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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97화 (97/194)

97화

“뼈다귀 주제에!”

루다크는 자신의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의 몽둥이를 맞은 스켈레톤들은 힘없이 부러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부서진 스켈레톤들은 이내 원상태로 복구하여 루다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 망할! 왜 안 죽는 거야?!”

“가랏 화둔, 급급여율령!”

샤오랑은 손에 들고 있는 부적을 스켈레톤에게로 던졌다. 샤오랑의 부적은 마치 살아 있는 새처럼 허공을 날렵하게 날더니 스켈레톤 무리에게로 날아갔다.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스켈레톤은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루다크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스켈레톤의 부서진 몸은 이내 원래대로 붙으며 다시금 흐느적거리며 마하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고작 내 부하들도 못 이기면서 나를 상대한다고? 너희도 죽어서 이 땅의 수호자가 되어라.”

귀갑의 지박령은 이렇게 말하며 숲 안으로 사라졌다. 스켈레톤의 수는 전보다 더욱더 늘어났다. 대책 없이 불어나는 스켈레톤들.

“이거…. 다 쓰러트릴 수 있을까요?”

이미 100마리 이상 늘어나 버린 스켈레톤을 보며 안나는 겁에 질려 말했다. 마하임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히 재생하지는 못할 겁니다!”

마하임은 오페라를 휘두르며 스켈레톤들에게 달려들었다. 스켈레톤 각 개체의 힘은 미약했지만, 그 수는 정말 압도적이라고 말이 딱 어울렸다.

끝없이 밀려오는 스켈레톤들. 닥치는 대로 베고 부쉈지만 놈들의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늘어 갔다.

“모두 엎드려요!”

안나는 손에 쥐고 있던 공 같은 것을 스켈레톤 무리의 한 중간에 던졌다.

그것은 안나가 직접 만든 수류탄이었다. 급하게 준비한다고 하나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그 위력만은 확실했다.

콰앙!

지축을 울리는 폭음. 안나의 수류탄이 터지면서 시뻘건 섬광과 파편이 스켈레톤 무리를 찢어 버렸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인 효과뿐이었다.

“미, 믿을 수 없어.”

안나는 다시금 슬금슬금 일어나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며 뒷걸음쳤다.

이미 스켈레톤은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지박령을 퇴치하기는커녕 오히려 저 지박령에게 퇴치당하게 생겼다.

“모두 뭉쳐요! 흩어지면 위험합니다!”

다급하게 마하임은 외쳤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스켈레톤들은 느리지만 확실히 포위망을 좁혀 왔다.

게다가 스켈레톤이 들고 있는 녹슨 무기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스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저 검에 베인다면 단순히 상처를 입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망할….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루다크의 탄식했다. 적에게는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샤오랑의 부적술도 통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히 각 스켈레톤의 힘은 보잘것없었기에 적어도 밀리지는 않았다.

“아침까지만 버티면 되오. 저런 마물은 태양의 기운을 버틸 수 없소!”

샤오랑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하지만 아침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끝없이 밀려드는 스켈레톤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됐다. 마하임 일행은 필사적으로 스켈레톤을 막았지만, 스켈레톤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먼 산에서 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제발 사라져라. 제발!”

땀에 흠뻑 젖은 루다크는 간절히 외쳤다. 마하임을 비롯하여 여기 있는 모두는 완전히 지친 상태. 더는 버틸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었다.

만약 이 싸움이 계속되면 전멸은 피할 수 없었다.

쩍, 저저쩍-!

따스한 아침 햇살이 스켈레톤을 내리쬐자 놈들의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스켈레톤의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새하얀 가루가 되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날 밤 길고 긴 스켈레톤과의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났다.

* * *

꽝-!

다음 날 오후, 다짜고짜 윈디의 집무실에 쳐들어간 마하임 일행.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하임은 윈디의 집무실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루다크와 샤오랑, 그리고 안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디 말해 보시죠?”

“뭘 말이다요?”

능청맞게 되묻는 윈디. 마하임은 순간 목덜미가 쩌릿하고 저렸지만 차마 윈디에게 주먹을 날릴 수는 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왜 우리 조에게 떠넘긴 거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네가 뽑은 거다요.”

“이 집무실 좀 부숴도 되죠?”

마하임은 손에 마나를 집중했다. 마하임의 특기 마법장착이었다.

“감히 어디서 마나를 모은다요?! 무효화.”

윈디의 외침과 함께 마하임의 손에 모인 마나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허술하고 어떤 때는 바보같이 느껴지는 윈디였지만, 그 힘은 실로 막강했다.

“그딴 잡지박령도 해치우지 못하고 뭘 하려 한다요. 난 할 수 있다 믿기에 네놈들한테 맡긴 거라요.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다요?! 실망이다요.”

분노한 윈디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마하임은 굳은 채 윈디를 노려볼 뿐이었다.

갑자기 내려 앉은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마하임이었다.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물론이다요. 불가능할 것 같으면 애초에 맡기지도 않았다요.”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윈디였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하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당신이 무슨 생각인지 전 알 수 없습니다.”

“굳이 알 필요 없다요. 이 세상에는 몰라야 하는 것도 있는 법.”

“궤변이군요.”

마하임은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윈디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하아, 여기 온 제가 바보 같군요.”

긴 한숨을 내쉰 마하임은 돌아섰다. 바로 그때 윈디의 말이 들려왔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요. 지박령이 왜 지박령이 됐는지부터 생각해 본다요.”

마하임은 뒤도 안 돌아보고 윈디의 집무실 밖으로 향했다.

