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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해먹는 먼치킨-344화 (344/391)

344화

“지켜보겠다면서 자기가 제일 신났잖아?”

원수라도 진 듯 드래곤 로치를 사냥하는 엑스! 실제로 엑스는 바퀴벌레를 싫어했다.

‘현실도 모자라서 페이트에까지? 역시 끈질긴 자식들.’

치킨집 CEO시절.

그땐 밖에서 굴러 들어온 바퀴벌레 때문에 보름간 장사를 접은 적도 있었다.

엑스는 과거의 원한을 담아 철퇴를 휘둘렀다. 커다란 게 오히려 패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사실 전갈을 드실 때부터 비위가 좋다고 생각은 했죠.”

어느새 전멸한 드래곤 로치들.

슬쩍, 엑스의 시선이 일행들을 향했다. 전리품을 자신이 다 가져도 되냐는 뜻이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네가 잡았는데, 당연히 네가 가져야지.”

사실 바퀴벌레는 시체도 만지기도 싫기 때문이었지만!

*

과연, 수준 높은 함정들.

[함정 해제 성공!]

[스킬, ‘함정 해제’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아수스가 간신히 허리를 폈다.

“끄응, 너는 이런 소시민의 고통을 모르겠지.”

“나도 네 레벨 때는 다 고생했었어.”

“……방금 대사 굉장히 꼰대 같았던 거 알아?”

“그래? 꼬우면 레벨 올리든가.”

무려 300레벨 차이!

아수스는 억울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송월한테도 말로 밀리는 적은 없었거늘……. 엑스는 말빨로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어쨌거나 유적의 절반 지점을 지나친 참이다.

“여기부턴 본격적인 파수병들이 등장할 시기지.”

“파수병이요?”

“유물을 지키는 파수병! 뭐, 던전으로 말하자면 네임드 몬스터라고 하면 되겠다. 여태까지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녀석들이 등장하는 거지.”

“……근데, 저흰 잡몹한테도 쩔쩔맸잖아요.”

달라스의 현실적인 일침.

하지만 딱히 걱정이 들지 않았다.

“저는 나서지 않을 겁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욕망은 솔직한 사내.

전리품을 위해서라도 몬스터가 등장하면 가장 먼저 뛰쳐나갈 게 엑스였으니까!

“몬스터만 잡을 생각하지 말고, 풍경 감상도 좀 해. 이런 고대 유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냐.”

선두의 아수스가 횃불을 들고 벽면을 비췄다. 그 벽면엔 규칙적인 무늬가 있었다.

그물 무늬가 반복되는 게 마치 가죽 같았다. 카타린이 용용이와 벽면을 번갈아 봤다.

“뱀가죽…… 아니, 우리 용용이 피부랑 비슷하네?”

“뀨?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뀨!”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엑스는 조금 더 깊게 생각해봤다.

‘이름부터 용두. 용의 머리란 뜻이지.’

게다가 등장하는 몬스터도 드래곤과 관련이 있었다. 드래곤 로치는 드래곤의 몸에 빌붙어서 사는 벼룩 같은 녀석이었다.

스윽.

엑스가 벽면을 쓰다듬었다.

‘……이거 아무래도 진짜 용 머리 같은데?’

돌로 변해버린 용의 머리!

언제인지는 알지 못해도, 과거엔 살아서 움직였을 용의 머리였을 터.

유적이 된 걸 보면 못해도 고대 왕국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을 것 같았다.

“짜잔! 아까보다 단축되지 않았어? 이건 뭐, 직업을 함정 제작가라고 속여도 될 정도의 실력 아닌가?”

“네네, 대단하십니다. 대장님.”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이다뀨.”

“엥?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아수스의 수고로 안전하게 유적의 중심부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턴 그 어떤 침입자도 허용하지 않으리라.

철컥!

후드드득!

벽면에서 들려오는 소리.

일행들도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단우가 앞으로 나섰다.

“……바퀴벌레만 아니면 된다.”

기대 대로 바퀴벌레는 아니었다.

대신 그 외관부터 심상치 않았다. 순간, 단우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플레이트 갑옷? 그런데 판금이 아니라고? 검긴 하지만 암철은 아닌 것 같고…… 특수 세공이라도 한 건가? 아니, 보통 수준으론 저런 특수 세공에 색상까지 변화시킬 순 없는데?”

