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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317화 (317/391)

317화

엑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르샤윈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엑스가 식칼을 들었을 때보다도 긴장한 것인지,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 돼. 네가 여신님을 봤다니.”

엑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여신을 봤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건가?’

눈치 하면 엑스였다.

헤르샤윈의 반응으로 볼 때 그 하얀 머리의 여신님은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았다.

또 엘프들에겐 여신과 교류가 있다는 게 큰 자부심인 것 같았다. 엑스는 궁금해졌다.

“그 여신님 말고도 다른 신들이 있어?”

천계의 신들과는 다른 종류의 신!

천계의 신에 뒤지지 않는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터.

‘천계의 아이템만 해도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딱 몇 개만 더 얻을 수 있어도……!’

엑스는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하얀 머리 여신과는 용용이를 통해서 접촉이 가능할 테니, 미리미리 다른 신들에게 마수를 뻗쳐둘 속셈이었다.

하지만 헤르샤윈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세상에 신이 둘일 수 있겠어?”

오호라!

그 말에 엑스의 눈은 실망은커녕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다.

헤르샤윈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얀 머리 여신은 유일신이란 소리였다!

‘엄청난 권력과 능력을 독점하고 있단 소리야!’

그렇다면 다른 신들에게 잘 보일 수고 또한 줄어든 것이 아닌가?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희소식이었다.

엑스는 벌써부터 시야에 용용이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헤르샤윈의 표정은 여전히 굳은 상태였다.

헤르샤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신님의 생김새를 단번에 맞춘 걸 보면…… 역시 넌 여신님을 본 거구나. 하지만 엑스, 나는 네가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째서?”

“……만약 내 동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너는 무사할 수 없을 거라고.”

엑스는 갑자기 어이가 없어졌다.

“여신을 본 게 죄야?”

헤르샤윈도 답답한 눈치였다.

상대적으로 젊은 엘프 소년은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어도 아는 바가 없어 곤란했다.

결국, 헤르샤윈은 단편적인 정보를 전해줄 수밖에 없었다.

“흠.”

헤르샤윈의 말을 경청하던 엑스의 얼굴은 심각했다. 얼마 가지 않아 이야기가 끝났다.

엑스는 그제 서야 입을 열었다.

“그래, 이유를 찾으니까 의문들이 풀리네.”

무수한 비밀을 가졌던 엘프들!

헤르샤윈을 통해서 엑스는 엘프들이 그토록 거만했던 이유와 세계수의 소유권을 주장한 이유까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얀 머리의 여신!

그녀는 단절 대륙, 아니, 페이트 월드에서 오직 엘프들만 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그건 엘프들만의 생각이었던 것 같았지만.

‘뭐, 착각은 자유지.’

엑스는 물고기의 기억에서 훔쳐본 것이지만, 용용이는 실제로 그녀와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엘프들은 자신들이 여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로 인해 다른 종족을 내려다보는 우월감이 생겨났다.

‘세계수를 차지하려던 건 여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겠지? 엘프나 인간이나 똑같군.’

여신은 오직 엘프들이 말하는 ‘진실된 세계’와 ‘세계수의 정원’에만 머무른다고 했다.

엘프들이 세계수의 정원을 탐내던 이유가 있던 것이다. 이쯤 되니 궁금증이 들었다.

엑스가 물었다.

“그나저나 엘프들은 어떻게 그분이 여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 아니야.”

“유일신인 여신님에겐 창조의 능력이 있으시지. 우리 앞에서 그 기적을 보여주셨어.”

“……창조라고?”

엑스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창조라니!

이런 거창한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헤르샤윈의 말에 따르면 여신은 창조신이란 소리였다!

창조신이라, 스케일이 방대하게 커지자 엑스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천계의 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짜 신!’

정작 천계 입성에도 고생하고 있었건만.

‘……그래도 언제 또 이런 기회를 붙잡을 수 있겠어?’

탐욕의 화신!

