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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84화 (84/194)

84화

‘접근은 불가능하다!’

헥사스의 공격은 비처럼 마하임을 향해 쏟아졌다. 제아무리 오버클럭을 사용했다지만 빛보다 빠를 순 없었다.

마하임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언데드 오우거를 피해 최대한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큭! 크륵! 도망칠 수 없다…!”

제어를 일부 포기한 여파로 점점 언데드 오우거의 컨트롤이 어려워졌지만, 이대로 마하임을 놓칠 수는 없었다.

지금 여기서 마하임을 놓쳐 버린다면 가뜩이나 꼬여 버린 윈드시크릿 공략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헥사스라도 롤카 국왕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이잉 츄하아악-!

새하얀 빛줄기가 연이어 마하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마하임은 곡예를 하듯 허공에 몸을 날리며 ‘사광’을 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하임과 언데드 오우거와의 거리는 좁혀져 갔다.

“포기…해라. 그럼, 목숨만은 크르르. 살려 주마!”

헥사스는 마하임을 향해 외쳤지만, 마하임은 뒤도 안 돌아보고 우거진 숲속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이미 언데드 오우거도 현자의 돌도 포기한 헥사스였기에 그는 여유롭게 마하임의 뒤를 쫓았다.

“새, 생포한다. 크큭, 네놈의 껍질을 벗겨 주마!”

마하임과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 들었다. 처음에는 생포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하임과의 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들어오자 생포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애초에 마하임을 노린 것은 윈드시크릿을 점령하기 위한 것.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마하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자, 잡았…!”

퍽-!

마하임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을 때였다. 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간 헥사스의 시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뭐, 뭐냐!”

재빨리 헥사스는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본 것은 머리 절반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 언데드 오우거였다.

“후우, 엘리 군이 없으니까 마장기를 다루는 게 꽤 까다롭네요. 괜찮으세요? 마하임 님.”

마하임 앞에선 검은 갑옷을 입은 소녀. 그녀는 다름 아닌 안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에 쥐고 있는 거대 장검을 언데드 오우거를 향해 가리키며 말한다.

“얼떨결에 머리를 날려 버리긴 했는데…. 저 괴물 뭐죠?”

“설명하자면 깁니다. 그리고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닙니다.”

마하임은 오페라를 치켜들어 언데드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언데드 오우거는 비틀거리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날아간 머리 부분에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간 재생하기 시작했다.

“헐. 마하임 님…. 저거 되살아나는 건가요?”

“저래 보여도 호문쿨루스입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습니다.”

단순한 언데드였다면, 머리를 날려 버리는 것으로 승부가 났겠지만, 저 언데드 오우거는 헥사스가 현자의 돌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였다.

저놈을 죽이려면 몸속 어디엔가 있을 현자의 돌을 부수는 방법뿐이었다.

“와우, 정말요?! 실물은 정말 처음이에요.”

두 눈을 반짝이며 언데드 오우거를 바라보는 안나. 그녀 역시 이과, 공돌이의 화신이라 일컬어지는 노옴 일족이었기에 호문쿨루스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그럼 저 괴물 몸속에 현자의 돌이 있단 말이죠?”

대검을 치켜든 안나는 기대에 찬얼굴로 언데드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크…. 네년은 또 뭐냐?”

순식간에 언데드 오우거의 머리를 재생시킨 헥사스는 안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미 안나의 귀에는 헥사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지고 싶어…. 아니 가지고 말 거야.”

안나는 대검을 휘두르며 언데드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헥사스는 본능적으로 ‘사광’을 안나를 향해 내뿜었다. 안나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대검으로 사광을 막았다.

치이이잉-!

귀가 따가운 울림과 함께 강렬한 사광은 안나의 검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제 검에는 대 빔 코팅이 되어 있어서 생체 레이저 따윈 통하지 않아요.”

안나에게 있어서 생체 레이저는 생소한 것도 아니었다. 노옴족의 전함에는 기본 탑제되어 있는 것이 생체 레이저였고, 이것으로 무장한 노옴족은 시오니아 제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무적 함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생체 레이저, 즉 빔 병기를 방어할 무기 체계도 이미 완성되어 있었으니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SF 영화 한 편 정도는 가볍게 찍을 수 있을 터였다.

“순순히 현자의 돌을 내어놓으시죠. 그러면 살려는 드릴게.”

싸늘한 안나의 목소리가 헥사스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이 뜬금없는 사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마하임을 몰아넣었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소녀에게 자신의 비장의 병기가 무력화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건 안 돼!”

현자의 돌은 일급비밀이었다. 만에 하나 적의 손에 들어간다면 제아무리 헥사스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다급해진 헥사스는 다시 한번 생체레이저를 뿜어냈다.

츄하하학-!

전보다 더 강력해진 생체 레이저는 안나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요.”

언데드 오우가가 뿜어낸 생체 레이저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안나는 자신의 대검을 가볍게 고쳐 쥐고서는 언데드 오우거를 향해 내뻗었다.

“lv4급 원격 조종인가? 기술 자체는 단순한 것 같은데…. 흐음, 뭐 배를 갈라 보면 알겠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안나의 모습에 헥사스는 소름이 오싹 돋았다. 처음에는 웬 미친년인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그녀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망할! 철수다!”

