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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327화 (327/391)

327화

사성 천상의 요리.

그 경지에 올랐을 때 엑스는 흡족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어떠한 환경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버프가 적용된다니!

‘진짜 골드를 쓸어 담을 날이 머지않았구나!’

거친 환경을 가진 사냥터들.

페이트엔 심해나 화산처럼 플레이어들이 쉽게 활동할 수 없는 지역들이 많았다.

플레이어들은 군침을 삼키며 젖과 꿀이 넘치는 꽃밭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플레이어들에게 사성 천상의 요리 효과가 알려진다면?

음식 한 접시를 수십, 수백 골드를 판매할 날도 머지않았단 소리 아니겠는가!

‘역시 나는 음식 장사랑 인연이 있나 봐.’

그렇게 엑스가 행복에 젖어있을 때였다.

띠로링!

난데없는 알림과 함께 글씨가 떠올랐다.

[미식왕의 일기]

에퉷퉷.

역시…… 음식에 많은 향신료를 쏟아붓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귀한 향신료를 투자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앞으론 음식 본연의 맛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향신료의 장인, 엑스는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소리야?”

어이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상의 요리는 미식왕의 그림자를 따라서 만드는 음식이 아니던가?

엑스가 한 일은 대량 조리에 적합한 향신료를 늘어놓은 것밖에 없었다.

엑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했다.

‘이게 사성 천상의 요리 효과라고? 그저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뿐이잖아?’

사성 천상의 요리 효과는 미식왕의 일기를 엿보는 것인 것 같았다.

“괜히 기대했잖아.”

열이 받는 것도 모자라, 실망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조그만 머리를 다르게 굴려보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식왕이 어떤 사람인데.’

비밀,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사내! 미식왕에 대한 정보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일기에서 그의 행방이나, 그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일기엔 요리의 개선 방향까지 적혀있었다.

‘일기에 적힌 대로만 실천하면 근본적인 요리 실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생고생을 하지 않고도 오성 천상의 요리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확실히 나쁘지 않은 효과였다. 사실 엑스는 언제나 가슴 한편이 답답했었다.

이래 봬도 직업이 천상의 미식가인데, 요리에 대해선 쥐뿔 아는 게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요리를 배울 만한 이도 찾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드디어 후계자를 챙기기 시작하셨군.”

그러니 미식왕의 조언 적힌 일기장의 등장이 반가운 게 당연했다.

그 후로 엑스는 니드호그가 기척을 할 때까지 천상의 요리를 만들고, 먹어치웠다.

“꺼억.”

“나, 더 이상은 못 먹어.”

“대체 언제까지 음식을 만들 생각인가, 엑스?”

“몇 개 안 남았습니다. 남기신 음식들을 제가 다 먹을 거니까,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호크라의 등 위에 선 엑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지.”

요리에 대해서도, 미식왕에 대해서도!

거기에 대해선 풀 이야기가 한 보따리였지만, 지금은 수다나 떨 상황이 아니었다.

크롸롸롸!

니드호그가 지척으로 가까워진 상태였으니까.

챙!

엑스가 타이탄의 화살을 깃발처럼 뽑아 들었다.

“전군, 대형을 유지하라!”

우렁찬 총사령관의 명령.

그러자 연합군의 모든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엑스에게 활시위를 겨누고 있던 엘프들이 엑스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상황.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임?ㅋㅋㅋ엘프들을 또 참교육 하신 건가?

-아니, 잠깐. 엘프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

-공지 못 봤음?ㅋㅋ엘프에 드래곤에 반인반수에 하여튼 단절 대륙 종족들 총 출동했음ㅋㅋㅋ

혼란도 잠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쾅!

우렁찬 충격파와 동시에 니드호그와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육탄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

엑스의 눈앞에 니드호그의 레벨이 떠올랐다.

“역시 단절 대륙이야. 가볍게 예상을 초월하네.”

5천 레벨!

과연, 그동안 안하무인으로 살고도 멀쩡한 이유가 있었다.

니드호그는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협공을 받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니드호그의 꼬리치기에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

-헐

-미친?! 그 드래곤들이 쪽도 못 쓴다고?