대장장이이자 장비 덕후.

단우는 뭔가에 홀린 듯 정보를 쏟아냈다. 대장장이가 아니라면 모를 전문적인 단어가 이어진다.

하지만 핵심은 명확했다.

아수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저 흑기사들 진짜 장난 아니야.”

용혈 기사!

드래곤의 피에서 태어난 녀석들인가.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것만으로도 레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할 터.

온갖 버프를 둘렀다고 해도 단우가 저들의 공격을 버텨낼 순 없으리라.

“뒤로 빠져라뀨!”

용용이가 단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안! 죄송해요!”

정신을 놓쳤던 단우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용혈 기사의 수는 단번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단절 던전과 마찬가지로, 단절 유적 또한 결코 만만한 장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수스가 견적을 내놓았다.

“당장은 클리어할 방법이 없을 정도…….”

막말로 몇 개의 거대 길드가 연합한다고 해도 힘들다. 용혈 기사 하나만 해도 길드가 초토화가 될 게 뻔했으니까.

유적 끝에 있을 보스 몬스터는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내 페이트 인생 가장 위험한 모험이었잖아?”

생각할수록 사지로 뛰어든 꼴이었다. 그러나 아수스는 간과하고 있었다.

“……?”

자신들의 뒤를 묵묵히 지키고 있던 그림자.

“갑옷이 엄청 비싸 보이는데?”

탐욕의 화신, 엑스의 존재를!

2,000레벨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엑스에게 용혈 기사는 토끼와 마찬가지로 철퇴 한 방에 쓰러지는 몬스터에 불과했다.

무쌍은 그렇게 시작됐다.

용혈 기사단 사이에 몸을 던진 엑스가 현란하게 그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좋네.’

드래곤의 피가 흐른다 해도 드래곤과는 달랐다.

사람의 형체를 띠고 있단 점에선 드래곤보다 까다로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수준이 맞을 때의 이야기.

달라스가 말을 더듬었다.

“……제, 제가 보조할 필요도 없겠는데요?”

“저걸 어떻게 피하고 있는 거야?”

사방에서 날아드는 일격!

창, 칼, 화살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해내고 있다.

아무리 실력과 반사 신경이 좋다고 해도 민첩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치명적인 일격!]

[죽음의 용혈 기사에게 혼란 효과가 발생합니다!]

[치명적인 일격!]

[죽음의 용혈 기사에게 기절 효과가 발생합니다!]

“……저건 뭐, 스치기만 해도 나가떨어지잖아.”

토끼도 많이 쳐준 것이었다.

엑스는 용혈 기사들을 수련장의 허수아비 패듯 탈탈 털고 있었다.

막대한 물량을 자랑하던 용혈 기사들도 이제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때, 엑스가 눈짓을 보냈다.

한 번 싸워보라는 뜻이었다.

“강의 잘 보고 배우셨죠?”

*

보글보글!

냄비에선 단절 대륙의 물고기들로 끓여낸 매운탕이 끓고 있었다.

꼴깍!

군침을 삼키는 이들의 몸엔 상처가 가득했다. 아수스가 앓는 소리를 냈다.

“고작 한 마리 잡는데, 2시간 30분이나 걸렸어.”

“만족해요, 대장. 애초에 이긴 것부터가 기적이에요.”

용혈 기사와의 사투!

그 사투의 후유증은 길었다.

달라스의 치료를 받고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 그래도 단우가 말했다시피 기적이었다.

“정말 아무도 안 믿어줄걸? 탐험가, 대장장이, 사제, 아처 조합으로 2천 레벨짜리 네임드 몬스터를 잡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구!”

카타린의 얼굴엔 홍조가 가득했다. 사투 끝에 따낸 승리의 여운이 아직 가시질 않은 탓이었다.

그들의 수다를 바라보며 엑스는 묵묵하게 재료를 다듬었다.

‘용용이가 제대로 한 건 했네.’

용용이의 은밀한 활약!

에인션트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법 활용 능력. 용용이는 티 나지 않게 전투에 도움을 줬다.

위기에 처한 순간, 용혈 기사의 움직임을 느릿하게 만들었다. 발사된 화살에 버프를 걸어서 그 위력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진실을 말해 줄 순 없다뀨.”

“그게 바로 내가 잘하는 착한 거짓말이지.”

