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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74화 (74/194)

74화

“어떻게 저런 일이! 조금도 타격이 입지 않았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 대장,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안 돼…. 우린 이길 수 없을 거야. 크흐흑.”

서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많은 부적을 소모했지만 저 강시들은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은 듯했다. 마치 부적에 대한 절대적인 내성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정말 위험했다. 서의 부대는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지금 공격당하면 그대로 괴멸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갈(喝)-! 정신들 차려라! 우리는 무엇이냐! 우리가 정녕 무엇이냐 말이다!”

“우, 우리는 씽의 검이외다.”

“우린 씽의 방패이외다.”

“그렇다! 우리는 씽의 검과 방패다! 검과 방패가 겁을 먹고 도망쳤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있나?”

“없습니다!”

“없습니다!”

“좋아! 우린 아직 50명이나 남아 있다! 우린 이길 수 있다! 우리가 무너지면 진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를 우리들의 가족 모두가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이야!”

서는 배에 힘을 넣어, 마치 사자후의 술식처럼 말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힘차게 말을 이었다.

“두려워 말라! 우리는 씽의 검과 방패니! 울려라 영혼의 종을!”

“울려라 영혼의 종을!!!”

50명의 국가 영환도사들은 동시에 품에서 종속의 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하나가 되어 힘차게 종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강시들은 종속의 종의 소리에 맞춰 진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상대방 강시의 수는 대략 20마리. 숫자상은 확실히 국가 영환도사들의 강시들이 많았다.

그러나 서는 불안했다. 눈앞의 저 강시들이 뿜어내고 있는 불길한 기운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공포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강시 돌격! 각개 전투 돌입, 상대를 포위하여 섬멸하라!”

“존명!!!”

딸랑 딸랑 딸랑.

50여 마리의 강시들은 영환도사의 명령에 따라 동시에 놈들에게로 달려들었다. 20여 마리의 적 강시들은 처음엔 주춤하더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환도사들의 강시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단 움직임부터 차이가 났다. 영환도사들의 강시들이 보통의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움직임이라면 상대편 강시들은 그야말로 초인. 필부와 무림 고수와의 싸움처럼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크르르릉 크아아아아아!

국가 영환도사들의 강시에게 포위당한 저 끔찍한 강시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강시가 소릴 지르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저 강시들은 마치 괴수라도 되는 양 울부짖었고 뒤이어 영환도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퍼퍽 퍼퍼퍽!

크르르릉.

푸지직 푸화아악-!

그야말로 일당백이라는 표현이 옳았다. 저 괴물 같은 강시들은 국가 영환도사들의 강시를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그리고 전투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국가 영환도사의 강시는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멸했다.

“으…. 살려 줘! 도망쳐야 해!”

“더는 못 싸워…. 모두 도망치시오!”

“저건 절대 이기지 못해! 으아아아아!!”

강시들이 무너지자 국가 영환도사 부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씽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된 국가 영환도사 부대였지만 죽음의 공포마저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진 영환도사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멍청이들아! 그리 도망치면 각개 격파될 뿐이라고!”

서는 목청껏 소리쳤지만 이미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저마다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영환도사들.

그러나 저 지옥에서 온 것만 같은 강시들은 그들의 도망을 용납하지 않았다.

크아아아, 쿠아아아아-!

연속으로 포효하는 강시들. 그리고 강시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으로 산개해 도망치는 국가 영환도사를 뒤쫓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환도사라고 해 봤자 그 근본은 사람. 달려 봤자 한계는 분명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 보았지만, 결국 강시에게 따라 잡힐 수밖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사, 살려 줘! 이건 있을 수 없어!”

“토둔 급급여…!”

퍼퍼퍽 퍼어억!

쿠아아아아!

강시들의 포효 소리와 함께 국가 영환도사들은 속절없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죽음은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이에게 공평하게 찾아왔다.

강시들은 아직도 꿈틀대고 국가 영환도사의 심장을 부수고 척추를 뽑아냈다. 그리고 천지를 진동시키는 포효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마, 말도 안 돼! 어찌 이런 일이…!”

서는 절망했다. 자신의 아끼는 부하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해 버렸다.

긍지 높은 씽의 국가 영환도사들의 최후라고 말하기에는 그 끝이 너무나 허무했다. 그렇게 모두가 죽어 갔고, 서의 최후 역시 오래되지 않아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살아 있는 모든 영환도사들을 정리한 강시들은 곧이어 서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이 간절했지만, 서의 다리는 공포로 인해 완전히 굳어 있었다. 아니, 설령 움직일 수 있다 하더라도 저 강시들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쿵. 쿵. 쿵.

강시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상대가 전의를 상실했음을 아는 듯했다. 서는 차라리 빨리 죽여 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나 무서웠다. 저 강시들은 도저히 이승의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저승에서 온 사신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터였다.

서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방은 강시들로 포위되어 있었다. 도망갈 수 있을 확률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서 자신의 죽음뿐이었다.

“화둔, 급급여율령!”

“매직 미사일!”

