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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64화 (264/391)

264화

정신과 시간의 동굴?

어째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혼자 활동하던 용용이가 새롭게 발견한 던전인가, 엑스가 관심을 보이자 용용이는 더욱더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기선 시간이 부족할 일이 없을 거다뀨.”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경험하는 게 나을 거다뀨!”

용용이에겐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뭐, 용용이의 말을 들어서 손해를 본 적은 없었지.

살랑살랑.

엑스는 꼬리를 흔들며 날아간 용용이의 뒤를 쫓았다.

얼마 뒤엔 후발대도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순 없었다. 엑스가 말했다.

“멀리 있는 거면 나중에 가는 게 어때?”

“아니다뀨. 으음…… 여기쯤이면 되겠다뀨!”

“여긴 동굴이 아닌데?”

“들어가면 다 똑같을 거다뀨.”

텅 빈 건물 하나.

으리으리한 크기.

화려한 기와지붕.

척 봐도 이름난 부자나 높으신 분의 집 같았다. 물론, 거주하던 이들은 대피한 지 오래 전. 용용이의 성화에 등 떠밀린 엑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에 그 정신과 시간의 동굴이 있다는 거야?”

“그건 이제부터 만들면 된다뀨!”

“마, 만들어?”

일단, 던전은 아니란 소리였다.

이쯤 되니 엑스도 순수하게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말했다시피 용용이는 눈치가 빨랐다.

고오오오. 엑스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곧바로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엑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드래곤의 마력!

페이트에서 마나와 마력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마나가 조금 더 절제된 에너지라면, 마력은 보다 야성적으로 날뛰는 에너지였다.

그만큼 다루기 어렵단 뜻.

‘근데 용용이의 마력은 10만에 가까워졌으니까.’

이건 뭐, 마나 운용이 자유롭지 않은 동대륙의 특성도 가뿐하게 무시할 정도였다.

고오오오.

요동치던 마력은 텅 빈 기와집을 감싸고 돌았다. 엑스는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이야, 누굴 닮아서 머리도 이렇게 좋은 건지.”

몸통 박치기에 기껏해야 브레스.

그것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용용이다. 하지만 천재는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법!

용용이는 채 몇 달도 안 된 시간 동안 어엿한 드래곤으로 성장해 있었다.

용용이가 입을 열었다.

“됐다뀨. 처음이니깐 적당하게 조절을 했다뀨!”

“조절? 뭘 어떻게 조절했다는 거야? 그보다 방금 사용한 마법은 뭐였어?”

“주인, 예전과 달리 말이 많아졌다뀨.”

성장한 만큼 사춘기도 함께 온 것인가?

용용이의 단호한 말에 풀이 죽은 엑스는 얌전히 걸음을 옮겼다.

용용이의 안내대로 마력이 맴도는 건물 안으로 진입을 했는데…….

띠로링!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쿵. 쿵. 쿵.

심박이 느려진다.

[질식할 것처럼 강대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마력이 시간의 끝자락을 붙잡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집니다!]

[육체가 느려진 시간에 적응합니다!]

“뭐, 뭐라고?!”

정신과 시간의 공간. 그 놀라운 첫 경험에 엑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

띠로링!

달라스는 도착한 엑스의 귓속말을 확인했다.

“엑스 님은 저녁때까지 볼일 좀 보신다고 하는데요?”

카타린이 의심의 눈초리를 빛냈다.

“볼일? 설마 남의 빈집이나 털고 있는 건 아니겠지?”

“평소 행실로는 그러고도 남으실 것 같긴 한데…….”

달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탈을 쓰고 설마.’

그르르르.

점점 더 팽창해 가는 다른 존재.

달라스는 엑스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무리 탐욕의 상징, 엑스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도적질이나 하고 있을까.

달라스가 모인 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먼저 출발할까요? 저녁까지 이곳에서 엑스 님을 기다리는 건 무리니까, 민가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선발대를 따라가죠.”

끄덕.

이런 속도라면 저녁엔 지금 서있는 곳도, 다른 존재에게 집어삼켜질 터.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일행들은 바쁘게 행군을 시작했다. 으쓱, 달라스가 떠오르는 엑스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언제나 누구도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능력으로, 역경을 해쳐온 엑스.