-쪼렙들은 충격파에 바로 로그아웃 당하겠다야ㄷㄷ

당황한 시청자들.

여태까지 봐온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른 존재가 기묘한 두려움을 선사했다면, 니드호그는 단번에 와 닿는 공포감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엑스의 얼굴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야 공략하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간만에 승부욕에 불이 붙은 엑스!

다른 존재의 세력을 제외하고 이렇게 강한 적과 싸워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것도 수많은 아군과 함께 하는 전투였다. 엑스가 두려움 없이 외쳤다.

“사격 준비!”

팽팽하게 당긴 엘프들의 활시위.

“발사!”

파바밧!

신호와 함께 화살비가 니드호그를 향해 뻗어 나갔다.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드래곤 스킨.

그것도 현존하는 드래곤 중 최강자인 니드호그의 피부다.

하지만 엘프들의 화살은 보통 화살이 아니었다.

-저게 화살임?? 무슨 별똥별 같은데??

신성력을 품은 화살 세례!

니드호그의 드래곤 스킨을 완전히 뚫을 순 없었지만, 속성의 우위 덕에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긴 충분했다.

적절한 지원 탓에 위기를 모면한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재차 공격에 나섰다.

“질긴 악연을 끊어낼 때가 왔다, 형제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대한 기운! 칸 데이드림의 입에서 마나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브레스였다.

거인들은 재빨리 방패를 치켜들었다. 후폭풍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아둔하다. 주제도 모르는구나!”

크롸롸롸!

니드호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엘프들의 공격을 가볍게 무시하곤, 칸 데이드림을 향해 브레스를 발사했다.

슈오오오!

격돌하는 브레스. 그 파괴력은 광활한 단절 대륙을 뒤흔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ㅁㅊ 수정 구체가 흔들릴 정도라고???

-ㄹㅇ 수정 구체가 화면 못 잡는 건 첨 본다

-진짜 스케일 오진다

감탄이 끊이질 않는 채팅창.

하나, 그 감탄은 얼마 가지 않아 우려로 바뀌고 말았다.

칸 데이드림이 브레스 겨루기에서 큰 격차로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서둘러 지원을 준비했다. 그 순간, 니드호그가 울부짖었다.

“언제까지 본성을 거스를 생각인가? 동족들이여! 우리들은 만물의 왕이다. 파괴의 화신이다!”

띠로링!

그러자 엑스의 귓가에 알림이 울렸다.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본성이 들끓습니다!]

[라 오페에게 혼란 효과가 발생합니다!]

[크라다페이오스가 혼란 효과가 발생합니다!]

에인션트 드래곤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었다.

휘청거리는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모습에 좌중은 당혹에 빠졌다. 호크라가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저들이 이렇게도 빨리 냉정함을 잃을 줄이야.”

“괜히 거악이 아니었네요.”

과거, 드래곤들을 선동했다던 염열의 화룡.

니드호그도 녀석처럼 드래곤들의 흉포한 본성을 자극하는 능력을 가진 게 분명했다. 다만, 염열의 화룡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는 듯했다.

칸 데이드림이 외쳤다.

“다들 정신들 차리게. 그대들은 과오를 반복할 생각인가? 다시금 수만 년을 후회하며 보낼 생각인가?”

그 외침에 에인션트 드래곤들은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여기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해 보였다. 시청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말만 들었을 땐 연합군의 낙승을 예상했는데……

-니드호그가 생각보다 너무 강한데?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승기를 내주겠음ㅠㅠ

거인과 드워프들은 안달이 난 상태였다.

쿵쿵.

팔티탄이 애타는 마음에 발을 굴렀다.

“젠장.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게 원통하군.”

“자네도 그런데, 내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부르칸달은 팔티탄의 발목 근처에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때, 매서운 바람이 그들의 뒷목을 스쳤다. 호크라를 타고 나타난 엑스였다.

엑스는 간단하게 명령을 전달했다.

“녀석이 땅에 떨어지면 그때부턴 우리들 차례입니다.”

“알고 있네. 녀석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우리도 땅을 밟고선 쉽게 져줄 생각이 없네. 하지만 저 괴물을 어떻게 끌어내린단 말인가?”

