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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337화 (337/391)

337화

엑스가 음식 장사를 시작했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단절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음 같아선 다들 정령의 숲으로 달려오고 싶었지만, 단절 대륙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 왜 하필이면 정령의 숲이야?”

“그러니까 내가 정령의 숲으로 가자고 했잖아요! 이게 뭐야, 축축한 늪지대에서 고생만 죽어라 하고.”

“나라고 엑스가 올 줄 알았나?”

손가락만 빠는 플레이어들!

애타는 심정을 외면할 엑스가 아니었다.

“단절 대륙 모든 지역에 돌아가면서 들를 예정이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들 마세요.”

탁탁!

엑스는 어느새 도마를 꺼내 식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식재료라고 해도 별다를 건 없었다.

평범한 채소들과 약간의 고깃덩어리. 무슨 맛을 낼 수 있을까, 싶은 조합이었지만…….

“재료보다 중요한 건 레시피와 손맛 아니겠습니까?”

엑스에겐 천상의 요리가 있었다.

스스스.

미식왕의 그림자는 능숙하게 엑스의 손을 이끌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미식왕의 일기는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일기의 내용이 현재 엑스의 상황과 얼추 맞아떨어졌다.

띠로링!

[미식왕의 일기]

떨린다. 남들에게 골드를 받고 음식을 파는 건 또 처음이다. 간이 너무 짜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너무 싱거워도 안 되는데…… 젠장, 오늘 장사 망치면 바로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야겠다.

훗.

엑스가 코웃음을 쳤다.

‘장사를 망쳐? 그런 일은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지.’

넘치는 자신감! 엑스가 으스댈 수 있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천상의 요리에 대한 믿음이었다. 지금까지 천상의 요리를 먹고 아쉬움을 표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NPC건 플레이어건 가릴 것 없이 말이야.’

과거, 화술이 부족했던 시절. 그때만 하더라도 천상의 요리를 통해 호감도를 얻은 적이 많았다.

‘맛은 기본이지.’

하지만 요즘 요식업계에선 맛만 있다고 성공할 순 없었다. 엑스가 슬쩍, 용용이에게 눈치를 줬다.

영특한 용용이가 곧바로 날개를 힘껏 펼쳤다. 수정 구체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뀻! 내가 서빙을 맡았다뀨! 많이들 놀러 와라뀨!”

용용이의 호객 행위!

용용이의 인기는 엑스를 가뿐하게 상회하던 수준이 아니던가. 용용이의 애교에 시청자들을 탄식을 금치 못했다.

채팅창에서 앓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아아아아ㅜㅜㅜ 진짜 단절 대륙 못간 게 이렇게 후회되는 날도 없다

-정령의 숲에 있는 사람들은 엑스랑 용용이 실물을 볼 수 있는 거임?! 와, 웬만한 복권 당첨보다 낫다

-용용아, 내 지갑도 털어가 줘!!

쏟아지는 막대한 관심!

아직 재료 손질 중이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플레이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스락!

한 파티가 수풀을 헤치고 엑스의 즉석 포차를 찾아왔다.

“……지, 진짜 엑스다!”

“미친, 여기서 엑스 님을 영접할 줄이야.”

“……호, 혼밥 만세!”

떨리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

정말 개고생을 했었다.

정령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모자라, 강력한 단절 대륙의 몬스터를 만나 비명횡사를 할 뻔한 참이었으니까.

엑스의 깜짝 등장이 이렇게도 반가울 수 없던 것이다.

‘남자 둘, 여자 셋.’

스캔 완료.

엑스가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힘드시죠? 여기 앉아서 몸 좀 녹이세요.”

“감사합니다.”

“주문은 내가 받겠다뀨!”

“미친, 진짜 용용이야……!”

어안이 벙벙.

단절 대륙을 이렇게 빨리 찾아왔다는 건 기본적으로 고 레벨 플레이어란 소리였다.