달라스는 엑스를 믿고 있었다.

“근사한 해결책을 들고 오실 거라 믿겠습니다.”

*

그 시각, 엑스는 해결책을 발견했다. 엑스의 얼굴은 흐르는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웃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진다.

“내가 어쩌다 용용이를 만나게 돼서……!”

대박을 누릴 수 있게 됐을까?

정신과 시간의 공간은 용용이가 만들어 낸 훈련장이었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로 성장한 용용이가 직접 만들어 낸 고유 스킬이었던 것이다!

엑스는 용용이의 말을 떠올렸다.

-드래곤의 둥지는 너무 심심해서,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뀨. 그런데 다음 마법을 배우긴 위해선, 배운 마법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어야 했다뀨.

“그래서 속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효율적인 땡땡이를 위해서.

속뜻을 숨긴 용용이었지만, 엑스는 아무래도 좋았다. 부족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공간!

이건 아무리 다양한 설정이 존재하는 페이트에서도 흔치 않은 설정이었다.

샥샥!

엑스의 목검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완전 허무맹랑한 소리도 아니야.’

애초에 페이트 월드도 현실보다 몇 배나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페이트에 접속해 있는 동안은 빠른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애초에 뇌파에 관여하는 페이트가 아닌가?

“그러니까 여기서도 내가 느끼는 시간은 똑같다.”

현실의 시간으론 채 5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느끼기엔 한나절 내내 목검을 휘두른 것 같았다.

이런 효율이라면 저녁때까지, 한 달 내내 목검을 휘두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 떠오르는 용용이의 무지막지한 스탯.

“그 수치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엑스는 더욱 맹렬하게 수련에 임했다.

조급함이 사라진 탓일까, 집중력은 나쁘지 않았다.

슉슉!

남의 집 안방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게 처음엔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어차피 보는 눈도 없었다.

“후우, 한 가지 아쉬운 건 포만도랄까?”

[포만도가 10퍼센트 이하입니다.]

움직인 만큼, 또 집중한 만큼, 배가 고파진다. 그래도 평소 인내에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한 덕에 이 정도로 참을 수 있는 것.

하지만 언제나 탐욕스러운 마인드를 가진 엑스이기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쩝쩝, 오늘 하루 만에 한 달 식량을 아작 내겠구나.”

띠로링!

그래도 그림을 크게 보자.

식재료는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다른 존재를 쓰러트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아니다.

며칠간은 아쉬워도 미련을 버리는 수밖에. 얼마 가지 않아 엑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놈의 극의 경지. 내가 반드시 도달하고 만다!’

슉슉!

의지를 가지고 다시금 목검을 휘둘렀다.

같은 시각.

용용이는 기와지붕 위에 엎드려 고민 중이었다.

“주인, 엄청나게 심심할 텐데…….”

어엿한 선배인 용용이.

먼저 경험을 했기에, 용용이는 정신과 시간의 공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성장하는 재미조차 없다면, 조금도 버틸 수 없는 곳이 저 공간이었다. 슬쩍, 용용이가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내가 들어가서 놀아줄까뀨?”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뀨, 저게 언제 주인을 삼킬지 모른다뀨.”

기분 나쁜 다른 존재.

용용이는 엑스의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페이트 월드의 시간은 흘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다른 존재.

용용이의 동공이 좁혀졌다.

“할 수만 있다면 박살내고 싶다뀨.”

파닥파닥.

적의를 삼킨 채 용용이는 안방으로 날았다. 조금 뒤엔 이 장소마저 다른 존재에게 집어삼켜질 터.

슬슬 주인에게 눈치를 줘야 했다. 용용이가 안방 문 앞에 선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고 엑스가 나타났다.

부스스한 머리.

퀭해진 뺨.

줄어든 것 같은 뱃살까지.

한나절 동안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맞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잔말은 나중에.

용용이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인, 슬슬 도망쳐야 한다뀨.”

씨익, 엑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아한 용용이의 표정에 엑스가 말을 이었다.

“용용아, 덕분에 감 잡았다!”