“하하, 그럼 저희도 이만.”

루다크와 샤오랑, 안나 역시도 마하임을 뒤따랐다. 모두가 사라지자 윈디는 조용히 읊조렸다.

“끝이 다가온다요. 제발 늦지 말아야 할 텐데….”

* * *

3일 후. 해 질 녘에 마하임의 조는 다시금 프리드라하 저택 인근에 모였다.

마하임을 비롯한 모두는 전과는 달리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장비도 처음과 달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스켈레톤 놈들! 지난번의 수모를 갚아 주겠다!”

중장갑옷으로 중무장한 루다크가 자신의 몽둥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루다크 역시 지난번의 패배가 꽤나 쓰라렸던 모양이었다.

“저도 준비됐소. 이번엔 대충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수북한 부적 뭉치를 꺼내는 샤오랑. 철완강시라도 소환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알다시피 샤오랑의 집안은 망했다.

말할 것도 없이 강시술도, 고위 영령을 소환할 재료도 없었다. 남은 거라고는 부적술뿐. 그것이 샤오랑의 최선이었다.

“이건 지난번 유적에서 파낸 건데요….”

안나는 자신이 메고 온 큼지막한 가방에서 사각형의 쇠뭉치들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수는 약 10개, 궁금해진 마하임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뭐죠?”

“음, 일종의 폭탄인데…. ‘크레모아’라고 불러요. 위력은 확실한데, 스켈레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네요.”

고대 무기에 대해서는 마하임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안나가 가져온 만큼 쓸 만한 전력일 듯했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화력을 집중해 스켈레톤을 뚫고 지박령 ‘앤더슨’을 잡는 겁니다.”

사실 작전이랄 것도 없었다. 스켈레톤은 사실상 무적. 마하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으로 스켈레톤을 꺾어 누르고 지박령, 즉 앤더슨을 쓰러트리는 것밖에 없었다.

천천히 두 개의 달, 에다와 시다가 떠올랐다. 그리고 숲속에 다시금 음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옵니다!”

마하임은 오페라를 뽑아들었다. 그에게 영감(靈感) 같은 것은 없었지만, 저 지박령의 기운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또 너희들인가? 칭찬해 주지. 허나 두 번은 없다. 오늘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앤더슨은 푸른 귀기를 흩뿌리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외침과 함께 지난번 마하임들을 괴롭혔던 그 스켈레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 길은 제가 열겠어요.”

어느덧 바닥에 크레모아를 설치한 안나가 말했다. 마하임들은 안나의 외침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지난번 안나의 수류탄의 위력을 보았던지라 그녀의 말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3, 2, 1, 발파!”

안나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지를 뒤흔드는 대폭발이 스켈레톤들을 덮쳤다.

그 위력은 과히 천지를 뒤흔든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뻘건 폭염과 크레모아에서 뿜어져 나온 수천 개의 파편들이 스켈레톤을 단숨에 휩쓸었다.

“대, 대단한 화력이오. 과연 고대인의 병기….”

좀처럼 놀라지 않는 샤오랑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그러나 폭염이 잦아들자 기다렸다는 듯 스켈레톤 무리들이 다시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샤오랑 님 엄호를! 저와 루다크는 지박령을 쫓습니다.”

“알겠소!”

부적을 꺼내 든 샤오랑은 하늘을 향해 부적을 향해 흩뿌렸다.

“청염의 불길이여, 옛 어둠을 정화하라! 급급여율령!”

하늘에 휘날리는 부적들은 일제히 푸른 불꽃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불꽃들은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스켈레톤에게로 날아갔다.

퍽-!

파지직!

기에에에!

부적을 맞은 스켈레톤은 검은 재로 바뀌어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가 가져온 부적은 음기가 강한 스켈레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부적을 맞은 스켈레톤은 재생조차 못하고 물에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바닥에서 스멀거리고 올라오는 스켈레톤의 수는 사라진 스켈레톤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가자! 루다크!”

“큭! 왜 나에겐 반말이냐!”

땅을 박차고 달리는 마하임. 그의 말에 발끈하는 루다크였지만 마하임의 뒤를 곧장 따라붙었다.

스켈레톤의 수는 확실히 많이 줄었다. 하지만 숲속에서 기어 나오는 놈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갔다.

마하임과 루다크는 닥치는 대로 스켈레톤을 부수며 앞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얼마 가지 못해 멈추고 말았다.

“망할! 저건 또 뭐야!”

루다크는 소리쳤다. 눈앞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대한 스켈레톤. 그 크기는 무려 3미터에 다다랐고 손에는 거대한 해머까지 들려 있었다.

‘어쩌지?’

저 거대 스켈레톤 말고도 수많은 스켈레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대 스켈레톤을 상대한다면 또다시 포위될 수밖에 없었다.

“칫, 가라 마하임. 여긴 내가 맡겠다.”

자신의 몽둥이를 고쳐 쥐며 루다크가 외쳤다. 마하임은 망설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지박령, 앤더슨을 제거하는 것. 그를 위해서라면 희생은 피할 수 없었다.

“죽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네놈을 쓰러트리지 전에는 절대 죽지 않는다.”

“후. 행운을 빌지.”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하는 마하임. 축지 뿐만 아니라 오버클럭까지 사용한 마하임은 모든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연이어 스켈레톤들이 마하임 앞을 가로막았지만, 마하임에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의 검 오페라 앞에서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는 스켈레톤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거짓말처럼 스켈레톤의 모습들이 사라져 갔다.

그리고 느껴진 진한 슬픔의 기운. 그 끝에는 지박령, 앤더슨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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