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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84화 (284/391)

284화

띠로링!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이제 하나 남았군.”

밤새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하나의 퀘스트만 클리어하면 구름 나무와는 작별이었다.

크고 작은 보상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과 친밀도까지.

뚝! 엑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열매를 채집했다.

“알겠지? 사소한 것들을 귀찮게 여기면 안 되는 거야. 나비효과라고 들어봤지?”

“나비효과? 그게 뭐냐뀨?”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월드 반대편에선 태풍이 된다는, 아주 멋진 말이지! 이 작은 선행들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올지도 모르는 거라니까?”

용용이는 영특했다.

나비효과 정도는 바로 이해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 용용이가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는 간단했다.

“선행? 주인은 보상 때문에 하는 거 다 알고 있다뀨.”

“크흠, 좋은 게 좋은 거지.”

퀘스트 보상도 모자라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용용이는 엑스의 뻔뻔한 속을 꿰뚫어 봤다.

“끝이다.”

과일 채집 퀘스트까지 마친 엑스는 구름 나무로 돌아갔다. 민가를 돌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보상들을 획득했다.

“정말 고맙네! 별 건 아니지만, 받아 주게.”

“저, 정말 복실 코브라를 처치할 줄이야! 자네 정말 대단한 눈썰미를 가졌군, 그래? 자네 덕분에 오늘부턴 목화를 채집하러 갈 수 있겠어.”

끊이지 않는 감사 인사.

엑스는 보상들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레어 등급의 수렵 칼이라. 게다가 수확량을 증가시켜준다고?! 이건 나름대로 쓸모가 있겠는걸.’

보상 중에서도 구름 나뭇가지로 만든 수렵 칼이 마음에 들었다. 퀘스트에 식재료 보충까지 끝냈으니, 이젠 마지막 행선지 락스테드로 향할 시간이다.

리그리앙이 앞장을 섰다.

“락스테드 인근 도시까지 텔레포트 하자구나.”

“알겠습니다. 그보다 간만에 회포는 좀 푸셨나요?”

“회포는 무슨. 추억팔이나 했지. 어떤 녀석, 뒷담화도 조금 하고 말이야.”

“저는 아니죠?”

두득, 리그리앙이 뼛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리그리앙은 호크라와 밤새도록 옛이야기를 나눴다.

엑스는 마지막으로 구름 나무를 눈에 담았다.

‘뭐,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았네.’

호크라와 계약을 맺었고, 용용이가 새로운 스텟을 익혔다. 뿐만 아니라 구름 나무 마을 주민들과도 적지 않은 친밀도를 쌓았다.

엑스는 가볍게 어깨를 돌렸다.

“락스테드에서도 이렇게 잘 풀렸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네요.”

*

산골 마을, 락스테드에 도착!

엑스는 마을 어귀에서 만난 사내를 붙잡았다.

투박하게 생긴 청년이 손가락으로 집 한 채를 가리켰다.

“엔나라면 저기, 큰집에 살고 있습니다. 근데, 아마 지금 시간엔 산에서 약초를 채집하고 있을 걸요?”

엔나.

그녀는 미식왕의 동료였던 자스민의 후계자였다. 자스민은 신을 모시는 사제는 아니지만, 뛰어난 회복 기술을 가진 마법사였다고 했다.

리그리앙이 그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자스민이 뛰어났던 이유는 포션 때문이었지. 그녀는 자연을 다루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났어. 그녀가 제작한 포션은 우리들의 잠재력을 한껏 이끌어냈지.”

포션!

‘……돈 냄새가 난다!’

엑스는 거기서 골드 냄새를 맡았다.

포션, 얼마나 비싸고 비효율적인 아이템이란 말인가? 특히 그중에서도 생명력, 마나 회복 포션이 제일이었다.

엑스는 경매장을 확인했다.

[상급 마나 회복 포션]

45골드~ 48골드

[하급 마나 회복 포션]

2골드 ~ 3골드

경악스런 가격들!

“향신료는 두고두고 먹을 수 있기라도 하지.”

포션은 한 번 먹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골드가 넘쳐나는 플레이어들은 많았고, 보다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때려잡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도 넘쳐났다.

엑스의 머릿속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엔나에게 포션 제조법을 배울 수 있다면?’