“주인을 닮아가고 있다뀨. 책임 져라뀨!”

이제 남은 건 돌문 너머에 있을 보스 몬스터뿐이다. 물론, 녀석이 드롭할 유물 세트와 유적의 보물도 있었다.

엑스는 허리춤에서 나침반을 꺼내보았다.

“어디 보자…….”

핑그르르!

나침반은 정확히 돌문 쪽을 향했다.

엑스에 목덜미에 머리를 부비던 용용이가 관심을 보였다.

“뀨? 저쪽에서 뭐가 나오기라도 하는 거냐뀨?”

의아한 표정.

용용이는 돌문이 아닌 돌문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엑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용용이에게 덧붙였다.

“딱히 뭐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뀨?”

엑스가 웃음을 흘렸다.

“원래 ‘동료’란 이해득실만 따지는 관계가 아니잖아?”

*

띠로링!

[사망 페널티로 레벨이 하락합니다!]

[당신에게 척살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현상금이 높아질수록 추격이 거세집니다!]

[현재 현상금 : 480,000골드]

대역죄인, 카이무스.

카이무스에겐 척살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무려 대륙 단위의 척살령이다.

아르바 대륙의 모든 영지가 카이무스의 목에 현상금을 내건 것이다.

카이무스의 눈동자는 그 누구보다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악명 : 829,000

대장군에서 마왕으로.

명성에서 악명으로.

힘을 위해서 명예를 포기했건만.

‘결국, 남은 건 말 한 마리뿐인가?’

몰락의 길.

파죽지세, 송월과 플레이어 연합군에게 나르빌을 내줬을 땐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기나긴 방황이 있었다. 현실에서나 페이트에서나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에 반에 너는…….”

엑스의 명성은 나날이 치솟았다.

인터넷을 열어도.

TV를 켜도.

채널을 돌려도.

엑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페이트의 흐름이 엑스에 맞춰 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왕의 자리를 얻었을 땐 금방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왕은 주인공이 아닌 악역이었다.

카이무스는 냉철하게 생각했다.

‘……내가 진 건 아니야.’

능력의 차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엑스보다 떨어진다고 인정하긴 싫었으니까.

그래, 이건 주인공과 악역의 격차였다. 악역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주인공에게 이길 수 없다.

이건 정해진 스토리다.

카이무스의 적안이 번뜩였다.

“악역으로서 끝까지 네 발목을 붙잡을 순 있지.”

그건 오직 악역만이 할 수 있는 일.

최강의 자리를 탈환?

그까짓 목적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왕 클래스를 선택했을 때부터 카이무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엑스의 몰락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존심을 굽힐 필요가 있었다.

카이무스는 남부, 루얀을 향해 말을 몰았다.

‘하얀 가면에게 돌아간다.’

자신과 달리 하얀 가면은 안전하게 세력을 불려 나갔다. 그래,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그 꿍꿍이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나를 지지해줄 세력이 필요해.’

거듭된 전투로 지배하고 있던 오염된 피조물을 모조리 날려버린 상황이다.

동 레벨의 플레이어들보다 몇 배 높은 스텟을 보유하곤 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하얀 가면은 나를 버릴 수 없다.’

마왕이 되면서 숭배자들의 체계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됐다.

마왕은 하얀 가면과 같은 수준의 최상위 직급이다. 버리기 아까운 고급 전력이라는 뜻.

게다가 현재 페이트 월드의 마왕은 자신, 하나가 전부다.

함락된 루얀 왕국.

성문 앞에 선 카이무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고개를 숙인다고 우쭐대지 마라.”

너를 집어삼키는 건 금방이다.

다짐한 카이무스는 루얀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이내, 사건이 터졌다.

“!”

쿠드드득.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촉수들.

이건 진심으로 자신을 공격하려는 기세다. 간신히 공격을 회피한 카이무스가 이를 갈았다.

“하얀 가면……!”

쿵!

굳게 닫힌 성문.

쿠드드득!

끝없이,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촉수.

“빌어먹을!”

카이무스는 뒤늦게 깨달았다. 하얀 가면에게 자신을 받아 줄 생각 따윈 없다는 것을!

발밑에서 떠오르는 마법진.

그 이질적인 효과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페이트 계정이 삭제된다. 카이무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도망쳐야 한다!’

혼자 다 해 먹는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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