페이트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수들 말이다. 그런데, 그 고수들이 아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엑스 님, 진짜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 진짜 전갈 먹방 때부터 팬이었어요!”

“어떻게 스크린샷 한 방이라도……?”

고수 중의 고수.

랭커들의 랭커.

자타공인, 페이트 최강의 플레이어 엑스가 아니던가? 게다가 엑스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포차의 손님들은 평생 안줏거리를 얻은 셈!

“이것도 인연이라고, 안 될 것도 없죠.”

빠질 수 없는 이미지 관리. 엑스는 흔쾌하게 그들의 부탁을 들어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배가 아픈 게 당연했다. 괜스레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오늘 장사는 여기서 접죠 -_-

-ㄹㅇ 제가 풍수지리 전문가인데, 터가 안 좋음

-방금 어깨동무 먼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의지가 되는 존재를 만나서일까? 플레이어, 손님들이 그간의 서러움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

그 고생담이 페이트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아르바 대륙에선 정령을 쉽게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호의를 가지고 도와준 건데…… 흐흑, 완전히 호구처럼 당하기만 하고……!”

“얘는 양반이지, 탱커인 저는 첫날부터 로그아웃 당했다니까요? 아니, 무슨 다람쥐 레벨이 700이야. 도토리 던지기에 반 피가 날아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구요.”

엑스의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했다.

‘정령들에게 호의를 가지다니, 그 순진무구한 눈빛만 봐도 위험을 알아차렸어야지. 게다가 도토리 던지기를 정통으로 맞았다고? 그런 건 그냥 피하면 되잖아.’

그러나 중요한 건 공감 아니겠는가? 엑스는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그 고생,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늘의 컨셉은 힐링!

실컷 고생한 이들에게 필요한 건 해답이 아닌 위로일 테니까.

물론, 그것보단 엑스, 본인의 이미지를 챙기기 위한 속셈이 더 컸지만!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것. 손님들도 감동을 한 것인가, 인벤토리를 열기 시작했다.

하나둘, 완성되어가는 음식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겉보기엔 그냥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정말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저는 막, 쓰디쓴 보약 같은 걸 생각했거든요.”

시청자들도 궁금한 눈치였다.

후후, 엑스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건 드셔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엑스의 권유에 손님들이 각자 음식을 골랐다. 그러곤 엑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었다.

엑스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또 장사는 처음이라, 직접 드셔보시고 적당한 가격을 매겨 주세요. 시청자분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부러움에 심술이 난 시청자들.

-꼬치 하나에 100골드씩 받아버리죠 -_-

-ㄹㅇ 그것도 싼 거임

-ㅇㅈ 용용이 얼굴값도 안 될 듯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시식 먼저…….”

띠로링!

“……?”

입에 넣기 무섭게 손님들의 귓가에 알림이 울렸다. 그들은 떠오른 메시지를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상태창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간신히 입술을 뗄 수 있었다.

“이, 이거 정말…… 못해도 100골드는 내야 할 것 같은데요? 무슨 버프 효과가……?!”

*

말도 안 되는 효과!

24시간 동안 어떤 거친 환경에도 적응하게 만들어 주는 버프란다. 이런 버프는 사제에게도 없는 버프였다.

이 사기적인 버프를 음식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손님들은 몸이 달아올랐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숲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히 몸이 가벼워.”

“정령 녀석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그동안의 고생을 모조리 갚아줄 테다.”

“그나저나 어떻게 음식이 이런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거지? 게다가 맛도 끝내 줘.”

끊이질 않는 감탄!

이내, 정신을 차린 이들이 엑스에게 골드를 내밀기 시작했다. 엑스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100골드는 너무 많지 않을까요? 제가 조금 부담스럽네요.”

“무슨 소리십니까? 효과를 생각하세요.”

“맞아요! 엑스 님은 더 퍼주려고 해서 탈이에요. 챙기실 건 챙기셔야죠.”

