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다해먹는 먼치킨-287화 (287/391)

287화

“부탁한다. 용용아.”

슈슉!

용용이는 엑스와 함께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대륙과 대륙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용용이의 텔레포트다.

세계수의 정원으로 워프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용이가 꼬리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오두막은 저기에 있다뀨!”

“좋았어. 땡땡이친 보람이 있구나, 용용아!”

“땡땡이친 게 잘한 거냐뀨?”

새로운 장비 확인을 미뤄둘 정도의 정보!

미식왕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료들조차 미식왕의 행방불명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으니까.

오두막에서 미식왕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문득, 용용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뀨.”

“새 친구? 그게 누군데?”

“말했었다뀨. 하얀 친구다뀨.”

세계수 근처에서 만났다던 하얀 친구. 용용이의 말에 엑스는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아아, 기억났어. 없다는 게 아쉽네.”

용용이의 하얀 친구.

어쩌면 녀석도 미식왕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정보 수집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엑스는 일단, 오두막부터 살피기로 했다.

“오두막이라기보단 작은 집 같은데…….”

세계수의 정원에 어울리지 않는 아담한 집 한 채. 확신할 순 없지만, 왠지 미식왕의 손길이 닿아있는 것 같았다.

엑스가 의심스럽게 눈을 좁혔다.

‘왜, 그 양반도 미적 감각이 없어 보이니까.’

신성한 세계수 근처에 이런 집을 짓고도 남을 철면피의 소유자일 터.

탁! 엑스는 문고리를 잡았다. 천천히 문을 열자 내부의 풍경이 들어왔다.

엑스가 탄식을 뱉었다.

“……똑같아.”

환상 속에서 봤던 장소가 틀림없었다. 저 조리대에 서 있던 미식왕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용용이의 말대로 쌓아둔 식기가 무척이나 많았다. 내부를 돌아다니던 키르아가 혀를 내둘렀다.

“헤에. 세계수의 정원에 이런 집이 있을 줄이야. 라우니스 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려나? 성격상, 이런 걸 두고 보실 분이 아니신데…….”

글쎄?

미식왕이 바람을 맞은 건 알아도 집을 지어놓은 것까진 모를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 작은 집에 미식왕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엑스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미식왕은 이곳에서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고.’

‘누군가’는 미식왕과 만나주지 않았다. 그때, 드는 의심 한 가지. 엑스가 설마 하며 입을 열었다.

“……이 약속 때문에 도망친 건 아니겠지?”

혹시 미식왕이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서 아르바 대륙에서 모습을 감춘 거라면? 그땐 미식왕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쳐 주리라 엑스는 다짐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온 동료들을 버릴 정도로 중요한 약속은 없는 거야.’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엑스는 집에서 빠져나왔다. 여유가 날 때, 세계수의 정원 근처에서 미식왕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엑스는 마지막으로 작은 집을 바라봤다.

“그래도 슬슬 꼬리가 잡혀가고 있는 것 같은데?”

*

임박한 강제 로그아웃!

“바쁘다. 바빠.”

만드리온의 버섯 집에 도착.

엑스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문을 두들겼다. 다다다. 분주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만드리온이 엑스를 맞았다.

만드리온이 웃음을 터트렸다.

엑스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간만입니다. 어르신!”

“왜 이렇게 늦은 것인가, 엑스! 그대를 기다리느라, 내 짧은 목이 빠지는 줄 알았네. 다들 어서 들어오게나.”

“와아, 드워프 집은 처음이야.”

“크기가 딱 맞아서 좋다뀨.”

용용이와 키르아는 아담한 만드리온이 집이 마음에 들은 모양. 만드리온은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완성된 장비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칭찬에 목이 마른 표정이었다.

“후후, 누구를 위해 장비를 만든다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더군. 실력은 예전 같지 않을지언정, 최선을 다했으니 쓸 만할 걸세.”

“정말 무한한 영광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확인하세.”