핵사스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자리를 박찼다. 그의 비장의 한 수였던 ‘사광’이 통하지 않은 이상 헥사스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만약 이대로 사로잡힌다면, 언데드 오우거는 물론이거니와 그 몸속에 있는 현자의 돌까지 몽땅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것만은 안 돼!’

목표를 달성은 고사하고 일급기밀 까지 빼앗긴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다. 헥사스는 언데드 오우거의 힘을 모조리 끌어내어 달리는 데 쏟아부었다.

쿵쾅, 쿵쾅-!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언데드 오우거는 거침없이 달렸다.

언데드 오우거는 생물학적으로 이미 죽은 상태지만, 현자의 돌을 동력으로 움직였기에, 일반적인 생명체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이 수모, 반드시 갚아 주마!”

여기서 도망만 갈 수 있다면, 다음 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아직 윈드시크릿을 포위하고 있는 그의 병사들만 해도 수천 명이었다. 설령 이번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내 집을 박살내 놓고 도망칠 수 있다 생각한다요?!”

바로 그때 들려온 목소리.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언데드 오우거를 조종하는 헥사스의 주파수를 타고 그대로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언데드 오우거의 움직임이 멈췄다. 헥사스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동원해 다시금 언데드 오우거를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언데드 오우거는 석상처럼 우뚝 멈춰 있을 뿐이었다.

“소용 없다요. lv4급 원격 조종쯤이야 간단히 해킹 가능하다요.”

이번에 들려온 소리는 주파수 간섭이 아닌 실제 목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은 다름 아닌 언데드 오우거의 발치였다.

그곳에는 작지만 무시무시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님프, 윈디가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당장 통신을 끊고 저 장난감을 내게 넘긴다면 죽이진 않는다요.”

“닥쳐라!”

헥사스는 소리쳤다. 필사적으로 언데드 오우거를 움직이려 해봤지만, 언데드 오우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헥사스는 이를 악물었다.

“넘겨 줄 성싶으냐?!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헥사스의 외침과 동시에 언데드 오우거의 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붉게 변한 것만 아니라 주변을 달아오르게 만들 만큼 맹렬하게 달아올랐다.

“망할. 자폭이다요!?”

윈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데드 오우거는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폭음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그리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 * *

해가 졌다. 그리고 유난히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언데드 오우거의 자폭.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 범위에 있던 윈디의 저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인근의 나무는 남김없이 불타올랐다.

타이밍 좋게 나타난 엘케인이 아니었다면, 마하임과 안나 역시도 폭발에 휘말려 문자 그대로 개죽음을 당할 뻔했다.

“하하하! 뭘 그리 인상을 구기고 있다요?!”

피워 놓은 모닥불 위로 윈디가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마하임은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죽을 뻔했는데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살아 있으면 된 것 아니다요? 웃으라요,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다요.”

윈디의 말에 마하임은 그저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안나도 마찬가지였다.

“크흑, 내 현자의 돌…. 하아.”

안나는 자신의 죽음보다 바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현자의 돌이 더 아쉬웠다.

현자의 돌을 확보만 했더라도 지금껏 상상으로만 했던 수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한순간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한숨 그만 쉬라요. 땅 꺼지겠다요.”

“몰라요! 윈디 님 미워.”

토라진 안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이를 본 마하임은 답답한 듯 바로 앞에 피어오르고 있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더 넣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집도 부서지고….”

마하임은 건너편 움푹 패여 버린 산을 바라보았다. 저 산 중턱에 윈디의 저택이 있었지만 산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기에 윈디의 저택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지어야죠. 뭐.”

엘케인은 이미 포기했다는 듯 해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알았지만 설마 그날이 오늘일지는 상상도 못 했던 엘케인이었다.

“흐음….”

마하임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롤카의 윈드시크릿의 침공은 확실했다.

하륜이 잘 대응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생각 같으면 지금이라도 윈드시크릿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하임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사실상의 유배.

그가 멋대로 윈드시크릿으로 돌아가면 시오니아 제국의 간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하임이었다.

“윈드시크릿으로 가고 싶다요?”

“네…. 제 영지에서 연락이 끊긴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마하임의 말에 윈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하임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

“네가 돌아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요.”

“그, 그건….”

말을 잊지 못하는 마하임. 사실상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하임은 물러 설 수 없었다.

“제 영지입니다. 저를 위해 목숨은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전 돌아가야 합니다.”

마하임이 이 먼 타향에서 웃기지도 않는 학원 생활을 하는 이유. 그 이유는 단 하나. 다시금 윈드시크릿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좋다요. 어차피 방학이다요. 내가 책임질 테니 다녀오라요.”

윈디는 흔쾌히 승낙했다. 마하임은 윈디의 승낙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말입니까?!”

“신시아 황제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널 붙들어 두려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다요. 일단 다녀오라요.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마하임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마하임이 있는 곳에서 윈드시크릿과의 거리는 걸어서 두 달. 배를 타도 한 주 이상은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린다면 돌아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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