“드래곤들도 제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일세.”

엑스가 다시금 간단하게 대답했다.

“제가 추락시키겠습니다.”

슈슈슉!

그 말만을 남긴 엑스는 니드호그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팔티탄과 부르칸달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엑스의 비범한 능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걱정이 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저, 저게 무슨?”

기우에 불과했다.

격돌하는 브레스 폭풍!

엑스가 그 폭풍을 향해 쇄도하자 거센 불길이 마법처럼 사라져버린 것 아닌가?

먹구름이 드리웠던 연합군의 얼굴에 한 줄기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헤르샤윈이 말을 더듬었다.

“엑스, 너 대체 뭐야……?”

사실 능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씨익, 올라가는 엑스의 입꼬리.

[흡수한 화염 : 99.7%]

“너보다 더한 녀석의 이빨로 만든 거다, 이게.”

브레스 폭풍을 집어삼키자 급격하게 상승한 퍼센트.

나그네의 검이 기나긴 포식 끝에, 진정한 모습으로 부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니드호그도 당혹스런 눈치였다.

“……인간인가? 미천한 종족이 어떻게?”

“초면부터 미천한 종족이라니? 해츨링 과정부터 예절 교육을 다시 받아야겠군. 내가 또 드래곤 교육 하나는 확실하게 잘하지.”

“……!”

드래곤조차 피해갈 수 없는 엑스의 도발!

빠직!

그러자 니드호그의 붉은 눈에 핏발이 솟았다. 니드호그는 순식간에 태세를 바꾸고 이빨을 세웠다. 엑스를 향해 광속처럼 달려들었다.

‘빨라.’

너무나도 급작스런 공격에 호크라조차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띠로링!

[세 번째 표식으로 순간이동 합니다!]

“하지만 속도는 상대적인 거 아니겠어?”

순식간에 니드호그의 뒤를 잡은 엑스.

엑스의 손가락에선 녹색 보석이 반짝이고 있었다.

전설 등급 장신구!

숭고의 신을 혼절하게 만들었던 엘프들의 보물, ‘고귀한 자의 보살핌’이었다.

구속받지 않는 숲의 종족 (Master) : 지정한 나무에 표식을 남기며 표식은 총 10개까지 유지됩니다. 사용 시, 표식을 남긴 나무로 순간이동하며 전투 중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넌 처음부터 걸려들었어.’

의도된 도발로 니드호그의 공격을 유도하고, 스킬을 발동, 니드호그의 뒤를 완벽하게 잡았다. 이젠 계획대로, 호크라의 가속력이 빛을 발할 차례였다.

니드호그가 웃음을 흘렸다.

“잔기술은 제법이지만, 어리석도다! 네 녀석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어야 했다. 인간의 탈을 쓴 채로 나와 근접전을 펼치려고 들다니!”

그 경고에도 호크라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다 속력을 내며 엑스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쌔애액!

점점 좁혀지는 거리. 니드호그의 기세가 점점 짙어지기 시작할 때. 엑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슝!

그러자 호크라가 창공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무모하다고 판단한 걸까?

그래서 뒤늦게 도망을 친 건가?

의문은 잠깐이었다.

“……떠, 떨어지고 있어!”

창공에 빛나는 작은 점 하나.

엑스가 니드호그의 몸뚱이를 향해 자유낙하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연합군, 시청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충격 빠졌다.

제아무리 엑스라고 해도 니드호그에게 정면으로 덤비는 건 무모해 보였다.

물론, 그건 엑스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엑스의 주머니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츠르릉!

엑스의 손엔 어느새 사슬 하나가 들려있었다.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을 너한테 쓴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천계의 보상, 만근사슬!

만근사슬이 거친 쇳소리를 내며 니드호그를 향해 뻗어져 나갔다.

사슬 따위로 자신을 억압하겠다고? 콧방귀도 뀌지 않던 니드호그지만, 녀석도 사슬이 몸에 닿는 순간 범상치 않은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띠로링!

엑스의 귓가에 경쾌한 알림이 울렸다.

[만근사슬 효과 발동!]

[니드호그에게 속박 효과가 발생합니다!]

“잡았다, 이 건방진 왕도마뱀.”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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