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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83화 (83/194)

83화

“파이어 볼은 힘들 텐데….”

놈들의 약점은 불. 5클래스 이상의 화염 마법이나,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음의 불가사리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하임은 3클래스보다 높은 마법을 쓸 수 없었고, 당장 기름을 구할 곳도 없었다.

“뭐, 상관없다.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 주마!”

유령이나 정령이 아닌 이상 물리적 타격으로 죽일 수 없는 생명체는 없었다.

폭발이 염려되었지만 방금 전의 공격으로 터지지 않은 것을 볼 때, 일정 이상의 대미지를 한 번에 받으면 폭발하는 듯했다.

즉, 차분히 대미지를 쌓는다면 폭발을 피하면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터.

마하임은 바닥에서 꿈틀대는 놈들을 향해 연이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퍼퍽.

키에엑! 켁-!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마하임의 공격 하나하나가 박힐 때마다 죽음의 불가사리들은 이렇다 할 반항조차 못 하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몸부림을 칠 뿐이었다.

쿠엑 쿠에에엑-!

바로 그때였다 마하임의 공격에 이렇다 할 반격조차 못 하던 놈들이 죽음의 불가사리들이 꾸역꾸역 한 덩이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또 뭐지?”

불길한 예감에 마하임은 공격 속도를 더 올렸다. 놈들의 녹황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고 찢겨진 피부 조직이 너덜너덜해져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러나 죽음의 불가사리들은 온몸이 산산이 찢겨지는데도 멈추지 않고 하나가 되어 갔다.

“재생 속도가 너무 빨라!”

마하임은 오버클럭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죽음의 불가사리를 공격했지만, 놈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나로 뭉쳐져,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 갔다.

“망할, 또 황당한 괴물을 만들어 냈군….”

마하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형체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죽음의 불가사리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무언가의 모습으로 변했다.

“언데드 오우거?!”

키 3m. 그 힘은 웬만한 공성 병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피아 식별을 하지 못했기에 제국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크르르륵, 애송이. 제법이구나. 우리 군의 암살자를 모두 죽이고 이 괴물까지 불러냈으면 인정해 줄 수밖에 없군….”

바로 그때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는 언데드 오우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였다.

일반적인 언데드 오우거는 제어 불능의 괴물. 이성이나 지성이 없었기에 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넌 뭐냐?”

“곧 죽을 놈한테, 알아도 의미가 없겠지만 굳이 알고 싶다면 알려 주지 난 롤카의 장군. 헥사스다. 너를 죽이기 위해 특별히 왕림했으니, 영광으로 알라.”

헥사스 장군…. 마하임이 모를 리 없었다. 롤카의 최고 지휘관이자 앞으로 5년 후 만들어질 대륙 연맹의 3장군 중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네크로맨서.

아마도 이 언데드 오우거 역시 놈의 작품이 틀림없었다.

“비열하고 역겨운 것만 만들어 내는 것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응? 네놈, 나를 알고 있나?”

“물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알고 있지 헥사스 장군.”

헥사스, 그는 전장에 절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언데드 몬스터를 조종하여, 뒷공작이나 인륜을 벗어난 끔찍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래서 그의 별칭은 ‘데몬리치’라 불리우며 아군이건 적군이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하하하핫! 그래, 그랬었군. 시오니아 제국의 황제가 직접 가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차갑게 웃는 헥사스 장군. 그 웃음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저런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헥사스가 사용하는 마법은 상대의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극대화해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암흑 마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법에 죽어 갔는지 마하임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됐고. 용건이나 말하시지, 헥사스. 나같이 미천한 자를 고명하신 ‘데몬리치’께서 친히 보러 온 이유가 있을 텐데?”

“이미 알고 있었던 거냐? 뭐 상관없겠지. 네 영지를 손에 넣기 위해서 네 목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시치미 떼지 마라! 감히 일개 영주 주제에 우리 롤카 왕국이 독점하고 있는 설탕 무역에 끼어들어?! 그러고도 살아남을 생각을 했나?”

헥사스는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하임은 그제야 왜 롤카의 암살자들이 자신을 노렸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윈드시크릿에서 사탕무를 이용해 설탕을 추출, 유통하려는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아마도 지난번 전서구를 통해 하륜에게서 받은 보고를 고려해 볼 때 지금쯤이면 실행에 옮겼을 터였다.

“네놈을 죽여서 윈드시크릿의 빌어먹을 하륜 그 새끼한테 던져 주면 모든 게 끝나겠지.”

지난 한 달은 헥사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듣보잡’ 영지 윈드시크릿에서 롤카에서 독점하고 있는 설탕 유통에 끼어들자, 롤카는 즉시 윈드시크릿을 침공했다.

더욱이 사탕무를 이용한 설탕 추출을 상용화했다는 소문까지 있었기에 설탕 유통에 사활을 거는 롤카 입장에서는 윈드시크릿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된 건가? 윈드시크릿과 연락이 끊긴 이유를 알겠군.”

말할 것도 없이 롤카가 윈드시크릿을 침공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마하임을 암살하기 위해 저딴 괴물을 보내 온 것을 보면 그 침공은 그리 순탄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좀 의외군. 롤카 왕국군이라면 윈드시크릿 정도야 간단히 점령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롤카는 인구 5백만이 넘는 대국. 윈드시크릿 같은 작은 영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국이었다.

단순히 동원할 수 있는 병력만 비교해도 윈드시크릿은 롤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간단할 줄 알았다….”