물론, 포션 제조는 쉽지 않다.

재료가 비싼 것은 물론, 플레이어 중에서도 상급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이들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엑스에겐 천상의 미각이 있지 않은가?

‘만약 칼론이나 시마세오 때처럼 기술이 담긴 음식 같은 게 존재한다면…….’

숙련도 마스터!

그야말로 골드를 쓸어 담을 수 있는 포션 제조법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

김칫국을 한껏 마신 엑스는 락스테드 광장에서 엔나를 기다렸다. 물론, 마냥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혹시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일자리를 찾고 있는 건가? 그럼 벌목을 돕는 건 어떤가? 손을 다쳐서 일손이 부족하다더군.”

“벌목이요? 제 별명이 또 크세르니스 쌍도끼인 걸 어떻게 아시고.”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겠노라! 엑스는 부지런히 혀를 놀려가며 퀘스트를 받아냈다.

엑스가 애타게 기다리던 엔나는 해가 질 때쯤 락스테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흔치 않은 이방인, 게다가 요상한 차림새에 엔나는 바로 눈치를 챈 듯했다.

엔나가 엑스와 눈을 맞췄다.

“……따라 들어오라는 거겠죠?”

“내 생각엔 네가 시끄러워서 노려본 것 같구나.”

“리그리앙 님의 사견은 됐습니다.”

엑스와 리그리앙은 엔나의 집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들기자 엔나가 대답했다.

“칼론 씨의 소개로 오신 분들인가요?”

“네, 엑스라고 합니다.”

“……들어오세요.”

끼익.

문이 열리자 집에 진열된 수많은 포션병이 보였다. 척 봐도 담겨있는 액체들의 빛깔이 심상치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쓸어 담았을 정도의 포션들.

리그리앙이 중얼거렸다.

“하나, 주민들은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군.”

“이런 시골 마을에 생명이 오가는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연구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후후. 고지식한 생각이 자스민이랑 똑같구나.”

“……제 스승님을 알고 계신가요?”

찰랑찰랑.

리그리앙은 포션병을 흔들며 자스민과 있었던 일을 풀어놨다. 엔나도 들었던 게 있는 모양인지, 리그리앙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리그리앙 님이셨군요!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상관없다. 알아보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

오고 가는 덕담.

그 와중에 엑스는 기겁하는 중이었다. 살짝, 건드리기 무섭게 떠오르는 정보들.

-증폭의 서리 (유니크)

마나의 결정이 떠다니는 포션.

섬세한 솜씨로 제작됐다.

특수 효과 : 마나 회복량이 3시간 동안 추가로 300퍼센트 증가합니다.

-회복의 씨앗 (유니크)

생명의 결정이 떠다니는 포션.

섬세한 솜씨로 제작됐다.

특수 효과 : 생명력 회복량이 3시간 동안 추가로 300퍼센트 증가합니다.

“……미친.”

이런 건 부르는 게 값이다.

스킬과 포션, 그리고 버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별개로 적용된다.

또한, 생명력과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포션은 흔하지만, 재생력 자체를 올려 주는 포션은 보기조차 힘들다.

‘더군다나 이런 건 진짜 돈 많은 녀석들이 살 텐데.’

못해도 수백 골드는 나갈 것 같은 포션들.

엔나가 놀란 엑스를 보고 미소를 흘렸다.

“그러면 이쪽이 미식왕의 후계자님이 되시는 건가요?”

“네? 네, 엑스라고 합니다.”

“엑스라. 후후, 한창 좋을 때시네요.”

갑자기 웬 애늙은이 같은 소리인가? 엑스는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엔나는 자신과 같은 나이 또래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미식왕의 동료들은 한 사람이라도 평범한 이들이 없는 법.

엔나는 환하게 웃으며 비밀을 밝혔다.

“어디 보자, 제가 결혼을 했으면 엑스 님 같은 손자가 있었을 텐데요.”

*

늙지 않는 마녀!

엔나가 산골 마을, 락스테드에 정착하게 된 이유였다.

“나이를 속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다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언제나 저만 그대로이니까요. 더군다나, 집엔 보다시피 이상한 약병들이 가득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궁금증이 드는 게 당연했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

엔나의 대답은 굉장히 간단했다.