만드리온이 가리킨 건 갑옷이었다. 초고레벨 네임드 몬스터, 아락타시스의 가죽과 비늘. 그리고 전설의 광물, 아다만티움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제작한 갑옷 말이다!

그 외관부터가 상상을 초월했다.

갑자기 턱, 숨이 막혔다.

엑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 걸까요?”

휘황찬란!

만약 페이트 월드의 황제가 존재한다면, 그 황제가 입을 것만 같은 갑옷이 바로 이것 같았다.

신묘한 빛깔로 코팅한 듯한 황금빛 갑옷. 만드리온이 자랑스럽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다만티움과 이무기. 둘 다 뛰어난 재료들이지만 단점을 가지고 있지. 그 둘의 장점을 백분 살리면서 단점은 상쇄하려고 노력했네. 물론, 자네가 착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하느라 고민도 많이 했지.”

아다만티움은 엄청난 강도를 지닌 만큼 유연성이 부족했다. 이무기의 가죽과 비늘은 드래곤과의 전투에선 별다른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만드리온은 그 약점들을 완벽하게 보완한 모양.

“그럼, 바로 착용해보겠습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엑스는 갑옷에 손을 뻗었다.

-대지의 주인 (전설)

지상 최강의 생물과 지상 최고의 광물. 거기에 더해 지상 최고의 솜씨로 만들어진 갑옷이다. 그 능력의 한계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제한 : 레벨 800↑

힘 45,000↑

방어력 : +50,000

마법 저항력 : +10,000

특수 효과 : 착용자가 대지 필드 위에 있을 때, 착용자의 힘이 추가로 25퍼센트 상승합니다.

또한, 착용자가 치명타를 허용했을 때, 일정 확률로 피해량을 대폭 감소시켜줍니다. 단, 효과는 대지 필드에서만 유효합니다. (발동 확률 : 10퍼센트)

“……헐.”

이건 수준이 달랐다!

감히 비교할 대상도 없는 정도의 스펙이었다. 엑스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입고 있던 암철 갑옷을 바라봤다.

-순수한 암철 갑옷 (유니크)

장인의 솜씨로 제련한 암철 갑옷. 암철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제한 : 레벨250↑

방어력 : +1,500

마법 저항력 : +500

특수 효과 : 착용자에게 어둠 속성을 부여합니다. 다른 부위의 순수한 암철 장비와 함께 착용할 시, 숨겨져 있는 효과가 개방됩니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5만의 방어력!

‘오만하게 모든 공격을 맞아도 끄떡없겠군.’

그저 갑옷 하나가 현재 엑스가 두르고 있는 장비를 다 합친 것보다 높은 방어력 수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올리기 힘들다는 마법 저항력도 무려 1만이 넘었다. 만드리온이 쓱,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간만에 만든 만큼 욕심을 좀 내봤지. 덕분에 착용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높아졌지만…… 엑스, 자네라면 가볍게 다룰 수 있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800레벨 제한.

그것도 모자라 4만 5천의 힘을 요구한다. 아마도 특수 제련을 통해 레벨 제한을 낮춘 것일 터.

하지만 현재 엑스의 힘은 5만을 넘긴 상태다. 덕분에 엑스는 레벨만 조금 더 올리면 이 사기적인 갑옷을 착용할 수 있었다.

‘진짜 땅에선 거의 무적에 가깝겠는데?’

엑스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이 은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껴뒀던 호빵을 꺼내 만드리온에게 내밀었다.

“당장 차려드릴 시간은 없고, 일단 이거라도 드시죠!”

*

지이이잉.

캡슐이 열린다.

기계음 사이로 이지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흐.”

중천에 걸린 태양이 마치 축하를 보내는 것 같았다. 이지원이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치 내 미래처럼 화창하군.”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자신을 상상하니, 누구에게도 패배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설 등급의 갑옷, 대지의 주인을 확인 이후로도 사기 아이템의 행진은 끊이질 않았다.