말했다시피 손님들은 고 레벨 플레이어들이었다.

버프를 위해서라면 100골드 정도는 흔쾌히 쓸 정도의 자금력이 있었다.

시청자들도 납득할 수 있었다.

-레알이면 100골드도 거저 아닌가?

-유지되는 동안 100골드만 넘게 벌면 이득이잖아?

-그런데, 버프 효과 실화냐ㄷㄷ

-엑스 님, 직업 요리사임?!

“글쎄요?”

엑스는 흐뭇한 미소로 구체적인 대답을 대신했다. 골드를 인벤토리에 잘 챙겨 넣고는,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게 대체 몇 배를 남겨 먹은 것인가!

‘진짜 음식 장사에 소질이 있다니깐?’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수없이 강조했다시피 단절 대륙은 광활하다. 지금도 대륙, 곳곳에서 고생하는 플레이어들이 넘쳐난다는 소리.

그들에게 100골드씩만 뜯어낸다고 생각해도……!

“씁.”

엑스는 얼른 군침을 삼켰다. 김칫국도 좋지만, 지금은 눈앞에 손님을 잡아야 할 때였다.

진짜 특별한 효과를 가진 음식이 있다!

소식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엑스의 포차를 찾았다.

“크으, 죽인다. 혹시 여기 술도 파십니까, 엑스 님?”

“술이요? 그 드워프 맥주가 있긴 합니다.”

“……드, 드워프 맥주요? 그 귀한 게 있단 말입니까?!”

“얻어둔 게 있죠. 그런데 알다시피 워낙 귀한 거라…….”

“골드는 확실하게 내겠습니다. 한 잔 주시죠!”

음식 장사에 술장사까지! 엑스는 정말 골드를 쓸어 담듯 하고 있었다.

급하게 골드가 필요하진 않았지만, 자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게다가 천상의 요리 숙련도와 더불어 요리에 대한 감각까지 올릴 수 있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엑스는 새삼스럽게 자신의 혜안에 감탄했다.

‘아르바 대륙에선 절대 못 하는 배짱 장사지.’

저 레벨부터 고 레벨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아르바 대륙.

만약, 그곳에서 100골드에 음식을 판매했다면 엑스는 비난을 면치 못했으리라.

가뜩이나 가진 것도 많으면서, 용용이를 앞세워, 저 레벨 플레이어들을 등이나 처먹는다고 안 좋은 소문이 돌고도 남았을 터!

하지만 이곳은 단절 대륙이었다.

“진짜 이런 버프면 100골드도 싸지.”

“성당에서 헌금을 내는 거랑 비슷한 금액이니까 말이야.”

고 레벨 플레이어들.

경험이 많은 그들은 버프의 가치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골드를 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손님들이 엑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진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엑스 님이 저희의 은인이세요!”

“반드시, 정령들과의 놀이에서 이겨보겠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된 정령의 숲에서의 장사.

엑스의 포차는 첫날부터 막대한 수익을 냈다.

“이만오천 골드……!”

스트리밍을 통해 선물 받는 골드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골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사를 통해 번 골드라는 게 중요한 것이었다. 엑스가 부푼 마음을 안고 다짐했다.

‘그래, 나는 미식왕이 아니라 요식왕이 되겠어! 이게 바로 요식왕의 첫걸음이다.’

페이트 월드를 음식으로 지배하겠노라!

“꿈만 더 커졌다뀨.”

흑심 가득한 엑스의 모습에 용용이가 혀를 찼다. 아무래도 괜히 주인을 도와준 것 같았다.

그래도 주인은 주인이니까, 용용이가 심취한 엑스의 어깨에 올라타 물었다.

“그래서, 다음엔 어디로 갈 거냐뀨?”

그래.

팔 사람들에겐 다 팔았으니, 장사 터를 옮길 때였다. 엑스가 식기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얼굴이 더없이 즐거워보였다.

“거인의 산맥으로 가자!”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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