*

아르바 대륙!

모험과 활기가 넘치는 대륙은 마치 페이트 초창기를 보는 듯했다.

있는 놈들만 누릴 수 있는 대공성전 시대가 물러가고, 위대한 모험에 목마른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던전 브레이크? 당연히 좋지.”

“룬스톤의 축복? 그것도 당연히 매력적이지.”

“하지만 우리들이 위대한 모험에 집착하는 건…….”

모든 것은 온전하게.

위대한 플레이어, ‘엑스’ 때문이었다!

던전 브레이크란 떡밥에, 룬스톤의 축복이라는 불을 지핀 것은 엑스였다.

그 달아오른 떡밥에, ‘다른 존재’라는 기름을 들이부은 것도 엑스였다.

유저들의 열광?

예정된 일이었다.

“뭐, 옛날에 비해선 아르바 대륙도 충분히 재밌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익스플로러가 부럽다. 왜, 아수스만 하더라도 엑스의 위대한 모험에 제대로 동참하고 있잖아?”

위대한 모험!

엑스의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된 생생한 다른 존재의 모습들.

그건 과연, 페이트 월드의 흑막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대륙의 수도 전체를 뒤덮은 촉수들과 2천 레벨을 가뿐하게 넘어선 초고레벨 몬스터까지.

적들이 강할수록 그런 적들을 단신으로 물리친 엑스의 주가도 나날이 상승했다.

헬 하운드.

악명 높은 지옥견들의 리더, 홀트조차 멈칫할 정도. 마을은 기본이요, 심지어는 세상물정에 어두운 산적 NPC들조차 엑스의 이름을 꺼낸다.

“……이 자식, 언제 이렇게 거물이 된 거야?”

“대장, 엑스는 처음부터 거물이었는데요?”

“시끄러워!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간부, 왓슨에게 윽박을 지른 홀트는 생각에 잠겼다. 그간 엑스를 목표로 삼은 이유는 간단했다.

굉장히 유명하면서, 비교적 사냥하기 쉬운 솔로 플레이어니까. 하지만 그 평가조차 옛말이었다.

지금의 엑스는 그야말로 일인군단, 그 자체!

왓슨은 어느새 엑스의 무용담을 떠들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도 아니면서 언데드 군단을 부리지 않나. 못해도 대마법사급인 NPC들과 친분이 있질 않나. 동대륙의 황족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신들의 편애를 받기까지!”

“아주 신났군?”

번뜩이는 홀트의 눈빛.

심기불편한 음성에 왓슨은 얼른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 이젠 목표를 바꾸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말입니다. 예전의 엑스야 노릴 만한 상대였지만, 솔직히 지금은 송월보다 더한 거물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드래곤을 펫으로 데리고 다니고요.

왓슨은 용용이의 꼬리치기에 맞은 옆구리가 아직도 시렸다. 부르르, 홀트가 떨리는 주먹을 쥐었다.

“나더러 한번 문 먹잇감을 뱉으라고?”

타오르는 악인의 눈동자!

‘또 시작이네.’

홀트의 반응에 왓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동안 봐 온 사이지만, 어찌된 게 이 남자는 처음하고 조금도 바뀐 게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뭐, 열을 낸다고 해도 잡을 수 있는 적이 아니지.’

네임드, 거물을 넘어선, 위대한 플레이어 엑스! 최강의 길드, 파죽지세도 잡지 못한 엑스다.

그때보다 배는 강해진 엑스를 헬 하운드가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

이젠 노는 물도 달라져서 애초에 마주칠 일도 없었다.

하지만 홀트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빠득, 이를 간 홀트가 입을 열었다.

“누구에게도 엑스를 빼앗길 수 없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당장 엑스를 만날 방법이…….”

“이제부터 엑스의 적은 우리의 적이다.”

“네?”

이 양반이 뭔 개소리를 하는 건가? 홀트는 경악하는 왓슨에게 대꾸했다.

“엑스를 쓰러트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헬 하운드뿐이다. 엑스에게 몰려드는 떨거지들은 우리가 쳐낼 것이다. 그게 거대 길드가 됐든, 카이무스가 됐든……!”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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