-꺾인 레비타스카르의 비행틀 (전설)

위대한 솜씨로 개조된 어깨 방어구. 성능 향상에 더해 비행 능력이 추가되었다.

제한 : 레벨 800↑

힘 20,000↑

방어력 : + 1,500

마법 저항력 : +5,000

특수 효과 : 매우 낮은 확률로 마법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또한, 무효화한 마나를 흡수해 비행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확률은 어떠한 버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고정됩니다. (무효화 확률 : 1퍼센트)

“이제 마법사는 한 트럭으로 덤벼도 이길 수 있지.”

마법 무효화란 사기적인 효과를 가진 어깨 방어구!

시간이 많았던 만큼 만드리온은 섬세하게 장비를 제작한 듯했다. 특수 제련에 강화까지.

등급도 전설로 상승한 것은 물론, 주요 능력치를 비롯한 마법 무효화 확률까지 상승해있었다.

-크라켄의 분노 (전설)

심연의 지배자, 크라켄을 형상화한 채찍. 변칙적이라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제한 : 레벨 800↑

지능 7,000↑

힘 3,500↑

공격력 : +1,100

힘 : +400

지능 : +600

특수 효과 : 착용자가 공격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크라켄의 다리가 소환됩니다.

소환된 크라켄 다리는 조종할 수 없지만 오로지 적만을 공격합니다.

다리의 체력은 착용자의 힘에, 파괴력은 착용자의 지능에 비례해 상승합니다. (소환 확률 : 20퍼센트)

“능력치는 애매하지만 일단 써봐야겠지.”

크라켄을 잡고 얻었던 무기, 심연 여왕의 채찍!

만드리온의 손을 거치자 등급과 아이템명까지 달라졌다.

촉수처럼 변칙적이라, 개방된 특수 효과는 써보기 전까진 그 위력을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활용법은 대충 그려졌다.

“뭐, 춤추는 줄기랑 시너지를 낼 수 있겠고…….”

이지원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아다만티움 방패에 이어, 마지막으로 반지를 떠올렸다.

-게오네스의 심안 (전설)

크라켄의 동공이 반지에 기생했다. 보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제한 : 레벨 850↑

특수 효과 : 착용하는 동안 패시브 스킬 ‘심연의 눈동자’가 유지됩니다.

또한, 심연의 눈동자로 파악한 약점을 공격하면 일정 확률로 적을 석화시킬 수 있습니다. (석화 발동 확률 : 3퍼센트)

단절 던전에서 쓰러트렸던 게오네스! 만드리온은 녀석이 드롭했던 반지에 크라켄의 동공을 합성했다.

원래는 마법사에 걸맞은 효과를 가지고 있던 게오네스의 반지지만, 합성 덕에 이지원도 그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심연의 눈동자 발동 확률은 대략 20퍼센트 정도니까…….”

그래도 심심치 않게 석화된 적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지원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꼭 석화가 아니더라도 약점을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효과지.”

때린 곳 또 때리는 전략!

약점은 한 번 공격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장비들도 받았겠다, 다음 목표는 정해진 셈이었다.

이지원은 의욕적으로 목표를 선언했다.

“단절 대륙 정복도 할 겸, 겸사겸사 단절 대륙에서 800레벨을 찍어보자고!”

800레벨!

달성하는 순간, 새로운 장비들을 착용할 수 있게 된다. 방금 로그아웃을 했는데,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이지원은 곧바로 냉장고를 열고 간단하게 계란을 꺼냈다.

절로 흘러나오는 콧노래!

기분이 좋아서일까?

실없는 혼잣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신기하단 말이야. 간장 계란밥은 왜 맨날 먹어도 안 질리는 거지? ……잠깐만, 진짜 천상의 미각 수련을 위해 페이트에서도 간장 계란밥이나 만들어 먹어볼까?”

과연, 혼잣말도 페이트 중독자다운 이지원이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