엑스는 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삼키고 보는 사내였다.

창조신에 얽힌 스토리를 헤쳐나갈 능력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곳까진 진행해보고 싶어졌다.

‘퀘스트라도 받아놓을 수 있다면……!’

초고난이도의 퀘스트라고 해도, 훗날을 기약하며 천천히 진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엑스는 일단, 헤르샤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고맙다, 헤르샤윈. 네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까, 네 말대로 다른 엘프들을 만나게 된다면 여신을 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알면 됐어. 그보다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

헤르샤윈은 엑스를 빤히 바라봤다.

인간이라고 했었나?

생전 듣지 못한 종족이지만, 그들도 자신들처럼 여신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엘프 사회는 크게 뒤집어질 것 같았다.

헤르샤윈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나도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겠어.”

그 모습에 엑스는 웃음을 삼켰다.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다.’

고급 정보를 알게 된 엑스가 가만히 있을 일은 없었다!

창조여신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엑스는 그 점을 쥐고 엘프들을 뒤흔들 생각이었다.

만에 하나, 엘프들이 협공을 해온다고 해도 자신의 목숨 정도는 간수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명분도 충분하지.’

그저 친구를 만나러 왔다!

용용이를 내세우면 여신의 노여움을 살 일도 없으리라.

자신의 계획에 흡족해진 엑스는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음산한 웃음소리에 헤르샤윈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헤르샤윈의 직감은 뛰어났다.

엑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헤르샤윈, 미안하지만 며칠만 더 협조해줘야겠다.”

“뭐, 뭐? 어째서?”

배신감에 물든 조각 같은 얼굴!

엑스는 뭐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손가락을 들고 대답했다.

손가락은 엘프의 폭포, 진실된 세계로 통하는 포탈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못해도 발은 담가봐야지!”

문전박대 사절!

귀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엑스에겐 손해를 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흉악!

다른 존재와 그 숭배자의 활동으로 아르바 대륙엔 매일 같이 이변이 끝이질 않았다.

모두가 함락을 예상했던 베네타는 용용이와 고목 군단의 맹활약으로 압승을 거둬냈다.

“그런데 루얀 왕국이 무너질 줄이야.”

“역시, 진짜 무서운 놈은 하얀 가면이었어.”

“방어 측에 참가한 플레이어만 해도 100만이 넘었는데.”

그에 반에 루얀 왕국은 처참하게 무너져내렸다.

아르바 왕국이 실질적으로 해제된 지금, 가장 큰 영토를 보유하고 있던 루얀 왕국이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플레이어만 해도 1백만 이상! 고용된 베테랑 용병들만 해도 수천이 넘었다.

물량에는 장사가 없는 법.

10명이 모여 1인분씩만 해줘도 피조물 군단을 막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듯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웅크리고 있던 하얀 가면의 힘은 전보다 훨씬 강성해져 있었다.

-ㅁㅊ 레벨 2천 5백짜리를 대체 어떻게 막으란 거야?

-근처에만 다가가도 상태 이상에 걸리잖아!

-진짜 촉수 새끼들은 밸런스 파괴라니까?!

거대 촉수 피조물에게 루얀의 선발대는 처참하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중에는 거대 길드의 간부들도 다수 포진해있어 플레이어들은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전까진 볼 수 없던 강대한 적!

모두가 힘을 합쳐 맞서도 부족할 상황이었지만, 공적에 눈이 먼 이들이 속출했다.

명성과 보상에 홀린 플레이어들이 분수도 모르고 개인행동을 벌인 것이었다.

“대장군의 자리는 우리의 것이다!”

“후후, 파리만도 못한 것들이 까부는구나.”

“오늘만을 기다렸다!”

피조물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자신감!

자신감의 원천은 일취월장한 성장에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시작되면서 페이트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은 대폭 상승하게 됐다.

또 던전을 통해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수급하게 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

하지만 자신을 너무 과신한 게 문제였다. 상대를 과소평가한 게 화근이었다.

