군가 소리쳤다.

“대, 대장군 또 떴다!”

“진짜?”

“저기 화면 끄트머리 골목 봐봐. 차림새가 아까 그놈이랑 똑같아…… 어라? 근데 이번엔 만만치 않겠는데, 대장군 둘이 동시에 나타났잖아!”

두 명의 대장군이라.

김성철이 긴박감에 주먹을 쥐었다.

“어디, 우리 주인공 씨 본 실력 좀 볼까?”

*

“이것들, 진짜 입만 쩍 벌리고 대기타고 있었네요.”

이렇게 빨리 대장군이 나타날 줄이야. 동대륙의 크기는 절대 작지 않았다.

물론, 단절 대륙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크기는 밀리긴 했다. 하지만 대장군들은 각 방위의 끝을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서문이 무너진 지는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녀석들은 애초에 수도성 근처에서 습격을 기다리고 있던 게 확실했다.

시오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나 보군.”

분명 카이무스의 짓이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이미 가짜 황제의 목을 치기로 결심한 지 오래다. 어차피 쓰러트려야 할 적이라면, 당장 만나든, 나중에 만나든 별 차이는 없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 리그리앙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엑스, 네가 하나를.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맡겨라.”

“알겠습니다.”

대장군은 마왕.

그것도 무수한 생명을 대가로 성장한 마왕이다. 저들은 시오라스가 1대1로 상대할 수 있다던 중급 숭배자의 수준을 가뿐하게 넘어설 터. 하지만 협공을 한다면 말은 달라진다.

촤르르륵!

아수스는 전설의 탐험가의 직업 스킬, 보물의 끈을 발동했다.

“위치 고정. 끈의 시야를 공유하겠습니다!”

난전 속에서 적의 위치를 놓치지 않는 건 힘들다. 마법으로 적을 맞추는 건 더 힘들고.

하지만 아수스의 보물의 끈은 일종의 표적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반짝! 보물의 끈을 노리고 뻗어 나간 홀리 체인과 나노 익스플로젼.

리그리앙의 턱뼈가 꽤나 격하게 움직였다.

“오호, 꽤나 쓸만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주된 용도는 아니지만요.”

보기 좋게 적중한 공격! 마왕이 잠시 경직되자 시청자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비주류의 희망, 아수스!!!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아수스는ㅋㅋㅋㅋㅋ

-오오, 리치시여. 네크로멘서에게 희망을 보여주소서!

까칠한 반응과 개성 있는 마스크.

그리고 실력까지.

리그리앙은 첫 출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전부터 백성들을 치료하고, 온갖 마법을 사용하는 시오라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힐끗, 채팅창을 확인한 엑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것도 나쁘지 않지.’

시오라스와 리그리앙의 주가가 상승하면 할수록, 엑스는 온갖 이득을 취할 수 있었으니까.

일단, 저 둘을 크세르니스에서 만날 수 있다고 약을 팔기만 해도 몰려들 플레이어들이 한 트럭이 넘을 터. 엑스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신들의 관심은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 인간이 사고를 치겠구나!

거칠 것 없이 전진하는 엑스를 보고 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쨌거나, 추앙을 받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아야 할 신들이건만.

[전쟁의 신이 자신의 무력을 당신과 비교합니다!]

[광대의 신이 전쟁의 신을 향해 손을 내젓습니다!]

[전쟁의 신이 발끈합니다!]

[거래의 신이 엄중한 판결로 전생의 신의 원망을 삽니다!]

타이탄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 그게 바로 현재 엑스가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위대한 업적이라는 거군.’

마왕을 압살한다!

이제 남은 마왕들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면, 과거 아르바 대륙에 존재했던 마왕을 척살한 미식왕과 똑같은 업적을 세우게 되는 것이었다.

씨익, 엑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나는 거기에 가짜 황제까지 잡는 거지.”

청출어람이 뭔지 보여 주겠다!

엑스는 흔치 않은 뒤끝의 소유자. 다른 놈이면 몰라도 미식왕에게 만큼은 뒤처지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 의지를 다진 엑스는 타이탄의 화살을 치켜들었다.

불끈! 달려드는 또 하나의 마왕을 향해 투창을 내던졌다.

슈슈슈슉!

푹!

콰콰콰쾅!

띠로링! 알림이 울렸다.

[치명적인 일격!]

[역병의 마왕이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굳이 마무리를 지을 필요는 없었다. 타이탄의 화살을 감싼 겁화가 알아서 녀석을 마무리하리라. 슥, 엑스의 시선이 가볍게 돌아갔다.

“일단, 저는 끝났습니다. 그놈도 빠르게 끝내죠.”

……벌써 끝났다고? 쩔쩔매던 3인을 대표해 아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나 방금, 진심으로 네가 우리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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