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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9화 (9/194)

9화

기억 속의 미래와 지금의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목숨을 건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촤앙-!

마하임은 몸을 비틀며 용병들의 첫 번째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그 공격을 흘리면서 검을 쥐고 있는 용병의 팔을 그대로 잘라 버렸다.

으아악-!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스러지는 용병. 하지만 용병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하임을 향해 검을 날렸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운 공격에 맞을 마하임이 아니었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서며 팔이 잘려 의식을 잃기 직전인 용병을 자신을 향해 공격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퍼퍽!

크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팔 잘린 용병의 몸에 칼이 박혔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인지라 공격을 멈출 수도 없었다.

용병들은 곧장 무기를 뽑으려 했지만, 사람의 몸에 박힌 것이 쉽게 빠질 리 없다.

“위, 위험해! 물러서!”

“씨X 검이 안 빠져!!”

당황하는 용병들. 그런 용병들을 향해 마하임의 검격은 매섭게 날아들었다.

서걱-

섬뜩한 절단음이 낮게 울려 퍼졌다.

오페라의 날카로움은 상식을 초월했다. 나노 코팅된 오페라의 검날은 그 절단면이 물질의 원자 사이를 파고들 정도로 날카로웠기에 그저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금속이든 생명체든 모조리 절단되어 버렸다.

팟, 츄화악-!

마하임의 검은 마치 종이를 자르듯 그를 공격하려던 용병들의 검과 갑옷, 그리고 그들의 몸통까지 일격에 절단해 버렸다.

사방으로 튀는 피. 마하임은 뒤로 살짝 물러나 그 피를 피했다.

너무나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싸움을 지켜보던 윈드시크릿의 주민들은 도망치는 것도 잊고 그를 바라보았다.

마하임은 마치 희극의 배우라도 된 것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다시금 용병들을 도발했다.

“어서 와라, 이런 싸움은 처음이지?”

“모두 떨어져라! 활을 꺼내! 원거리다. 원거리 공격을 해라!”

보통의 병사라면 멘탈이 무너져도 몇 번이나 무너졌겠지만, 그들 역시도 나름의 수라장을 겪어 온 용병답게 신속히 대응에 나섰다.

용병들은 저마다 뒤로 물러서며 등에 메고 있던 활이며 석궁을 꺼내 들었다.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문제는 상대가 마하임이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활은 일정한 사정거리가 유지돼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됐다.

하지만 이곳은 너무 좁고, 목표물과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여기서 죽지 않는다면 그 팔, 다시 붙여 주지.”

마하임의 검이 활시위를 당기려던 용병 중 한 명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족히 10m는 떨어져 있었지만 강화된 마하임의 육체는 이미 ‘초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서걱!

기분 나쁜 울림과 함께 용병의 팔은 썩은 무 자르듯 간단히 잘렸다.

아무리 잘 드는 칼이라도 사람의 팔을 자르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용병들은 철제 보호구로 팔의 각 관절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페라의 오러소드급의 날카로움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분자 커팅 모드 정상 작동 중. 목표 개체, 앞으로 11명 남았습니다]

“크아악!”

오페라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뒤섞여 팔이 잘린 용병의 비명이 마하임의 귀를 자극했다.

피가 그의 얼굴에 사정없이 튀었지만 마하임은 무뚝뚝하게 검을 갈무리할 뿐이었다.

“활로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한번 쏴 보시지.”

마하임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충분히 거리를 벌린 남은 11명의 용병은 일제히 마하임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퓻, 퓨슉. 퓩!

순식간에 수십 발의 화살이 마하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마하임은 능숙한 동작으로 뒤로 살짝 물러나는가 싶더니 이미 전의를 상실한 팔 잘린 용병을 방패처럼 자신의 앞으로 내밀었다.

“쏴라! 가까이 오게 하지 마!”

남은 11명의 용병은 미친 듯 화살을 마하임에게 퍼부었다. 하지만 단 한 발도 마하임에게 명중하지 못했다. 화살은 모두 마하임에게 팔이 잘린 용병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팔이 잘린 용병은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다 이내 축 늘어졌다.

용병들이 화살을 재장전하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마하임은 죽은 용병의 시체를 맞은편 용병들에게 던져 버렸다.

“컥!”

“우왁!”

마치 공성 병기에라도 맞은 듯 재장전 중이던 용병들의 진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마하임이 이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단숨에 용병들 사이를 치고 들어가서 망설임 없이 검격을 날렸다.

용병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해 보았지만,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는 마하임의 상대는 아니었다.

‘슬슬 끝이 보이는군.’

생각보다 컨디션은 좋았다. 오페라의 서포트도 이제 완벽히 익숙해져 마치 손에 잡힐 듯 그 기능을 다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노머신 시류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전투였다.

“원한은 없다. 너희의 죄는 그저 주인을 잘못 만난 것뿐.”

마하임은 오페라의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한다.

용병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20명이 넘었던 용병들은 순식간에 6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전투가 가능한 사람은 4명도 안 됐다.