바로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서의 앞에는 커다란 폭음과 함께, 비처럼 내리는 부적술 화둔과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매직 미사일의 휘몰아치는 강렬한 힘을 목격했다.

퍼퍼펑!

퍼퍽!

그 강력했던 강시들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화둔과 새하얀 빛의 덩어리들이 날아온 곳에서 한 쌍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좀 늦어 버린 모양이구려.”

“안타깝지만 그런듯합니다.”

마하임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주위는 그야말로 시체 천지였다. 생존자는 저기 저 영환도사 한 명밖에 없는 것 같았다.

“저 강시들은 본 적이 있소. 흑신선들이 철완강시를 만들면서 같이 만든 합종귀(合終鬼)란 것인데, 영환도사의 지휘가 없어도 스스로 명령을 수행하는 강시외다. 매우 위험한 녀석이오.”

샤오랑은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가의 강시 제조 창고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일들은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원래 씽의 강시 제조는 죽은 자의 시체에 한해 엄격히 제한됐다. 그러나 흑신선이 개입한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흑신선들은 타국에서 끌려온 노예들을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강시로 만드는 실험을 자행했던 것이다.

그 과정은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대상이 되는 인간에게 지옥의 고통을 선사했다.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한 샤오랑은 문주인 아버지에게 엄중히 항의했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강시 연구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저 합종귀였다.

“어쨌든 놈들은 무척 위험하니 알아서 처신하시오. 마하임 공자.”

“제 걱정은 하시지 마십시오. 괜히 무투회에서 준우승했겠습니까?”

마하임은 웃었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축지를 시전했다. 순간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나타난 곳은 가장 가까이 있는 합종귀 앞이었다.

마하임은 망설임 없이 온 힘을 다해 발경을 시전했다.

퍼펑-!

마하임의 발경을 맞은 합종귀는 풍선 터지듯 폭발해 버렸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것은 물론, 바로 뒤편에 있던 두 마리의 합종귀들까지도 발경의 여파에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허리가 완전히 역으로 꺾여 버렸던 것이다.

“철완강시에 비하면 종잇조각이나 다름없군. 와라, 흑신선의 장난감들!”

그제야 합종귀들은 마하임의 존재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합종귀들의 실수였다. 그들의 적은 마하임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잘했소, 마하임 도령! 이것도 한번 받아 보아라! 백호강림, 급급여율령!”

무투회 때 마하임의 공격에 허무하게 사라진 바로 그 백호 소환술이었다.

원래 이것을 다시 사용하려면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했지만, 엘케인의 시공역전을 통해 부적을 단숨에 복구시켜 버렸던 것이다.

수십 장에 이르는 백호 소환 부적이 허공을 날았다. 각각의 부적들은 성스러운 기운을 사방에 흘리며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활활 타올랐다.

크어어어엉-!

그리고 울려 퍼진 엄청난 포효 소리. 그것은 사자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샤오랑의 부적이 타오른 그 자리에는 새하얗다 못해 투명한 호랑이 한 마리가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우뚝 서 있었다.

크어어어헝-!

다시금 포효하는 영계의 환수 백호. 그 포효에 이성이나 공포 같은 것이 존재할 리 없는 합종귀들까지 뒤로 주춤거리고 물러선다.

백호는 자신의 투명한 몸을 한껏 부풀렸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백호는 새하얀 잔상만을 남긴 채 합종귀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푸화앗-

크르르릉!

케에에엑!

백호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합종귀들은 백호를 공격하려 팔을 뻗어 보았지만, 백호는 물리적 형체가 없는 영체.

강시는 물리적 공격밖에 할 수 없으므로 놈들의 공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백호는 달랐다. 백호는 성(聖) 속성의 환수였으므로 강시와 같은 악(惡) 속성의 몬스터들에게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백호가 합종귀를 스치고 지나간 것만으로도 합종귀는 산산이 찢겼다.

크르르릉-

종횡무진 날뛰던 백호는 잠시 멈춰 정말 살아 있는 호랑이처럼 그르렁댔다.

그 울림은 기묘한 파동이 되어 합종귀들을 봉쇄했고, 합종귀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주춤거렸다.

일부 합종귀들은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도 했지만, 백호가 이를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쿠아아아앙!

우렁찬 포효와 함께 백호는 합종귀 사이를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백호의 몸에 부딪히거나 혹은 그 새하얀 신성력이 넘실거리는 오라에 스치기만 해도 합종귀는 시커먼 연기로 변해 무너져 내렸다.

“끝난 것 같군.”

마하임은 백호의 무쌍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승부가 될 리 없었다.

백호는 환수계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영물. 철완강시가 와도 이길까 말까인데 저런 하급 강시로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20마리에 이르는 합종귀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깨끗이 정리되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합종귀 따위 나의 백호 상대가 될 리 없소.”

샤오랑은 마지막 합종귀를 소멸시키고 자신에게 돌아온 백호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백호는 마치 고양이처럼 그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샤오랑의 얼굴에 머릴 비벼댔다.

“그만, 그만하시오. 백호.”

“크릉, 그르릉.”

마하임은 그런 샤오랑과 백호를 곁을 떠나 넋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는 국가 영환도사, 서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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