“흠, 건강하게 먹어서일까요?”

“건강하게 먹는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자연이 주는 것만 먹는다는 뜻이랍니다.”

쩝.

엑스는 입맛을 다셨다.

왠지 이야기만 들어도 맛이 없을 것 같았다. 그건 자스민에게 배운 식습관인 듯했다.

뿌드득.

리그리앙의 턱뼈가 흔들렸다.

“그 괴상한 녹즙의 맛은 도저히 잊을 수 없지. 아무리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너무 심해. 도저히 삼킬 수가 없을 정도로 썼다고.”

“그래도 꾹 참고 몇 번 마시다 보니 괜찮아지던데요?”

“쯧, 억지로 건강해지는 건 싫다. 봐라, 억지로 챙겨 먹던 자스민보다 제멋대로 살던 내가 더 오래 장수를 하지 않았느냐?”

언데드가 되는 건 반칙이지 않나? 엑스는 턱 끝까지 올라온 말을 참았다.

리그리앙과의 말싸움보단 엔나의 녹즙에 더욱 관심이 갔으니까. 엑스의 시커먼 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포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골드를 쓸어 담을 수 있다!’

젊음의 묘약!

아무리 비싼 값을 책정해도 날개가 돋친 듯 팔려 나갈 게 분명했다.

듣자 하니 재료값이 포션처럼 비싼 것도 아니었다. 그저 쓰기만 한 평범한 녹즙이란다.

판단을 마친 엑스가 얼른 입을 열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저는 뭐든 잘 먹습니다. 그러니까 그 녹즙이라는 것을 한 잔 마셔볼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관절이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후후, 물론이죠.”

엔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작대로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 몇 가지를 챙겨 들었다.

엑스는 곁눈질로 꼼꼼하게 재료들의 면면을 살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데?’

게다가 제조법도 그냥 다져서 재료들의 물기를 짜내는 것뿐. 이내, 엑스는 완성된 녹즙을 받아들었다.

킁킁, 코끝으로 느껴지는 건강한 향기. 효과는 먹어보면 알게 되리라.

“그럼, 마셔보겠습니다.”

“바로 뱉는다에 1실버를 걸지.”

“저를 뭘로 보고.”

아무리 쓴 녹즙이라고 해도, 엑스는 자신이 있었다.

천상의 미각!

모든 것을 천하일미로 느껴버리는 사기적인 입맛이 있었으니까.

꿀꺽.

“……!!”

그런데 자신감 넘치게 녹즙을 들이켠 엑스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녹즙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채소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덕분에 수도 없이 먹어본 채소, 본연의 맛만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

하지만 엑스가 놀란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띠로링!

귓가에 울리는 알림.

[환상이 시작됩니다!]

‘……나, 난데없이 환상이라고?’

웬일인지 미식왕의 기억이 떠올랐다.

*

숲속.

바로 앞에 보이는 미식왕의 뒷모습. 정신을 차린 엑스는 이유를 더듬었다.

‘뭐지? 녹즙이 환상을 떠올리게 만든 건가?’

엑스는 고개를 저었다. 녹즙이 스킬을 줄 수 있을 테지만, 미식왕의 환상을 떠올리게 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미식왕의 환상이 떠올랐던 건 미식왕의 레시피밖에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다.

‘혹시 천상의 미각이 쓴맛을 느껴서……?’

페이트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느껴본 쓴맛! 물론,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원인보다도 사태파악이 필요했다. 엑스는 일단, 미식왕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미식왕은 앞에 놓인 사과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만에 듣는 미식왕의 목소리.

“오랜만이야.”

이 양반, 지금 나무한테 말을 걸고 있는 건가? 엑스가 흠칫하기도 잠시.

미식왕이 사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 오랜만이야.”

그 목소리에선 쓸쓸함이 뚝뚝 묻어져 나왔다. 엑스는 속으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사과 하나 먹는데, 저렇게 폼을 잡는 거야?’

미식왕은 딴 사과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눈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해 보였다.

엑스는 순간, 사과나무에 얽힌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아무래도 보통 사과나무가 아닌 것 같군.’

그래서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위치라도 알아야 저 사과나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엑스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려던 순간, 흐느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엑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작은 물방울이 미식왕의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기에.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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