용병들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마하임은 그들을 바라보다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망쳐도 좋다. 적어도 내가 네놈들의 등 뒤를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하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용병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명도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쓰레기들.”

지금껏 말 위에서 상황을 관망만 하던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직한 투구와 경갑옷으로 무장한 그는 말머리를 돌리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용병의 등을 향해 거침없이 마창(馬槍)을 내리꽂았다.

푸욱!

창은 그대로 용병의 가슴을 관통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용병.

“드래건 용병단에 후퇴는 없다. 도망치는 놈들은 내 손에 죽는다.”

그의 외침이 거리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이미 정신없이 도망치는 용병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저 달릴 뿐이었다. 이를 본 마상의 남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창은 바짝 붙어서 도망가던 2명의 용병을 한 번에 꿰뚫었다.

퍼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용병들의 비명이 거리를 울렸다.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2명의 용병. 마하임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경고. 정체불명의 이능이 발견되었습니다. 검출 결과. 1성급 검기로 판명되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오페라였다. 오페라의 전투 지원 시스템은 저 기마병이 사용하는 이능을 정확히 판별하여 마하임에게 보고했다.

‘칫, 내공을 쓰는 놈인가?’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창으로 저런 식의 파괴력을 내려면 근력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능의 힘, 즉 오러나 내공 둘 중 하나는 사용한다는 이야긴데, 오러를 견디는 창은 들어 본 적 없었다. 그럼 답은 하나다.

“선술을 배운 자인가? 내공은 이런 데 쓰라고 배운 게 아닐 텐데.”

“흥, 알 게 뭐냐. 애초에 신선 따위는 관심 없다.”

“뭐, 그런 것 같군.”

마하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공을 사용할 줄 안다고 무조건 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마하임으로서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어디 실력 한번 볼까? ‘정의의 용사’ 씨.”

말 위에 굳은 듯이 앉아 있던 용병은 말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중무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착지할 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둘은 침묵 속에서 서로 노려보며 한동안 대치했다.

상대 역시도 함부로 마하임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이미 마하임의 실력은 볼 만큼 봤고 자신이 내공을 사용하는 것조차 단숨에 간파했다.

그것은 마하임이 상당한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침묵을 지키던 용병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하임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자. 세실 일리암스, 그년의 사주인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저 용병도 세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세실 일리암스. 마하임이 그녀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이름 없는 도둑에 불과하겠지만, 지금으로부터 13년 후 그녀는 해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의 대해적이 된다.

전쟁과 전쟁 속에서 금전 관계에 얽혀 조금은 황당하게 시작된 인연.

그렇지만 그녀는 그 암울한 미래 속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배신치 않은 몇 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마하임과 얽힌 이상 그 끝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말이다.

“그건 아니지만, 세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저 노예들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어느 문파의 사생아인지는 몰라도 네 무덤은 여기다.”

제대로 된 내공을 가진 자라면 이런 시골에서 용병 따위를 할 리 없다.

오페라의 말이 정확하다면 상대는 고작 1성급 검기밖에 사용치 못하는 자였다. 실제 내공은 훨씬 더 빈약할 게 틀림없었다.

“근거 없는 그 자신감. 내가 부숴 주마!”

쓰르르릉-

마하임의 도발에 매서운 살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넓은 검신, 그것은 일반적인 검이 아닌 태도라고(太刀) 불리는 무기였다.

찌르기보다는 베기에 특화된 고전적인 무기였지만 윈드시크릿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빠르다!’

생각보다 용병의 움직임은 빨랐다.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서 방심은 있을 수 없다. 마하임은 녀석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여 검을 겨누었다.

촤앙-!

검과 도가 부딪치면서 새하얀 불꽃이 튀었다. 나노 코팅이 된 마하임의 검이었지만 저 용병의 검은 자를 수 없었다.

검기로 코팅된 검은 물리학적 법칙을 왜곡시키기에 마하임의 검이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부터 실력과 실력, 체력과 체력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캉- 슈욱!

츄아악 챙-!

연이어 이어지는 검격에 어두운 밤을 밝힐 정도로 그 불꽃이 선명하게 튀어 올랐다.

현란한 검 놀림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무려 10합 이상의 공격을 마하임과 용병은 주고받았다.

아직 둘 중 그 누구도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마하임의 호흡은 무척이나 거칠어졌다.

비록 x3의 오버클럭이라 할지라도 아직 장시간 사용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제법 하는군.”

마하임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상대였다.

단순히 내공만 좀 사용할 줄 아는 자라고 생각했는데, 검술도 발군이었다. 단지 검을 몇 번 맞댄 것만으로도 이 정도 위압감을 느끼다니, 평범한 무사는 절대 아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정규군에 들어가도 높은 직위에 오를 텐데 왜 남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거지?”

“알 거 없고, 죽어라!”

살기를 듬뿍 머금은 용병의 태도가 마하임에게 연이어 날아왔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녀석의 도신에서 온몸이 저릴 정도의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번 공격은 무언가 특별했다.

[경고. 2성급 검기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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