쿠구구궁!

섣불리 나선 이들까지 처참하게 전멸하자 방어 측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루얀 왕국은 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하얀 가면에게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반면 아카루스테드는 워 머신의 활약으로 영지를 지켜낼 수 있었다.

리소서러는 영주에게 작위를 부여받았고, 그길로 워 머신은 아카루스테드에 길드 아지트를 꾸렸다.

“리소서러도 리더의 자리에 익숙해지고 있는 건가?”

“부자는 망해도 삼 대를 간다는 소리가 있지.”

“그래, 워 머신은 워 머신이네.”

반전되기 시작한 워 머신에 대한 평가까지.

보다시피 아르바 대륙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물론, 크세르니스의 열기는 그와 관계없이 여전했다.

“진철아, 너 보기보다 소질 있구나?”

8명의 도전자!

크세르니스 무투 대회의 우승자가 가려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내일모레면 무투 대회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수스는 울적했다.

“이런 엄청난 관심과도 당분간 이별이겠구나.”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송월의 딴죽이 날아올 타이밍이었지만, 송월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하얀 가면이 활동을 시작한 이상, 파죽지세도 여유를 부릴 순 없던 것이다.

아수스도 숭배자에 대한 경계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룬스톤을 정화하고, 견제했는데도 이런 세력을 가지고 있다니.’

엑스가 룬스톤에 대한 정보를 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온전히 세력을 보전한 숭배자 세력이 벌써 아르바 대륙을 반 이상은 접수하고도 남았을 것 같았다.

“뭐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존경한다, 진짜.”

엑스의 혜안에 혀를 내두른 아수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회가 시작되기까진 한나절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수스는 잠깐 페이트 접속을 종료할 생각이었다.

“하이라이트엔 팝콘과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위클리 페이트 하이라이트!

아무리 무투 대회가 중요하다 해도, 그 본방송을 놓칠 순 없었던 것이다.

*

-TOP 10

“크, 역시 아카루스테드일 것 같았어.”

영상들이 하나씩 공개되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저마다 탄식을 뱉었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사건들이 떠오르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리소서러 옆에 남잔 누구지?”

낮은 순위에도 관심이 쏠리긴 했지만, 대다수의 관심은 상위권에 집중되는 게 당연했다.

상위권을 차지할 만한 사건이라. 그래도 이번 주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1위는 당연히 드래곤 레이드 아니겠어?”

“뭐, 엑스가 끝내주긴 했지. 그런데 베네타 방어전도 1위를 노릴만 하지 않나?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잖아.”

공교롭게도 둘 다 엑스와 관련된 사건!

둘 중 어떤 게 1위가 됐든, 이번 하이라이트의 승자는 엑스란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시청자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베네타가 3위?”

“베네타보다 더한 떡밥이 있었나?”

“뭐지? 루얀 함락은 방금 나왔잖아.”

다음 영상의 주인공은 엑스였다. 악룡과 전투를 벌이는 엑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시청자들은 난데없이 긴장감을 가졌다.

“대체,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엑스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자는 누구란 말인가?

-TOP 1

물론, 그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엑스였다. 엑스가 잠잠하면 사건을 벌이고 있는 것!

시청자들은 엑스가 등장하자 호기심이 들었다.

엑스가 스트리밍도 하지 않은 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뱉었다.

“미, 미친! 저거 엘프 아니야?”

뾰족한 귀가 특징인 아름다운 외모!

엑스의 곁에 나란히 서 있는 엘프는 마치 조각상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어째, 엘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얗게 질린 게 위기에 처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와 반대로 엑스는 실실 웃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환호도 잠시, 궁금해진 시청자들은 더욱 영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화면의 시점이 전환되고 전체적인 상황이 떠올랐다.

척!

전투태세를 취한 엘프들.

그들의 활시위가 엑스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 밖의 그림에 시청자들의 손엔 식은땀이 흥건했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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