헥사스는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

롤카는 네크로맨서 헥사스를 앞세워 1만에 달하는 병사를 동원해 단숨에 윈드시크릿을 점령하려 했다.

하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출병한 대규모의 롤카의 병사들은 윈드시크릿에 다다르기도 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괴한 함정에 걸려 수천 명이 전사했다.

그리고 윈드시크릿에 도착해서도 악몽은 계속 이어졌다.

성벽은 강철처럼 단단해 발석차의 무자비한 공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성벽을 오르던 병사들은 근처에만 갔을 뿐인데 이유도 없이 불타올랐다.

헥사스가 네크로맨서의 비술로 만든 언데드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가까스로 성벽 위를 올라도 오러소드를 종횡무진 휘두르는 기사 한 명에게 반항조차 못 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고 롤카의 피해는 눈 더미처럼 커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롤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막대한 전비만 지출한 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구기고 헥사스가 직접 암살대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 죽어라, 윈드시크릿의 영주! 네 머리로 윈드시크릿을 장식하겠다!”

헥사스가 조종하는 언데드 오우거는 덩치에 걸맞지 않는 무서운 속도로 마하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x10까지 오버클럭한 마하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마하임을 뒤쫓으며 헥사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거기다 단순히 도망만 치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빈틈이 보여도 마하임의 날카로운 검이 언데드 오우거의 손을 날려 버렸다.

“이 벌래 새끼가?!”

헥사스는 마하임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언데드 오우거의 몸에 상처만 더해질 뿐이었다.

아무리 언데드 오우거라 할지라도 한계는 있었다. 거기다 헥사스는 이 언데드 오우거와 통각까지 공유하고 있었기에 잘리는 순간만큼은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믿을 수 없다! 저게 인간이 맞긴 하나?!’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역시 마하임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했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오니아 제국의 황제에게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실패할 거라는 경고까지 들은 터였다.

처음에는 설마설마했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되자 헥사스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히든카드인 언데드 오우거까지 동원했는데도 이기기는커녕 오히려 밀리고 있었으니, 정말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보여 줄 것은 이게 다냐? 헥사스.”

언데드 오우거의 양팔을 간단히 절단한 마하임은 여유롭게 검을 갈무리했다.

처음 언데드 오우거의 등장에 적지 않게 당황한 마하임이었지만, 막상 싸워 보니 별것도 없었다.

굳이 강함을 비교하자면 샤오랑의 강시와 비슷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 사과하지. 아무래도 네놈을 너무 얕본 것 같군.”

어떡해서든 언데드 오우거를 회수해서 다음에 사용하려던 헥사스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언데드 오우거가 완전히 망가지더라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적, 마하임만큼은 죽인다!

그 하나의 생각만이 헥사스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크아아아아아-!

언데드 오우거가 포효했다. 헥사스는 언데드 오우거의 제어를 포기했다. 이제 언데드 오우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살육 본능뿐이었다.

울컥 쩌어억-!

잘린 언데드 오우거의 팔 단면에서 검붉은 핏덩이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재생하기 시작한 언데드 오우거의 팔.

놈의 두 팔은 시간을 역행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크르륵 주, 주거라! 케에엑!”

제어가 되지 않는 언데드 오우거의 입에서 탁한 울음소리와 헥사스의 말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쏘아지듯 마하임에게 돌격하는 언데드 오우거. 그 기세만으로도 마하임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오페라 x12 발동!”

[x12 이행. 유지 가능 시간 1분]

쾅-!

마하임이 오버클럭의 단계를 더 올리는 것과 동시에 언데드 오우거의 주먹이 마하임에게 날아들었다.

‘위험했어.’

놈의 주먹은 마하임을 스치듯 허공을 갈랐다. 민첩성은 마하임이 언데드 오우거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체급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놈의 주먹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크륵! 그걸 피하다니…. 하지만 이제 끝이다!”

언데드 오우거가 갑자기 마하임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마하임은 반사적으로 축지를 사용해 언데드 오우거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놈의 입에서 새하얀 빛의 기둥이 마하임을 향해 쏟아졌다.

촤아아악-!

빛의 기둥은 지면을 훑듯 스치고 지나갔고 그 동시에 바닥은 엄청난 열기와 함께 붉게 달아올랐다.

“망할, 또 현자의 돌인가?”

놈의 입에서 뿜어낸 저 괴광선은 현자의 돌을 이용해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생체 레이저였다.

마하임이 아는 그 미래에서는 저것을 사광(死光), 다시 말해 죽음의 빛이라고 불렀다.

강철로 만든 방패마저 가볍게 녹여 버리는 저 빛은 시오니아 제국이 만든 생체 병기 중 가장 까다로운 적이었다.

“큭 크르륵, 그래. 보는 눈은 있구나. 이 언데드 오우거에는 현자의 돌이 박혀 있지. 네놈 덕분에 폐기해야 하지만!”

이것으로 언데드 오우거든 현자의 돌이든 회수는 불가능했다. 더욱이 아직 미완성인 ‘사광’을 사용했기에 현자의 돌은 10분 후면 녹아 사라져 버릴 것이다.

국가 예산급의 돈이 들어간 헥사스의 역작이었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패배하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슈아아악-!

언데드 오우거가 뿜어낸 사광이 연이어 마하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오버클럭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상태였기에 피하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문제가 있다면 마하임의 오버클럭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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